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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이,보라색
작가 : Riley
작품등록일 : 2020.8.1

이 소설은 저에게 많은 '처음'을 선물해 주었어요.
여러 '처음' 중에서도, 가장 소중한 건 역시 '첫 소설'인 것 같네요.

이 글을 쓰면서 제가 관심있는 주제에 대해서도 깨닫게 되었어요.
그건 바로 '운명'인데요, 아마 이 후로도 계속 글을 쓰게 된다면,
세상에 존재하는 여러 형태의 '운명'에 대해 쓰지 않을까 싶어요.
[이,보라색]은 '운명'을 만났을 때, 우리는 어떻게 반응할까를 궁금해하며
써 내려갔던 저의 첫 중편소설입니다.

너무너무 부족하지만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우연히, 또는 운명처럼, 읽어주실 분들께도 미리 인사 전할게요.
감.사.합.니.다.

 
#9
작성일 : 20-08-14 22:28     조회 : 212     추천 : 0     분량 : 67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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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가치는 정반대의 가치에 의해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된다. 점심시간에 태영에게 불려가지 않았다. 고작 일주일이었지만 차부장의 눈치와 황주임의 불만을 감내하고, 편의점 음식으로 연명해야 하는 긴 시간이었다. 오늘 차부장은 약속이 있어 황주임과 단둘이 사무실을 나섰다. 오후에 차부장과 함께 분당으로 외근 일정이 있어서 정확히 1시에 맞춰 우체국 앞에서 대기해야 했지만, 충만한 여유를 느꼈다. 황주임의 이 말이 나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 호텔리어 친구 분에게 제 얘기 하셨어요?”

 굵은 국수 면발이 젓가락에서 하나둘 미끄러져 내렸다. 황주임의 바람은 까맣게 잊고 있었다. 뭐라고 둘러대야 할지 고민하다 있는 그대로 말하기로 했다.

 “아… 미안. 아직 못 했어.”

 “언제 얘기 하실 거예요?”

 이럴 때 황주임은 저돌적이다. 업무를 처리하는 방식도 그랬다. 나와는 다르게 빠르게 일을 해나가며 갖가지 실수를 했다. 그런 면을 감안할 때, 나와 점심을 먹는 날이면 매번 이 얘기를 꺼낼 것이다.

 “다음번에 만나면 꼭 할게. 둘이 만날 기회를 만들면 되는 거지, 어떤 형태든?”

 “네. 그 다음은 제가 알아서 잘 할게요.”

 또 다른 숙제를 떠안았다. 일단 국물 한 모금 마셨다. 따뜻한 기운이 몸의 아래로 아래로 정직하게 전달된다. 사람 사이의 일도 밥 먹는 것처럼 쉬웠으면 했다. 차라리 오늘 디저트 뷔페를 간다면 황주임도 데려가 호텔에 있을 태영에게 넘겨 버릴 텐데 싶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 이상우가 쉰다고 한 날이다. 외근 다녀오는 길에 메시지를 보내야겠다. 충분히 여유롭다고 생각한 달콤한 시간도 국수 한 그릇을 먹으니 끝나버렸다. 5분이라도 먼저 도착해 있어야 해서 음식점 화장실에서 미팅 갈 채비를 하고 우체국으로 향했다.

 “이과장은 요즘 무슨 고민하니?”

 운전대를 잡은 차부장의 질문에 고개를 왼쪽으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 ‘행복해?’라고 묻는 것만큼 갑작스러웠다. ‘예/아니오’로 답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었고, 객관식이 아니어서 보기도 없었다. 쉽게 대답하지 못하자 덧붙였다.

 “벌써 입사한지 8년이나 됐잖아. 심지어 입사로는 나보다 선배지. 경력 어떻게 이어나갈지 고민해 볼 때도 된 것 같아서 묻는 거야.”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질 못 했어요. 매번 눈앞의 프로젝트 걱정만 했죠.”

