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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지오르고스의 일기
작가 : 현서랑
작품등록일 : 2020.7.31

J. 그녀는 그것을 지오르고스의 일기라 적었지. 모르탈 아이움, 그 옛 시대에 지오르고스가 일궈내어 셀 수 없는 시간을 지나온 그 신비의 역사를. 이젠 J라는 그 작은 여자아이의 이름이 우리들의 진실 위에 허구성과 함께 덮여질 테지. 인간들은 우리들의 존재를 믿으려하지 않아. 앞선 존재들. J는 우리를 그렇게 부르더군. 인퀴스토 디토스란 신들과 엄연히 구분되어야 함에도 말이야.

 
나가 VI
작성일 : 20-08-15 15:54     조회 : 242     추천 : 0     분량 : 4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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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가 30_

 오늘 아침에도 로워드는 우리를 찾아왔다. 그가 가져온 것은 페르미나의 소식이었다. 북부의 연합군 중 일부가 뒤늦게 페르미나로 남하해 음침한 산맥을 주목했고, 제지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미 산맥을 넘어 페르미나 구석구석에 숨어버린 야경들은 테스미르미드에게 있어서 단순한 골칫거리 이상이었다. 그 야경들은 산마을을 약탈하며 사람들을 학살했다. 이미 많은 이들이 페르미나를 떠나기 시작한 상태였고, 난민들은 야경에 대한 두려움을 서부 전역에 퍼뜨리고 있었다.

 로워드는 자신이 제공한 정보의 값을 원했다. 어째서 그가 우리에게 그토록 집착을 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마치 그는 나와 이니스가 야경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확신하는 것 같았다.

 어차피 대화란, 내가 아닌 이니스의 몫이었다. 그녀는 비교적 가감 없이 그간의 사실들을 로워드에게 밝혔다. 오늘 이니스의 말엔 어제 우리가 로워드에게 해줬던 이야기 속에 비어있었던 부분들도 대부분 채워져 있었다. 그녀가 숨긴 것은 헤밀롯과의 만남과 우리의 사사로운 연정뿐이었다. 헤밀롯은 우리에게 비밀을 바란 적이 없다. 그럼에도 이니스는 그와의 만남을 비밀로 지켰다. 로워드를 믿지 말라던 뤼귀의 권고가 그녀에게도 스며든 듯 했다.

 로워드는 떠났고 우린 막사 밖으로 나갔다. 밖은 분주했다. 바다는 해무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지만, 진영 내 병사들은 승선을 위한 정비를 갖추고 있었다. 우리 막사 앞에서 밤새 보초를 선 병사는 어젯밤 이니스와 대화를 나눴던 말 많은 병사였는데, 함선들을 구경하던 이니스는 병사에게 말을 걸었다.

 

 - 무슨 일인가요? 왜 다들 배에 오르죠?

 

 - 오늘이 지상군 출정일입니다. 저들을 언더옥포드 서남에 실어 나르는 것이지요. 우리 수군은 내일 출정합니다.

 

 병사는 바다 쪽으로 나가 서서히 걷히기 시작하는 해무 속을 가리켰다. 걷혀지는 해무 사이에선 어마어마한 수의 배들이 그 위용을 드러냈다. 테스미르미드의 기장을 단 배는 족히 수십 척이었고, 먼 바다엔 루완의 기장을 단 배들도 떠있었다.

 

 - 아르도르 배반자들이 이 함선들을 앞에 두고도 자기네 언더옥포드를 요새라 자부할지 한 번 두고 봅시다.

 

 병사는 우쭐거렸다. 그가 그렇게 속단할 만치 해양 군단의 위세는 대단했다. 그러나 이니스는 병사마냥 낙관하지 못한 채 불안한 낯빛을 띠었다.

 동쪽으로 떠나는 배들을 보며 우린 하릴없는 때를 보내고 있었다. 느닷없이 뤼귀가 나타난 건 어둑해질 무렵이었다. 그의 피부와 옷은 온통 물에 젖어 있었다. 그는 오랜만에 본 우리를 짧게 반긴 뒤 로워드부터 찾았다. 우린 다급해 보이는 뤼귀의 걸음을 따랐다.

 부관들과 전략을 모의하고 있던 로워드는 뤼귀를 보자마자 하던 일을 중단하곤 참모들을 막사에서 내보냈다.

 

 - 특사께선 어디에 계셨습니까? 오시는 길에 비라도 맞으신 모양입니다.

 

 뤼귀는 로워드의 인사말을 무시한 채 자기 질문부터 꺼냈다.

 

 - 지금 저 배들이 어디로 향하는 겁니까?

 

 로워드는 뤼귀를 노려봤다.

 

 - 무엇 때문에 그리 다급하신지요?

