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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이,보라색
작가 : Riley
작품등록일 : 2020.8.1

이 소설은 저에게 많은 '처음'을 선물해 주었어요.
여러 '처음' 중에서도, 가장 소중한 건 역시 '첫 소설'인 것 같네요.

이 글을 쓰면서 제가 관심있는 주제에 대해서도 깨닫게 되었어요.
그건 바로 '운명'인데요, 아마 이 후로도 계속 글을 쓰게 된다면,
세상에 존재하는 여러 형태의 '운명'에 대해 쓰지 않을까 싶어요.
[이,보라색]은 '운명'을 만났을 때, 우리는 어떻게 반응할까를 궁금해하며
써 내려갔던 저의 첫 중편소설입니다.

너무너무 부족하지만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우연히, 또는 운명처럼, 읽어주실 분들께도 미리 인사 전할게요.
감.사.합.니.다.

 
#10.1
작성일 : 20-08-15 23:44     조회 : 221     추천 : 1     분량 : 3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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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평화의 시간은 끝났다. 그것도 하필 금요일이었다. 태영은 목요일 오전부터 금요일에 아주 중요한 투숙객이 온다고 예고했다. 그 중요하다는 손님이 체크아웃할 때까지 태영에게 불려 다닐 나는 공포영화 예고편의 여주인공이었다. 오후 세 시, 우산공원 벤치에 앉아 공원 중앙의 우산조형물을 바라보며 대기 중이다. U생명은 TV 광고에서 소나기를 만난 여자에게 우산을 씌워주는 남자를 등장시킨다. 보험회사 광고로 그리 공감이 되는 내용은 아니지만, 광고를 보면서, 비 오는 날 우산을 씌워 줄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이 회사에서는 보험가입자들을 대상으로 비 오는 날 우산을 나눠주는 이벤트를 한다고 들었다. 그래도 우산만 덩그러니 있는 조형물은 뭔가 아쉬워 보인다. 우산 위로 비 구름과 빗줄기라도 더 표현하면 좋지 않았을까 했다. 우산너머로 달려오는 태영이 보였다. 내가 앉은 벤치에서 바라보니 우산 속으로 뛰어 들어오는 것 같다. 재밌는 장면이라 얼른 사진 한 장을 찍었다. 태영 위로 비를 그려 넣으면 완벽할 것이다. 사진을 확인하는 사이, 태영은 어느 새 내 옆에 와 있다.

 “남태영, 너 내 명함 있지?”

 “명함? 응, 있을 걸? 갑자기 명함은 왜?”

 “거기에 내 직급 뭐라고 적혀 있어?”

 “모르겠는데. 뜬금없이 무슨 소리야?”

 “나는 그 흔한 이과장 나부랭이거든. 이렇게 업무 시간에 함부로 외출할 수 있는 임원급이 아니야.”

 “알았어, 알았어. 이제 곧 도착이니까 빨리 움직이자. 금방 끝날 거야.”

 “정말 궁금해서 그러는데,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뭐야?”

 “정직원 되려고.”

 너무 정직한 대답에 조용히 태영이 이끄는 대로 움직이기로 했다. 그 때 호텔 정문으로 흰 색 승용차 한 대가 들어섰다. 태영이 내 어깨를 콕콕 건드렸다.

 “자주색이야. 지금은 별 감정이 안 느껴져. 평온한 상태야.”

 짙은 청바지에 흰색 반팔 폴로셔츠를 입은, 얼핏 봐도 자기관리를 무척 잘한 중년의 남성이었다. 지금 그대로 선착장으로 가서 요트에 올라타면 어울릴 것 같았다. 이 외국배우 같은 남자와는 전혀 다른 외모이지만 비슷한 색을 가진 사람이 떠올랐다.

 “최근에 비슷한 색을 가진 사람을 만났었어. 어느 카페의 사장님인데, 지금 저 남자랑 톤만 조금 다른 정도야.”

 “그 사람은 어때? 성격은?”

 “나도 한 번 만나서 잘은 모르지만, 침엽수림이 떠올랐어. 자기만의 세계가 확실하고, 고집이 있고, 신중하고, 의지도 참을성도 강하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사람.”

 “다른 건 몰라도 독신인 건 맞아. 이제 들어가 봐야겠다. 고맙다.”

 “내일은 토요일인거 알지? 나한테는 특별한 토요일. 우리 주말에 보지 말자.”

 “맞다, 생일이랬지? 저녁에 메시지 할게.”

 외출했다 빈손으로 돌아가긴 그래서 편의점에 들러 커피 캔을 한 봉지 가득 샀다. 벌써 20분은 지난 것 같아 발걸음을 서둘렀다.

 

 정시에 퇴근할 수 있었고 퇴근을 앞두고 태영에게 불려가지도 않아, 여유롭게 G에 도착했다. 이제는 자연스레 바로 작업 공간으로 향한다. 유리문을 밀면서 매장 직원인 유정과도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평소와 다르게 하얀 정사각 테이블 위에 초콜릿크림이 담긴 볼이 있었다. 초코타르트 케이크는 준비해야 할 것이 많은가 싶어 얼른 앞치마를 걸쳤다. 곧 이상우가 들어왔다.

 “마지막 수업 시작해볼까요.”

 수첩을 넘기고, 펜을 누르고, 살짝 웃어보였다. 이상우도 살며시 미소 지으며 수업을 시작했다.

