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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월광의 알바트로스
작가 : 프로즌
작품등록일 : 2016.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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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기사, 사자의 귀환, 그리고 월광의 알바트로스.
드래곤 지스카드의 세계에서 운명적으로 맞물려지는 장대한 대서사시,
지스카드 연대기 그 네 번째 이야기.
세계에 정면으로 맞서며 역사를 바꾸어 나가는 사람들.
그리고 피의 알바트로스라 불리게 되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한 소년의 걸음이 시작된다.

 
제 3 화
작성일 : 16-07-12 17:12     조회 : 714     추천 : 0     분량 : 7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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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리엇은 그대로 몸을 홱 돌려 집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가만히 서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쟈넷이 희미한 미소를 머금고 고개를 돌렸다.

 “저래 봬도 술만 마시면 널 생각했단다. 네가 보냈던 편지를 서랍에 넣어 두고, 읽고 또 읽곤 했지.”

 “미안해요……. 언니.”

 쟈넷은 다시금 눈가를 붉히는 에밀리의 손을 잡았다.

 “가족끼리 미안할 게 뭐가 있겠니. 자, 어서 들어오너라. 아 참, 아이 이름이 뭐랬지?”

 “앤드류예요. 앤드류 워커. 안녕하세요.”

 앤드류는 에밀리의 치맛단을 놓고 고개를 꾸벅 숙였다. 쟈넷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래! 넌 워커지! 아휴! 어쩜 이리 똑똑할까. 그래, 앤드류. 난 쟈넷 외숙모란다.”

 “네, 쟈넷 외숙모.”

 “애가 참 귀엽고 똑똑하네. 자, 일단 짐부터 풀자. 에이미, 고모 가방 받아서 2층 침실에 가져다 두고 앤드류랑 놀아 주거라. 앤드류는 여기 있는 에이미 누나를 따라가서 놀고 있으련?”

 “네!”

 쟈넷으로부터 전해지는 따듯한 감정에 앤드류는 언제 울먹였냐는 듯 배시시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헤헤! 앤디, 가자. 아 참! 이제부터 앤디라고 불러도 되지?”

 에밀리의 가방을 꼭 껴안은 에이미가 헤벌쭉 웃으며 말했다. 키는 자기만 하지만 귀엽고 잘생긴 사촌동생이 벌써부터 마음에 들었다.

 “응! 에이미 누나!”

 “헤헤헷! 이쪽으로 와.”

 누나란 말에 더욱 기분이 좋아진 에이미는 파란 눈동자에 기쁨을 담고 종종걸음을 옮겼다.

 “자, 우리도 들어가자꾸나.”

 “네…….”

 에밀리의 표정은 여전히 밝지가 못했기에 자넷은 그녀를 다독였다.

 “너무 걱정하지 마. 아까는 감정이 격해져서 그렇지, 게리엇은 핏줄을 내칠 정도로 독한 남자가 아니잖니. 잘 될 거야.”

 “고마워요……. 쟈넷 언니.”

 에밀리는 진심으로 쟈넷에게 고마워했다.

 그러곤 10년 만에 자신을 맞이하는 집안을 둘러보며, 두근거리는 가슴을 살짝 누르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

 

 “…….”

 여동생을 앞에 두고 앉아서도 게리엇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팔짱을 낀 채 잔뜩 찌푸린 얼굴을 창문 밖으로 눈을 둘 뿐이었다.

 “이거 좀 들렴. 시원할 때 마시는 게 좋단다. 당신도 들어요.”

 정적을 깨며 쟈넷이 냉차를 내려놓았다.

 게리엇은 시선을 돌리지 않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난 됐어. 럼이나 좀 내오지 그래.”

 “대낮부터 무슨 술이에요?”

 “젠장……. 내가 내 집에서 술 마시겠다는데.”

 게리엇은 벌떡 일어서더니 주방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런 남편의 뒷모습을 쟈넷은 한숨과 함께 바라보더니 이내 에밀리에게 시선을 돌렸다.

