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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지오르고스의 일기
작가 : 현서랑
작품등록일 : 2020.7.31

J. 그녀는 그것을 지오르고스의 일기라 적었지. 모르탈 아이움, 그 옛 시대에 지오르고스가 일궈내어 셀 수 없는 시간을 지나온 그 신비의 역사를. 이젠 J라는 그 작은 여자아이의 이름이 우리들의 진실 위에 허구성과 함께 덮여질 테지. 인간들은 우리들의 존재를 믿으려하지 않아. 앞선 존재들. J는 우리를 그렇게 부르더군. 인퀴스토 디토스란 신들과 엄연히 구분되어야 함에도 말이야.

 
네냐 I
작성일 : 20-08-16 13:00     조회 : 252     추천 : 0     분량 : 6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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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냐 1_

 이른 아침엔 떠날 준비를 마친 뤼귀가 나와 이니스를 깨웠다. 뤼귀와 양국 지휘관들과의 대화는 밤사이에 끝이나있었다. 오톤은 리오르닌 여왕에게 전언을 보내 철군에 대한 결정을 미뤄둔 상태였으나, 옷시아는 뤼귀의 요청을 거절했다.

 뤼귀가 떠날 곳을 딱히 정해놓은 것은 아니었다. 단지 그는 자신이 어디로든 움직여 전황에 관여해야 한다고 여기고 있었다. 다가올 인간들의 희생에 대해서 그는 스스로 책임을 느끼기라도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여태껏 봐왔듯, 그는 자신과 뜻이 맞지 않는 지도자와 한 곳에 머무르기를 기피했다.

 

 - 여기까지 오는 뱃길이 의미가 있었나 싶군. 적진이 코앞인 전선에 자네와 이니까지 데리고 오다니 말이야.

 

 뤼귀는 회의감에 빠진 듯 그렇게 말했고, 곧 우리의 길이 아닌 자신만의 방향을 떠올렸다. 그는 언더옥포드 동해, 타탈로니아해라 불리는 거친 바다에 나갈 생각이었다. 적의 증원에 대해 살펴보자는 것이 그의 계획이었다. 그는 마치 적의 증원군을 그 바다 위에서 직접 맞닥뜨리길 바라는 것 같았다. 타탈로니아해를 단지 살펴봄에서 끝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바람은 시기를 알아차려 네냐에 어울리는 선선함을 머금고 있었다. 나와 이니스는 뤼귀가 떠나는 길에 동행할 수 없었기에 루완 진영에 머물러야했다. 뤼귀가 떠나고 난 바깥을 돌아다녔다. 세지는 바람은 기장을 쓰러뜨리고 말들의 갈기를 서쪽으로 흩날렸다. 날이 평소보다 일찍 어두워져 시간을 가늠할 수도 없었다. 낙관적인 생각은 통 들지 않았다.

 레기오른 오톤은 바람 속에서 거닐던 날 보고는 내 곁으로 다가왔다. 그는 여느 부관들처럼 내 비망록을 의식했다. 그러나 그다지 예민하게 굴진 않았다. 그는 내게 뤼귀의 행방에 대해 물었고, 난 뤼귀가 동쪽으로 떠났다고만 대답했다. 그리고 우리의 대화가 끝날 쯤, 난 이곳 전황에 대해 비관적이던 뤼귀의 견해를 내 말 끝에 곁들였다. 덤덤한 표정의 오톤은 뤼귀의 판단에 대한 긴말을 아꼈다.

 

 - 곧 주공께서 결단을 보내주시겠지요.

 

 그때 부관 한명이 오톤을 찾아왔는데, 부관이 가져온 것은 파도가 사나워 서쪽에 있는 수군의 출정이 늦춰졌다는 보고였다. 오톤은 부관과 함께 바닷가로 나가 날씨를 확인했고, 나 역시 그들을 따라갔다. 그러나 우리 눈앞의 바다엔 잔잔한 출렁임만이 간혹 있을 뿐 육지에 부는 거센 바람에 비해 수면은 평온하기만 했다.

