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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판타지
푸른 잎에 능금
작가 : 목탄
작품등록일 : 2020.8.5

용의 여인이 될 운명을 타고난 능금,
행궁 청소를 하다말고
실수로 세자의 손을 베어버리는 데
지고지순, 능금만 바라보는 홍옥을 남겨둔 채
결국 궁궐로 납치되고 만다.
조선시대 온천과 궁궐 서가를 오가며 벌어지는 용팔이 로맨스,
흑룡과 청룡이 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을 지어다.

 
5. 심장을 향해, 활
작성일 : 20-08-14 11:20     조회 : 332     추천 : 1     분량 : 4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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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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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몽사몽 능금이 소란을 따라 여기저기 끌려 다닌다. 배도 부르고 등도 따뜻한 게 어디 가서 낮잠 좀 잤으면 좋겠는데, 혈기왕성한 소란은 궁을 안내하느라 여념이 없다.

 “찬찬히 보여줘도 되는데,”

 “무슨 말이야, 쇠뿔도 단김에 빼야지. 너 그러다 또 길 잃어버린다.”

 “네 말이 맞다.”

 이렇게 잠결에 다닌 들, 기억이나 하겠느냐. 능금이 휘청휘청 강녕정으로 들어선다. 뒷길로만 다녀서 그런가, 어째 거기가 여기고, 여기가 거기 같다.

 “너, 여기서 일 한지 얼마나 됐어?”

 “한 오 년 되었나? 열 살 때부터 들어왔으니깐,”

 그 쯤 돼야 길을 헤매지 않으려나. 능금이 쏟아지는 졸음을 막으며 후원으로 든다.

 “어, 한 상궁 마마님이시다. 잠깐만 여기 있어. 뭣 좀 여쭙고 올게.”

 “그래.”

 소란이 마마님을 쫓아 전각 뒤편으로 사라진다.

 “이제 좀 살겠네.”

 후원 기둥에 기대 앉아 눈을 붙이는 능금, 햇볕이 따스한 게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꿈인지 생시인지 꿈결 속을 헤매 다니는데, 어디선가 물소리가 들려온다. 비라도 내리나.

 능금이 부스스 일어나 소리를 쫓는다. 못이라도 있는 겐가.

 문을 내어 사방을 막고, 기와를 얹어 하늘을 막은 작은 정자 하나가 보인다. 위패라도 모신 겐가. 참으로 꽁꽁 숨겼네. 물소리가 나는 곳은 여기가 맞는데.

 만지지도 않았는데, 문에 걸린 자물쇠가 툭 하고 떨어진다. 녹이 슬어 저절로 떨어진 모양이다. 능금이 호기심에 문을 연다.

 상서로운 빛이 우물에 가득하고, 맑은 물이 넘실대며 흘러넘친다.

 “마침 목이 말랐는데 잘 됐다.”

 능금이 손을 모아 넘치는 물을 받는다.

 “산속 우물물이 이리 달고 시원했는데,”

 능금이 우물을 향해 절한다.

 “맘대로 마셔서 죄송합니다. 대신 이걸 드릴게요.”

 저자에서 받은 약과 한 개를 우물 돌에 올려놓는다. 물이 일렁이는가 싶더니 우물 돌에 올려둔 약과를 금세 삼켜버린다.

 “다음에 또 들리겠습니다.”

 공손히 인사를 하고는 능금이 문을 닫아건다.

 “신기한 물이네, 잠이 싹 달아났다.”

 마침 소란이 저 편에 보인다. 무슨 좋은 일이 있는지 해맑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댄다.

 “그래도 네가 있어서 위안이 되는구나.”

 능금이 마주보며 손을 흔든다.

 먼발치에서 별감이 두 사람을 지켜보고 서있다. 궁 밥이 예전만 못한가. 어째 저 아이는 저토록 연약해 뵌 단 말인가. 사내라 하기엔 너무나 작고 여리구나. 별감이 능금이 지나왔던 곳을 되밟는다. 어정 자물쇠가 바닥에 떨어져있는 걸 발견한 부사가 의아한 표정으로 들어선다. 흘러넘치는 물에 깜짝 놀란 부사가 납작 엎드린다.

 “기어이 길을 여셨군요.”

 절을 하던 부사가 문득 젖은 발자국을 발견한다.

 “벌써 누가 다녀갔나 봅니다.”

 행여 누가 볼까 주변을 살피며 자물쇠를 건다.

 “자물쇠가 삭을 만큼 오랜 세월이었구나. 이번엔 부디 뜻을 이루시길,”

 시래기 국은 어찌 이리 소화가 잘 되는 것인지, 벌써 배가 고프다. 이래저래 기운이 없는 능금이 소란과 마주 걷는다.

 “좋은 일이 있는가 보다.”

 “헤헤, 한 상궁 마마께서 이제부터 널 모시라고 하셨다.”