 “이제 한 번 생각해 봐. 이과장 아직 어리지만, 지금부터 고민하고 준비하는 게 좋을 거야. 내가 그러지 못 했던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이런 얘기하면 꼰대라던데, 나 좀 그랬나?”

 “전혀 아니에요. 생각해주셔서 감사해요.”

 “참, 요리? 뭐였지? 베이킹이었나? 수업 듣는 건 어때?”

 “간신히 따라가고 있어요.”

 “재밌어?”

 “네. 뭔가 새로운 일 시작해 본 게 오랜만이라서 그런지 어렵지만 즐거워요.”

 “사무실 식구들한테 맛은 안 보여줄 거야?”

 “그럴 실력은 아니에요. 나중에 사진이라도 보여드릴게요.”

 “솔직히 연애나 결혼 생각도 물어보고 싶은데, 그것까지 물으면 진짜 비호감일 것 같아서 안 한다.”

 여기까지 하고는 잠시 후에 있을 미팅 얘기를 시작했다. 오늘 만날 클라이언트를 생각하면서도 차부장의 질문이 맴돌아 한 구석으로 딴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내 눈까지 이용해가며 일하는 태영이나, 경력을 쌓아 자기 사업을 시작한 이상우도 떠올랐다. 차부장의 질문은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해?’일지도 모른다. 미팅은 순조롭게 끝났고, 구리에 사는 차부장은 나를 강변역에 내려줬다. 사무실로 돌아가기로 했다. 점심시간은 한참 전에 지났고 퇴근시간은 좀 남은 오후 3시 반이었다. 아직 오전 근무 시간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점심시간이 오고, 곧 오후 업무를 시작한다. 난 지금 몇 시쯤에 와 있는 걸까. 애매한 시간대의 한산한 지하철 안이 승객 대신 생각들로 가득 채워졌다.

 

 회의보고서를 대략 작성해 놓고 퇴근해 집에 와 보니 8시가 다 되었다. 씻고, 대충 요기를 하고, N을 쓰다듬으며 침대에 앉으니 곧 9시였다. 책상 위에 놓인 타르트 전문 서적을 한 번 들춰보고 휴대전화를 들었다. 늦은 감이 있었지만 메시지를 보내보기로 했다.

 -잘 쉬셨어요? 금요일에 만들 케이크에 대해 상의하고 싶어서요. 너무 늦었을까요?

 곧바로 반응이 있었다. N을 번쩍 들어 보드라운 털에 내 볼을 마구 비볐다.

 -괜찮아요. 어떤 걸로 만들지 결정하셨어요?

 -세 개정도 후보를 정했어요.

 세 가지에 대해 하나씩 써내려가려는데 새로운 메시지가 왔다.

 -지금 가게 근처 카페에 있는데, 나오실래요? 직접 들으면 좋을 것 같아서요.

 메시지를 몇 번이나 읽고 또 읽었다. 선택권이 없는 제안이었다.

 -아무리 빨리 가도 30분은 걸릴 것 같은데, 괜찮으세요?

 -괜찮아요. 여기 사장님이랑 친해서 얘기 중이거든요. 천천히 오세요. ‘카페 보리’에요.

 편안해 보이는 원피스, 투명화장, 작은 크로스백, 운동화를 차례로 떠올리고 분주하게 움직였다. 평온했던 공기가 빨라지자 N은 한 번 길게 울고는 방을 나가버렸다. 마지막으로 은은한 향의 향수까지 한 번 뿌리고 현관으로 향했다가 다시 방으로 돌아와 여기저기 택이 붙어있는 타르트 책도 챙겼다. 나란히 앉아 뉴스를 보고 있는 엄마, 아빠에게 잠시 근처에 친구 만나러 간다고 하고는 집을 나섰다.

 “부디 남자친구이길 바란다.”