 그 뒤 오후, 뤼귀는 진영을 떠난 지 불과 한나절 만에 다시 돌아왔다. 이번에도 그의 옷은 물에 젖어있었다. 그러나 그는 양국의 지휘관들보다 이니스와 날 먼저 찾았다. 그가 가져온 정보는 크게 두 가지였다.

 

 - 언더옥포드의 야경들이 루크룸으로 돌아가고 있어. 남부군의 정찰에 들키지 않으려는지 은밀히 요새를 빠져나가고 있더군.

 

 - 그럼 그 소식을 어서 이곳에 알려야하지 않을까요?

 

 이니스는 물었다. 그러나 뤼귀는 반대했다.

 

 - 아니. 로워드와 옷시아의 출정을 앞당기게 될 거다. 전력을 잃은 언더옥포드 요새에서 먼저 항복해온다면 불필요한 희생이 덜할지도 모르지.

 

 뤼귀가 걱정한 것은 현재 테스미르미드 두 수장의 호전성이었다. 이니스와 나 역시 로워드와 옷시아를 마주해본 탓에 뤼귀의 생각을 이해했다.

 뤼귀의 다음 말은 내겐 보다 흥미로운 것이었다. 셰펄드의 행방에 대한 소식이었다.

 

 - 셰펄드가 이 근처에 있어. 난 그를 만나볼 생각이네.

 

 이니스와 내겐 뤼귀와 동행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날이 많이 어두워 우린 셰펄드와의 재회를 내일로 미뤘다.

 

 

 네냐 2_

 오늘 아침 우리가 루완 진영을 떠나는 데엔 아무런 제약도 없었다. 뤼귀는 우리에게 말을 탈 필요도 없을 것이라 장담했고, 그의 말을 옳았다. 말은커녕 긴 걸음마저 필요 없었다. 남부 연합군의 최전선, 언더옥포드와 가까운 산등성이에 셰펄드는 숨어있었다. 그가 피한 것은 남부 연합군 파수병들의 눈이었다. 그는 우리가(정확히 말해서는 뤼귀가.) 자신을 찾아올 것을 알고 은신처를 마련해 기다리고 있었다.

 

 - 어젯밤부터 기다리고 있었는데 왜 이제 오냐.

 

 셰펄드 그가 우릴 보자마자 한 불평이다. 그는 이니스에게 고개를 살짝 숙였고 심지어 다정하게 웃기까지 했다. 그러나 내겐 제 턱을 살짝 올렸다 내린 것이 전부였다. 그는 내 비망록과 펜을 보자마자 진력을 내며 찡그렸다.

 두 인퀴스토 디토스에겐 밀린 대화가 많았다. 나와 이니스에겐 경청의 시간이 주어졌다. 말을 먼저 건넨 건 뤼귀였다.

 

 - 펄먼 아델리오가 죽은 지도 벌써 꽤 됐군. 그때 네가 안 여왕의 신변에 대해 확인도 않고 헤스판으로 달려갈 줄은 몰랐는데.

 

 - 그야 뤼귀 네가 브리테니엄에 있는 걸 알았으니까.

 

 - 내가 브리테니엄 궁을 지켜낼 걸 알았다고?

 

 - 여기 린그노르 땅에서 네가 날 쫓아다닐 일 말고 할 일이 더 있겠냐. 내가 갈 곳이 브리테니엄뿐이란 걸 넌 알았을 테니 당연히 네가 거기에 있을 거라 생각했다.

 

 뤼귀는 웃었다.

 

 - 퀘니. 난 네가 그저 무모한 건지 정말로 선견이 뛰어난 건지 모르겠다.

 

 - 내가 포페타에서 곧장 헤스판으로 떠나지 않았으면 네가 날 찾아내 말렸을 거 아니냐. 그럼 펄먼 그자식도 아직까지 살아있었겠지.

