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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왕좌의 조건
작가 : raloralo
작품등록일 : 2016.9.15


아버지가 죽은 후
떠돌이 소금장수로 전락한 우불이 왕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13. 억울한 누명
작성일 : 16-10-19 09:50     조회 : 391     추천 : 0     분량 : 5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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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억울한 누명

 

 

  한 낮의 주막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막 입항한 배가 사람들을 떨어 놓았기 때문이었다. 안둥1)에서 출발한 그 배는 소노부에서 운영하는 운송선이었는데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타고 있었다. 우불과 재모도 그 중의 한 사람이었다. 소금가마니를 짊어지고 들어온 우불과 재모는 북적거리는 주막을 둘러보다 한적한 자리로 들어갔다.

 

 

  우불이 찾은 자리는 주위를 기울이지 않고서는 볼 수 없는 곳이었다. 수실촌으로부터 오 년이나 지난 우불은 어린아이가 아니었다. 소털이 사라진 얼굴은 새카맣게 그을었고 넉 자가 될까 말까 한 몸은 소금가마니를 짊어질 만 하였다. 주모가 부리나케 가져온 국밥을 집어든 우불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도록 등을 돌렸다.

 

 

  “땅이 갈라졌다는 얘기를 들었는가?”

  “죽은 사람도 있었다면서.”

  “땅속으로 빨려 들어갔다고 하데.”

  “갈라진 틈으로 빨려 들었구만.”

  "난리여, 난리."

 

 

  사나이들의 말에 우불은 고개를 돌렸다. 농투성이들로 보이는 사나이들은 우불과 재모가 앉은 곳에서 세 자 정도 떨어진 탁자에 앉아 있었다. 사나이들의 얘기 소리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사내들이 먼저 꺼낸 얘기는 땅이 갈라진 것에 관한 것이었다. 사나이들은 땅이 갈라졌다는 것이 하늘이 성났다는 것을 알리는 거라면서 왕에게 경고를 한 것이라고 하였다. 아울러 사나이들은 여섯 달 동안 비가 안 온 것도 왕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나이들은 왕이 정신을 못 차리니까 경고를 한 것인데 그것도 모르고 궁궐을 증축한다고 하였다.

 

 

  “크기가 엄청나다면서……?”

  “배는 늘린다고 하데.”

  “백성들은 먹을 것이 없어서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말이 있는 디 뭔 궁궐을 늘린다는 것이여.”

  “우리는 죽으라는 거지.”

  "이 놈의 세상은 언제 고꾸라질지."

 

 

  사나이들은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는 세상이 된 것은 다 왕 때문이라면서 왕이 죽지 않고서는 바로서지 않을 것이라고 하였다. 사실 그 사나이들의 얘기는 사람들도 다 아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주의 깊게 듣는 것은 사람들의 속을 긁어주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 속에 눈이 있다는 것을 잊은 게냐.”

 

 

  재모는 고개를 돌리고 있는 우불에게 외쳤다. 재모가 퉁명하게 소리친 것은 라존이 쫓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키기 위해서였다. 라존은 우불이 생각한 것보다 무서운 사람들이었다. 대표적인 예가 누더기를 걸친 사나이였다. 누더기를 걸친 사나이는 살수 중의 살수로 재모도 상대하기 버거운 사람이었다. 라존은 그와 같은 사람들이 모인 곳이었다. 재모는 국밥을 집어 들면서 말했다.

 

 

  “옆이 있는 사람이 적이라고 생각해라.”

  “여기는 산이 많네요.”

  우불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산이 많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강가가 이 정도인데, 안쪽은 더 하겠지요.”

  “수레를 끌 수도 없을 게다.”

  “수레를 안 빌릴 거예요?”

  “그래야겠지.”

  재모는 고개를 끄덕였다.

  “바깥쪽으로는 조금 낳기는 하겠지만, 수레를 끄느라 힘들이는 것 보다 지게에 지고 다는 것이 낳을 게다.”

