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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잔상
작가 : 화홍박스
작품등록일 : 2020.8.2

연쇄살인마 권철-사랑하는 내 동생이 시체로 발견됐다. 나의 모든 능력을 다하여서 사랑하는 동생의 원수를 갚아주리라.
강력계 반장 마필승-연쇄살인마가 탈옥했다. 그를 쫓을수록 내게 남겨지는 미스터리한 잔상들...
연쇄살인마, 권철을 막아야 한다.

 
제15화 세번째, 네번째 살인마
작성일 : 20-08-14 22:16     조회 : 324     추천 : 0     분량 : 8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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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진구 아파트

 

 아파트 입구에 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들어왔다. 선팅이 짙게 된 유리 때문에 운전자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곧 차에서 한 남성이 내려서 경비실로 다가가며 아파트 건물을 쓱 한번 훑어봤다. 허름한 아파트 입구 쪽에는 하얀색 스프레이로 어제의 사고를 표시해놓은 현장 표시가 있었다.

 경비는 의자에 기대앉아 모자로 얼굴을 반쯤 가린 채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똑똑똑’

 창문을 두드리며 깨웠지만, 경비는 잠에서 영 헤어 나오지 못하고 계속해서 꾸벅거리고 있었다.

 ‘탁탁탁!!’

 “아저씨. 일어나 보세요”

 좀 더 세게 유리문을 두들기며 경비를 부르자 화들짝 놀라며 깨어 앞에 있는 낯선 남자를 바라봤다.

 “에? 누구쇼? 못 보던 얼굴인데..? ”

 “안녕하십니까. 경찰서에서 나왔습니다.”

 경찰 명찰을 얼굴 앞에 내밀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명찰을 훑어봤다.

 “최. 민. 호 경감..”

 “아, 예 경찰들은 어제도 많이 다녀갔는데 또 무슨 일로…”

 그제야 창문을 열고 고개를 앞으로 내미는 경비 아저씨에게 최민호 경감은 호의적인 미소를 띠며 다시 물었다.

 “어제 이 사람도 왔다 갔지요?"

 경비의 얼굴 앞으로 핸드폰을 내밀어 마필승 반장의 사진을 보여줬다.

 “어, 이 사람. 어제 아침 일찍 왔던 사람인데.

 그 턱수염이 덥수룩하고 인상 더러워 보여서 누구냐고 물었더니 경찰이라고 명찰 보여주곤 다급하게 올라갔는데…”

 경비는 나오는 하품을 참지 못하고 긴 하품을 하고는 손으로 얼굴을 문데며 마른세수를 했다.

 “아.. 어제 그 사람 올라가고 또 다른 경찰들도 올라가지 않았나요? ”

 

 “어제 뉴스에서 나오던 연쇄살인마 도와줬다던 그 경찰 맞죠?"

 옆쪽에서 갑자기 여자 목소리가 경비와 최 경감의 대화를 끊고 들어왔다.

 목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최 경감이 고개를 돌리자 안경을 끼고 60대 정도로 보이는 한 여성이 한 손에 식료품이 가득한 장바구니를 들고 서 있었다.

 최 경감과 눈이 마주치자 아예 장바구니를 바닥에 내려놓고는 말할 거리가 생겼다는 듯 싱긋 웃으며 여자가 말을 계속했다.

 “어제 봤어. 뉴스 보니깐 그놈이 그 권철인지 하는 그 살인마 놈 탈옥을 도와줬다면서?”

 “아… 그건 아직 수사 중입니다.” 최 경감이 경계하며 말을 막는 듯하자 여자는 다른 이야기로 말을 돌렸다.

 “어제 본 그놈이 확실해. 하도 복도가 시끄러워서 뭔 일인지 보려고 문을 열었는데 그놈이 떡하니 복도에 있지, 뭐야.”

 최 경감이 그녀를 향해 완전히 몸을 돌리자 그녀는 신이 난 듯 이야기를 계속했다. 경비도 그녀의 이야기가 궁금한 듯 창문으로 고개를 삐죽이 내밀었다가 이내 일어나 경비실 문밖으로 나와서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 사람이 살인마 놈 탈옥을 도와준 부패 경찰인 줄 알았으면 진작에 신고하는 건데. 부스스한 머리며 덥수룩한 턱수염 하며 시커먼 게 완전 조폭 인상일 때부터 내가 알아봤어야 하는 건데.”