 

 뤼귀는 대답을 안했다. 로워드는 뤼귀를 탁자 가까이 불러 탁자 위에 놓인 지도를 가리켰다. 그리곤 자신들이 짠 전략에 대해 뤼귀에게 설명했다. 지상군은 언더옥포드의 서남부에, 수군은 동남쪽 바다에 배치시킨 뒤 요새를 향해 일체 공격을 감행하는 것이 테스미르미드와 루완의 계획이었다. 하지만 뤼귀는 그 전략을 반대했다.

 

 - 안됩니다. 당장 양국의 지상군을 물리십쇼.

 

 - 왜 그래야 합니까?

 

 - 뭍에서 싸우는 것은 무모한 짓입니다. 바다가 저흴 돕는데 왜 굳이 육로를 택하십니까?

 

 - 그야 병법상 당연한 것입니다. 현재 수군의 연전연승 중이고, 이 기세에 양국의 육지 병력을 놀릴 필요는 없습니다. 아르도르는 야경들과 손을 잡았으니 그롯테에서의 증원이 있기 전에 언더옥포드 요새에 숨은 잔당을 말살해버리려는 것인데, 특사께선 이 전쟁이 더 길어지길 바랍니까?

 

 로워드의 주장은 일리가 있을뿐더러, 실은 당연했다. 그러나 뤼귀의 생각은 달랐다.

 

 - 지금도 유리한 전쟁을 왜 서둘러 끝내려 하십니까? 군사께선 언더옥포드 요새에 남은 잔당들을 과소히 여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외의 전황에 대해서도 잘못알고 계십니다.

 

 뤼귀의 말은 투기 넘치는 젊은 군사의 심기를 건드렸다.

 

 - 특사께선 말을 가려하시지요. 이곳 전황을 누구보다 많이 파악하는 것은 제 일이고, 이 전쟁을 끝낼 책임을 걸머진 것 또한 접니다. 우리가 지체해봤자 더 좋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 보십니까? 이대로 시간을 끌면 루크룸에서 야경 부대가 증원될 것입니다. 또 다른 그롯테의 야경들이 올지도 모르고요.

 

 - 타탈로니아의 바다가 그 증원을 막을 것입니다.

 

 뤼귀의 말에 로워드는 짧은 탄식을 뱉어냈다. 로워드의 눈엔 악의적인 의심이 찾아들어 있었다.

 

 - 파도가 저흴 돕는 것이 자연의 뜻이 아니란 걸 특사께선 확신하고 계신 것 같군요.

 

 뤼귀가 대답하지 않자 로워드는 말을 이었다.

 

 - 특사께서 루치노르 협곡에서 급히 사라지셨다고 들었습니다. 이제껏 어디에 계셨기에 이곳의 전황과 언더옥포드의 전력을 어떻게 그렇게 속속들이 알고 계신지요?

 

 대답을 안 한 것인지 못한 것인지 여하튼 뤼귀는 입을 다물었다. 뤼귀의 침묵에 기세가 오른 로워드는 뤼귀 면전에 자신의 얼굴을 들이밀었다.

 

 - 바다든 바다를 부리는 괴물이든 전 신경 쓰지 않습니다. 우린 우리 인간의 힘으로 괴물들을 몰아낼 것입니다. 그리고 괴물들과 결탁한 배신자들에겐 그 대가를 물릴 것입니다.

 

 그간 로워드 그가 보여 온 차분함은 그의 곁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로워드의 그 경고를 끝으로 뤼귀는 대화를 포기한 채 우리네 막사로 함께 돌아왔다. 우린 그때가 돼서야 뤼귀와 대화를 열어, 헤밀롯의 전언을 전달할 수 있었다.

 

 - 레기야의 경고까지 들었다면……. 셰펄드의 살생도 이제 정녕 멈추겠군.

 

 뤼귀는 우리와 떠나있던 그간의 자신의 행적에 대해 간략히 말해줬다.

 

 - 그날 전장에 헤밀롯이 왔을 때 난 그곳의 전투가 이미 끝났음을 알았네. 급한 것은 이 남해와 던게르 숲이었지. 하지만 나 혼자서 양쪽을 다 막을 수는 없으니…… 난 더 많은 목숨이 걸려있는 이곳에 내려와 이들을 돕고 있었네.

 

 그렇게 짧은 설명만으로 얘길 마친 뤼귀는 다시 자리서 일어나 떠날 채비를 했다.

 

 - 지금은 긴 얘기를 나눌 시간이 없네. 언더옥포드로 간 루완과 테스미르미드의 지휘관들을 만나야해. 그게 의미가 있을 진 모르겠다만…….