 “일단 잘못했다고 해. 화가 좀 풀리면 말을 들을 것 같으니까.”

 “후우……. 그래야죠. 그런데 결혼은 언제 했나요?”

 “네가 집을 나간 그해 가을에 했단다. 가게 일도 바쁜데 노총각 혼자서 집안일을 하는 게 어찌나 안돼 보이던지. 호호! 처음에 음식 몇 번 싸 줬던 게 버릇이 됐는지, 글쎄 내가 오지 않으면 쫄쫄 굶고 있더라고. 가서 음식도 해 주고 청소도 해 주었더니, 글쎄 손을 덥석 잡더니 다짜고짜 결혼하자고 하지 않겠니. 어처구니가 없어서! 일단 뺨 한 대 때리고 승낙했지. 그때 게리엇 표정을 네가 봤어야 하는 건데. 호호호!”

 쟈넷은 유쾌한 듯 웃음을 터트렸다.

 무뚝뚝하고 감정 표현이 서투른 오빠가 어쩔 줄을 몰라 했을 것을 생각하니 에밀리의 입가에도 미소가 걸렸다.

 “언니는 여전하네요.”

 “내 얼굴도 여전하겠지? 호호호호!”

 스스로 한 농담에 쟈넷은 입을 가린 손이 민망할 정도로 큰 웃음을 터트렸다. 시원스런 웃음소리에 결국 에밀리도 웃고 말았다.

 어린 시절부터 쟈넷은 낙천적이고 잘 웃는 데다, 속까지 깊어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알았다.

 그녀는 프레데리카 합중국과 북 퀘른 공화국(The Republic Of North Kln)이 1년간 벌인 겨울전쟁 중에 부모를 잃고, 열여섯이 되던 해에 알폰소 가의 작은 아버지 집으로 오게 되었다.

 태어나서 몇 번 보지 못한 친척집에 얹혀살게 됐음에도 그녀는 첫날부터 씩씩한 얼굴이었다.

 부모를 잃고 형제도 없는 쟈넷이 혹여나 어두운 성격이지 않았을까 걱정하던 작은 아버지 해리슨은, 밝고 요리솜씨까지 좋은 조카를 보며 안도했고, 여기저기에 조카 자랑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가죽을 도매로 취급하는 해리슨과 평소 왕래가 잦던 젊은 구두장인 게리엇은 쟈넷을 처음 보자마자 반했다.

 무뚝뚝하고 가난한 구두 장인에게도 늘 친근하게 대한 소녀는 천사와 다를 바 없었다.

 게리엇은 작업복이 아닌 깨끗한 옷을 입게 됐다.

 푸석푸석하던 머리도 어지간하면 단정하게 빗고 다녔고, 매일같이 면도를 깨끗이 했다. 별다른 용무가 없음에도 해리슨의 가게를 드나들었다.

 그런 게리엇의 변화를 가장 먼저 알아차린 것은 당사자인 쟈넷이 아니라 당시 열두 살이었던 어린 에밀리였다.

 사랑에 빠진 오빠를 위해 에밀리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를 도왔고, 쟈넷이 게리엇에게 마음을 연 것은 에밀리의 도움이 컸다. 물론 게리엇은 눈치 채지 못했지만.

 “그럼 에이미는 올해……?”

 “아홉 살이란다. 그 다음해에 낳았지. 날 닮아서 눈치가 빨라. 물론 네 오빠를 닮아 고집은 세지만. 호호홋!”

 입을 가리고 웃음을 터트린 쟈넷은 차를 한 모금 마신 후, 다소 차분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앤드류는 역시 레이놀드의 아이지?”

 “……네.”

 “어디서 낳았니?”

 “마르가트에서.”

 “마르가트라면 동방? 세상에! 그 먼 곳까지……. 대체 어쩌다가 그곳까지 가게 된 거니?”

 쟈넷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베일캠프에서 마차를 타고서 쉬지 않고 일주일을 가면 항구 도시 플라닉이 나오고, 그곳에서 증기선을 타고 뱃길로 열흘 넘게 가면 동방의 항구가 나온다.