 “어제 아침부터 옆집에서 어찌나 쿵쿵거리며 시끄럽던지, 원래 애 엄마가 동생이랑 제 딸내미랑 살아서 조용한 집인데.”

 “옆집? 할머니 몇 호 사세요? ”

 “204호” 최 경감의 질문에 경비가 먼저 대답했다.

 여자가 경비를 잠깐 째려보고는 다시 대답했다.

 “뭐, 어제 경찰들이 와서 다 물어보고 갔으니까. 204호 살지. 어제 203호가 아침부터 너무 시끄러워서 내가 가서 뭐라고 하려 했다니까~"

 “암튼, 그 문 열었는데 그놈이 떡하니 서 있어서 어찌나 놀랐던지. 그런데 좀 이상한 게.. 그놈 옆에 있던 젊은 총각은 뭘 보고 놀랐는지 얼굴이 창백해져선 복도에 주저앉아 있었잖아.”

 “주저앉아 있었다구요?" 최 경감이 여자에게 되묻자 여자는 그 말에 대답은 않고 계속해서 자기 말을 이어갔다.

 “근데 글쎄 어제 죽은 총각이 그 젊은 총각이었데.

 짧은 비명을 듣긴 했는데 무서워서 그땐 안 열어 봤거든. 그런데 그게 그 젊은 총각이었던 거 같아.

 아니 그 멀쩡한 젊은 총각이 2층에서 왜 뛰어내리겠어.

 내가 봤을 땐 그 조폭 같은 그 형사가 밀친 거 같아. 그러지 않고는…”

 여자가 자기의 추측을 말하며 말을 덧붙이자 최 경감을 여자의 말을 끊고 질문을 했다.

 “그때 문 열고 보고 난 후에 다시 그 경찰을 보지는 않았나요?

 “음.. 좀 조용해졌다 싶을 때 베란다로 보니까 그 조폭 같은 놈이 터벅터벅 차로 걸어가고 있더라구. 그놈이 사람을 밀치고 그렇게 간 거 같다니까.”

 “그리고는 그냥 갔나요? 차를 타고??"

 자꾸 신나게 말을 하는 자신의 말이 끊어지자 조금 기분이 상한 여자는 안경을 고쳐 쓰고는 최 경감을 바라봤다.

 “응, 그러곤 시동 걸고 가는 거 같던데? 근데."

 “그런데요?"

 “한 가지 조금 이상한 게 있긴 했어..”

 “이상한 점이요?”

 최 경감이 계속해서 관심을 두고 질문을 하자 여자는 다시 신이 나서 이야기를 이어 가려다가

 잠시 주위를 둘러보고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응 그게... 그놈이 차 타고 좀 있다가 뒷좌석에서 어떤 남자가 다시 앞으로 자리를 옮기더라구.

 그놈이 내리지도 않았는데 말이야. 이건 정말 이상하지?"

 그녀는 주변에 아무도 없는데도 누가 들을세라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

 “아.. 혹시 얼굴은??”

 최민호 경감도 목소리를 낮추고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에끼 이 사람아. 내 나이가 몇인데 그 얼굴까지 보이겠어?”

 그녀는 이를 드러내며 웃어 보이며 말하였다.

 “아.. 네 말씀 잘 들었습니다. 혹시 CCTV는?”

 최 경감은 다시 경비에게 고개를 돌려 물어보았다. 경비는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해서 한 손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말하였다.

 “아.. 씨씨티브이? 어제 경찰서에서 가져갔지.”

 “아 네. 감사합니다. 어제 놓친 부분이 있을까 싶어 왔는데 역시 오길 잘했네요.”

 최 경감은 가볍게 목례를 하고 차로 돌아갔다. 경비 아저씨와 60대 여성은 자리를 떠나는 최민호 경감의 뒷모습을 지켜봤다.

 ‘어제 김미진 집에서 뭔가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김미진 집에서 도움을 요청했던 문자는 오후에 받았는데…

 그리고는 마반장이 사라졌다?'

 

 차 문을 닫고 잠시 생각을 정리하던 최 경감은 곧 휴대폰을 꺼내어 어디론가로 전화를 걸었다.

 “아 넵. 최민호입니다.

 마반장이 아무래도 납치당한 것 같습니다.

 마지막에 나타났던 장소에 CCTV도 김 회장 쪽에서 이미 손을 본 것 같고.

