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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아이돌스토리
천신애기씨의 아이돌 퇴마기
작가 : 하우힐
작품등록일 : 2020.7.31

귀신보다 사람이 무서운 무당 서은화와 귀신을 사랑한 민시우의 우당탕탕 아이돌 퇴마기

 
9화: 돌아와라. 민시우!
작성일 : 20-08-17 15:06     조회 : 287     추천 : 0     분량 : 5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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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병을 앓았을 때의 기억은 정말 끔찍하다. 내가 아픈 것도 아픈 거였지만, 가족들이 아픈 모습을 바라보기만 해야 한다는 건 산지옥과 다름없었다. 그때의 나는 가족들에게 불행한일이 자꾸 생기는 것이 내 탓이라는 걸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이 불행이 멈추는지도. 가족들도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평범한 인생을 포기하기 싫었다. 나는 아직 어렸고, 앞으로 하고 싶은 것도 많았다. 다시 회사에도 다니고, 남자친구도 사겨보고 싶었다. 결혼도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입을 다물었다. 부모님도 끝까지 딸의 인생을 지켜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셨다. 자신들에게 생기는 수많은 재앙에도 나를 무당에게 바로 데려가지 않으셨으니까. 하지만 세상에는 답이 정해져 있는 일도 있는 법이다. 그 답을 외면한 결과는 처참했다.

 

 만약 지금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나는 신병이 시작되자마자 신내림을 받을 것이다. 평생을 산 속에 처박혀 천신님께 기도하는 일밖에 못한다고 하더라도. 누구와도 어울리지 못하고, 평생을 외롭게 살아야하는 삶이라고 하더라도. 아무리 발버둥 쳐도 인간은 신의 뜻을 거스를 수 없다.

 

 ***

 

 "민시우!!! 민시우 어디 있어!!!"

 

 "형! 시우 형!"

 

 "민시우씨!"

 

 우리는 산을 오르며 목이 터져라 민시우를 불렀다. 대체 어디 있는 거야… 천신님 진짜 모르시겠어요? 제발 알려주세요...

 

 아무 말도 없으신 천신님에 한숨을 푹 쉬는데, 운재가 갑자기 한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쪽이에요. 절 따라오세요."

 

 퇴마에 뛰어나다더니 진짜인가 보다. 기운을 숨긴 귀신의 위치를 찾는 건 신엄마 급의 노련한 무당에게나 가능한 일이었는데, 운재는 신내림 받은 지 얼마 안 된 박수임에도 귀신의 위치를 파악한 듯 우리를 인도했다.

 

 나와 차도윤씨는 말없이 운재를 열심히 따라갔다. 하지만 1시간을 따라가도 민시우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날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운재씨. 아니 운재야, 이쪽 맞아? 신령님이 이쪽이래?"

 

 "귀신이 생각보다 강력하네요. 이 근처인건 확실한 데 꽁꽁 숨어있어요. 안되겠어요. 잠시 만요."

 

 운재는 등에 맨 가방을 열더니 접이식 탁상과 부적, 무구들을 꺼냈다. 아까 빨리 가야한다고 하는 데도 잠시 기다리게 하더니, 퇴마에 필요한 물건들을 챙겼나보다. 땅바닥에 털썩 앉은 운재는 부적을 태우며 법문을 외웠다.

 

 "리파리파제 구가구가제 다라니제 니가라제…"

 

 가만히 서있던 나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운재 옆에 앉아 방울을 빌려 흔들며 천신님께 기도했다. 제발 민시우를 찾게 해주세요… 운재가 귀신을 찾게 도와주세요… 저 때문에 다른 사람이 또 다치면 안 되잖아요... 제발 좀 도와주세요...

 

 운재는 눈을 번쩍 뜨더니 말했다.

 

 "북쪽"

 

 운재는 오색의 천으로 만들어진 깃발인 오방기를 섞으며 걸어갔다. 뽑히는 색에 따라 신령님께서 위치를 알려주시는 것 같았다. 그렇게 15분 쯤 더 걸었을까…

 

 웬 바위 밑에 누워 있는 민시우를 발견했다.

 

 "민시우!!!"

 

 나는 차도윤과 운재를 지나쳐 뛰어갔다. 민시우는 의식이 없고, 얼굴이 아주 창백했다.

 

 "민시우! 일어나봐! 민시우!!"

 

 "형! 눈 떠 보세요!"

 

 차도윤과 함께 민시우를 열심히 깨우는데 운재가 갑자기 내 뒷덜미를 잡더니 잡아당겼다.

 

 "악! 무슨…"

 

 화가 난 표정으로 운재를 쳐다보는 데, 운재는 민시우만 노려보고 있었다. 그 때 차도윤이 소리쳤다.

 

 "형! 형 괜찮아요? 형이 일어났어요!"

