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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이세계 여행기
작가 : joseu
작품등록일 : 2020.8.6

연화가 이 세계를 여행하는 이야기입니다

 
1-1화 앤의 첫만남
작성일 : 20-08-16 02:33     조회 : 239     추천 : 0     분량 : 2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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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창문에 매달린 흰 커튼이 살갑게 흔들렸다.

 

 어두운 나무 바닥은 드넓게 펼쳐졌다. 그 사이사이로 햇빛이 그려낸 고운 낙서를 고스란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여느 때와 같이 한적한 집 안, 그러나 사뭇 따듯한 그곳에서 대화 얘기가 어렴풋이 들려왔다.

 

 “연화 누나. 솔직하게 말해봐.”

 

 그중에는 소년의 차분한 목소리가 섞여 있었다.

 

 테이블에 앉은 소년은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맞은편에 있는 그녀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언제부터 내 얘기를 편지에 담기 시작한 거야?”

 

 “그, 그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쭉 써왔지······.”

 

 “그랬구나.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 충분히 그럴 만 하지.”

 

 소년은 활짝 웃었다. 묘하게 스산한 기류가 흘러나왔다.

 

 “근데 도대체 어디까지 적은 거야?”

 

 “그, 그게 말이지······?”

 

 소년의 시선을 슬며시 피한 그녀는 말을 더듬었다.

 

 “어느 정도까지 적었어?”

 

 또박또박 말하며, 소년은 밀어붙였다. 그럴수록 그녀는 사시나무 떨듯 와들와들 떨었다.

 

 “설마 전부 다 적었어?”

 

 딸꾹질하는 귀여운 소리가 들렸다. 몇 초간 침묵이 흘렀다.

 

 눈썹이 꿈틀거린 소년은 맞은편을 빤히 응시했다. 뻣뻣하게 몸이 굳은 그녀는 바닥을 보며 침묵으로 일관했다.

 

 “저기, 혹시 어디까지 아세요?”

 

 소년은 슬금슬금 시선을 돌려 그 여자, 앤을 바라봤다.

 

 아마도 해명을 촉구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앤은 이 상황이 낯선 것처럼 눈을 깜빡거리며 어정쩡하게 있었다.

 

 “그 편지 덕분에 즐거웠어요?”

 

 앤은 배시시 웃으며 애매한 대답을 내밀었다.

 

 그 대답이 어떤 의미로 다가왔는지, 얼굴이 점점 홍당무처럼 붉어진 소년은 뾰로통하게 그녀를 노려봤다.

 

 “하, 하지만 안 쓰기에는 네가 너무 귀여웠단 말이야······!”

 

 몸을 움찔 떤 그녀는 오히려 성을 내며 최후변론을 펼쳤다.

 

 최후변론을 가장한 엉뚱한 소리였다. 눈물을 머금은 소년은 도끼눈을 치켜뜨며 큰소리쳤다.

 

 “처음 본 사람이 내 흑역사, 실수들을 다 안다고 생각해봐!”

 

 “앤 언니에게도 알 권리가 있어!”

 

 영부인 집에서 예의범절이라곤 하나도 없는 광경에도, 앤은 소년과 그녀가 서로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앤은 찻잔을 든 채로 창밖을 바라본다. 맑은 하늘이었다.

 

 

 ◈

 

 

 앤에게 그녀와의 첫 만남은 이렇도록 유쾌하지 않았다.

 

 느닷없이 찾아온 먹구름이 하늘을 가리운 어느 날.

 

 앤은 산길에서 그다지 달갑지 않은 손님을 맞이했다.

 

 가볍게 두들긴 한두 방울이 어느새 거센 빗줄기로 돌아오고, 단단했던 지면은 금세 질퍽거렸다. 총총걸음을 치고 가느다란 손으로 비를 막으며, 집으로 향하던 앤은 천천히 멈춰 섰다.

 

 산길에 누군가가 쓰러져 있었다. 그는 아무런 미동도 보이지 않았다. 비로소 상황파악이 된 앤은 조심스레 다가갔다.

 

 “저기요?”

 

 그러면서 슬며시 말을 건넸지만, 그는 반응이 없었다.

 

 서서히 드러난 그의 정체는 가냘프고 여린 여자였다.

 

 앤은 그녀를 흘깃 살펴보더니 순간 안색이 사색으로 변했다.

 

 그녀를 감싼 물웅덩이는 선혈의 색으로 번져가고, 정신없이 흐트러진 머리카락 사이로 검붉은 액체가 얼굴에 흘러내렸다.

 

 그것만으로도 그녀가 어떤 곤경에 처했는지 알 수 있었다.

 

 “지, 지혈······. 일단 지혈을 해야 해!”

 

 덜덜 떠는 손을 부여잡은 앤은 당장 해야 할 일을 떠올렸다.

 

 하지만 아까 전만 해도 산책하던 앤에게 지혈할 물건이 있을 리 없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인지 앤은 주변을 살펴봤지만 도움이 될만한 물건이 아무것도 없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위급해 보이는 그녀를 앞둔 앤은 입술을 깨물더니 양손으로 치맛자락을 집으면서 물어 찢었다. 옷에서 처량하게 뜯겨나간 천으로 그녀의 머리를 둘러맸다. 매듭을 짓자, 그녀의 얼굴에 묻은 피가 빗물에 씻겨 내려갔다.

 

 앤은 의식을 잃은 그녀를 부축해 일으켰다. 축 늘어진 몸과 물기를 머금은 옷이 무겁게 짓눌렀지만, 한 발짝씩 내디뎠다.

 

 산길에서 벗어나자, 곧바로 마을의 거리가 보였다.

 

 “여기에 잠시 계세요.”

 

 잠시 후, 제집에 도착한 앤은 그녀를 거실 의자에 앉혀놓고 방에서 천과 마른 수건, 그리고 자신의 옷을 가져왔다.

 

 물론 그녀를 침대에 눕혀도 됐지만, 그녀의 옷이 비에 젖어 달라붙어 있었다. 게다가 여태 차가운 빗물을 맞았으니, 만약 이대로 내버려 두면 감기에 걸릴 것이다.

 

 “잠시 실례할게요. 어쩔 수 없으니 이해해주세요.”

 

 혼잣말로 양해를 구한 앤은 그녀의 옷을 벗기고 마른 수건으로 물기를 제거한 뒤, 자신의 옷으로 갈아입혔다.

 

 머리를 감싼 천을 새로 간 앤은 1층의 남은 방으로 데려가 침대에 그녀를 눕히고 이불을 덮였다.

 

 그녀는 식은땀을 흘리며 거친 숨을 쉬고 있었다.

 

 앤은 한 손으로 그녀의 이마를 짚고 화들짝 놀랐다.

 

 “몸이 뜨거워요!”

 

 차가웠던 그녀의 몸이 불구덩이처럼 뜨거웠다. 앤은 다급히 수건에 물을 적시고 그녀의 이마에 올려놓았다.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걸까요.”

 

 앤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녀의 입술이 갈라졌고 얼굴은 초췌했다.

 

 신발을 잃은 맨발은 온통 상처투성이였다. 그녀는 마치 누군가에게 쫓긴 것처럼 모습이 말이 아니었다.

 

 앤은 측은하게 그녀를 바라본다. 창밖의 폭우는 그칠 기미도 없이 쏟아졌다.

 
작가의 말
 

 언제든지 수정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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