 네, 우선 교통순찰대 쪽 CCTV를 확인해서 마반장이 탔던 차량을 추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단서가 나오는 대로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어느 공사장 건물

 

 “퍼억퍼억”

 마반장은 양손이 묶인 채 그 묵직한 사내의 철근 같은 주먹에 이리저리 얻어맞고 있었다.

 “촤아악”

 얼굴이 피 칠갑이 된 마 반장에게 물을 또다시 뿌렸다.

 “허억허억”

 

 “권철은??”

 박 실장은 한결같은 굵직한 음성으로 마 반장에게 말하였다.

 “모.. 몰라.. 허억허억.. 진짜 모른다니까.”

 육중한 주먹이 날라와 마반장을 또다시 강타하였다.

 “퉤에”

 마반장은 입안에 고인 피를 토해냈다.

 

 그때 갑자기 바깥쪽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곧 공포 가득한 비명이 들려왔다.

 “뭐야? 아니.. 으아악”

 건물 밖에서 계속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자 박실장이 덩치 큰 사내를 턱으로 가리켰다.

 “나가서 확인해”

 덩치 큰 사내가 문을 덜컥 열자,

 “지이이이잉”

 전기톱 소리와 함께 그의 오른팔이 잘려 나갔다.

 “으아아악”

 남자는 잘려 나간 그의 오른팔을 순간 넋 놓고 바라보다 고통에 소리 질렀다. 그의 잘려 나간 오른팔에서 피가 이리저리 쏟아지는 것을 보고 놀라서 다시 소리 질렀다. 비명이 미처 입 밖으로 나오기도 전에 굉음을 내는 커다란 전기톱이 이번에는 그의 목을 향해 날아왔다. 덩치 큰 사내가 쓰러지는 그 모습 사이로 피를 뒤집어쓴 채 웃고 있는 권철의 모습이 보였다.

 ‘권철? ’

 마반장은 권철의 얼굴을 보았다. 권철의 눈빛에 은은한 파란빛이 감돌고 있었고 이전에 보았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같은 얼굴이지만 눈빛과 표정이 이전에 봤던 것과는 너무나 달라 다른 얼굴로 보이기까지 했다.

 ‘일기장에서 봤던 게 진짜인 건가?'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잠시 멍하니 서 있던 다른 덩치 큰 사내들도 금세 싸울 태세를 갖추었다. 사시미 칼, 쇠 막대기, 각자의 흉기를 손에 쥐고는 권철을 향해 경계 태세를 갖추었다.

 

 “이 새끼가 여기가 어디라고. 제 발로 호랑이굴에 들어왔구나!

  뭣들 하고 있어, 처리해!!"

 박 실장이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소리치자 사내들은 권철을 둘러싸고 섰다. 조금씩 포진하려고 가까이 다가서려 할 때마다 권철이 전기톱을 휘저어 가까이 다가서는 것을 막았다.

 섣불리 다가가지 못하고 주저하고 있자 박 실장이 가까이 와서 다시 소리 질렀다.

 “뭐해? 이 새끼들아.”

 보다 못해 박 실장은 둘러서 있는 사내 중 하나의 등을 힘껏 밀어 권철 앞으로 밀어 넣었다. 그러자 권철은 거리낌 없이 전기톱으로 달려드는 사내의 가슴을 향해 휘둘렀다. 피가 사방으로 튀며 사내가 맥없이 쓰러지자 옆에 있던 사내들이 눈짓을 주고받고는 권철을 향해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으아아아~~~”

 그들은 동시에 권철에게 다가가 흉기를 휘둘렀다. 권철은 가장 가까이에 다가온 사내의 손목을 향해 전기톱을 휘둘렀다.

 “지이익지잉~”

 전기톱은 둔탁한 소리가 나며 그 사내의 손목이 잘렸다. 다 잘리지 않은 채 너덜너덜하게 붙은 손목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그 사이 반대편에서 달려든 사내는 권철의 오른쪽 빈틈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그 순간, 권철에게서 검은 연기 같은 것이 나오더니 검은 연기가 점차 실루엣이 바뀌며 새빨간 피를 뒤집어쓴 여자의 모습으로 선명하게 나타났다.

 “윽.. 윽…”

 그러자 칼을 휘둘렀던 남자는 칼을 든 채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전기톱은 멈춰서 있는 사내의 배를 향해 힘껏 달려들었다.

 “크어억” 그는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그 싸움의 광경을 보던 마반장은 안 되겠다 싶어 묶인 채 조금씩 구석 쪽으로 이동하였다. 좀 전에 ‘그건 뭐지? 분명히 검은 연기가 권철의 몸에서 나오고 다른 형상으로 변했어.