  “내일 한낮에 관가 앞에서 만나기로 해요. 길도 험한데 만나느라고 시간 뺏길 것 없이 한 됫박이라도 더 팔고 내일 만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안쪽은 내가 맡을 테니까 너는 바깥쪽으로 가거라.”

  “힘들지 않겠어요. 소금가마니를 지고 다니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닐 텐데……”

  “너 만 못할 것 같아서 걱정이냐?”

 

 

  우불과 재모는 주막을 나왔다. 산은 우불과 재모가 생각한 것보다 많았다. 강가에 이어진 평야를 제외하고는 험악한 산이었고 산을 넘지 않고서는 동네를 오갈 수 없었다. 우불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수레를 끌지 않은 것이 여러 번이었고 재모만큼은 아니어도 다리품을 판만큼은 팔았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우불이 있는 곳은 소금이 귀한 곳이었다.

 

 

  그것은 우불의 착각이었다. 밤늦게까지 동네를 돌아다녔으나 다섯 됫박도 팔지 못했다. 우불은 지쳤다. 그도 그럴 것이 거의 쌀 한 가마니나 되는 소금가마니를 지고 돌아다녔으니 한 발짝도 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던 것이다. 우선 우불은 잠자리를 정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우불이 있는 동네는 ‘사수촌’이라는 산골로 묵을 만한 주막이 없었다. 우불은 서리 만 피할 수 있으면 감지덕지라고 생각하면서 가까운 곳에 있는 대문을 두드렸다.

 

 

  “계십니까! 계십니까!”

  “뉘시요?”

  노파가 고개를 내밀었다.

  “지나가는 소금장수입니다.”

  “소금장수가 뭔 일이요?”

  “날이 저물어 묵을 데가 없어서 그러는데 하룻밤 묵을 수 없을 까요. 값은 쳐드리겠습니다.”

  우불의 대답에 노파는 대문 밖으로 나왔다. 생각보다 노파는 늙은 사람이었다. 노파는 이마에 있는 몇 가닥을 제외하고 흰머리였고 푹 꺼진 눈자위에는 주름이 깊었다.

  “값을 내겠다고?”

  노파는 푹 꺼진 눈을 껌벅이면서 말했다.

  “하룻밤 묵게 해주신다면 값은 충분히 내겠습니다.”

  “소금으로 지불 할 수 있느냐?”

  “할머니가 원하시는 대로 해드리겠습니다.”

  “뭐 그렇다면, 묵게 함세.”

 

 

  우불은 노파가 안내한 방으로 들어갔다. 노파가 안내한 방에는 가구하나 없이 침상 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침상에는 세 명의 아이가 자고 있었다. 세 아이 중 벽 쪽에 허리를 구부리고 누운 아이는 여섯 살 즈음 보이는 사내아이였으며 가운데에 손가락을 빠는 아이는 막 걸음을 뗀 것 같았고 갓에 누운 계집아이는 일곱 여덟 살 즈음 돼 보였다. 아이들은 모두 뼈가 툭 튀어 나왔으며 얼굴에는 마른버짐이 올라와 있었다. 노파는 곤하게 자고 있는 아이들의 엉덩이를 후려쳤다.

 

 

  “일어나. 일어나.”

  노파는 불식간(不識間)에 일어나 눈 만 껌벅이는 아이들을 데리고 나갔다. 잠시 후에 방으로 들어온 노파는 아이들이 자던 침상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얼마나 낼 생각이냐?”

  노파는 눈자위를 실룩거리면서 물었다.

  “한 됫박을 드리겠습니다.”

  “한 됫박?”

  “보통은 잘라서 계산하는 데 어르신에게는 소복하게 주겠습니다.”

 

 

  노파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 거래는 우불의 손해였다. 객관이 숙식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제시하는 가격이 소금 반 됫박이었다. 그런데도 한 바가지를 지불하겠다고 한 것은 묵을 데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우불은 이만한 것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침상에 누웠다.

 

 

  다음 날, 우불은 일어나자마자 소금지게를 가다듬었다. 사수촌에서 관가까지는 두 시진, 점심 전에 도착하려면 길을 나서야 했다. 막 밀빼2)를 잡은 우불은 노파의 말에 멈췄다.

