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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아이돌스토리
해파리를 사랑하는 방법
작가 : 빈파
작품등록일 : 2020.8.11

사고로 인해 연기를 그만두게 되고 쫓겨나다시피 마이애미에서 유학 생활을 하던 해타.
무작정 죽으려고 향했던 바다에서 자신에게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을 준 시안을 만난다.
그렇게 한국으로 돌아와 원래 하고 싶어 했던 연기를 배우며 배우가 되지만 시안은 쉽게 해타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이제 숨 쉴 만 해요? 숨 쉴 수 있는 공간이 커진 것 같은데."
"너는."
"...네?"
"너는 숨 제대로 쉬고 있냐고. 호흡 제대로 하고 있는 거 아니잖아."

사라진 시안을 음악방송 대기실 복도에서 만난 해타. 수면 위에 떠돌던 해타가 이제 가라앉고있는 시안을 심해 속에서 꺼내주려고 한다.

 
Prologue
작성일 : 20-08-17 17:54     조회 : 418     추천 : 0     분량 : 5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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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바다 아래에 아래서 나를-.'

 

 미니 1집 아는 사람들만 찾아서 듣는 노래. 여름만 되면 아이돌 팬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올라가는 노래지만 아직도 일반인들이 듣기에는 인지도가 턱없이 낮은 노래였다. 내 플레이리스트 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노래는 내 변덕에 따라 종일 그 노래만 재생될 때가 있었다. 올해로 7년째 내 매니저를 맡은 모건은 내 노래 취향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인지 그저 똑같은 노래를 듣는 내가 싫은건지 차라리 차에서 라디오를 틀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언니 가다가 거기 한 번만 들리면 안 돼?”

 

 “내가 당연히 되지 하고 말할 것 같아서 물어보는 건 아니지?”

 

 “아 언니, 언니 그렇게 자비 없는 사람이었어?”

 

 “그래 그래 나 자비 없는 사람이네요.”

 

 “금방 갔다 올게 한 번만 응?”

 

 애걸복걸하는 내 부탁에 어쩔 수 없이 차를 돌려 자연스럽게 높은 상가들 사이로 차를 움직였다. 창밖으로 보이는 것들이 눈에 담기도 전에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밖에 있는 것들에 대해 의식을 하지 않자마자 창문에 내 모습이 비쳐 보이기 시작했다. 화려하고 밝은 주황색 머리카락이 창문에 비쳤다. 염색한 지 얼마 안 된 머리카락은 뿌리 끝까지 주황색을 변함없이 유지하고 있었다. 탈색을 몇 번 했더라. 아마 염색할 때 거의 반기절 상태에서 자느라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때 샵 언니들이 잠 좀 깨라고 뺨 좀 때린 것 같은데 왠지 자다 일어났을 때 볼따구가 좀 부어있었지. 곱슬기가 남아있는 해를 닮은 머리카락은 누군가를 기억하기 위해 했던 머리카락 색이었다. 이름조차 모르는 그 사람을 기억하게 했던 머리색은 며칠만 지나도 금방 검은색이 끝에서부터 나오기 시작해 기억을 무너뜨린다. 마치 기억하지 말아야 하는 걸 내가 억지로 기억하는 것 마냥.

 

 “오 분 줄게 늦으면 너 다시는 여기 못 오게 할 테니까.”

 

 주황색 머리카락을 질끈 묶어 모자 구멍 사이에 밀어 넣었다. 꽤 길어버린 머리카락은 어깨너머를 훨씬 넘었다. 흰색 마스크의 철사 부분을 꾹 눌러 코에 고정했다. 운전석에 앉아 뒤를 돌아보는 모건의 표정이 영 좋지 못했다. 믿음직스럽지 못하게 보는 것에 더 가깝다고 해야 했다. 이 언니는 연예인으로 했어도 성공했을 얼굴인데 왜 여기서 내 매니저 노릇이나 하고 있을까. 모건의 눈 밑이 다크서클이 짙게 남아있었다.

