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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도플갱어
작가 : 글묵
작품등록일 : 2020.8.7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도플갱어. 그로 인해 한 가정의 평화에 균열이 생긴다.
그는 돈을 물 쓰듯 쓰면서 가족들의 환심을 사려한다.
뿐만 아니라 진짜의 애인을 찾아 가 진짜 행세를 하며 애인을 가로채고 직장까지 찾아 가 장난을 친다.
가짜의 장난질에 진짜는 가정과 직장에서 위기를 맞고 애인까지 뺏길 처지에 놓인다.

 
4화 후손 집 방문
작성일 : 20-08-14 13:38     조회 : 312     추천 : 0     분량 : 5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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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화 후손 집 방문

 

 “우리 선생님 어디 아픈 것 같은데요.”

 “그러게…….”

 “얼굴에 핏기가 하나도 없어요.”

 “병원 가 봐야 할 것 같은데요.”

 “너무해요. 교감 선생님”

 

 교감에게 당하고 있는 담임이 불쌍해 보였던지 아이들이 담임을 싸고돌았다. 그러자 교감의 분노가 차츰 누그러졌다.

 

 “어서 수업 준비해요.”

 

 교감이 헛기침을 한 번 하더니 교실을 나갔다.

 

 “얘들아. 정말 고마워. 그리고 미안하다.”

 

 교감이 사라지자 반 아이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떠들어댔다.

 

 ***

 

 한편 두만은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생가터를 찾아 나섰다. 과거 자신이 살았던 안국역 뒷골목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옛날 가옥들이 더러 남아 있었지만, 그가 살았던 집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 자리엔 5층 상가건물이 들어서 있었다. 1층은 한식당 2층은 카페 3층부터는 사무실로 보였다. 배가 출출하여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식당엔 점심을 먹으러 온 직장인들로 빈자리가 없었다. 그가 식당을 나서려는데, 한 중년의 대머리 남자가 능글맞게 웃으며 합석을 해도 좋다고 말했다. 두만이 말없이 자리에 앉았다. 남자가 생수 한 잔을 따라 두만 에게 내밀었다. 두만이 말없이 물을 받아 마셨다. 남자의 얼굴에 설핏 미소가 감돌았다.

 

 “뭐 드실래요?”

 

 남자가 실실 웃으며 물었다.

 

 "남이야 뭘 먹든 말든 그쪽이나 알아서 쳐드시오!"

 

 두만의 말에, 남자의 표정이 갑자기 서늘해졌다. 그는 금방이라도 두만의 멱살을 움켜쥘 기세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순간 두만은 겁이 났다. 두만은 슬그머니 엉덩이를 뒤로 쭉 빼내어 밖으로 뛰쳐나갔다. 남자가 두만의 뒤를 따라 나오며 갖은 욕을 퍼부었다. 두만은 삼십육계 줄행랑을 쳤다. 한참을 뛰었더니 전신이 땀범벅이다. 뒤를 돌아보니 남자가 보이지 않았다. 두만은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두만은 후손들이 사는 평창동으로 향했다. 부자 동네로 소문 난 평창동은 고급주택으로 즐비했다. 느릿하게 산책을 하듯 후손의 집으로 향했다. 후손 집은 담장이 아주 높아 집 안은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딱 봐도 엄청나게 값나가는 고급저택으로 보였다. 후손들이 이렇게 떵떵거리고 잘살고 있는 건, 백여 년 전 자신이 친일로 일궈 낸 부의 결과였다. 그 기쁨도 잠시. 두만의 눈빛이 사나워졌다. 후손의 집 앞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몇 나와 친일재산 환수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었다.

 

 “이, 이런 개새끼들…….”

 

 두만의 입에서 욕이 막 튀어나왔다. 저승에서도 저 소릴 지겹도록 들었는데, 인간 세상에 와서까지도 또 저런 소릴 들으니 눈이 확 뒤집히는 건 당연하였다.

 

 “남의 집 앞에서 뭐 하는 짓이야!”

 

 두만은 무작정 시위대를 향해 뛰어들었다.

 

 “이 집 딸이야?”

 

 한 남자가 따지듯 물었다. 그러자 좀 전의 용기는 거품 사그라지듯 사라졌는지.

 

 “…….그건 아니지만. 남의 집 앞에서 이러는 건 아니죠.”

 

 어느새 두만의 목소리는 목젖 밑으로 기어들어 가 모깃소리만 했다.

 

 “이 피켓을 보고도 지금 그런 말이 나와요?”

 “그런다고 이러시면 당신들도 똑같은 사람이 되는 거예요.”

 “이 아가씨 정말 웃기는 아가씨네. 생긴 건 멀쩡해서…….참견 말고 저리 비켜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가만히 있는데, 고맙게도 경찰이 나타났다.

 

 “이봐요.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그만 돌아들 가세요.”