 한데 마르가트라면 동방에서도 내륙에 위치한 곳이라 들었으니, 적어도 한 달 이상을 가야 하는 멀고 먼 땅일 테다.

 그런 먼 곳까지 열여섯의 어린 처녀가, 오직 사랑 하나만 믿고 떠났다는 것이 쉬 믿어지지 않았다.

 “…….”

 에밀리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런 에밀리의 모습에서 같은 여자이자 또 어미로서 느낄 수 있는 무엇인가를 찾아낼 수 있었기에 쟈넷은 거기에 대해서 묻지 않았다.

 “……그래. 그래서 행복했니?”

 찻잔을 내려놓은 자넷은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행복. 그 말속에 담긴 여자의 속마음을 알아챈 에밀리는 꾹 다물었던 입매를 풀었다.

 “네. 행복했어요.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부족할 것도 없었어요.”

 “그럼 거기서 평생 살 것이지 왜 돌아온 거냐?”

 낮고 무거운 목소리가 들렸기에 두 여인은 고개를 돌렸다.

 유리잔에 갈색 럼을 가득 채운 게리엇이 성큼성큼 다가왔다.

 “여보…….”

 쟈넷이 달래는 듯한 목소리로 게리엇을 불렀다.

 하지만 게리엇은 쟈넷 쪽으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붉게 달아오른 눈을 에밀리 쪽을 향하며 입을 열었다.

 “행복했다고? 좋군, 좋아. 하나뿐인 동생 년 중급학교까지 보내려고 뼈 빠지게 일한 나도 행복했으니까. 뭐 여편네 잘 만나니까 행복해지더군. 아무튼 두 남매가 서로 10년 동안 행복했으니 이거 더 이상 바랄 게 없겠구먼.”

 게리엇은 술을 목구멍을 털어 넣었다.

 술기운 때문일까, 그의 눈가가 더욱 붉어졌다.

 “그런데 이거 이상하지? 그렇게 행복했다는 사람이 왜 여길 다시 찾아온 걸까, 응? 아아, 혹시 레이놀드 그 개자식이 바람이라도 난 거냐? 크큭! 그놈이라면 그럴 만도 하지. 면상 하나는 번드르르했으니까.”

 게리엇은 이빨을 드러내고 웃으며 브랜디 병을 흔들었다.

 “여보! 게리엇 워커!”

 게리엇의 과음보다는 가시 돋친 태도가 더 못마땅해진 쟈넷이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게리엇은 취하지도 않았고 멈출 생각도 없었다.

 “아, 그래. 노래도 제법 잘했지. 온갖 계집들이 그놈 노랫가락에 홀딱 다 넘어가곤 했으니까. 어떻든? 한 10년 들어도 그렇게 좋더냐? 혹시 그게 지겨워져서 떠난 거냐? 그렇군! 남자는 바람이 났고 여자는 지겨워져서…….”

 “레이는!”

 앙다물려 있던 에밀리의 입술이 벌어지며 뾰족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이제까지 잠자코 있던 에밀리였기에 게리엇은 물론이고 쟈넷마저 흠칫하며 에밀리를 바라보았다.

 “레이는. 그이는…….”

 주먹을 꼭 쥔 에밀리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듯 천천히 입술을 땠다.

 “레이놀드는 죽었어요……. 3년 전에.”

 메마른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

 건조한 목소리 때문인지, 표정이 없는 에밀리의 얼굴 때문인지. 아니면 누군가의 남편이요 누군가의 친구였던 이의 죽음 때문인지…….

 세 사람이 있는 거실의 분위기가 황무지처럼 가라앉았다.

 아무도 말을 하지 않는 가운데, 결국 에밀리의 뺨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장사치들을 따라 몇 주씩 노래를 팔러 다녔는데…… 마적단을 만났다네요. 모두 죽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결국 잘린 한쪽 팔만…… 반지 낀 손목만 돌아왔어요.”

 “…….”

