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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아이돌스토리
내 여자친구는 아이돌?
작가 : 연초록달팽이
작품등록일 : 2020.8.9

'아이돌'이 등장하는 청춘 성장 멜로 로맨스 판타지? '스토리'입니다.

 
아쉽지만 다음 기회에
작성일 : 20-08-16 10:55     조회 : 206     추천 : 0     분량 : 47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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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나!"

 태혁이 저만치서 연이에게 반갑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헐, 너!"

 점점 그와 가까워지던 연이는 그의 얼굴이 뚜렷하게 보일 정도로 가까워지자, 다짜고짜 태혁에게 돌진하더니 불쑥 얼굴을 들이밀었다.

 가까운 그녀의 얼굴에 그는 당황하며 말을 더듬었다.

 "왜, 왜요. 이, 이상해요?"

 "아니. 완전 잘생겼어. 진즉에 좀 꾸미고 다니지. 너 아이돌 해도 되겠다."

 불쑥 부끄러워진 태혁은 기분 좋은 듯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며 봉긋한 자신의 뒷머리를 쓸어 보였다.

 "누나도 예뻐요."

 그의 반응에 연이는 싱긋 웃었다.

 "그래서 오늘은 뭐 먹을까? 뭐든 빨리 먹으러 가자. 나 엄청 배고파."

 "먹고 싶은 거 있어요?"

 "나는 아무거나 다 괜찮아."

 "저기 볶음밥 집 맛있다던데, 볶음밥 먹으러 갈래요?"

 "아, 나 뜨거운 거 못 먹어."

 "그럼 냉면?"

 "나 차가운 것도 못 먹어."

 "그럼 우리 갯지렁이 먹을까요?"

 "죽을래?"

 "죄송합니다."

 둘은 티격태격 장난을 치며 식당을 찾았다.

 

 ******

 연이는 왼손으로 수저를 들었다.

 그리고는 오른손으로는 포크를 들더니 면을 집어 들고는 수저 위에 뱅글뱅글 돌렸다.

 이내 돌돌 말려진 면을 호로롭 빨아들였다.

 그것을 멀뚱히 쳐다보던 태혁이 물었다.

 "근데 누나, 왜 그렇게 먹는 거예요?"

 "어?"

 "왜 그렇게 먹는 거냐고요."

 "어쭈. 이제 먹는 걸로도 시비냐?"

 "아, 아니."

 그는 당황한 듯 포크를 들더니 그대로 면을 들어 올려보였다.

 "그냥 이렇게 들고 먹으면 되잖아요. 근데 드라마 같은 데 보면 여자들은 꼭 그렇게 먹길래."

 "먹어봐."

 "네?"

 "그렇게 먹어보라고."

 "왜, 왜요."

 연이는 그만 물어보라는 의미로 태혁을 쏘아보았다.

 태혁은 그녀의 위협적인 눈빛에 그대로 면을 빨아들였다.

 "봐봐. 너 입에 다 묻었잖아."

 연이는 역시나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핀잔을 주었다.

 태혁은 흠칫 놀라 재빨리 휴지로 입술을 닦아냈다.

 그런 그를 앞에 두고 그녀는 아까처럼 다시 돌돌 면을 감았다.

 "근데 봐봐."

 그녀는 그것을 예쁘장하게 말아놓더니 그대로 얌전히 자신의 입에 집어넣어 보였다.

 그리고 그녀는 다람쥐마냥 오물오물 면을 씹으며 뿌듯한 듯 말똥말똥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어때? 깔끔하지?"

 입술을 쭉 빼는 연이를 보며 태혁은 피식 웃었다.

 무슨 생각이었는지 그는 불쑥 그녀에게 손을 뻗었다.

 아마 아무 생각 없었을 것이다.

 이내 그는 그녀의 볼에 묻은 하얀 스파게티 소스를 슬쩍 닦아주었다.

 "잘 모르겠는데요."

 그 순간 연이의 얼굴이 조금 빨게졌다.

 그것을 보고 태혁은 오히려 더 놀라 잔뜩 얼굴을 붉혔다.

 그는 그녀의 얼굴에서 휙 손을 떼었다.

 "아, 저. 그. 나. 저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어? 어, 어. 그래. 잘 갔다와."

 태혁은 연이를 두고 호다닥 화장실을 향해 도망쳤다.

 

 ******

 "저 혹시.."

 한 남성이 쭈뼛쭈뼛 연이에게 다가왔다.

 "유마이보이 현 아니세요?"

 "아, 네. 맞아요."

 그녀는 싱긋 웃어보였다.

 "헐. 저 유마이보이 완전 팬이에요."

 "어머. 감사합니다."

 "식사 중에 죄송한데, 싸인 한 번만 해주시면 안 될까요?"