 

 민시우가 눈을 떴다. 원래대로라면 운재를 뿌리치고 민시우를 살피러 가야했지만, 귀신의 기운을 잘 느끼지 못하는 내게도 느껴졌다. 민시우에게 씐 귀신의 엄청난 분노, 욕망, 질투.

 

 위험하다.

 

 "차도윤씨, 천천히 이리로 와요."

 

 "네? 형이 드디어 눈 떴는데 왜…"

 

 "토 달지 말고 빨리."

 

 차도윤은 나와 민시우를 번갈아 보다가, 민시우가 눈을 뜬 채로 아무런 반응이 없자 살짝 겁에 질렸는지 주춤거리며 내게 다가왔다.

 

 "신당까지 데리고 갈 시간이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자리에서 퇴마하죠. 선배님이 도와주셔야겠습니다."

 

 "나는 퇴마 같은 거 한 번도 해본 적 없어. 배운 적도 없고. 어떻게 하는 줄 전혀 몰라."

 

 "제 지시를 따라주세요. 천신님의 제자이시니 조금은 도움이 되겠죠."

 

 운재의 단호한 목소리에 나는 할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민시우는 어느 새 앉아서 으르렁 거리며 우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우리 집에 쳐들어 왔을 때처럼 바로 달려들지는 않았는데, 아무런 퇴마능력이 없는 나와는 달리 운재에게서 어떤 기운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민시우씨가 또 도망가면 안 되니 결계를 쳐야겠습니다. 제 가방에 검은 무명천하고 새끼줄이 있을 겁니다. 저는 저 귀신을 제압하고 있을 테니 선배님이 결계를 쳐주세요. 그리고 잊지 말고 차도윤씨 눈을 무명천으로 감싸주세요. 차도윤씨가 다칠 수도 있습니다."

 

 그 말을 마치고 운재는 법문을 외기 시작했다.

 

 "폐류리발라바 갈라사야 달타아다야. 아라헐제 삼막삼발타야 달질타옴. 비살서 비살서 비살사 삼몰아제 사바하…"

 

 운재가 언제까지 귀신을 제압할 수 있을지 모른다. 나는 서둘러서 운재 가방에서 검은색 무명천을 꺼냈다.

 

 "저… 은화씨 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 시우 형이 이상해요."

 

 "쉿. 귀신에 씌었다고 했잖아요. 가만히 있어요. 위험하니까. 이거 눈에 감싸야 돼요 저 좀 도와줘요."

 

 우선 차도윤씨를 앉힌 뒤 검은 무명천으로 감쌌다. 민시우에게 씐 귀신은 엄청 강력해서 차도윤씨 같은 일반인은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다칠 수 있었다. 절대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신신당부 한 후, 민시우를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새끼줄을 깔았다. 천신님께 기도하면서.

 

 귀신이 도망 못 가게 해주세요. 가둬 주세요. 퇴마하게 도와주세요. 귀신이 도망 못 가게 해주세요. 가둬 주세요. 퇴마하게 도와주세요……. 저 때문에 다른 사람이 다치지 않게 해주세요……. 더 이상 저 때문에 누가 다치는 건 싫어요…….

 

 새끼줄이 짧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많이 남았다.

 

 "새끼줄 다 쳤어."

 

 "제 옆에서 같이 옥갑경 외워주세요."

 

 "나 법문 하나도 모르는데…"

 

 운재가 나를 한심하게 쳐다봤다. 그러게 나 퇴마 같은 거 할 줄 모른다니까?

 

 "그럼 옆에서 열심히 기도해요. 천신님께. 저 좀 도와주라고."

 

 "알겠어."

 

 운재는 작은 신칼을 꺼내더니, 손가락을 찔러 피를 냈다. 뚝뚝 떨어지는 피로 부적위에 뭔가를 쓰더니 법문을 외며 부적을 태웠다. 그리고 그 작은 신칼을 휘두르며 굿을 시작했다. 큰 칼이 아닌 작은 칼을 휘두르는 데도 위엄과 아우라가 느껴졌다.

 

 "옥황상제님. 세상의 균형을 해치는 악귀를 천도하고자 합니다. 옥황상제님의 힘을 빌어 우주의 순리를 되찾고자 합니다. 악령을 태울 지옥 불을 내려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운재가 옥황상제님께 기도를 시작하자, 가만히 있던 악귀가 갑자기 날뛰기 시작했다.

 

 "시끄러!!!"

 

 운재는 악귀는 무시하고 계속해서 칼춤을 췄다. 나는 천신님께 기도했다. 운재가 귀신 퇴마하는 거 도와주세요. 운재를 도와주세요.

 

 "우리 좀 내버려 두라고!!! 내버려 둬!!!"

 

 악귀는 민시우의 입을 빌려 소리쳤다.

 

 "시끄럽다! 귀신이 어디 사람 행세를 하려해! 당장 그 몸에서 나오지 않으면 옥황상제님의 지옥 불로 너를 소멸시키겠다. 당장 나와!"

