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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라니에스는 정말 라니에스인가
작가 : 사로야
작품등록일 : 2020.8.3

소설에서나 흔하게 겪는 일인 여자주인공한테 빙의를 했다.
원작 남자주인공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당신이 사랑했던 여자주인공인 라니에스는 이제 없다고, 말해야 하는 걸까.

 
31.
작성일 : 20-08-17 15:35     조회 : 242     추천 : 0     분량 : 4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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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인 라파엘의 추태가 아버지에게도 들렸는지 그리 많은 시간이 흐르지도 않았는데 누군가 급하게 저택의 문을 두드렸다.

 집사가 급하게 온 것을 보니 아무래도 아버지가 저택에 도착한 모양이었다.

 불안해하는 집사의 얼굴을 보며 나는 괜찮다는 듯 웃으며 응접실로 걸어갔다.

 

 응접실로 걸어가는 걸음이 무겁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멈추어 서진 않을 거다.

 이미 라파엘에게 뺨 한쪽을 내줄 때부터 결심한 일이다. 아버지가 뭐라 하든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아버지와 라파엘이 내 행복을 방해할 권리는 그 어디에도 없다.

 

 응접실로 들어가자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날 반기는 아버지가 보였다.

 난 아버지를 향해 부드럽게 웃어 보이며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맞은 편에 앉았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아버지.”

 

 “…너랑 안부 나누고 있을 시간은 없다.”

 

 “그러실 거라 예상했습니다. 그래서 본론부터 묻죠, 뭘 원하시는 거죠?”

 

 “이번 일은 그냥 네 실수로 넘어가라.”

 

 “…그러기 싫다면요?”

 

 “너를 키워주고 입혀준 은혜를 모르는 척할 셈이냐?”

 

 “이미 그 은혜는 몇 년간 라파엘의 추태를 눈감아준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만.”

 

 내 말에 아버지의 미간이 와락 구겨지는 것이 눈에 보였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조그마한 기대는 산산히 부서져 가루가 되어 바람에 휘날려갔다. 아버지는 역시나 라파엘뿐이었다.

 무슨 사고를 치든, 어떤 망나니짓을 하든, 사업이 실패해도 아버지는 늘 라파엘에게만 다시 기회를 줬다.

 

 나에겐 두번 다시 없을 기회를…. 라파엘에겐 두 번이고 세 번이고 줘서 그가 성공할 때까지 지켜봤다.

 그리고 성공하면 역시 아들이라며 기뻐하셨지. 그러나 내 성공은 아버지에게 그다지 기쁜 일이 아녔으며, 실패는 경멸의 이유가 됐다.

 매번 그런 식이었다. 그래도 나는 가족이라며 그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얼마나 아등바등 살아왔는가…….

 

 갑작스러운 회의감에 나는 마른 웃음을 지으며 눈앞에 있는 아버지를 바라봤다.

 어릴 땐 그렇게나 무섭고 한없이 커 보이던 아버지였는데, 이젠 나이가 들어서 노쇠한 모습을 보니 어떤 마음도 들지 않았다.

 정말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아서 오히려 이 상황이 평안할 지경이었다.

 

 “저는 이제 봐주지도 눈감아주지도 않을 겁니다.”

 

 “에드워드 펠포트…!”

 

 “네, 아버지. 저도 펠포트 가문의 영식입니다. 이 일을 걸고 넘어질 만한 충분한 위치에 있습니다.”

 

 “네 녀석이 기어이 우리 가문에 먹칠하려고 드는구나!”

 

 “무슨 소리입니까. 이 가문에 먹칠한 것은 제가 아니라 라파엘입니다.”

 

 “너…!”

 

 아버지는 분노에 못 이겨 손을 들어 손찌검하려 했으나, 내가 그의 팔을 막는 게 먼저였다.

 손안에 다 잡히고도 남는 팔을 보며 나는 이런 남자에게 겁을 먹었던 과거의 내가 한심스러워졌다.