 

 이니스와 난 뤼귀에게 동행을 허락받았다. 뤼귀는 단신으로 빠른 이동이 가능했겠으나 그 정체가 탄로 날 것을 염려했는지 우릴 이끌고 쾌속정을 빌렸다. 그는 루완의 지상군을 시찰하기 위함이라는 명분을 댔다. 로워드는 바다로 나서는 우리를 못마땅해 했는데, 뤼귀는 그를 개의치 않고 배를 몰았다. 배안엔 작은 적실이 담긴 붉은 과실주가 한 병 놓여있었는데, 빠르게 노를 젓던 뤼귀는 돛이 바람을 타자 그 술병을 집어 들었다.

 셋만이 탄 쾌속정은 테스미르미드의 수송선 후미를 앞질러 진영이 새롭게 펼쳐지고 있는 언더옥포드 먼 남서해안에 도착했다. 항해 내내 초조함을 드러내며 과실주로 마른입을 칠하던 뤼귀는 배에서 내릴 때쯤엔 평소보다 상기되어 있었다. 그간 그가 왕들과의 자리에서 종종 술을 마시긴 했지만, 그의 낯에 취기가 드러났던 적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 지금 여기에 날 믿어주는 사람은 이니와 자네 둘 뿐인 것 같네. 나도 이럴 땐 출신지와 권위를 떼어버리고 싶군 그래. 중립국의 왕이라니, 지금 자네 눈엔 내가 그렇게 보이나?

 

 배에서 내리던 뤼귀가 내게만 들리게끔 속삭인 말이다. 난 적당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았고, 그는 웃으며 내 등을 토닥였다.

 우린 먼저 루완의 진영으로 향했다. 뤼귀는 눈살과 입을 털어 취기를 몰아냈고 흐트러졌던 동공을 바로잡았다.(비록 그것이 완벽하진 않았다.) 루완의 진영으로 향하는 길 위에서 우린 레기오른 오톤을 만날 수 있었다. 오톤은 루완 경비대장 다골라 스왈로와 직분을 나란히 하는 여왕의 보좌관으로, 이번 루완 출정군의 통솔권을 쥐고 있었다. 그는 테스미르미드의 진영으로 걸음을 향하고 있던 차였다. 다행히 그는 뤼귀를 알고 있었고 브리테니엄에서 스왈로가 그랬던 것처럼 뤼귀를 스승의 예로 모셨다.

 

 - 선생께선 제 진지를 시찰하기 위해 오셨나보군요. 부디 숱한 조언을 바랍니다. 저흰 무엇이든 수정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뤼귀에 대한 여왕의 신뢰를 잘 아는 오톤은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뤼귀가 당장 군대를 철수시키라 했을 때 오톤 그는 스스로 자신했던 것과는 달리 갈등부터 했다. 그에게 출정 명령을 내린 것도, 뤼귀에 대한 신의를 심어준 것도 여왕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뤼귀에게 재차 생각하길 권하며 현재 적국과의 병력 차이부터 시작해 다른 전황들을 찬찬히 설명해갔다. 반면 뤼귀의 입에선 긴 설명이 나오지 않았다. 뤼귀는 설명을 제쳐둔 채 그저 완강할 뿐이었다. 결국 오톤은 결정을 보류한 채 테스미르미드의 진영을 향해 다시 걸음을 옮겼고, 다음 목적지가 그와 같던 우린 그를 따라갔다.

 테스미르미드의 지상군을 지휘해 온 이는 뷔 달튼의 화주라 알려진 저명인, 뉘므레 옷시아였다. 그녀는 카르고의 로페르 왕가가 매 3년(혹은 4년)마다 주최하는 투기 대회인 브루헬에서 우승한 뒤 그 자리에서, 긴 머리칼을 감췄던 투구를 벗으며 자신은 테스미르미드 라이르타의 뷔 달튼이라는 작은 마을 출신의 여자다라 소리쳐 시나 로페르 왕의 탄상을 자아내 여러 시를 탄생시킨 인물인데, 그녀를 다룬 시들 중 일부의 말미에선 그녀가 테스미르미드 최초의 여장군이 되었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었고, 그 시구는 허구가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시들 속 묘사처럼 그녀의 기골이 장대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녀는 야리야리한 체형에 가까웠다.

 뤼귀는 지체가 없었고 옷시아에게도 철군을 요청했다. 옷시아는 루완의 특사와 루완군의 지휘관을 번갈아보며 미간에 주름 선을 끌어 모았다.

 

 - 오톤 보좌관님과 단둘이 의논해보고 싶군요.

 

 결국 우리 셋은 옷시아 그녀의 눈치에 자리를 떠나야했다. 그 후 우린 지금까지 루완 진영에 머무르고 있다. 머무르는 내내 의문과 걱정이 교차했다. 뤼귀가 양국의 지휘관들 앞에서 자신의 주장에 받침 되는 설명들을 제쳐둔 이유가 뭘까? 술기운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들과의 답답한 교섭에 지쳤을 수도 있다. 그는 말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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