 

 “알았어. 근데 언니 계산하는 시간은 줘야 하는 거 아냐?”

 

 벤 바닥 한구석에 떨어져 있는 지갑을 주워 올리자마자 얼굴을 길게 들이민 모건의 얼굴은 심장을 천국과 지옥 수백 번 왔다 갔다 하게 만들었다. 모건의 얼굴을 약하게 밀며 다른 손으로 벤 문손잡이를 잡아당겨 문을 열었다. 뒤에서 들리는 모건의 불안한 목소리가 사람을 참 짠하게 만든다. 그래도 난 해야 하는 건 해야 해 언니 미안해. 벤에서 뛰어내리다시피 착지해 문을 닫자 모건의 운전석 쪽으로 몸을 다시 옮겼는지 선팅이 진하게 되어있는 창문을 내렸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신발이란 신발은 모두 빼앗을 뿐만 아니라 다리까지 부러트릴 것 같은 모건의 표정에 약간의 두려움이 몰려왔지만 애써 무시하며 창문 틈새로 보이는 십자가를 향해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나 대표님한테 혼나기 싫다 양해타.”

 

 “내가 언제 언니 대표님한테 혼나게 한 적 있나. 갔다 올게.”

 

 혼나게 한 게 아니라 화나게 만든 거겠지! 분노에 휩싸인 모건의 말을 가볍게 씹고 회전문을 빠른 걸음으로 다가갔다. 검은색 마스크를 썼다면 이상하게 보는 사람이 많았을 것 같았다. 누가 한여름에 검은색 마스크를 쓰겠어. 연예인도 아니고, 아 나 연예인이구나. 가만히 서서 숨만 쉬어도 땀이 흐를 것 같은 8월에 지금 반바지에서 발목까지 내려오는 청바지를 입었다면 누가 봐도 땀으로 색이 변한 최악의 상태를 만날 수 있었을 것 같았다. 배우 Y 씨 공공장소에서 땀으로….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 회전문을 통과해 들어간 건물 안은 밖 온도와 극과 극이었다. 한여름에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는 사람에 퍽 두꺼워 보이는 카디건을 입고 다니는 사람까지. 이 지구온난화의 주범들…. 근데 시원하긴 시원하네! 이게 자본주….

 

 남은 시간은 4분, 쓸데없이 이런 거에만 철저한 모건 덕에 휴대폰 배경화면에는 항상 시계 어플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 어플이 모건의 폰만이 아닌 내 폰에도 있는 이유는 내가 1초라도 늦어도 죽을 듯이 덤벼드는 모건이 워낙 무섭기 때문이었다. 일거수일투족을 감시 안 하는 걸 다행이라 생각해야지, 아니, 혹시 모른다. 나도 모르는 새에 내 핸드폰에 위치추적기가 심겨 있을지도.

 

 좀 급하게 뛰어가야지 탈 수 있는 거리에 있는 엘리베이터는 내 속도 모르고 1층을 알리며 시원하게 문을 양쪽으로 열었다. 파란색 슬리퍼 끝까지 발을 밀어 넣고 엘리베이터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몇 초 뛰었다고 벌써 숨이 차기 시작하냐. 나 체력 저질이네 언니 말대로 헬스장 꾸준히 좀 다닐걸. 턱 끝까지 차오르는 숨과 곧 닫히려는 엘리베이터의 상관관계를 생각하다가 모건의 악마 같은 얼굴이 떠올라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언니 화내면 진짜 무서운데.

 

 “와 잠시만요!”

 

 “제가 열어드릴게요.”

 

 미끄러운 슬리퍼가 번쩍거리는 건물 바닥을 타고 움직이듯 생각보다 빠르게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내 목소리를 들은 엘리베이터 안의 남자가 여는 버튼을 누르….

 

 “어?”

 

 “잠시만 왜 닫, 저기요, 저기.”

 

 남자의 당황한 눈이 나와 마주치다 주저 없이 아래로 사라졌다. 눈물이 쏙 들어가고 당황스러움과 화가 동시에 쏟아져나오고 있었다.