 엄마의 말을 뒤로 하고 마을버스 정류장을 향해 달렸다. 일부러 찾는 게 아니라면 발견하기 힘든 위치에 있는 가게였다. 주택가 골목 막다른 길에 있는 오래된 주택을 개조해 만든 공간이었다. 여유가 있었다면 걸어서 올 수도 있는 거리에 위치했지만, 이 동네에서 평생을 보낸 나도 쉽게 찾을 수가 없었다. 지도 앱을 켠 채로 근처를 몇 번 배회하고 나서야 발견할 수 있었다. 들어서자마자 이상우가 나를 반겼다.

 “찾기 힘드셨죠? 안 그래도 못 찾고 계신 것 같아서 배웅 나가려던 참이었어요.”

 “저희 가게가 너무 구석에 있죠? 어서 오세요.”

 낮에는 카페, 저녁에는 펍으로 운영된다는 ‘카페 보리’는 나무로 된 천장과 하얀 벽, 녹색의 화분들이 조화로운 공간이었다. 무엇보다 2층 높이의 탁 트인 세로 공간이 돋보였다. 박공지붕 천장을 밝은 색 나무로 마감하고, 서까래 형태의 기다란 조명을 설치한 게 특별했다. 천장에는 흔히 볼 수 있는 펜던트조명, 실링팬, 냉난방기 하나 없었다. 너무 정돈되어 있어 차가워 보일 수 있는 공간이었는데, 마룻바닥과 군데군데 노출된 벽돌, 적절히 놓여있는 화분들이 편안한 분위기를 감돌게 했다. 언젠가 우리 집을 재건축한다면 모델로 삼고 싶은 곳이었다.

 “여기 참 예쁘죠? 이쪽으로 앉으세요.”

 한참 두리번거리며 살펴보고 있는 나에게 이상우가 말을 건넸다. 그제야 여기 온 목적이 떠올랐다. 이상우가 안내한 자리에는 종이코스터 위에 물방울이 맺힌 병맥주 한 병이 놓여있었다. 자리에 앉아 테이블에 가져온 책을 올려놓자 아까 내게 인사를 건넸던 이 곳의 주인으로 보이는 중년 남성이 물 잔을 내려놓았다.

 “일단 보리차 한 잔 드세요.”

 “철길공원 쪽으로 임대 얻으려고 많이 돌아다녔어요. 그러다가 이 곳을 발견했는데, 보물찾기에 성공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우리 동네에 이런 곳도 있나 싶어요. 친구들에게 소개시켜 줘야겠어요.”

 “나만 혼자 알고 간직하고 싶은 곳 아니고요? 전 좀 그런데.”

 “상우씨, 그럼 안 돼. 친구들에게 많이 홍보 좀 해주세요.”

 “지금 보라씨에게 소개하고 있잖아요.”

 ‘카페 보리’의 사장과 이상우는 나이차가 많음에도 격의 없었다. 그래서였는지 이상우는 처음으로 나를 편하게 불렀다. 어색했다 좋았다 긴장되었다 마지막으로 설렜다. 나도 ‘선생님’대신 ‘상우씨’라고 부르고 싶었다. 그러려면 도움이 필요했다.

 “저도 같은 걸로 한 병 주세요.”

 이 곳의 주인이 내가 주문한 병맥주를 가지러 간 사이 이상우는 내가 가져온 책에 관심을 보였다.

 “열심히 공부하셨네요? 보라씨 원래 모범생이죠? 저랑 수업할 때도 완벽하게 필기하잖아요.”

 “제가 좀 유난인가요? 너무 못 하기는 싫어서 그런 건데.”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최고의 학생이죠. 부모님이 선생님 아니세요?”

 “아니에요. 엄마는 간호사시고, 아빠는 공무원이세요.”

 “딱 선생님 딸 같았는데. 저희 부모님은 지방에서 음식점하세요.”

 “요리 아니고 제과제빵쪽 전공하셨네요?”