 

 - 흠. 포페타엔 왜 가있던 건가?

 

 - 아르도르 사절단 놈들이 무슨 짓을 꾸미고 있는지 오비디우스를 만나서 같이 파헤쳐보려고 했다. 그런데 글쎄 포페타 성곽지기 놈들이 영주의 명령이랍시고 성문을 안 열어주더라.

 

 실제로 지혜가 뛰어나다 알려진 포페타의 영주 로메로 오비디우스는 아르도르 사절단이 포페타로 보내진 시기 내내 성문을 닫아두고 사절단을 포함하여 그 누구도 성 안에 들이지 않았던 것이다. 때문에 포페타로 보내진 아르도르의 사절단은 한날 한 시로 계획되어 있던 모반을 치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성 밖에서 공성전을 감행해야했던 것이었다.

 뤼귀는 오비디우스의 기지에 대해 짧게 칭찬했고, 셰펄드는 그런 오비디우스가 자신과 친분이 깊은 사이라며 장난스럽게 우쭐댔다.

 잠시 후 뤼귀는 대화의 주제를 바꿨다.

 

 - 네 흔적을 잘도 다루던데. 네가 그런 재주를 터득했을 줄은 몰랐군.

 

 셰펄드는 어깨를 으쓱였다.

 

 - 뤼귀, 난 네가 동족들을 대할 때마다 하는 행동들을 눈여겨봤다. 실체감인지 뭔지 내가 그걸 느껴본 적은 없어도 그걸 숨기고 드러내는 데엔 방법이 있는 것 같았어. 풀과 나무를 피하면서 최대한 날숨을 참은 게 효과가 있었나보다. 근데 그게 헤밀롯 같은 녀석한테는 소용도 없나보더라.

 

 뤼귀는 또 한 번 웃었다.

 

 - 재밌는 방법이군. 뭐 어차피 이젠 나나 헤밀롯에게서 숨을 필요 없잖나. 헤밀롯이 내게도 네 소식을 전했어. 레기야가 네게 경고했다지. 그 친구 인내심도 이제 바닥이 난 게야.

 

 문득 초연해진 셰펄드는 하늘을 향해 고개를 젖혔다.

 

 - 네 감시를 받을 때가 차라리 나았지. 그래도 헤밀롯까지는 달갑지 않은 정도였는데 말이야. 레기야가 나선다니 내가 어쩌겠냐? 내 자유도 이제 끝났다. 그래도 펄먼 그 폭군을 죽인 일엔 후회 없어.

 

 - 퀘니. 넌 대단히 삐뚤어져 있어. 살생을 네 자유라고 여기고 있었다니.

 

 그러나 살생은 셰펄드에게 취미와도 같았는지 그가 남쪽으로 내려와 이곳에 자리를 잡은 이유가 사실은 살생을 이어가기 위함이었다. 그는 뤼귀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 북부에서 내려온 연합군들은 지금 아네이 강변에만 머무르고 있어. 겁먹고 후퇴한 적을 치지 않는 것이 여간 답답하잖아? 난 그래서 여기로 온 거야. 이들은 조만간 언더옥포드를 치겠지. 난 루완을 도울 거다. 내가 자란 나라의 전쟁이니만큼 레기야도 내 정당성을 인정할 테고 뤼귀 너도 이들을 돕고 있으니 날 막을 이유는 없다.

 

 - 기어코 살인을 멈추지 않겠다는 말이군. 사람 피를 뿌리는 게 그렇게 좋은가?

 

 - 너희 우두머리들은 날 어린애로만 보지? 원래 사내아이는 어른들이 하지 말라는 짓을 더 하려고 드는 법이다.

 

 하지만 본래 아이들이란 스스로 철없음을 인정하지 못한다. 지각없는 때가 지났을 때 비로소 어린 티를 벗는 것이다. 뤼귀는 어른이기에 그것을 알았다.