 

 “뭐 하는 놈이지?”

 

 울컥하는 속을 겨우 가라앉히고 옆에 도착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갔다. 촉박하게 흐르는 타이머에 걸음을 빠르게 옮겨 사람들 속을 지나쳐갔다. 중간중간 고개를 돌려 아까 날 버리고 내려간 남자도 찾으려 했으나 전혀 머리카락 한 가닥도 보이지 않았다. 아니지 모자를 쓰고 있어서 머리카락은 개뿔 눈도 잠깐 그 1초만 마주쳤을 뿐 기억도 나지 않는다.

 

 “찾았다.”

 

 수많은 아이돌과 가수들의 앨범 사이에서 한참은 더 뒤져야지, 한참은 더 아래로 내려가야지, 한참은 더 안으로 들어가야지 찾을 수 있는 조그마한 앨범. 찾지 않아 오래된 듯한 먼지 쌓인 손바닥보다 약간 큰 앨범은 손가락으로 비닐 위 먼지를 훑을 때마다 빛에 반사되는 먼지가 공기 중에 떠돌았다. 자본이 많이 들어갔다는 데뷔 앨범이라는데 퀄리티도 좋지 않고 쓸데없이 가격만 비싸고 멤버들 얼굴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데뷔 앨범이 망하고 그룹은 어느 순간 공중분해 되어 해체. 그 후 멤버들은 각자 활동을 했지만 몇몇 멤버들은 본명도 뭣도 제대로 밝혀진 게 없어 근황을 모르기도 했다.

 

 “이만 삼천 원입니다. 회원 등록되어있으세요?”

 

 이런 앨범 퀄리티에 이만 삼천 원이라니 이러니까 아무도 안 사지.

 

 “아뇨 그냥 결제해주세요.”

 

 내민 카드가 긁히고 갈색 봉투에 턱없이 작은 앨범이 담겼다.

 

 “오늘 사신 게 마지막 재고예요.”

 

 “네?”

 

 카드를 받아드는 순간 들리는 나긋한 목소리에 고개가 저절로 들어 올려졌다. 머리를 위로 올려묶은 직원은 카운터 안쪽으로 들어가 지관통을 가져와 내게 건넸다. 포스터를 담는 지관통을 내게 건넬 이유는 없을 텐데. 내가 아무 말도 못 하고 지관통을 받아들지 못하자 직원이 몸을 제 쪽으로 당겨 간극을 좁혔다.

 

 “매년 사러 오셨잖아요. 여기 소속사가 앨범 다 수거하고 폐기해서 남은 게 오늘 사신 그게 마지막이었어요.”

 

 “그럼 이건….”

 

 “제가 그쪽에 아는 사람이 있어서요. 손님 생각나서 하나 받아놨어요. 유일하게 이 앨범 사 가시는 분이니까요. 한두 개도 아니고 나와 있는 재고는 다 사가셨고.”

 

 “아….”

 

 “얼른 가보세요. 바쁘신 것 같은데.”

 

 드라마 잘 봤어요. 거의 떠밀리다시피 카운터에 떨어져 아무렇지 않게 손님을 맞는 직원을 바라봤다. 나와 눈 한 번 마주친 적 없었는데, 대화도 길게 한 적도 없었는데 나를 알고 있는 직원이 신기하면서도 기분이 묘했다. 다 알고 있는 듯이 말하는 그녀가 누군가와 연상되어 보였다.