 이리도 연약한 것을. 이리도 아무것도 아닌 사람을 몇 년간 무서워하고 피했다니…….

 

 눈앞에서 힘의 차이가 명백히 느껴지자 그도 얼굴이 새빨갛게 변했다.

 내가 이렇게 팔을 잡고 막으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는 것이 얼굴에 빤히 보였다.

 하긴, 아버지에게 이런 나는 무척 낯설 것이다. 나는 언제나 그의 말을 듣는 착한 아들이었으니까.

 

 아니. 착하기보단 멍청한 아들이었지. 그에게 이용당하는지도 모르고 순순히 이용당하던 멍청한 아들. 애당초 나를 아들로 생각은 할까?

 의문이 떠올랐으나 질문하려는 생각은 접었다. 어차피 정해진 답, 들어봤자 뭐하겠는가.

 

 “저는 이제껏 라파엘이 해온 행동을 모두 눈감아줬으나 이제부터는 아닙니다.”

 

 “…….”

 

 “저에 대한 추접스러운 소문도, 오늘 일어난 일도 전부 누가 했는지 명백히 밝히고 라파엘이 이 수도에 발붙일 곳이라곤 없게 만들 겁니다.”

 

 “…네 놈이 원하는 게 뭐냐.”

 

 겨우 이런 협박에 그의 아버지는 기꺼이 패배를 인정했다. 사랑하는 아들을 지키기 위해서…….

 이 작태에 나는 그저 웃음이 나왔다. 허망하고 허무했다. 결국, 내 가족은 이런 것이었다.

 나라는 존재는 어디에도 끼지 못하는 곳. 나는 철저히 제외된 그들만을 위한 안전하고 튼튼한 울타리.

 

 그것을 눈앞에서 확인하자 드는 건 그저 그럴 것 같았다는 생각뿐이었다.

 내 예상보다는 덜 슬프고…. 덜 비참한. 그저 익숙한 감정이었다.

 

 “라파엘을 반년간 북부에 있는 별장에 요양을 보내는 건 어떻습니까?”

 

 “반년씩이나 그 추운 북부에 라파엘을 보내라고?”

 

 “그 추운 곳에서 반년간 지내다 보면 라파엘도 반성하지 않겠습니까? 그 정도면 싼값이라고 보는데요.”

 

 “…….”

 

 “제가 반년간 그를 내쫓는 거로 이 사건을 좋게 포장해준다는데, 그 정도도 양보하지 못하시는 겁니까?”

 

 결국 좋게 포장해준다는 내 말에 그는 억지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으로 우리의 만남은 끝이었다. 더 다른 말도 필요로 하지 않았다.

 나는 원하는 것을 얻고 바로 응접실로 나갔다. 이쯤이면 하인들 사이에선 내가 라파엘에게 맞았다는 소문이 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난 그 소문을 잠재우기보단 더 크게 부풀릴 것이다. 반년 후에 그가 돌아와도 반길 하인이 아무도 없게 만들 작정이었다.

 귀족들 사이에선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고 웃으며 이야기하면 그들이 알아서 내 말을 뜯고 맛볼 것이다.

 아무리 곱게 포장해준다 한들 하인들 사이에서 흐르는 소문으로 모두 전말을 알겠지.

 소문으로 흥했으니, 소문으로 망해야지. 나는 냉소를 지으며 라파엘과 아버지가 저택을 떠나는 모습을 바라봤다.

 

 “참…. 보잘것없는 곳에 많은 걸 기대했군.”

 

 아니, 많은 걸 기대했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 어린 자신은 당연한 걸 요구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이 요구에 응해주지 않았을 뿐이지. 이제라도 그들을 내쳐서 얼마나 다행인가.

 그렇게 생각하고 웃고 싶었지만, 마음 한구석이 까끌까끌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오랜 시간 가족이라고 생각해왔고, 어찌 됐든 자신도 펠포트 가문의 이름을 지녔다.

 하지만 자신만이 펠포트로 인정받지 못했다. 상처받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상처받고 있었다.

