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판타지/SF
지오르고스의 일기
작가 : 현서랑
작품등록일 : 2020.7.31

J. 그녀는 그것을 지오르고스의 일기라 적었지. 모르탈 아이움, 그 옛 시대에 지오르고스가 일궈내어 셀 수 없는 시간을 지나온 그 신비의 역사를. 이젠 J라는 그 작은 여자아이의 이름이 우리들의 진실 위에 허구성과 함께 덮여질 테지. 인간들은 우리들의 존재를 믿으려하지 않아. 앞선 존재들. J는 우리를 그렇게 부르더군. 인퀴스토 디토스란 신들과 엄연히 구분되어야 함에도 말이야.

 
네냐 II
작성일 : 20-08-17 11:57     조회 : 246     추천 : 0     분량 : 4678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네냐 3_

 시내는 꾸준히 흘렀다. 어젯밤 그 물 흐름 장단에 맞춰 무대로 나온 곤충들은 우는 소리로 자장가를 만들어 우리에게 곤한 잠을 선물했다. 아침 해를 맞자 우렁차진 계곡물은 또 다른 곡조가 되어 지빠귀들의 노래를 우리들 잠자리 천장에 띠웠다. 나와 이니스는 그 청아한 소리들을 받아 잠에서 깼고, 셰펄드는 여느 아침의 뤼귀처럼 이미 깨어있었다. 밤사이의 대화로 셰펄드와 조금 더 친밀해진 이니스는 잠에서 깨자마자 셰펄드에게 말을 걸었다.

 

 - 어르신네 종족은 잠도 없습니까?

 

 - 아니요. 우리도 사람들처럼 잠도 자고 음식도 먹지요. 다만 뤼귀와 제가 잠이 없는 편입니다. 루마스피나의 괴물들 중엔 룬다르 초입부터 엘다를 너머 스루가 중순까지 내내 잠을 자는 놈들도 있습니다. 놈들은 카루드 말부터 따뜻한 잠자리를 찾아 동굴을 파고 산속을 뒤지지요.

 

 이니스를 향한 셰펄드의 대답은 그런 식이었다. 그는 이니스가 물은 것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했고, 그녀의 흥미를 살피기까지 했다. 그것은 순전히 이니스의 화법 때문이었다. 매력이라고 해도 됐다. 내가 그녀와 같은 화법을 미리 구사할 줄 알았다면, 셰펄드를 쫓아다닌 수개월동안 많은 서사거리를 이끌어냈을 지도 모른다.

 셰펄드는 뤼귀가 이른 아침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그 예상은 빗나갔다. 오전의 무료한 시간을 맞이할 쯤엔 허기가 찾아왔다. 그러나 아침 식사는 없었다. 주변엔 산열매가 없었고, 계곡은 너무 얕아 물고기도 없었다. 난 열매를 찾아 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려했지만 셰펄드가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 아직 이 산맥엔 루크룸 괴물들이 있어. 테스미르미드로 넘어간 것들은 산속보다는 평지를 좋아하는 놈들이었을 거다. 그러니 위험한 짓 말고 그냥 있어라.

 

 난 주린 배를 안고 계곡 가에 앉아야 했다. 반면에 이니스는 대화로 허기를 달랬다.

 

  - 야경들이 페르미나에서 많은 사람을 죽였다고 들었습니다. 여기 산속에 있는 야경들과 페르미나에 숨어있는 야경들도 이번에 루크룸으로 돌아갈까요? 자신들의 본대가 언더옥포드를 떠났으니 말입니다.

 

 - 아니요. 아가씨, 그들은 명령을 따르는 자들이 아닙니다. 자국 소식엔 관심조차 없을 겁니다. 그것들은 다 들개 같은 놈들이에요. 강제로 잡아다가 더 사납게 키워 적지에 풀어놓은 짐승인 셈이죠. 놈들에게 이성이 붙어있었다면 자신들의 대열을 벗어나 그렇게 뿔뿔이 흩어지지도 않았겠지요.

 

 둘은 계속해서 대화를 나눴다. 뤼귀가 도착한 건 오정쯤이었을 것이다. 그가 셰펄드의 예상보다 늦게 도착한 데엔 이유가 있었다. 그는 페르미나에서 실비아루스 공주를 만난 후, 남부해안의 동태까지 살피고 온 것이었다.

 

 - 남해에 있던 테스미르미드와 루완의 수군이 이곳의 지상군과 합류하고 있어. 당장 오늘 저녁에라도 언더옥포드 요새를 공격할 기세더군.

 

 뤼귀가 전해준 첫말은 그랬다. 셰펄드 역시 그 소식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 언더옥포드에 남은 인간들이 항복을 안 한 건가? 이곳 정황이 뤼귀 네 바람대로 흘러가진 않으려나보다.

 

 - 내 바람대로 흘러간 경우야 뭐 몇 번이나 있겠나. 왜 언더옥포드에서 투항군을 보내지 않는 지 난 이해할 수가 없군. 로워드가 요새를 공격하면 지금 그곳에 있는 아르도르 병사들은 아무도 살아남지 못할 거야.