 

 경찰들이 완력으로 시위대를 밀어냈다. 시위대가 물러나자 경찰은 떠났다. 두만이 혼자 조용히 한숨을 돌리는데, 고급승용차가 멈춰 섰다. 누군가하고 두만이 보는데, 노신사가 차에서 내렸다. 그는 하나의 조부이고서 두만의 손자인 박기호였다. 그가 반갑게 다가왔다.

 

 “소라 맞지?”

 

 기호의 눈엔 두만이 소라로 보였다. 순간 두만은 당황했다. 하지만 내가 네 할아버지가 그렇게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안녕하세요.”

 “여긴 웬일이야?”

 “이 동네 볼일이 있었다가…….”

 “그래? 시간 되면 잠깐 들어가서 차 한잔하고 가.”

 “네.”

 

 두만은 손자 기호를 따라 집으로 들어갔다. 넓은 마당엔 파란 잔디가 융단을 깔아 놓은 듯했고 관상수들이 보기 좋게 늘어 서 있었다. 연못엔 비단잉어들이 한가로이 떠다녔고, 연못가엔 수백 살은 더 되어 보이는 적송이 위엄을 뽐내고 서 있었다.

 사십 대 후반의 남자 집사가 잔뜩 겁먹은 얼굴로 다가왔다.

 

 “일찍도 치운다.”

 

 기호의 말엔 불만이 가득했다.

 

 “죄송합니다.”

 

 기호가 화가 난 이유는 시위대를 늦게 치워서였다. 기호가 귀가하기 전에 깨끗이 시위꾼들을 정리해놓아야 하는데, 기호가 그걸 목격하였기 때문이다.

 

 오 십 보를 더 걸어 도착한 현관엔, 이 집 도우미로 보이는 중년의 여성이 기호를 반겼다. 집 안으로 들어가자 기호의 며느리고 하나의 엄마인 경숙이 그들을 반겼다.

 

 “정말 반갑다 얘. 아버님 근데, 어떻게 소라랑 같이 왔어요?”

 “집 앞에서 만났어.”

 “그래요?”

 “뭐 하냐? 먹을 것 좀 내 오지 않고”

 “어머나, 내 정신 좀 봐. 아줌마. 여기 다과상 좀 봐 와요.”

 

 경숙이 호들갑스럽게 말했다. 기호는 두만의 아들 석주를 많이 닮았다. 어쩌면 저리도 지 아빌 쏙 빼닮았을꼬. 순간 그리움의 감정이 솟구쳐 올랐다. 두만이 기호를 바라보는 눈빛은 할아버지가 귀여운 손주를 바라보는 애틋하고 다정한 눈빛이었다.

 

 “왜 내 얼굴에 뭐 묻었어?”

 

 그런 두만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던지 기호는 손으로 얼굴을 훔치며 말했다.

 

 “아, 아닙니다. 갈수록 젊어지시는 것 같아 그 비결이 궁금해서요.”

 “그러냐?”

 

 기호는 젊어졌다는 말에 기분이 좋아 호탕하게 웃었다.

 

 “근데, 아까 그 시위꾼들은 왜 그런데요?”

 “어, 그거 별거 아니야. 신경 쓸 거 하나도 없어. 가끔, 심심하면 개 날 굳이 하듯이 한 번씩 저러고들 가.”

 

 이렇듯 기호에겐 양심이나 염치, 부끄러움 따윈 없었다. 어찌 보면 기호는 두만을 쏙 빼닮아 있었다. 기호는 모른다. 자기 아들 경수가 이런 아버지를 얼마나 부끄러워했고 혐오했었는지를.

 

 “몹시 나쁜 인간들이네요.”

 “그렇지. 몹시 나쁜 인간들이지. 아니, 우리가 뭘 그리 잘 못 했다고. 그리고 그때가 언젠데? 자기들이 우리 조상들이 친일하는 걸 봤어? 어? 뭘, 잘 못 했다고 저리 유난들을 뜨는지. 내 생각엔 한마디로 배가 아파서 저러는 거지. 암”

 “사실 친일은 좀 심하게 했죠.”

 

 조상이 친일했다는 경숙의 말에 기호가 눈살을 찌푸렸다. 두만도 마찬가지다. 경숙이 자기에게 욕을 하고 있으니 기호보다 더 기분이 나쁠 것이다.

 

 “근데, 몇 년 만이야?”

 “미안합니다. 너무 오랜만이죠?”

 “임용고시 본다는 소릴 들었는데, 어떻게 됐어?”

 “교단에 선지 삼 년 됐어요.”

 “어머나. 정말 잘 됐다. 축하해. 김 선생”

 “나도 축하한다. 김 선생”

 “감사합니다.”

 

 그러는 사이 다과상이 나왔다.

 이름도 모르는 열대 과일과 함께 커피가 나왔다.

 

 “차 마셔.”

 

 두만은 유럽풍의 고급 찻잔에 담긴 커피잔을 집어 들었다.

 

 “세상에서 가장 비싸다는 루왁 커피야.”

 

 경숙이 자랑스럽게 말했다.

