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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이,보라색
작가 : Riley
작품등록일 : 2020.8.1

이 소설은 저에게 많은 '처음'을 선물해 주었어요.
여러 '처음' 중에서도, 가장 소중한 건 역시 '첫 소설'인 것 같네요.

이 글을 쓰면서 제가 관심있는 주제에 대해서도 깨닫게 되었어요.
그건 바로 '운명'인데요, 아마 이 후로도 계속 글을 쓰게 된다면,
세상에 존재하는 여러 형태의 '운명'에 대해 쓰지 않을까 싶어요.
[이,보라색]은 '운명'을 만났을 때, 우리는 어떻게 반응할까를 궁금해하며
써 내려갔던 저의 첫 중편소설입니다.

너무너무 부족하지만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우연히, 또는 운명처럼, 읽어주실 분들께도 미리 인사 전할게요.
감.사.합.니.다.

 
#10.3
작성일 : 20-08-17 16:00     조회 : 213     추천 : 0     분량 : 3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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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반응이 없어?

 -이제 막 집에 왔어. 가족 모두 동생네서 모였거든.

 -파티라도 한 거야?

 -비슷한 거.

 -내가 할 선물 마음에 안 들어? 왜 기운이 없는데?

 -설명할 기분이 아니야.

 -나 이제 곧 끝나니까, 일단 나와. 너희 집 근처 도착하면 다시 연락할게.

 태영은 대답도 하기 전에 전화를 끊었다. 아무것도 하기 싫었지만 이러고 있다고 해서 나아질 것도 없었다. 일단 집을 나서기로 했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철길공원으로 들어섰다. 그러곤 공원이 시작되는 곳까지 걸었다. 다시 돌아서 공원의 끝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아침부터 잔뜩 흐렸는데도 주말 나들이객들로 가득했다. 아이들과 가족 놀이터로, 반려동물과 산책로로,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공원은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었다.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아무 생각 없이 걷고 또 걸었다. 갑자기 차가운 기운이 얼굴에 떨어졌다. 공원 가운데 기다란 연못을 봤다. 하나 둘 물 위로 파장이 생긴다. 그대로 발걸음을 멈췄다. 한참을 서 있은 후에야 가까운 카페에 가거나 편의점에서 우산을 사야한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좀 더 걷고 싶어 편의점에 가기로 했다. 저 멀리 편의점 간판이 보인다. 그 쪽으로 가려는데, 하늘에서 더 이상 비가 내리지 않았다. 고개를 들어 보니 예쁜 구름이 그려져 있는 맑은 하늘이 있다.

 “어?”

 “그게 다야? 반갑다, 고맙다, 너밖에 없다 아니고?”

 “왜 여기 있어?”

 “하여간 둔보라 같으니라고. 아까부터 뒤에 있었어.”

 “왜 전화 안 했어?”

 “너 지금 꼭 오늘 날씨 같아. 그냥 더 둘까하다가 그래도 생일인데 비 맞게 하긴 싫더라.”

 “우산 산거야?”

 “원래 있던 거야.”

 “오늘 비 온다는 얘기 없었는데.”

 “그냥 직업병이라고 해두자. 일단 어디든 갈까?”

 어제 오후에 찍은 사진이 떠올랐다. 내가 우산을 씌워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했는데, 태영이 나에게 우산을 들고 오는 모습이었나 보다. 우리는 제일 먼저 보이는 카페에 들어갔다. 따뜻한 초코라떼 한 모금을 마시고 나니 몸도 마음도 조금 녹아내렸다. 나와 다르게 차가운 커피를 단숨에 들이켠 태영은 더 단단해진 것 같았다.

 “이제 얘기해 봐. 무슨 일인데?”

 “거짓말한 거 들켰어.”

 “무슨 거짓말을 했는데?”

 “오늘 아빠생신이고, 어제 만든 케이크는 아빠 선물이라고.”

 “그런 거짓말을 왜 했어?”

 “내 생일케이크를 만들고 싶어서 배운다는 건 좀 부자연스럽잖아.”

 “처음부터 불순한 의도로 접근해서 그런 거야. 인과응보지.”

 “나도 알아. 근데 내 거짓말을 모른 척 했어. 이러면 사과할 수도 없잖아.”

 “너의 이상해씨도 둔보라 너만큼 둔하거나, 아니면 망설이고 있거나. 둘 중 하나지.”

 “아무리 봐도 좋은 징조는 아니지? 티켓 돌려줄게. 귀한 건데 이렇게 돼서 미안해.”

 메고 있는 크로스백의 지퍼를 열었다. 지갑이 보이지 않았다. 아까 옷을 갈아입고 가방도 가벼운 걸로 바꾸면서 빠뜨렸나 보다.

 “지갑도 없어. 잃어버린 건 아니고 집에 흘렸나 봐. 이제 며칠 안 남았는데, 내일 갈 거면 지금 집에 가서 가져올게.”

 “너무 성급한 듯한데…. 그냥 월요일에 나랑 같이 가. 월요일까지 오후에 끝나니까. 그리고 개천절이라 너도 쉬잖아.”

 “다른 사람이랑 가. 난 안 갈래.”

 “내 성의를 그렇게 받을 거야? 그냥 나랑 가.”

 대답하지 않고 등 뒤에 있던 쿠션을 가져다 얼굴을 파묻었다. 태영이 지금 우냐며 놀려댔지만 대꾸할 기운이 없었다. 몸에 멘 채로 왼쪽 허벅지 위에 있던 가방에서 진동알림이 느껴졌다. 쿠션에 파묻은 얼굴을 왼쪽으로 돌려 휴대전화를 꺼내 확인했다. 메시지를 읽고 그대로 벌떡 일어났다. 쿠션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태영의 눈은 커지고, 붉은 안개의 움직임은 거세졌다.