 “초코타르트 케이크는 초코타르트틀, 초코 제누와즈, 가나슈, 초코생크림이 필요해요. 제일 먼저 가나슈를 만들어둬야 해요. 중탕해서 녹인 후 크림 제형이 될 때까지 굳혀야 하기 때문이죠. 다소 시간이 걸려서 제가 준비해뒀어요. 보이시죠? 그 다음은 이전과 똑같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타르트틀을 만들고, 가나슈와 초코 제누와즈로 채워주고, 초코생크림으로 윗면 장식할게요.”

 수첩에 정신없이 적고 있는 나를 조금 기다려줬다. 제조과정을 정리하고 고개를 들었더니 수업을 이어갔다.

 “타르트 반죽에 코코아가루가 들어가다 보니 아무래도 온도에 민감해요. 평소보다 조금 빠르게 진행할게요. 시작하세요.”

 차가운 기운이 있는 초코타르트 반죽을 덧가루를 묻힌 밀대로 힘껏 밀었다. 겉으로 보기엔 딱딱해 보였는데 내 손의 온기가 닫자 금세 부드러워졌다. 세 번에 걸쳐 배운 대로, 최대한 둥그렇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바로 옆에서 지켜보던 이상우는 많이 늘었다면서 형태를 다듬어주었다. 타르트틀을 오븐에 넣고는 초코생크림을 준비했다. 다크초콜릿과 생크림을 1대1 비율로 계량한 후 생크림을 살짝 끓이고, 다크초콜릿에 부어 녹였다. 이렇게 만든 가나슈는 잠깐 식히고, 가나슈의 2배 분량의 생크림을 제과용 술을 넣고 휘핑했다. 완전히 크림화 되기 전에 식힌 가나슈를 흘려 넣으며 마저 휘핑해서 초코생크림을 만들었다. 그 사이 타르트틀이 구워져 나왔고, 초코타르트틀을 식히는 동안 수업 내용을 정리했다.

 “이제 재료준비는 끝났어요. 돌림판 위에 올려놓고 케이크를 완성해 볼게요. 먼저 가나슈 상태를 점검해야 해요. 사용하기 편리하게 적당히 굳히는 게 중요합니다. 한 번 볼까요. 지금 딱 좋네요. 짤주머니에 담아 준비해 주세요.”

 돌림판 위에 초코타르트틀을 올리고, 짤주머니에 가나슈를 넣고 타르트에 얇게 한 층을 짰다. 그 위로 초코 제누와즈 한 장을 넣고, 다시 가나슈를 짜고, 한 번 더 제누와즈를 넣고, 다시 가나슈를 짜서 돔형으로 만들어야했다. 제누와즈 두 장이 들어가서 지난주에 만든 살구타르트 케이크에 비해 높았다. 여기까지 하고 잠시 냉동실에 넣고 굳혔다. 그 사이 별모양 깍지를 끼운 짤주머니에 초코생크림을 담았다. 이상우는 어떻게 모양을 내야하는지 시범을 보였다.

 “이제 곧 완성이니까 힘내세요. 돔 모양의 케이크를 따라 초코생크림을 짜서 덮으면 됩니다. 그리고 8등분한 후 마지막에 체리로 장식해 완성할게요.”

 짤주머니를 들고 우왕좌왕하고 있는 내 손을 이상우가 잡았다.

 “잘못하면 뒤로 크림을 뿜을 수가 있어요. 초콜릿은 옷에 묻으면 잘 안 져서 조심하셔야 해요. 자, 왼손은 받쳐주고, 오른손으로 힘 조절하면서 짜는 거예요. 네, 맞아요, 계속하세요.”

 이상우가 8조각 낸 타르트에 8개의 체리를 얹었다. 꽤 그럴듯해 보이는 케이크가 눈앞에 있었다.

 “오늘도 잘 하셨어요. 처음부터 잘 하셨지만, 이제는 진짜 잘 하시는 것 같아요. 포장해 둘게요. 참, 초 몇 개 필요하세요?”

 하마터면 내 나이를 얘기할 뻔 했다. 정신을 차리고 둘러댔다.

 “동생이 숫자초 준비한다고 했어요.”

 “그럼 포장만 해둘게요.”

 작업테이블을 정리하고 앞치마를 벗어 잘 개어놓았다. 익숙해진 공간이 되었는데,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서운했다. 가방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몇 장 찍었다. 꽤 마음에 들었던 유리문, 이상우는 못 볼 노란 벽, 이제는 작아 보이는 테이블까지, 곧 잊히겠지만 한 동안은 그리울 것이다.

 “기념사진 찍으시는 거예요?”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까 아쉬워서요.”

 “초콜릿이라 케이크가 좀 무거워요. 제가 데려다 드리면 좋을 텐데 오늘은 일이 남아서.”

 “아니에요, 그 동안 감사했습니다. 화요일에 뵈어요.”

 대답대신 웃어 보이는 이상우를 뒤로 하고 집으로 향했다. 재밌는 부분만 쏙쏙 골라 편집한 예고편 덕에 잔뜩 기대했지만, 끝이 영 시시한 영화 한 편을 본 것 같았다. 마을버스를 탔다. 익숙한 하차문 바로 앞자리에 앉았다. 가방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전원을 눌렀다. 새로운 메시지는 없다. 괜히 시간만 한 번 더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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