 이후 둘 사이엔 아르도르의 섭정에 관한 이야기와 안 여왕에 대한 안부 등이 오갔고, 화제는 이곳 언더옥포드의 전황에 대한 것으로 이어졌다. 뤼귀는 셰펄드에게 야경부대의 회군 소식을 전했는데, 셰펄드는 오히려 뤼귀보다 많은 정보들을 알고 있었다.

 

 - 제 땅에 불이 났으니 당연히 돌아가야지. 뤼귀 넌 북부의 소식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 모르다니 무슨 소린가? 불이 나?

 

 - 이 혼란의 시기에 록를린과 카르고가 가만히 쉬고만 있었겠냐. 그들은 얼마 전 대군을 일으켜 루크룸을 쳤어. 아마 그 군대를 막으려면 이곳으로 와있던 루크룸 병력이 전부 제 땅으로 돌아가야 할 거다.

 

 뤼귀는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곧바로 입술을 닫은 채 눈 속으로 수많은 생각들을 쫓기 시작했다. 셰펄드는 자신이 전한 소식의 가치를 알고 있었고 거기에 설명을 더했다.

 

 - 난 한동안 카르고에 있었어. 강대국이라는 놈들이 배반자를 내버려두고 뭘 하려는 건지 궁금했다. 거기서 카르고 부관 몇 놈을 만났는데 말이야. 그것들은 이미 영토 확장에 대한 꿈으로 부풀어있더라. 나도 그땐 동쪽 전선의 균형이 깨질 거라곤 생각도 안했어. 그런데 후에 보니 그들이 일으킨 병력이 실로 어마어마하더라. 록를린과 카르고 양국의 전 병력이 움직였다고 봐도 될 정도야.

 

 뤼귀는 동벌에 차출된 병력의 수부터 물었다.

 

 - 강병만 족히 10만은 넘을 거다. 라귈라 그놈이 혼자서 막아내지 못할 규모임은 분명해. 그러니 이곳에 있는 제 부하들을 급히 불렀겠지.

 

 일전에 뤼귀는 라귈라라는 야경에 대해 설명해준 적이 있었다.(서사에 기록했던 것도 기억이 난다.) 셰펄드는 루크룸의 왕인 라귈라에 대해 그다지 좋지 않은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뤼귀는 한결 무거워진 시선을 잠시 거둬둔 채 또 다시 화제를 돌렸다. 자신들의 고향 레인웜에 대한 이야기였다.

 

 - 이제 본토로 돌아갈 루크룸의 야경들은 이곳 해전에 대해서 자신들의 왕에게 보고할 거야. 헤밀롯도 내 행위를 알고 있지. 아마 우리 레인웜은 조만간 중립의 입지를 잃게 될 테니 퀘니 너도 미리 편을 선택해두는 게 좋을 거다. 보나마나 인간들 편일 테지만.

 

 셰펄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 내 뜻에 부합하는 왕령이니 기꺼이 받들어야지.

 

 그러나 우리의 자리엔 셰펄드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이가 한 명 있었다. 그저 넘어갈 성격이 아닌 이니스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결국 둘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 왕령이라뇨?

 

 순간 놀래버린 내가 뤼귀와 눈을 맞추는 사이, 셰펄드는 어리둥절해하는 이니스의 시선을 가장 먼저 가로챘다.

 

 - 아가씨께선 모르고 계셨습니까?

 

 - 예? 무엇을요?

 

 - 하! 뤼귀 네가 용케도 잘 숨겼다. 아가씨. 아가씨가 만났던 헤밀롯이란 자는 세르부스의 왕입니다. 여기 이 메어 뤼귀라는 남잔 그의 친구고요. 인간들 중에서도 지체 높은 귀족들이 이에게 스승의 예를 보이며 허리를 숙이는 걸 봤을 것 아닙니까? 그런데도 아가씨께선 이 메어 뤼귀라는 남자가 그저 본분 없는 별종인줄로만 아셨습니까?