 “나 가볼게. 미안해. 연락할게.”

 등 뒤로 나를 부르는 태영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지만, 무작정 G를 향해 달렸다. 어느 새 비는 잦아져 봄 이파리를 부르는 이슬비처럼 내렸다.

 

 약속된 시간보다 먼저 G 앞에 도착했다. 비는 그쳤고 꽤 어두워졌다. 당장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지만 막상 앞에 서니 들어설 용기가 나지 않았다. 맞은 편 느티나무 공원으로 이동해 가게를 등지고 휴대전화를 꺼냈다. 통화버튼 위에 오른손 검지를 올리고 얼어붙었다. 등 뒤에서 내 이름이 들렸다. 깜짝 놀라 하마터면 휴대전화를 떨어뜨릴 뻔한 걸 왼손으로 잡았다. 그 바람에 통화버튼이 눌렸다. 전화기를 왼쪽 귀에 가져간 채로 뒤돌았다. 이상우가 운전석에 앉아 있다. 나를 보고 한 번 웃어 보이곤 전화를 받았다.

 -일단 타세요.

 보닛 쪽으로 돌아 보조석으로 갔다. 이상우는 앉은 채로 문을 열어주었다. 조심스레 앉아 안전벨트를 맸다. 안전벨트를 쥐며 들여다 본 가게에 남자손님이 보였다. 낯이 익어 자세히 보려는데, 이상우가 벨트 잠기는 소리와 함께 출발했다. 앞만 보며 가만히 있다가 슬쩍 고개를 왼쪽으로 돌려 분위기를 살폈다. 이럴 때 색을 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이내 고개를 저었다. 마음속으로만 한다는 게 행동이 되었나보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아, 아니에요. 근데…, 저희 어디가요?”

 “저녁 먹으러 가요. 지난번에 갔던 ‘카페보리’에서 간단한 식사도 가능해요. 거기 가려는데 괜찮죠?”

 “네. 좋아요. 제 지갑은요?”

 “저녁 먹고 얘기해요.”

 차로 이동하니 가까운 거리였다. 이상우와 나는 금세 도착해 지난번에 앉았던 자리에 앉았다. 침엽수림 사장은 반갑다는 손인사만 하고 다른 손님들을 맞느라 바빴다. 가방을 벗어 옆에 두자 이상우는 케이크 상자를 테이블 위로 올렸다.

 “이건 뭐예요?”

 “보라씨 생일케이크요. 제가 어제 만들었어요.”

 “네? 아, 무슨 말을 먼저 해야 하지. 감사해요, 그리고 거짓말해서 죄송해요.”

 “거짓말은 괜찮아요. 저도 했거든요.”

 대답하지 않고 숨을 한 번 넘겼다. 다음 말을 기다리며 입술을 움직거렸다.

 “지갑이요. 저한테 없어요.”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약간의 정리가 필요했다. 입 밖으로 궁금한 것들을 내뱉으려는데 이상우가 말을 이었다.

 “그래도 수업 내용 정리한 건 차 안에 있어요.”

 “그럼 제 지갑은 어디 있죠?”

 “지갑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진짜 잊어버린 건 아니죠? 오늘 갔던 곳 되짚어 보세요.”

 지갑의 행방에 대해 생각하기도 전에 진짜 묻고 싶은 걸 물었다.

 “근데…, 왜?”

 “보라씨가 저한테 생일 숨긴 거랑 같은 이유예요.”

 우리 둘 모두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 했다. 때마침 침엽수림 사장이 보리차를 가져다주었다.

 “음식 금방 다 됩니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제가 미리 주문했어요. 메뉴도 몇 개 안 되고, 다 먹어 봤는데 오므라이스가 제일 낫더라고요.”

 여전히 아무 말 못하고 있는 나를 대신해 이상우는 계속 얘기했다.

 “지금 제가 보라씨에게 느끼는 감정에 어떤 단어를 붙여야 적당할지 모르겠어요. 그냥 솔직히 말할게요. 보라씨가 궁금해요. 더 알고 싶고, 그래서 더 자주 보고 싶어요. 이 마음으로도 괜찮다면 우리 만나볼까요?”

 얼굴이 달아오르는 게 느껴졌다. 고개를 조금 숙였다. 대답 없는 대답이 되기 전에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리고 조심스레 입 밖으로 소리를 냈다.

 “저도 선생님이 궁금해요. 우리 만나 봐요.”

 이상우는 보리 찻잔을 감싸고 있던 내 왼손을 테이블 중앙으로 끌어다 꼭 잡았다.

 “첫 날부터 손잡은 거야? 상우씨 그렇게 안 봤는데. 나 때는 말이야….”

 “형님, 눈치 없게 여기서 끼어드시는 거예요?”

 “축하해요, 두 사람. 자주 데이트하러 와요.”

 “감사합니다.”

 “자주는 아니고 가끔 올게요.”

 밥을 먹긴 했던 것 같다. 무언가 이야기도 잔뜩 했던 것 같다. 하나하나 다 기억나진 않는다. 다만 ‘카페보리’의 불빛이 예쁘다고 느꼈고, 이상우가 한 질문 하나와 내가 했던 대답이 생각난다.

 -저랑 어떤 연애하고 싶어요?

 -아주 평범한 보통의 연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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