 “처음에는 요리로 시작했는데, 하다보니까 제과가 더 재밌더라고요. 어쩌다보니 이젠 창업까지 하게 됐네요.”

 “무슨 얘기를 그렇게 재밌게 해? 상우씨, 소개 안 해 줄 거야?”

 “이보라씨에요. 저희 가게에서 수업 듣고 계세요.”

 “사제지간이라기엔 너무 가까워 보이는데.”

 “그런가요? 제가 아끼는 제자라고 해둘게요.”

 가져다 준 맥주 한 모금을 마시고, 나를 바라보는 두 사람에게 살며시 미소를 지어보였다. 내 앞에 앉아있는 ‘카페 보리’의 사장은 비에 젖은 침엽수가 생각나는 짙은 자주색을 가졌다. 키가 큰 나무들이 이룬 숲의 분위기를 가진 사람이었다. ‘카페 보리’의 사장의 색을 보다가, 그가 이상우 옆에 앉기 전까지 내가 이상우의 눈을 보며 대화를 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나는 이 남자에게만큼은 보통이고 정상이었다. 이상우가 내 눈을 검사한다면 검사지에 ‘A’가 아니라 ‘N’이라고 쓸 것이다. ‘카페 보리’는 월요일 밤에도 찾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대부분 단골로 보이는 손님들로, 이곳의 사장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아는 척을 하느라 꽤 바빴다. 그러는 사이 우리는 금요일 수업에 대해 얘기했다.

 “어떤 타르트 케이크 만들지 정하셨어요?”

 “초콜릿타르트, 홍차타르트, 사과타르트 중에 하나면 어떨까 해요. 제가 할 수 있을까요?”

 “세 개 중에서는 초콜릿타르트가 제일 무난해요. 홍차타르트는 크림에 홍차를 우려내야 하고, 홍차크림도 숙성 크림으로 만드는 게 맛이 좋아서 시간이 좀 필요한 제품이에요. 사과타르트는 사과를 졸여 전처리한다고 해도 생과일이 얹어지는 타르트니까 당일에 만들어 먹는 게 더 좋고요. 그래도 모두 다 가능하도록 해 볼 테니까 보라씨가 원하는 걸로 선택하세요. 그보다는 선물 받으실 아버님을 생각해 보는 것도 좋겠네요. 세 가지 중 어떤 케이크를 제일 좋아하실 것 같아요?”

 눈을 마주치면 흔들리는 동공을 들킬 것 같아 맥주 한 모금을 들이켰다. 정신을 차리고 적당히 둘러댔다.

 “그럼 초콜릿타르트로 할게요. 제가 만들어 드리면 뭐든 괜찮아 하실 거예요.”

 “그건 그렇겠죠. 케이크는 언제 드실 건데요?”

 “토요일 점심에 동생 집에서 다 같이 모이기로 했어요. 동생 집이 G랑 가까워요. 처음에 호두파이 사러 간 것도 동생이 시킨 거고요. 지금 임신 중이거든요.”

 “그렇구나. 동생 분 덕분에 우리가 만난 거네요.”

 뭐라고 대답하기가 어려워 다시 맥주 한 모금을 들이키며 조심스레 웃어보였다. 술기운이 돌아서인지 양 볼이 달아오른 것 같았다. 어느새 우리 자리에 슬쩍 앉은 ‘카페 보리’의 사장에게 차가운 보리차 한 잔을 부탁했다.

 “보리차 정말 맛있어요. 한 잔만 더 주실 수 있어요?”

 “그럼요. 보리알갱이를 제가 직접 로스팅 한답니다. 상우씨, 설명 좀 해드려요.”

 “저 형님이 카페인 알레르기가 있으시데요. 그래서 찾아오시는 분들에게 맛있는 보리차라도 대접하자 싶어 보리를 직접 볶기 시작했고, 지금은 최상의 맛을 찾았다고 자부하시네요.”