 악령이라는 건가? 아까 그 남자는 선 채로 그냥 가위눌리는 거 같았는데...'

 마반장은 구석에서 계속해서 싸움을 지켜봤다.

 권철의 곁에는 이제 두 명의 남자만이 남아 서로 눈치를 보며 주저하고 있었다. 다른 편에서 지켜보던 박 실장은 그들을 보며 한숨을 쉬더니 권철을 향해 다가섰다. 박 실장은 권철을 잠시 노려보다가 재빨리 재킷을 벗어 권철의 얼굴을 향해 던졌다. 권철은 날아드는 재킷에 전기톱을 휘둘렀다. 전기톱이 잠시 멈춘 사이 박 실장은 몸을 날려 권철의 왼쪽 갈비뼈로 킥을 날렸다.

 강한 발차기 공격에 균형을 잃은 권철이 손에서 전기톱을 놓치며 벽으로 넘어졌다.

  “쿵”

 권철이 떨어뜨린 전기톱을 재빨리 발로 차서 더 멀리 보낸 후 박 실장은 자신의 뒤에 꽂아두었던 사시미 칼을 꺼내 들었다.

 “하, 이거 모처럼 재미있는 장난감이 나타났네?"

 넘어진 권철이 천천히 일어나 박실장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그때 또 권철의 몸에서 검은 연기가 나와 점차 형상이 변하려 하자 권철이 검은 연기로 손을 뻗어 휘저어 검은 연기를 흩뜨렸다.

 권철도 바닥에 떨어져 있던 사시미 칼을 주워들고 재빠르게 일어났다. 투박하게 전기톱을 들고 흔들던 것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칼을 이 손 저 손으로 빠르게 바꿔가며 현란하게 휘둘러댔다.

 

 한쪽 구석에서 지켜보던 마반장은 칼을 쥔 권철의 눈빛이 파란 기운의 불빛에서 녹색으로 바뀌어 있는 것을 보았다.

 ‘뭔가 바뀐 거 같은데? ’

 

 “이 새끼가 곱게 죽여주려고 했더니. 아주 발악하는구나!”

 박 실장은 그의 찢어진 눈으로 권철을 노려보며 소리 질렀다.

 그리곤 몸을 낮추고 공격할 틈을 노리며 천천히 권철 주위를 돌았다.

 잠시 정적이 흐른 뒤에 권철이 먼저 움직이자 박 실장이 권철의 칼을 자신의 칼로 막아냈다. 연이어 빠른 손놀림으로 권철의 빈 곳을 향해 칼을 뻗었지만 권철 역시 박 실장의 칼을 쳐내며 막아냈다. 빈틈없는 두 사람의 칼싸움은 쉽게 다시 시작되지 못하고 서로를 경계하며 천천히 주위를 돌았다.

 “허억허억.. 제법인데?”

 박 실장은 잠시 템포를 늦추더니 비대칭으로 입꼬리를 올리며 얘기하였다.

 “헥헥.. 지랄”

 권철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오른손에 칼을 쥐고는 박 실장의 오른쪽 팔을 향해 뻗었다. 이번에도 역시나 박 실장은 가볍게 권철의 칼날을 막아냈다. 연이어 권철이 박실장의 무게 중심이 실려있던 박실장의 오른쪽 정강이를 세게 걷어찼다. 그러자 박 실장은 잠시 중심을 잃고 휘청거렸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권철이 박 실장의 무릎을 발돋움 삼아 박실장의 어깨에 목마 자세로 올라탔다. 어깨에 올라탄 권철을 떨어뜨리려 박 실장은 몸을 세게 흔들며 자신의 몸을 뒤로 넘어뜨렸다.

 “콰광”

 바닥에 내팽개쳐진 두 사람은 모두 칼을 놓치고 손을 짚고 바닥에서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권철이 먼저 몸을 일으켜 박 실장의 몸 위로 올라앉아 주먹으로 그의 얼굴을 마구 강타하였다. 박 실장은 팔로 그의 얼굴을 감싸고는 그의 주먹을 막았다. 권철은 이번에는 그의 팔을 붙잡고 무릎으로 그의 갈비뼈를 찍었다. 순간 갈비뼈가 부러지는 듯한 ‘우득’ 소리에 박 실장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박 실장이 싸움의 주도권에서 밀리는 것을 보자 남아있던 두 남자가 박 실장을 도와주려 다가섰지만, 또다시 검은 연기가 나타나 그들의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만들었다.