 게리엇은 말없이 잔을 움켜쥐었다. 그의 잿빛 눈동자에 여러 가지 감정이 겹쳐졌다.

 에밀리는 고개를 들어 그 눈동자를 마주했다.

 “행복했냐고요? 네, 행복했어요. 지금도 행복해요. 이제 내게 남은 건 그이가 남긴 반지와 앤드류뿐이지만 나는 행복해요. 난 그저…… 사과를 하고 싶어서 온 것뿐이에요. 행복했지만 또 가슴 아팠으니까. 걱정할 오빠와 언니에게 너무 미안했으니까. 그래서…… 그래서 온 거예요.”

 “에밀리……! 오! 에밀리…….”

 쟈넷이 눈물을 훔치며 에밀리의 손을 잡았다.

 따스한 손길에 에밀리는 물기 가득한 눈동자를 돌리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에밀리의 미소에는 슬픔과 회한, 그리고 스스로를 향한 뜻 모를 조소가 담겨 있었다. 쟈넷은 더욱 가슴이 아려 왔다.

 “미안해요, 쟈넷 언니……. 게리엇 오빠, 미안했어요. 이 말만은 꼭 하고 싶어서 왔어요. 그래야 내 마음이 편해질 것 같았으니까. 그런데 마음이 편해지지 않네요. 네, 이런…… 나밖에 모르는 날 미워해도 좋아요. 그이를 미워해도 좋아요. 하지만 앤드류를 미워하지는 마세요. 내 아들은…… 앤디는 아무 잘못이 없어요. 아버지 얼굴을 몇 해 보지도 못하고 자란 아이예요. 그러니까……. 앤디를 미워하지는 말아 주세요.”

 쟈넷의 손을 풀며 에밀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후우…….”

 에밀리는 눈물을 닦고 허리를 폈다. 한 아이의 어미로서 그녀는 힘을 냈다. 약해질 수는 없었다.

 “이젠 갈게요. 고마웠어요. 이전에도 고마웠고…… 오늘도 고마웠어요. 언니, 그럼…….”

 “무슨 소리니! 대체 어딜 간다고 그래?”

 “그이 친구 하나가 플라닉에서 펍을 해요. 거기서 일을 도와주면 저와 앤드류 정도는 충분히 먹고살 수 있을 거니깐.”

 또박또박한 말투에서 이미 다잡은 에밀리의 마음이 느껴졌다.

 하지만 쟈넷은 자신의 이마에 손을 얹으며 에밀리의 팔을 붙잡았다.

 “안 돼! 그럴 순 없어. 멀쩡한 가족이 여기에 있는데 어디를 간다고 그러는 거니? 그것도 험한 사내들이 득실거리는 항구의 펍에 애까지 데리고? 맙소사! 말도 안 되지, 암 절대 안 될 말이야. 여보, 게리엇! 당신도 뭐라고 좀 해 봐요!”

 “…….”

 하지만 게리엇의 표정은 변함이 없었다. 그저 무엇인가가 텅 비어져 버린 듯한 눈으로 자신의 혈육을 바라볼 뿐이었다.

 “모르는 사람이라도 안 될 말이잖아요? 하물며 당신 친동생이고 조카예요. 게리엇, 나를 좀 봐요. 정말 이래서는 안 돼요.”

 쟈넷은 사정하듯 말했다. 하지만 게리엇은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남편의 무정함에 자넷은 진심으로 화가 났다.

 “게리엇, 당신…….”

 “……된다.”

 쟈넷의 화는 이어지지 못했다. 게리엇이 메마른 입술을 달싹거려 뭔가를 말했기 때문이었다.

 “머물러도 된다. 네가 쓰던 방을 내주마.”

 게리엇의 목소리는 여전히 낮고 퉁명스러웠다. 하지만 아까보다는 한결 부드러워져 있음을 두 여인은 눈치 챌 수 있었다.

 “여보…….”

 쟈넷의 얼굴이 환해졌다.

 “하지만.”

 차가운 목소리로 게리엇은 말을 이었다.