 "당연히 되죠. 어디에다가 해드리면 될까요?"

 "아. 여기, 여기에다가 해주세요."

 "넹."

 연이가 싸인을 해주는 동안 그녀의 팬은 그녀의 실물에 감탄을 금치 못하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그러더니 그는 슬쩍 그녀의 앞에 놓인 접시들을 보았다.

 "근데, 누구랑 같이 오셨나봐요."

 "네? 아, 네."

 "헐, 대박. 누구랑 있으신 거예요?"

 연이는 그의 질문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살짝 얼굴을 찌푸렸다.

 아무리 연예인이라고, 누구랑 밥 먹는 지까지 말해줘야하나?

 그런 그녀의 앞으로 그는 끈질기게 물었다.

 "윤이 누나랑 오신 건가요? 아니면 희정 누나?"

 아.. 연이는 순간적으로 민망함을 느꼈다.

 "아, 아니요. 친구랑 왔어요."

 "아, 그렇구나. 감사합니다."

 너무도 예의바른 남성에 연이는 아까의 오해에 대한 약간 미안함까지 느껴졌다.

 "사진 찍으실래요?"

 "네!"

 연이의 제안에 남성은 몹시 신이 나서는 곧장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

 태혁은 화장실에서 나오자마자 연이와 다정하게 사진을 찍는 남성을 발견하고 말았다.

 그 순간 그의 머릿속에는 오만가지 상상이 들어앉기 시작했다.

 뭐야, 저거. 아는 사람인가? 아니, 근데 무슨 아는 사람이 밥 먹다가 사진을 찍어. 그리고 뭔데, 뭔데 저리 다정한 건데.

 그는 휙 시선을 연이에게 돌렸다.

 그러자 해맑게 웃는 그녀가 눈에 들어왔다.

 왜 저렇게 예쁘게 웃어주는 거지. 싫으면 저렇게까지 안 웃을 거 아니야. 누나도 좋아서 같이 찍는 건가.

 그는 다시 남성에게 시선을 돌렸다.

 협박당했나? 아니면 식당 이벤트 같은 건가?

 수많은 상상들이 이어지던 중에 연이와 사진을 찍던 남성은 연이와 짧은 악수를 나누더니 생글생글 웃으며 날아갈 듯한 걸음을 옮겼다.

 그녀는 그것을 보며 방긋 웃더니 다시금 뱅글뱅글 포크를 돌리기 시작했다.

 태혁은 조심히 자리에 앉았다.

 연이는 그를 보며 빙긋 웃어보이더니 아무 일도 없는 듯 수저를 물었다.

 태혁은 밥이 입에 들어가는 지도 모르고는 잡념으로 단지 입을 오물거렸다.

 "누구에요?"

 "어?"

 "아까 그 사람이요.."

 "아.."

 그녀는 잠시 고민하더니 기분 좋은 표정으로 그에게 말했다.

 "나 좋아해주는 사람?"

 그 말을 들은 태혁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왜?"

 연이가 되물었지만 그는 화가 난 사람처럼 입을 꾹 닫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응?"

 연이는 갸웃갸웃 태혁을 따져보았다.

 "...아니에요."

 호오. 이런 건 놓칠 수 없는 연이였다.

 "혹시 삐진 거야?"

 "아, 그런 거 아니거든요? 갑자기 밥 먹다 말고 왜 삐져요."

 "흠.. 아닌데. 너 딱 봐도 얼굴에 삐졌다고 써져있는데?"

 연이는 독심술사처럼 그를 철저히 읽고 있었다.

 "..진짜 싫어. 예쁘지나 말던가."

 퉁명스럽게 주절거리는 태혁의 말을 못 들은 체하며 그녀는 태혁에게 손을 내밀었다.

 "자! 일어나. 내가 사실 삐진 꼬맹이들 달래주는 건 전문이거든."

 그런 그녀의 손을 무시하며 태혁은 톡 쏘아붙였다.

 "아쉽네요. 전 삐지지도 않았고, 꼬맹이는 더더욱 아니라서요."

 태혁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한껏 삐졌음을 어필하고는 식당 밖을 향했다.

 어쭈. 연이는 그런 무방비한 상태의 태혁의 등에 폴짝 달려들었다.

 그녀는 삐지지 않은 척하는 꼬맹이의 어깨에 은은하게 팔을 감싸며 그대로 헤드락을 걸었다.

 "아쉽지만 꼬맹이들은 자기가 꼬맹이인 줄 모르거든. 삐진 사람도 마찬가지고."

 그녀의 달콤한 촉감과 부드러운 향기가 그에게 닿았다.

 그러자 그는 자신이 삐졌다는 사실도 망각한 채 또다시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아, 놔요. 누나 엄청 무겁거든요?"