 박 실장의 고통스러운 비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권철은 계속해서 박 실장을 향해 펀치를 날렸다. 옆에 떨어져 있던 칼을 보자 권철이 칼을 주어 들었다.

 박 실장을 향해 칼을 번쩍 들어 올리는 순간,

 그때 갑자기 권철의 입에서 “안돼!!!”라는 고함이 터져 나왔다. 이내 권철은 굳게 쥐어진 칼을 떨구더니 경련이 일어나 바닥에 쓰러져 괴롭게 몸을 뒤틀었다. 그리곤 곧 의식을 잃었다.

 

 마반장은 바닥에 떨어져 있던 칼로 묶여 있던 팔다리에 끈을 겨우 끊고 일어났다. 흠칫 맞은 터라 온몸에 체력이 이미 바닥난 상태였지만 간신히 몸을 일으켜 권철을 향해 갔다.

 권철이 쓰러지고 얼마 안 되어 박 실장도 숨을 가쁘게 쉬며 겨우 몸을 일으켜 앉았다. 얼굴이 잔뜩 부어오르고 피 칠갑이 된 채 그는 옆에 놓인 책상을 붙잡고 간신히 일어났다. 그리곤 앞쪽에 있는 칼을 발견해 집어 들고는 권철을 향해 갔다. 마반장은 그의 마지막 힘을 다해 박 실장에게 달려들었다.

 “꽈당”

 박 실장은 마반장의 무게에 눌려 옆으로 넘어졌다.

 “헉헉..”

 “이 새끼가..”

 박 실장은 다시 일어나 쓰러진 마반장의 얼굴을 발로 걷어찼다. 다시 그는 떨어뜨렸던 칼을 주워들고 권철에게 다가서려 했다. 하지만 금세 눈을 부릎뜬 채 칼을 들고 멈춰 서서 부들부들 떨기만 하였다. 잠시 뒤, 박실장은 손에 쥐고 있던 칼을 떨어뜨리자 그제야 몸이 풀리면서 뒤로 물러섰다.

 “헉헉”

 박 실장은 허공을 향해 매섭게 노려보다가 우선은 그 자리를 벗어나기로 하였다.

 

 “이제 정신 좀 드냐?”

 “아, 으….. 으…." 온몸의 고통에 조금씩 신음을 내며 몸을 뒤척이는 권철을 향해 마반장이 물었다.

 “으윽.. 머.. 머리야.. 다.. 당신은?”

 권철이 마반장을 보며 놀라 빠르게 상반신을 일으키자 마반장은 천천히 권철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이상한 기운이나 눈빛에 이상한 빛도 보이지 않는군.’

 ‘빛이 감돌지 않을 때가 진짜 권철 인 건가? ’

 

 권철은 아무런 것도 모르는 순진한 양인 마냥 두 눈을 껌뻑이며 마반장을 바라봤다.

 “너, 이 자식 나 찾으러 온 거 아니었어?”

 “내.. 내가? 당신을? 내가 왜요?"

 “아..!!! 맞다.”

 어이없다는 듯이 마반장을 향해 대답하다가 권철은 뭔가 불현듯 생각이 난 듯 주머니를 뒤졌다. 하지만 그제야 그는 깨달았다. 오른쪽 팔에 수갑이 채워져 벽기둥에 고정되어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뭐, 이거 찾는 건가?” 마반장은 권철의 눈앞에 휴대폰을 꺼내 보였다.

 “돌려줘!!” 권철은 마반장이 쥐고 있는 휴대폰을 빼앗으려 왼손을 뻗었지만 닿지 않았다.

 “나를 구하려는 게 아니라 박 실장 만나러 온 거였어?”

 “...”

 권철은 아무런 대꾸도 없이 씩씩댔다.

 “난 네 일기장 찾으러 온 줄 알았더니 박 실장을 만나러 호랑이굴로 제 발로 왔다구? ”

 “새끼.. 생각보다 겁도 없네.”

 마반장은 대꾸 없는 권철의 답변을 대신하였다. 일기장이란 소리에 권철은 놀라 마반장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당신이 내 일기장을 가져갔다고? 왜?

 왜 당신이 일기장을 가지고 있지?"

 “워워.. 흥분하지 말고 얘기해. 지금 지구상에서 말도 안 되는 너의 일기장 이야기를 유일하게 이해해 줄 수 있는 경찰이 바로 나 하나뿐이라는 것을...”