 “너나 나나 같은 신세인데, 왜 네가 날 모시냐.”

 “어찌 같은 신세야. 너는 저하께서 택하신 사람이고, 나는 천한 비자인데,”

 “누가 보면 승은이라도 입은 줄 알겠네.”

 “승은이 별 거냐. 마음을 얻으면 그게 승은인 거지. 그나저나 아깐 어디 갔었어? 안 보이던데.”

 “좀 잤어.”

 “어정 근처에 간 건 아니지?”

 “어정?”

 “안 갔으면 됐어.”

 “왜 가면 안 되는데?”

 “불길한 곳이라나 봐. 괜히 갔다가 이상한 일에 연루 될 수도 있어.”

 그렇게 물이 맑고 시원한데 뭐가 불길하다는 거지. 영험하다면 모를까.

 “알았다.”

 비현각에 가까워지자, 주변을 살피던 소란이 속삭인다.

 “마마님이 그러시는데, 예전에 그 어정에 저하가 빠진 적이 있대.”

 “저하가?”

 “응, 그래서 우물을 메우고, 연못을 메운 거야.”

 “우물은 그렇다 쳐도 연못은 왜?”

 “혹여 빠지실까봐 그러지.”

 “빈대를 잡으려 초가삼간을 태우는 구나.”

 “저하를 어찌 빈대에 빗대.”

 “백성의 피를 빠는 빈대 맞지.”

 “너 진짜 배은망덕하구나.”

 “갚아야 할 은혜가 없는데, 어찌 배은망덕이냐.”

 “비현각 시동이면 엄청난 은혜잖아.”

 “행궁에서 뼈 빠지게 일했을 때가 더 좋았다.”

 알쏭달쏭한 말을 하는 능금을 소란이 의아하게 쳐다본다.

 “가끔 널 보면 참 이상해. 신분이 달라서 그런가.”

 태어난 자리만 다를 뿐, 너와 다를 게 뭐가 있을까. 다만 함께 있어 좋은 누군가가 있어, 나는 돌아가야 한다. 그 일이 더 고되고 힘들지라도, 나는 가야한다.

 “그만 가자. 고쳐야 할 책이 많다.”

 “응,”

 

 바람이 잦고, 구름 한 점 없으니, 활을 쏘기에는 이보다 좋을 수 없다. 화홍이 활시위를 당긴다. 허공을 가르고 날아간 화살이 명중하자, 둥둥 북소리가 울린다.

 “활솜씨가 느셨습니다.”

 “다 스승님 덕분입니다.”

 “오늘은 이만 하시고 꽃구경이라도 가시지요.”

 “몇 발 더 쏘고 가겠습니다.”

 부러 등을 떠미는 것이 누가 온 모양이다. 성가시구나.

 스승이 초조해하거나 말거나 화홍이 시위를 당긴다. 마음의 평정을 잃었는가, 잘 나가던 화살이 자꾸만 빗나간다. 북소리 대신 깃대가 흔들린다.

 관덕정 밖으로 연분홍치마가 어른댄다. 화홍의 미간이 구겨진다.

 “어찌 여기까지 발걸음을 하시었소.”

 “꽃구경을 나왔다가, 잠시 들렀습니다.”

 곁에 두는 상선의 짓인가, 궁녀의 짓인가. 내 일거수일투족을 고하는 이가 누구인지 알아야겠다.

 “방해가 되었소.”

 “송구합니다.”

 세자빈의 얼굴이 붉어진다.

 그깟 꽃구경 때문에 수업을 망친단 말인가. 참으로 오만하구나. 화홍의 냉담한 얼굴에 세자빈이 어쩔 줄 모른다.

 “고하지 말라 하였는데,”

 “앞으로 사정엔 오지 마시오.”

 “예.”

 고하지 말라하면, 고하지 않겠는가. 궁인이 알아채고, 스승이 알아챈다. 고하지 말라는 말의 저의는 그렇다. 은밀히 알아채게 하라는 것.

 그리 면박을 주었는데도, 화홍을 따라 걷는 세자빈의 표정엔 설렘이 묻어난다. 언젠가는 내게도 꽃잎 같은 마음 한 점 주시겠지. 후궁을 들이지 않은 것 또한 나에 대한 배려가 아니겠는가. 그저 무뚝뚝하신 걸 거야. 세자빈의 치맛자락이 나풀댄다.

 꽃은 지천인데, 그의 마음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 것인지, 나비도 벌도 무색하게 봄 곁을 지나간다. 잠시 멈춰 서서 꽃을 보던 세자빈이 허둥지둥 그를 쫓는다. 먼발치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중전이 혀를 끌끌 찬다.

 “어찌 저리 차가울까. 부부로 지낸지가 몇 해인데, 저리 데면데면하단 말인가.” 저 정도 미색이면 마음을 뺏길 법도 한데 저 아인 통 곁을 두지 않는구나. 그 또한 전하를 닮은 것인가.