 “그럼 커피를 못 드시는 거예요?”

 “맛보는 정도는 괜찮다고 하시더라고요. 카페 사장이 커피도 못 마시고 진짜 이상하죠?”

 “그러네요.”

 “다들 하나쯤은 이상한 구석이 있는 거라고. 상우씨도 비밀 하나 털어놔 봐.”

 내 앞에 얼음이 든 보리차를 내려놓고 다시 이상우의 옆에 앉았다. 나에게도 비밀을 말하라고 하면 어쩌나 싶으면서도 이상우의 대답이 궁금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괜스레 이상우의 머리 위를 한 번 더 확인했다. 내 수상한 시선을 감추려고 보리 찻잔을 얼굴로 들어올렸다.

 “저요? 우리 가족이나 아는 얘기를 형님한테 얘기하라고요? 안 내키는데요.”

 “가볍게 얘기하면 비밀이 아닌 게 되고 그런 거지. 궁금하죠, 보라씨?”

 “궁금하긴 한데…, 물어보면 안 되지 않을까요?”

 “봐. 보라씨도 궁금하다잖아. 빨리 얘기해 봐.”

 “저는 청황색맹이에요. 노란색을 못 봐요.”

 들고 있던 컵을 슬쩍 놓쳤다. 그러는 바람에 보리차를 쏟았다. 사장과 이상우는 동시에 냅킨으로 테이블을 닦았다.

 “제가 너무 엄청난 비밀을 말했나 봐요. 보라씨, 괜찮아요?”

 “나도 좀 놀라긴 했어. 처음 들어보는 병명이기도 하고. 병이라고 하기엔 좀 이상한가?”

 “색맹 중에서도 매우 드믄 경우래요. 생활하는데 크게 불편은 없는데, 병아리, 유채꽃, 참외는 제대로 못 느끼죠. 제대로 본 적도 없으면서 평생 노란색을 그리워했던 것 같아요.”

 무슨 말이든 해야 할 것 같은데,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다만 이상우의 마지막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제대로 본 적도 없으면서 평생 그리워한 대상이 내게도 있었다. 홀짝거리며 마신 병맥주 한 병은 거의 비었고, 시간은 밤 11시를 향하고 있었다. ‘카페 보리’도 나의 오늘도 문을 닫을 시간이 다가왔다. 침엽수림 사장에게 다음에 또 오겠다는 인사를 하고 ‘카페 보리’를 나섰다. 나보다 길게 인사를 나누던 이상우도 곧 밖으로 나왔다. 우리 둘은 잠시 아무 말 없이 걸었다.

 “많이 놀랐어요? 내가 그렇게 완벽해 보였나? 하하.”

 “좀 놀라긴 했어요. 그러고 보니까 추석 연휴 때 시장에서 일이 생각났어요.”

 “시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지?”

 “노란색 대신 하늘색 헬멧을 건넸었어요.”

 “아, 그랬었구나. 그 때 좀 이상했죠?”

 “아니요, 그냥 그럴 수 있는 일이다 했어요. 지금 생각해 보니까 그런 일도 있었구나 싶고요.”

 “언젠가 보라씨도 비밀 하나 얘기해 줘야 해요.”

 어느 덧 마을버스 정류장에 다다랐고, 저 멀리 버스가 오고 있었다. 1분 후면 이상우도 버스가 곧 도착한다는 것을 알고 내게 인사를 할 것이다. 그 전에 말하고 싶었다.

 “지금도 얘기할 수 있어요. 궁금하세요?”

 “진짜요? 궁금해요.”

 “평생 찾던 사람이 있었어요. 그 사람을 찾은 것 같아요.”

 버스의 탑승문이 열렸다. 얼른 올라탔다. 하차문 바로 앞자리에 앉아 손을 흔드는 나를 이상우는 놀란 표정으로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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