 

 

  “값이 모자란 것 같다.”

  “부족하다니요?”

  “하룻밤 묵는 값으로 한 됫박은 부족한 것 같단 말이다.

  “무슨 말씀입니까? 객관에서 숙식을 제공하는 값으로 받는 것이 반 됫박입니다. 그런데 어르신에게는 묵는 데 만 한 바가지를 지불했습니다. 그것도 소복하게 쌓아서요. 그런데 그 값이 모자란다는 것입니까?”

  “거기는 거기의 계산이 있는 법이고, 여기는 여기의 계산이 있는 법이지.”

 

 

  우불은 화가 나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한 마디로 노파는 억지를 쓰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그 지역의 특성에 따라 계산이 다르다는 주장은 타당하다고 할 수 있었다. 문제는 완불이라는 것이었다. 계산이 이의가 있더라도 완불에 대해서는 이의를 달지 않는 것이었다. 더 더 화가 나는 것은 우불을 얕보았다는 것이었다. 만약 우불이 어른이었다면 계산을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우불은 목까지 올라온 화를 누르면서 말했다.

 

 

  “저는 계산을 마쳤는데요.”

  “그러니까 그 계산이 덜 됐다는 말 아니여.”

  “저는 계산을 마쳤으니까 가겠습니다.”

  우불은 얘기해 봤자 화만 나겠다고 생각하면서 소금지게를 지고 나왔다.

  “도둑이며! 도둑이며!”

  대문 밖가지 쫓아온 노파를 다리를 붙잡고 외쳤다.

  “도둑이라니요?”

  “도둑이여! 도둑이여!”

 

 

  노파의 소리는 사수촌사람들을 뛰어나오게 하였다. 가운데에 던진 돌이 연못을 흩어 놓듯이 노파의 소리가 사수촌사람들을 뛰어나오게 한 것이다. 얼떨결에 뛰어나온 사수촌사람들은 눈앞에 벌어진 상황을 주시하였다.

 

 

  “네가 어르신의 물건을 훔쳤느냐?”

  사수촌사람 중 나이가 지긋한 사나이가 나섰다

  “훔치다니요? 저는 지나가는 소금장수 일 뿐입니다.”

  우불은 고개를 흔들었다.

  “소금장수라고?”

  나이가 지긋한 사나이는 눈을 찡그렸다.

  “그렇습니다”

  “……”

  “저는 소금을 팔다가 묵을 데가 없어서 소금 한 바가지를 내고 하룻밤 묵은 것입니다. 그런데 할머니가 아침에 값을 올려달라고……”

  “저놈은 말은 다 거짓말이여. 저 놈이 하룻밤 만 묵게 해달라고 사정을 해서 묵게 해준 것이여!.그런데 저놈 우리 며느리가 시집올 때 가져온 가죽신을 훔쳐갔어.”

  노파는 우불을 막으면서 소리쳤다.

  “거짓말입니다. 제가 하룻밤 묵는 값을 올려달라는 걸 거절하니까 도둑으로 모는 겁니다.”

  “내가 하룻밤 묵는 값을 올려달라는 걸 거절하니까 도둑으로 몬다는 거여.”

  노파는 어이가 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이 놈이 가죽신을 훔친 걸 들키니까 나를 나쁜 년으로 만드는 구만.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여기 한 동네 사는 사람들이 더 잘 알 것 이구만. 그래두 내 말을 못 믿겠거든 여기 이 놈이 지고 있는 소금가마니를 풀어보면 알 것 이구만.”

  노파의 말에 사수촌에 사는 사나이는 우불에게 말했다.

  “보여줄 수 있겠느냐?”

 

 

  사나이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우불은 지고 있는 소금가마니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뜻밖에는 소금가마니 속에는 노파가 얘기한 가죽신이 들어있었다.

 

 

 

 

  주석

  1) 단동의 옛 이름으로 압록강 하류에 있는 도시.

  2) 지게에서 멜 수 있도록 양 어깨에 늘어트릴 수 있는 부분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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