 

 이니스는 입을 벌린 채 말을 잃었다.

 

 - 그동안 내가 별것도 아닌 놈한테 감시당하는 신세로 보였겠군. 하!

 

 어디서 신이 오른 것인지 모를 셰펄드는 뤼귀의 소매를 툭툭 건들며 혼자 웃었고 뤼귀는 어색하게 웃으며 나의 당황에 눈을 맞출 뿐이었다.

 뤼귀의 신분이 드러남과 함께 대화는 끝이 났다. 근처엔 백광처럼 맑은 물이 얕게 흐르는 계곡이 있었다. 그곳의 물소리는 우리를 불렀다. 이른 네냐엔 나무들의 잎도 지지 않아 물속은 투명한 자갈들의 빛만이 가득 차있었다. 뤼귀는 셰펄드가 전해준 정보를 바탕해 닥쳐올 미래를 구상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고, 나와 이니스는 계곡에서 물을 마셨다. 이니스는 뤼귀의 정체에 대해 알고 있으면서도 내내 숨겨온 날 책망했는데, 내가 그것에 대한 사과를 건네려던 중 헛디딘 발밑에선 물이 튀어 그녀의 얼굴을 적셨다. 그때 난 그녀가 내는 앙큼한 비명에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녀는 내 웃는 얼굴에 앙칼진 물세례를 부었고, 셰펄드는 그런 우릴 보며 얼굴을 가리곤 몰래 웃었다.

 곧 계곡가로 돌아온 뤼귀는 스스로 세운 목적에 대해 확신이 부족했다. 그는 떠날 것을 결정하고도 남북의 기로에서 고민했다. 그에게 도움이 된 건 이니스였다.

 

 - 저희가 루치노르를 떠나올 때 실비아루스 공주님께선 뒤늦게나마 어르신에 대한 신의를 보이셨어요.

 

 이니스의 말은 뤼귀의 기로를 결정했다.

 

 - 그렇다면 그녀를 만나는 것은 적어도 의미 없는 걸음이 되지는 않겠구나.

 

 말을 남긴 뤼귀는 나무가 빼곡히 들어찬 북쪽으로 떠났다. 그는 빠른 이동을 위해 혼자서만 떠났다. 그가 실비아루스 공주와 무엇을 논의할지는 모른다. 다만 그가 바라는 것이 전쟁과는 반대되는 것임은 확실했고, 그는 현 전쟁에 나와 있는 여러 지휘관들 중 자신의 편이 되어줄 이를 찾고 있었다.

 

 - 명색이 중립국의 왕이란 자가 전쟁 통에서 저리 바쁘다니 웃기지도 않아. 만약 뤼귀 저 친구가 인간이었으면 왕이 되지도 않았을 거야. 그가 티는 안내지만 난 알아. 그는 제 등의 책임을 내려놓고 싶어 해. 아니면 자기가 책임감을 느낄 필요가 없도록 주변을 정리하려하지.

 

 뤼귀가 떠난 뒤 셰펄드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불을 피워 몸을 말리는 이니스와 내게 들리게끔 말이다. 본인 나름대로 대화를 원한다는 표현이었을 것이다. 늘 쌀쌀맞은 척하지만 그도 가끔은 사람들과의 대화를 바랐다. 이니스도 말하고 듣기를 좋아했으니 둘은 그런 면에서 잘 맞았다. 둘은 닷테일 여관과 그곳의 주인장인 이니스의 부친에 대해 얘기를 나눴고, 그 대화는 내게 있어서 비망록에 새길 만큼 흥미로운 것들은 아니었다.(그렇다고 이제껏 흥미로운 기록만을 담아온 것만도 아니긴 하다.) 때문에 난 둘의 밋밋한 대화를 두고 부지런히 잠자리를 마련했다. 뤼귀가 일찍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겨두긴 했으나, 셰펄드의 짐작에 따르면 우린 이곳에서 적어도 하루를 기다려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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