 

 - 로워드라는 그 녀석도 썩 나긋한 인간은 아닌가보군. 실은 나도 아르도르 놈들의 생각이 이해가 안 된다. 그놈들은 죄다 멍청해서 자기네들끼리 제 땅을 지키다가 몰살당하는 걸 명예라고 여기고 있는 걸지도 몰라. 루크룸으로 돌아간 괴물들이 자신들의 모든 전력이었다는 건 그놈들도 분명히 알 텐데 말이다.

 

 - 궁금하면 직접 가서 확인해보는 법도 있지. 퀘니 네가 언더옥포드 요새로 가서 확인해보겠나? 난 그동안 이곳으로 합류하는 남부 수군의 함선들을 바다에 붙잡아둘 테니.

 

 셰펄드는 귀찮은 내색을 보이면서도 뤼귀의 제안을 수락했다.

 

 - 그러지. 로부르 공주와 만난 일은 어떻게 됐냐.

 

 - 실비아루스 공주는 로부르군을 풀어 페르미나로 넘어온 야경들을 수색하고 산맥을 감시하고 있어. 문제는 오디아르 웰렌이야. 그는 북부 연합군의 통솔권을 쥐고도 아네이 강변에서 병사들을 놀리고 있어. 실비아루스 공주 말로는 웰렌 그가 루치노르 협곡에서의 전투 이후로 유독 진퇴를 망설이는 것 같다더군. 그가 적의 기습에 대비하지 않았던 것 때문에 병사들의 사기도 말이 아니라고 하던데…….

 

 - 하! 북쪽의 뛰어난 모사들을 두고도 독단을 취하는 꼴이라니. 클로드 왕이 웰렌 그놈을 왕세자로 택했다던데. 루멘의 그 잘난 오디아르 왕가도 이제 곧 몰락하게 생겼다. 아니면 그 가문보다 루멘이 먼저 망하던지.

 

 셰펄드는 자기 무릎을 치며 좋아했다. 망해가는 성국을 보며 기쁜 척을 하는 건 그다운 모습이었다.

 뤼귀는 남쪽으로, 셰펄드는 동쪽으로 떠났다. 우린 적진으로 향하는 셰펄드와는 동행할 수가 없었고, 한시가 급한 뤼귀와는 발을 맞출 수가 없었다. 나와 이니스는 천천히 남쪽으로 이동해 오톤 보좌관의 진영으로 향했다. 루완의 파수병들은 우리의 얼굴을 익혔는지 아무런 절차도 없이 우리를 자신들의 진영에 들였다. 우리가 진영에 도착했을 땐 이미 뤼귀가 바다로 들어가 해류를 부리고 있었던 것인지, 조각배를 탄 양국의 전령은 해변에 도착해있었고, 사나워진 서쪽바다에 대해 보고를 해오던 참이었다. 그러나 당장에 우리 눈에 보이는 해안의 물결은 여전히 잔잔하기만 했다.

 해변을 걷던 이니스는 전령들의 우렁찬 보고 속의 큰 파도를 찾으려 까치발을 들어 서쪽 수평선을 살폈고, 난 그런 그녀를 따라다녔다. 그 와중 옷시아가 바닷가로 나왔고 그녀는 우리와 짧게 인사를 나눈 뒤 바다를 보며 전령을 다그치기 시작했다.

 

 - 대체 파도가 어디 있다는 것이냐. 군사께서는 왜 거짓을 대면서까지 출정을 늦추고 계신 것인지 네가 아는 사실을 모두 숨김없이 말하라.

 

 - 그것은 오해십니다. 제 말은 거짓이 아닙니다. 로워드 군사께선 한시라도 빨리 장군님과 합류하고자 하십니다.

 

 - 섬만 한 파도가 갑자기 일어나 우리 함대를 서쪽으로 밀어냈다는 얘길 나더러 믿으라는 말이냐?

 

 전령의 얼굴엔 그가 느끼는 억울함이 그대로 드리워져 있었다. 때마침 오톤이 해안가로 나왔는데, 그는 억울함에 말을 못 잇는 그 전령을 대신해 옷시아에게 사실을 인지시켰다.

 

 - 장군. 저희 쪽 함대에서도 같은 전언이 도착했습니다. 서쪽에 나가있던 제 부관들도 바다에서 급작스런 큰 파도가 이는 걸 봤다고 합니다.

 

 옷시아는 뒤늦게 오톤과 인사를 나눴고, 오톤은 우리에게도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옷시아는 기다림에 지쳐보였다. 그녀의 부대가 이곳에 머문 지는 며칠뿐이 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이후 그녀가 오톤과 나눈 들리지 않는 대화 속에서도 그녀의 투기는 비쳐졌다.

 두 지휘관의 대화가 끝나갈 무렵이었다. 여전히 서쪽 바다를 살피고 있던 이니스는 한 쾌속선을 발견해 두 수장을 불렀다. 테스미르미드의 기장을 단 그 쾌속선이 들어오는 육지로 가장 먼저 다가선 이는 옷시아였다. 배에서 내린 전령은 새로운 전언을 전해왔다. 지상군의 출정 명령이었다. 전령은 파도에 진군을 가로막혀 화가 나있는 로워드의 심기에 대해서도 옷시아에게 전했고, 로워드의 심기를 그대로 이어받은 옷시아는 그 자리에서 당장 부하들에게 출전 태세를 갖추라 명했다.