 

 “고양이가 먹고 배설한 커피 열매로 만든 커피가 이렇게 비싸게 팔리고 있으니. 정말 신기하지 않아?”

 

 경숙이 부연 설명까지 곁들였다.

 

 “고 고양이가 싼 똥으로…….”

 

 순간 두만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두만이 덜덜 떨며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커피잔이 흔들리는 바람에 커피가 두만의 손등으로 흘러내렸다.

 

 “왜 그래. 김 선생?”

 “고양이 똥 커피라고 해서 비위 상해서 그러는 거야?”

 

 기호가 두만의 안색을 살피며 물었다.

 

 “어머나, 그럴 수도 있겠네. 미안해 김 선생”

 “아줌마”

 

 도우미가 쪼르르 달려왔다.

 

 “여기 있는 커피 싹 다 가져가요.”

 

 도우미가 커피잔을 거둬 갔다.

 

 “손 닦아.”

 

 경숙이 화장지를 뽑아 두만 에게 내밀었다.

 

 “손 좀 씻고 싶어요.”

 “어. 그래. 그렇게 해,”

 

 경숙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두만을 화장실로 데려갔다. 고양이는 두만 에겐 천적이다. 천적이 싼 똥으로 만든 커피. 그 커피를 마시느니. 차라리 독약을 마시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손을 씻고 돌아온 두만 에게 경숙이 사과를 하는데,

 

 “미안해. 김 선생. 난 김 선생한테 좋은 커피 대접하고 싶은 마음에 고양이 똥…….”

 

 두만의 표정이 다시 일그러졌다.

 

 “아, 미안. 고양이 똥 커피 이야기는 다신 안 할게. 뭐 다른 차 마실까? 김 선생은 무슨 차 좋아해?”

 “아닙니다. 과일 먹을게요.”

 

 두만은 과일을 집어 우걱우걱 씹었다. 고양이 똥에 비위가 상해 그런지 과일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었다.

 

 “요즘도 우리 하나랑 자주 만나니?”

 

 경숙이 생글생글 웃으며 물었다.

 

 “네.”

 “그래, 자주 만나서 김 선생이 좋은 이야기 많이 좀 해 줘,”

 경숙이 기호의 눈치를 슬쩍 보며 말했다.

 

 “좋은 이야기라면…….”

 

 경숙이 얼른 대답을 못 하고 기호의 눈치만 살피는데.

 

 “내 핏줄이라곤 그 녀석 하난데, 이 넓은 집을 두고선 혼자 밖에서 저러고 있으니…….내가 살면 얼마나 산다고.…….”

 

 기호가 말을 마치고 헛기침을 했다. 아들을 쏙 빼닮은 손자가 속상해하는 꼴을 보고 있자니 두만은 울화가 치밀었다.

 

 ***

 

 기호는 당 요직을 두루 거친 전직 국회의원이다. 지금도 그의 입김은 상당하다. 그는 핏줄을 무엇보다 중요시했다. 그동안 자신이 쌓아 온 부를 핏줄에게 모두 물려주고 싶은데, 물려 줄 핏줄이 마땅찮다. 외아들 경수(하나의 부)만 살아 있어도 이런 걱정은 하지 않을 것이다. 조상을 부끄럽게 여기는 하나에게 재산을 물려줬다간 재산이 다음 대까지 제대로 전달 되지 못할 것만 같다. 천만다행인 것은 아들이 살아 있을 때 아들의 정자를 채취해 냉동 보관해 두었다. 이 일은 며느리도 손녀도 그 누구도 모른다. 모든 것은 비밀로 이루어졌다.

 아들의 핏줄을 낳아 줄 건강한 젊은 여성도 구했다. 이 일이 성공할지는 모른다. 하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성공하고야 말 것이다.

 

 두만이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기호는 봉투 하나를 꺼내 두만 에게 내밀었다.

 

 “이게 뭔가요?”

 “할아버지가 주는 용돈이야.”

 

 기호가 빙그레 웃었다.

 

 “얼른 받아. 김 선생. 우리 아버님 팔 아파.”

 

 손자에게 용돈을 받으니 기분이 묘했다.

 

 “감사합니다.”

 “우리 하나가 김 선생 반만 닮았어도 얼마나 좋을꼬.”

 

 순간 경숙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무슨 그런 말씀을 하세요. 하나가 얼마나 멋진 친구인데요.”

 “하나는 시위꾼들 보기가 창피하다고 했어. 그래서 이 집을 떠난 거고…….”

 “하나가 그럴 리가 없어요.”

 “누구 덕에 이렇게 편하게 사는 지도 모르고…….쯧쯧”

 

 기호의 말에 하마터면 두만의 입에서 ‘다 내 덕이지’ 하는 말이 툭 튀어나올 뻔했다. 그래도 손자 기호를 보니 두만은 마음이 흐뭇하였다. 자신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 친일이 창피하다며 집을 나간 하나를 나무라고 있으니. 손주 하난 잘 뒀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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