 “네 아들의 뒤는 네가 돌봐 줘야 한다. 그리고 열 살이 넘으면 뭐든지 일을 배워야 해. 일하지 않는 자는 가족의 자격이 없다. 이건 워커 집안의 가훈이란 걸 너도 알고 있겠지?”

 “……그래요.”

 에밀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 역시 어린 시절 게리엇을 도와 가게를 봤으니까.

 “초급학교에는 보내 주도록 하마. 그 이후에는 난 책임지지 않겠다.”

 말을 마친 게리엇은 단번에 술을 비우고 몸을 돌려 걸어 나갔다.

 여전히 넓은, 하지만 왠지 모르게 살짝 처져 있는 게리엇의 어깨를 바라보며 에밀리는 입술을 땠다.

 “고마워요, 게리 오빠.”

 “…….”

 게리엇의 몸이 아주 잠깐 움찔했다.

 하지만 곧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걸음을 옮겼고, 워커 집안의 가장의 뒷모습은 두 여인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잘됐어. 정말 잘됐어.”

 “고마워요, 언니.”

 자신의 일처럼 기뻐하는 쟈넷에게 에밀리는 볼우물을 드러냈다. 그러자 쟈넷은 눈초리를 슬쩍 휘며 쟈넷의 어깨를 툭 쳤다.

 “나이를 먹어도 앙큼한 구석은 여전하네. 플라닉에 간다는 것, 거짓말이었지?”

 “언니도 눈치가 빠른 건 여전하네요. 하지만 플라닉 일은 진짜였어요. 단지 펍의 주인이 엉큼한 홀아비란 게 문제였지만.”

 “그랬구나. 아무튼 정말 잘됐어. 여긴 학교도 가까워서 애 키우기엔 아무 문제가 없단다. 험한 뱃사람들이 우글거리는 플라닉보다야 훨씬 낫지.”

 “저도 알아요. 나 여기서 컸잖아요.”

 “아 참, 그랬지. 호호호! 어머나 내 정신 좀 봐. 일단 방 정리부터 해야겠네. 오느라고 고생했을 텐데 푹 쉬고 있으렴. 내가 후딱 정리할게.”

 “제가 할게요.”

 “아니야, 아니야. 예까지 오는 게 보통 일이 아니잖니. 애까지 데리고. 푹 쉬어. 나중에 저녁 만들 때나 도와주렴.”

 “……고마워요, 언니.”

 “고맙긴. 이젠 다 같은 가족인걸. 우린 워커잖니.”

 에밀리의 어깨를 한 번 끌어안은 쟈넷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계단을 향해 갔다.

 “후우…….”

 쿵쿵 뛰는 가슴에 손을 얹으며 에밀리는 숨을 몰아쉬었다.

 ‘고마워요, 게리 오빠……. 쟈넷 언니…….’

 에밀리는 알고 있었다. 쟈넷이 그랬듯 게리엇 역시 플라닉에 관한 이야기가 절반만 진실이라는 점을 눈치 챘다는 것을.

 만약 그냥 플라닉으로 가라고 했다면 에밀리 자신이 매달렸으리란 것 또한 알고 일을 터였다. 그럼에도 게리엇은 별다른 말없이 이곳에 머무는 것을 허락해 주었다.

 거기에는 그 남자, 에밀리의 남편이자 게리엇의 친구였던 레이놀드의 죽음보다는, 하나뿐인 여동생인 자신에 대한 애정이 더 큰 이유일 것이다. 결국 게리엇은 모든 것을 다 알면서도 속아 준 셈이었다.

 “고마워요……. 오빠. 그리고 레이놀드……. 나, 잘 키울 거예요. 우리 앤드류, 남 못지않게 잘 키울 거예요. 그 애를 위해서라면…… 나 뭐든지 할 수 있어요. 아니, 뭐든지 할 거예요.”

 나직하지만 힘 있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스물여섯의 에밀리 워커는 주먹을 꼭 쥐었다.

 

 에밀리 워커. 그녀가 10년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떠날 때도 둘이었고, 돌아온 지금 역시 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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