 오톤 역시 진군할 채비를 갖추기 시작했으나, 그 준비는 길게 가지 못했다. 브리테니엄에서도 전령이 도착한 것이다. 브리테니엄에서 전해온 여왕의 결정은 루완의 모든 병사들의 태세를 내려놓게 만들었다.

 

 - 주공께서 결정을 보내주셨습니다. 저흰 뤼귀 선생의 조언대로 철군할 것입니다.

 

 오톤이 우리에게 그렇게 말해줬고, 그것은 뤼귀가 들으면 좋아할 만한 소식이었다. 허나 옷시아는 굳건했다. 진군을 늦추거나 재고할 생각 따윈 그녀에게 없었다. 결국 양국의 행로는 갈라졌다. 나와 이니스 또한 행로를 선택해야 했다. 이니스는 루완의 지상군과 동행하려 했다. 나도 물론 그것을 당연한 것이라 여겼으나, 한편으론 위험한 모험심이 무시하지 못할 만큼 일어났다. 셰펄드는 이미 언더옥포드 요새에 가있는 상황이었고, 테스미르미드의 지상군이 요새 함락전을 시작하면 뤼귀 역시 그곳으로 갈 것이 분명했다. 또한 전쟁터와 멀어지면 그만큼 서사거리를 잃게 될 것은 뻔했다. 난 옷시아의 군대와 동행하고 싶어졌다. 그리고 이니스에게 그 소망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난 그녀만은 루완군과 동행하도록 권했다. 내 무모한 결정으로 인해 그녀마저 위험에 들게 하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다. 고집이 센 그녀는 날 따라오고자 했으나 이번엔 내가 더 고집을 부렸다. 마침내 내 걱정은 전해졌고 그녀는 아쉬움을 뒤로한 채 나와 잠시 떨어질 것을 약속해주었다.

 먼저 떠나는 건 나였다. 테스미르미드의 군대는 해가 지기도 전에 모든 채비를 갖추고 진군을 시작했다. 난 그들과 동행하기 위해 다른 누구도 아닌 사령관 옷시아를 직접 찾아갔다. 그리고 그녀에게 허락을 구했다. 말 위에서 가만히 날 내려다보던 그녀는 철수를 준비하고 있는 루완의 병사들에게도 자신의 목소리가 들리게끔 목청을 높여 내게 대답했다.

 

 - 그대가 루완의 서기라면 우리와 동행해도 좋다. 루완의 도움 없이 우리 테스미르미드가 이룩해내는 승리를 그대는 기록하게 될 것이다.

 

 지휘관의 허락을 받은 난 테스미르미드 지상군 후열의 보병들과 함께 걸었다. 그리고 현재의 밤까지 이동해 요새가 보이는 평원에 머물러있다. 막사는 지어지지 않았다. 오늘 밤에 전투가 벌어질 지에 대해선 알 방법이 없다. 전열의 움직임은 어둠에 가려 잘 보이지 않으나, 정찰병들의 횃불은 이 주변을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다.

 셰펄드도 뤼귀도, 하물며 이니스도 없이 혼자 전장에 있으니 겁이 나고 외롭다. 오후에 작별하던 이니스의 얼굴이 별들 가운데 떠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4 네냐 VIII 2020 / 8 / 23 237 0 10347   
23 네냐 VII 2020 / 8 / 22 255 0 12654   
22 네냐 VI 2020 / 8 / 21 257 0 4717   
21 네냐 V 2020 / 8 / 20 235 0 7805   
20 네냐 IV 2020 / 8 / 19 240 0 8653   
19 네냐 III 2020 / 8 / 18 250 0 12175   
18 네냐 II 2020 / 8 / 17 247 0 4678   
17 네냐 I 2020 / 8 / 16 252 0 6634   
16 나가 VI 2020 / 8 / 15 243 0 4947   
15 나가 V 2020 / 8 / 14 260 0 5026   
14 나가 IV 2020 / 8 / 13 233 0 8509   
13 나가 III 2020 / 8 / 12 250 0 7021   
12 나가 II 2020 / 8 / 11 253 0 4802   
11 나가 I 2020 / 8 / 10 259 0 8461   
10 엘레노어 IX, J 5 2020 / 8 / 9 257 0 5063   
9 엘레노어 VIII, J 4 2020 / 8 / 8 259 0 4894   
8 엘레노어 VII 2020 / 8 / 7 269 0 4877   
7 엘레노어 VI 2020 / 8 / 6 258 0 4064   
6 엘레노어 V, J 3 2020 / 8 / 5 247 0 7960   
5 엘레노어 IV, J 2 2020 / 8 / 4 244 0 5539   
4 엘레노어 III 2020 / 8 / 3 268 0 7052   
3 J 1 2020 / 8 / 2 269 0 7013   
2 엘레노어 II 2020 / 8 / 1 271 0 5506   
1 엘레노어 I 2020 / 7 / 31 450 0 1344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