 그들에게 배제될 때마다. 그들에게 이름이 아닌 사생아라고 불릴 때마다….

 

 처음엔 아파서 어쩔 줄 몰랐던 상처는 켜켜이 쌓여가 시간이 흐르고 나서는 아픔조차 느끼지 못했다.

 상처받는 거에 익숙해서 저런 말에 더 상처받지 않는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실제로는 여전히 그들의 말에 상처받고 있으면서도.

 

 “어리석었어. 정말로…….”

 

 어린 시절을 회상하자 눈물이 흘러내렸다. 처음, 이 저택에 들어올 때 나는 그저 기뻤다.

 비좁고 더러운 집에서 이렇게 커다랗고 화려한 저택에 들어오게 됐으니, 누구든 기뻐하지 않을까.

 하지만 어머니와 헤어지게 되고 가족이라고 생각한 이들에게 밀려나며 점점 생기를 잃고 기쁨도 잃어갔다.

 

 그렇게 이 커다란 저택 안에서 자신은 혼자가 됐다. 차라리 그 더럽고 좁은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혼자가 된 어린 자신은 매일 밤 눈물로 이불을 적셨다. 소리 내 울면 소리 내 운다 뭐라 할까 울음소리를 목 안으로 꾹꾹 삼켰다.

 그래도 그들에게 인정받겠다는 일념 하나로 어려운 공부를 하고 검을 잡고 예의 바르게 보이려 애썼다.

 그런 자신의 노력에도 그들은 무관심했다. 무관심한 그들을 보며 자신도 조금씩 포기하기 시작했다.

 

 나는 안되는구나. 나는 저들의 가족이 될 수 없구나…. 싫어도 알 수밖에 없는 사실이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지금까지 왔다. 유일하게 찾은 릴리마저도 그들 때문에 잃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당신들에게 자비를 베푸는 일은 없을 겁니다.”

 

 이미 사라진 두 사람을 떠올리며 나는 차갑게 뇌까렸다. 절대로, 절대로 멈추지 않을 것이다.

 잃어버린 모든 것을 찾아올 것이다. 한 발짝 뒤로 물러섰던 모든 일에 다시 손을 대고 움켜쥘 것이다.

 그것이 펠포트의 이름이든, 이 커다란 저택이든. 그것이 무엇이 됐든 간에 필요하다면 쟁취할 거다.

 릴리와 함께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면 그게 뭐가 됐든 자신의 것으로 만들 거다.

 

 “이렇게 한가하게 울고 있을 시간이 아니지.”

 

 흘러내린 눈물을 닦고 창문에서 시선을 돌린 뒤 집사를 불렀다. 이 커다란 저택에서 파티를 열어야겠다.

 소문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불러모아 뺨에 난 상처를 보여주고 은근슬쩍 하인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게 만들어야지.

 그래서 라파엘 펠로트가 얼마나 망나니인지. 그런 망나니인 형을 자신이 얼마나 관대하게 용서해줬는지 말하자.

 

 그럼 그들은 그 세 치 혀를 놀려 자신이 얼마나 관대했는지, 라파엘이 얼마나 위선적인지 떠들어댈 것이다.

 그러는 동안에 라파엘은 반년 동안 옴짝달싹도 못 하고 북부의 별장에 갇힌 채 자신의 평판이 날로 떨어질 걸 알면서도 아무것도 못 할 거다.

 아버지에 대한 신임도 떨어트려야지. 무슨 이야기를 흘리면 그 촉새 같은 사람들이 좋아할까.

 

 어린 시절의 불우한 경험 하나둘 파는 것쯤이야 아무 상관 없다.

 그들이 그걸 가지고 실컷 떠들어주면 그만이다. 그래서 아버지의 신임도 떨어진다면 더 바랄 것도 없지.

 이것으로 펠포트가를 통째로 삼켜서 릴리와 평생 함께할 수 만 있다면, 이보다 쉬운 일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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