 

 가까스로 오 분이 되기 십 초 전 모건과 다시 마주해 다리가 분질러지거나 신발이 모조리 뺏기는 최악의 상황은 회피할 수 있었다.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서 그런지 모건은 별다른 말 하지 않고 틀었던 라디오를 끊고 내가 매일 듣던 노래를 재생시켰다. 창문에 기댔던 머리를 들어 올려 옆에 놓은 갈색 봉투를 손만 뻗어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 종이봉투가 힘없이 찌그러졌다. 앨범은 한없이 작았고 봉투는 한없이 컸다. 평소에는 봉투 가득 찼던 앨범이 오늘은 하나라서 유난히 더 작아 보였다. 봉투를 옆에 내려놓고 기다란 지관 통을 품으로 끌어당겨 뚜껑을 열었다. 푸른색이 간간이 보이는 포스터 안쪽이 왠지 심장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지관통을 뒤집어 툭툭 두드렸다. 머뭇거리던 포스터가 쑥하고 빠져나왔다. 바닥으로 떨어진 포스터는 여전히 말린 상태로 모양을 보존하고 있었다. 포스터 끝쪽을 잡아 들어 올렸더니 촤르륵 하듯 아래로 펼쳐졌다. 푸른색 바다가 가득한 배경 안에 거의 뒷모습이나 마찬가지인 옆모습을 한 남자 하나. 멍청한 소속사는 얼굴을 대문짝만하게 해도 모자랄 판에 콧대와 왼쪽 눈이 간간이 보이게 옆모습을 찍어놨다. 푸르다 못해 투명한 바다와 진한 파란색 머리카락을 가진 남자는 전혀 위화감이 없이 자연스러웠다. 그래도 가까이 찍었다면 얼굴이라도 알아봤을 텐데 워낙 멀리 찍어서 그런지 거의 풍경 사진에 가까웠다.

 

 “시안이네.”

 

 잘 보이지 않는 얼굴윤곽에도 유난히 내 눈에는 선명하게 보였다. 왜 그렇게 잘 보였을까.

 

 “뭐?”

 

 해파리는 헤엄치는 힘이 약하기 때문에 수면을 떠돌며 생활한다고 알려줬던 그래서 나한테 죽지 말고 그저 수면을 떠돌며 생활하라고 알려준 그. 바다에 들어갔다 나와도 머리가 유난히 금방 말랐었다. 염색을 많이 해서 푸석한 머리카락이라며 자신의 머리카락을 싫어했던 그였지만 나는 그의 머리카락을 좋아했고 그는 염색 일절 하지 않은 검은색의 내 머리카락을 좋아했다. 언젠가 나도 염색을 해볼 거라는 내 말에 그는 태양과 비슷한 색을 해달라고 했었다. 자신은 여전히 파란색 머리카락을 할 테니까 당신이 태양 빛 같은 색을 한다면 우리는 이곳 그 자체일 거라고.

 

 시안은 그 날 이후 사라졌다. 사실은 내가 아니라 시안, 그가 해파리였던 거야. 더는 수면 위에 버틸 힘도 없었던 거였어. 그 날 내 기억 속의 시안은 파란색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었고, 그때의 기억처럼 더는 이 세상에 돌아다니지 않을 포스터에도 파란색 머리카락을 가진 시안이 남아있다. 여전히 나오고 있는 노래에도 그때의 여전한 시안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속이 자꾸만 울렁거렸다.

 

 “언니 나 멀미 나.”

 

 “너 멀미 하던가? 창문 열어줄게. 머리 기대고 있어.”

 

 이건 절대 슬퍼서 속이 울렁거리는 게 아니라 멀미가 나서, 그래 멀미가 나서 속이 울렁거리는 거야. 까맣게 선팅이 되어있는 창문이 내려가고 밖에서 밝은 빛이 어두운 차 안으로 들어왔다. 포스터가 밝게 빛나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파도 소리가 들릴 것 같은 포스터에 손가락 힘을 풀었다. 포스터가 스르륵 말렸다. 두루마리처럼 말린 포스터를 지관통에 넣고 머리를 뒤로 기댔다. 언니가 말한 방법은 속 울렁거림에 소용이 없었다. 속은 여전히 울렁거렸고 유난히 이 노래에 파트가 많은 시안은 목소리가 너무 좋았다. 그때 불러줬던 목소리와 똑같아서, 그래서 시안이 아직도 노래를 불렀으면 좋겠다고 나도 모르게 신게 빌고 있었다.

 
작가의 말
 

 Mail: b84036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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