 “다.. 당신이 뭘 알아? ”

 “아까 싸울 때 보니까 마치 네가 아닌 것 같아 보이던데. 뭔가 다른 사람이..”

 “...”

 “진짜 네 몸속에 그 악령인가 귀신들이 있는 거야?”

 “시끄러워, 당신이 뭘 안다고 그래. 어서 이거 풀지 못해??"

 “하하 웃긴 새끼네. 그걸 왜 푸냐? 내 임무는 너를 붙잡는 것인데. 지금 너 때문에 내 수십 년의 경찰 경력이 순식간에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고 있어! 인마. 어제 TV에 다 나갔을 거야. 마치 내가 너의 탈옥을 도와준 것처럼 말이야.”

 “...”

 권철은 더 대꾸하지 않았다.

 “하아.. 네 덕분에 박 실장 휴대폰은 건졌는데, 박 실장을 이렇게 놓쳤으니… 더 깊이 숨을 거고.. 젠장 더 잡기 힘들어졌어.”

 마반장은 투덜거리며 박 실장의 휴대폰의 앱들을 하나하나 클릭하며 뒤적거렸다.

 “이야~ 이 새끼들 최첨단이네. GPS 추적도 하고. 이게 김형식의 위치인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그의 가슴팍에서 담배를 한 개비 꺼내어 물었다.

 “찰칵찰칵”

 라이터로 불을 붙여 길게 한 모금을 빨고 깊이 내쉬며 말했다.

 “후우우… 뭐. 김 회장까지 연결 짓기는 어려워도. 이 GPS 정도면 그 박 실장이랑 김형식은 추적할 수 있겠네.”

 마반장은 권철을 다시 돌아보며 말을 걸었다.

 “궁금하지 않아? 네 동생이 네 일기를 읽었을지? ”

 “무슨 소리야? 그걸 당신이 어떻게 알지? ”

 잠시 입을 다물었던 권철은 그의 동생 얘기에 다시 흥분한 듯 마반장에게 말하였다.

 동생의 이야기에 즉각 반응하는 권철의 반응을 보며 마반장이 빙그레 웃음 지었다.

 “지금 경찰들이 오고 있으니 잠시만 기다려. 그건 서에 가서 자세히 얘기해 줄게”

 “그나저나 최 경감은 왜 이리 안 와?”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약간 먼 발치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최 경감이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만”

 “여어~ 고생 많으셨습니다. 마 반장님.” 최 경감이 반갑게 웃으며 손을 뻗어 악수를 청했다.

 “고생은 무슨..”

 마반장은 쑥스럽다는 듯 웃으며 그의 뻗은 손을 살며시 잡아 악수하였다.

 “앗.”

 마반장은 최민호 경감의 손바닥에서 뭔가 따끔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곤 훅 불이 꺼지듯 사방이 어두워지더니 몸이 바닥으로 후욱 꺼지는 느낌이 들었다.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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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제17화 타락 (권철의 일기) 2020 / 8 / 22 319 0 7098   
16 제16화 그들 2020 / 8 / 21 328 0 5007   
15 제15화 세번째, 네번째 살인마 2020 / 8 / 14 325 0 8980   
14 제14화 마반장 이야기 2020 / 8 / 13 333 0 6961   
13 제13화 이중 함정 2020 / 8 / 12 339 0 6097   
12 제12화 덫 2020 / 8 / 11 321 0 5985   
11 제11화 part 4. 두번째 살인마 (권철의 일기) 2020 / 8 / 10 324 0 7148   
10 제10화 part 3. 악용 (권철의 일기) 2020 / 8 / 9 315 0 5638   
9 제9화 part 2. 첫 번째 그. (권철의 일기) 2020 / 8 / 9 345 0 5680   
8 제8화 part 1. 그 날 (권철의 일기) 2020 / 8 / 8 306 0 6293   
7 제7화 권철의 일기장 2020 / 8 / 8 323 0 6431   
6 제6화 사라진 기억조각 2020 / 8 / 5 325 0 6969   
5 제5화 유턴 2020 / 8 / 4 321 0 5976   
4 제4화 진곡터널 2020 / 8 / 3 340 0 6209   
3 제3화 2020년 2월5일 새벽2시 2020 / 8 / 3 345 0 5163   
2 제2화 실종 2020 / 8 / 2 329 0 60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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