 

 운재는 신령님의 기운을 담아 소리쳤다. 하지만 강력한 악귀는 그 기운에지지 않고 말했다.

 

 "니들이 뭘 알아. 나 없으면 얘는 혼자야. 우리는 서로 사랑해. 우리는 함께해야 해. 영원히. 우리는 지옥에 가서도 함께 할 거야!"

 

 "닥쳐라! 귀신 주제에 사람에게 해를 끼쳐. 네 죄가 더 깊어지기 전에 그 몸에서 나와라."

 

 운재는 칼춤을 멈추고 아직 피가 흐르는 손가락으로 민시우에게 다가가 이마에 점을 찍었다. 귀신은 괴로움에 몸부림치며 말했다. 운재에 의해 기운이 많이 가라앉은 듯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싫어. 우리는 함께야. 얘도 나 좋아해. 나 사랑해. 얘도 나랑 함께하고 싶대. 싫어… 혼자는 싫어…. 얘도 나랑 있는 게 좋댔어. 얘도 혼자거든. 혼자거든. 혼자거든."

 

 "웃기지마!"

 

 나는 더 이상 귀신의 헛소리를 듣고 있지 못하고 말했다.

 

 "걔가 왜 혼자야! 걔 가수야. 친구도 팬도 엄청 많아. 혼자는 너야. 너는 영원히 혼자야, 이 악귀야."

 

 내 말을 듣자마자 악귀가 비명을 지르며 내게 달려고 했다. 그 앞을 운재가 막고 민시우의 목을 잡아 바닥으로 내리눌렀다.

 

 "나와! 지금 그 몸에서 나오면 천도시켜 주겠지만, 안 나오면 환생도 못하게 소멸시켜 버리겠다."

 

 "싫어! 싫어!!! 외로워. 너무 외로워. 나 너무 외로워……."

 

 "시끄럽다. 당장 그 몸에서 나와!"

 

 "싫어. 진짜 싫어… 나 외로워… 혼자 있기 싫어… 외로워… 외로워… 잘못 했어… 우리 내버려둬… 혼자는 싫어……."

 

 외롭다는 귀신의 말은 진짜다. 귀신은 죽기 전에 있었던 기억을 반복해서 생각한다. 점점 다른 기억은 사라지고, 죽기 직전의 기억과 가장 강렬했던 감정만 남는다. 저 귀신은 지금 이 세상 누구보다 외로울 것이다. 그리고 민시우도 지금 저 귀신이 느끼는 외로움을 느끼고 있을 터였다.

 

 왜냐면 나도 느끼고 있으니까. 무당은 귀신을 퇴마하고 소멸시키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귀신의 명복을 빌고 천도해주는 사람이기도 하다. 지독한 외로움을 느끼고 있을 귀신이 불쌍해졌다. 나도 외로움이 얼마나 괴로운지 잘 아니까.

 

 나는 기도했다. 저 귀신이 민시우의 몸에서 나와, 천도해서 자신의 죗값을 치루고 다시 태어나기를. 더 이상 이승에서 괴로워하지 말고 저승으로 떠나기를.

 

 간절한 내 기도에 천신님이 빙의하는 게 느껴진다. 나는, 천신님은 운재의 옆에서 민시우의 팔을 한 손으로 잡으며 법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옴 삼다라 가닥 사바하. 지장보살 멸정업진언. 옴 바리 마리다니 사바하."

 

 "싫어… 나 외로워… 싫어… 같이 있을래…. 나 여기 있을래…"

 

 귀신은 끝을 예감한 듯 눈물을 흘리며 계속 중얼거렸다. 운재는 나를 보고 잠시 놀랐지만, 곧 함께 귀신의 업을 소멸시키는 법문을 외웠다.

 

 "옴 삼다라 가닥 사바하. 지장보살 멸정업진언. 옴 바리 마리다니 사바하."

 

 "옴 삼다라 가닥 사바하. 지장보살 멸정업진언. 옴 바리 마리다니 사바하."

 

 "외로워… 괴로워… 또 혼자되긴 싫어… 싫어..."

 

 "옴 삼다라 가닥 사바하. 지장보살 멸정업진언. 옴 바리 마리다니 사바하."

 

 "옴 삼다라 가닥 사바하. 지장보살 멸정업진언. 옴 바리 마리다니 사바하."

 

 "미안해… 미안해… 외로워서 그랬어… 미안해… 춥다. 너무 춥다. 외롭다. 외로워… 나 너무 외롭다…"

 

 그 말을 끝으로 천신님과 운재가 함께 외는 법문에 귀신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천도했다.

 

 민시우의 눈에도 내 눈에도 소리 없는 눈물이 흘렀다.

 

 이제 다 끝났다.

 

 민시우를 괴롭히던 귀신을 드디어 퇴마했다.

 

 다행이다. 이번엔 늦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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