 "뭐, 이씨? 지금 나 돼지라고 놀린 거지?"

 "아니, 돼지에 돼자도 꺼낸 적이 없는데."

 "또! 또 지금 나한테 돼지라 그랬어! 넌 죽었어!"

 "아니, 안 그랬다고, 이 돼지야!"

 

 ******

 "너 이거 해봤어?"

 잔뜩 인형을 담은 유리판에 얼굴을 뭉개며 연이가 물었다.

 "아뇨. 한 번도 안 해봤어요."

 "오케이. 이 누나가 오늘 너 인형 가게 하나 차리게 해줄게."

 연이는 잔뜩 신나서 팔을 걷어붙였다.

 "누나 지금 완전 애 같은 거 알아요?"

 애라는 말에 연이는 째릿하고 태혁을 쏘아보았다.

 "너 지금 인형 무시한 거야?"

 "누나, 저 지금 인형의 인자도.."

 "인형은 말이야, 모든 여자들의 로망 같은 거란 말이야. 오죽하면 예쁜 사람들을 보면 인형같다고 말하겠어. 그래서 휴대폰이든 가방이 되었든 꼭 하나씩은 매달고 다녀야 하는 필수템 같은 거라고. 근데 지금 그 인형을 무시했다? 그건 지금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들과 그 외에도 인형을 사랑하는 남성들, 인형을 핑계로 데이트 하는 커플들과 인형을 물고 노는 강아지들, 그리고 그곳에 자리한 곰팡이들까지도 무시하는 행위라는 거 알고나 하는 소리야?"

 속사포 같은 그녀의 말이 끝나자 그것에 공감하듯 주변 커플들의 시선이 일제히 태혁을 쏘아보았다.

 그 시선에 당황한 태혁이 안절부절하면서 변명했다.

 "아, 아니. 저도 인형 좋아해요. 어, 저 안에 저거 뽀르르 인형 아니에요?"

 태혁이 기계 안의 커다란 펭귄 인형을 가리켰다.

 "뭐가?"

 "저 큰 펭귄 인형이요."

 "...아, 그러네. 포르르."

 "...누나, 뽀르르 몰라요?"

 "아, 당연히 알고 있지. 푸르르."

 "야, 이씨."

 

 ******

 "탕!"

 "요오!"

 요란한 감탄사와 함께 과녁이 힘없이 넘어졌다.

 "너 남자 맞구나?"

 "그럼 제가 남자지, 여자에요?"

 "쉿. 집중해, 집중. 집중해서 나머지 두 개만 더 맞춰봐. 그러면 저거 받을 수 있다고."

 연이는 상품으로 매달린 조그마한 강아지 인형을 가리켰다.

 "누나, 제가 이래봬도 군생활할 때 연대 전체에서 혼자 만발을 맞춘.."

 "야아! 시간 없다니까! 빨리!"

 연이를 바라보며 헤실헤실 자랑해대는 태혁에게 연이는 발을 동동 구르며 달려들었다.

 그녀는 그의 등에 자신의 가슴을 밀착시키더니 그의 팔을 사르르 감싸안았다.

 당황하는 태혁에게 여전히 잔뜩 몸을 붙인 채 그녀는 아까와 마찬가지로 살포시 그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얹더니, 방아쇠를 쥔 태혁의 손가락을 지그시 눌렀다.

 "탕!"

 "아, 야아! 이 멍청아! 내가 집중하라고 했잖아!"

 그녀는 아쉬움에 펄쩍 뛰었다.

 하지만 그는 미친 듯이 뛰는 심장소리 때문에 그녀가 뭐라고 하는 지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단지 아쉬움에 반짝거리는 그녀의 입술만이 그의 눈에 들어올 뿐이었다.

 본능이 그의 몸을 이끌어, 그의 입술은 어느 샌가 그녀의 입술을 훔쳤다.

 깜짝 놀란 여우는 토끼 눈을 하고 흠칫 물러났다.

 물론 더 놀란 것은 언제나 태혁이었다.

 본능이 제 임무를 다하고 물러나자, 덩그러니 남아버린 부드러운 입술의 잔향과 동그랗게 놀란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그녀의 얼굴이 태혁을 온통 붉게 물들였다.

 "누, 누나 때문이잖아요. 누나가 시끄럽게 해서."

 그는 애꿎은 연이를 탓한 뒤 없는 정신줄을 붙잡은 채 다시 총을 잡았다.

 그와 동시에 기계는 시간이 종료되었음을 알리며 그를 희롱했다.

 "에게! 조금만 더 맞추지 그랬어요. 아쉽지만 다음 기회에 다시 도전해봐요!"

 
작가의 말
 

 ...건방진 커플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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