 “무슨 걱정이 그리 깊으십니까?”

 입궐하던 별감이 중전을 향해 다가온다.

 “별감이시구려. 동궁을 만나서 온 것이오?”

 “하나 뿐인 배동이 아닙니까.”

 “동궁에게 그대 같은 동무가 있어 다행이구려.”

 “황공합니다.”

 “부부사이가 어찌 서리 서먹한지 걱정하는 중이었다오.”

 “아직 여인을 몰라 그러는 것 아니겠습니까.”

 “사내대장부가 여인을 모른다니, 그것도 부끄러운 것 아니겠소.”

 자신들 입맛에 맞게 짝을 지어놓고는, 연모하는 마음이 생기기를 바랐단 말인가. 화홍이 무슨 종마라도 된단 말인가.

 “때가 되면 다 이루겠지요.”

 “혹여 맘에 둔 아이가 있소?”

 있다한들, 사내를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으랴. 공연히 끼어들었다가 정 맞을라.

 “제가 아는 바로는 없습니다.”

 “후궁이라도 봐야 하는 지 고민이 크구려.”

 그리한들, 화홍의 마음이 움직이겠습니까. 공연히 생과부만 늘 뿐입니다. 하고 싶은 말을 입 밖으로 내지 못하고 부사의 표정만 어두워진다.

 “그러는 별감도 아직 혼례 전 아니오?”

 “저야, 연모하는 여인이 하도 많아 고르느라 그런 것입지요.”

 “그러다가 삼베 고른다오.”

 “명심하겠습니다.”

 쉽게 속내를 보일 여인이 아니다. 부러 화홍의 귀에 흘러들어가기를 바라는 거겠지. 허나 내가 얘기한들 그 목석이 움직이겠는가. 궁에서 오직 그의 마음을 움직일 사람은 능금 뿐,

 인사를 하고는 부사가 물러난다. 화홍은 세자빈에게 묶여 달아날 길이 없으니 이참에 비현각이나 가야겠다.

 “말끔히 정리하였구나.”

 별감이 나란한 책을 보고는 감탄한다. 낱낱이 흩어지던 책장도 야무지게 묶어놓았다. 생긴 것과 다르게 제법 손끝이 야물구나.

 “고생한 보람이 있네요.”

 능금이 빙그레 웃는다. 눈 밑에 그늘이 져있는 것이 며칠간 고생한 모양이로구나. 공연히 마음이 뭉클해져서 별감이 능금의 손을 붙든다.

 “이 고운 손이 다 망가졌네.”

 “본래 망가져있던 손입니다.”

 슬며시 손을 잡아 빼고는 읽던 책을 다시 펴든다. 소란은 눈치껏 자리를 피했다. 그런 눈치로 궁에서 살아남은 거겠지. 능금이 불편한 마음을 감추고 더듬더듬 책을 읽는다.

 “그게 읽혀?”

 “다는 아닌데, 그래도 읽히긴 합니다.”

 “못하는 게 없네.”

 있죠. 여자를 못 합니다.

 “모르는 거 있으면 물어보시게. 친절하게 가르쳐 주겠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능금이 책을 건넨다.

 “이게 무슨 글자입니까? 처음 본 글자인데.”

 어지간히 답답했던 모양이네. 부사가 싱긋 웃으며 찬찬히 일어준다. 고개를 주억거리는 것이 알아듣는 모양이구나. 너 같이 똘똘한 아이가 시동이라니 아깝긴 하구나.

 “잠시 만요.”

 혹여 잊을까봐, 먹을 묻혀 종이에 깨알 같이 적어놓는다. 필체도 너만큼이나 귀엽다.

 “왜 그리 열심인 것이냐?”

 “그래야 나갈 수 있거든요.”

 “여기서 일하는 게 행궁에서 일하는 것보다 호사가 아니냐.”

 “일은 편해도, 마음이 불편합니다.”

 “놓고 온 사람 때문이구나.”

 대꾸도 없이 손을 놀리는 능금, 다시금 책을 가리켜 뜻을 묻는다. 이편에서 아무리 마음을 준들, 네 마음의 방향이 다르다면 소용이 없겠지. 그런 걸 보면 화홍이나 세자빈이나 참으로 한결 같구나. 어찌 곁을 두지 않는 사람을 마음에 품은 것인가.

 “이만 가봐야겠다.”

 “오늘 감사했습니다.”

 “종종 들르마. 모르는 게 있으면 그 때 묻도록 해라.”

 “예.”

 인사를 마친 능금이 다시 책 속으로 빠져든다. 꽃은 그저 피었을 뿐인데, 나비가 날아들고, 벌이 붕붕댄다. 저 아이는 그저 있을 뿐인데, 너와 내가 흔들린다.

 너는 어쩌자고 저 아이에게 여지를 준 것이냐. 서고의 책들을 다 읽으면 정녕 저 아이를 놔 줄 수 있단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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