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로맨스
이,보라색
작가 : Riley
작품등록일 : 2020.8.1

이 소설은 저에게 많은 '처음'을 선물해 주었어요.
여러 '처음' 중에서도, 가장 소중한 건 역시 '첫 소설'인 것 같네요.

이 글을 쓰면서 제가 관심있는 주제에 대해서도 깨닫게 되었어요.
그건 바로 '운명'인데요, 아마 이 후로도 계속 글을 쓰게 된다면,
세상에 존재하는 여러 형태의 '운명'에 대해 쓰지 않을까 싶어요.
[이,보라색]은 '운명'을 만났을 때, 우리는 어떻게 반응할까를 궁금해하며
써 내려갔던 저의 첫 중편소설입니다.

너무너무 부족하지만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우연히, 또는 운명처럼, 읽어주실 분들께도 미리 인사 전할게요.
감.사.합.니.다.

 
#8.2
작성일 : 20-08-13 20:23     조회 : 217     추천 : 0     분량 : 4936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도서관으로 갈까 하다가 회사 근처에 있는 대형서점으로 가기로 했다. 수업 경과 보고하러 집으로 오라는 봄에게 자료 찾아볼 게 있어 서점에 간다고 핑계를 댄 것도, 봄의 집 근처 도서관 대신 서점을 택한 이유다. 주말이라 서점에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래도 제과관련 서적 쪽은 괜찮을 것 같다. 평소보다 시간은 늦었지만 출근할 때 이용하는 버스를 타니 일하러 가는 기분이 들었다. 나한테까지 앉을 자리가 돌아오는 여유 있는 버스가 조금 낯설었다. 서점에 가긴 가는데, 특별히 계획은 없다. 아빠를 위한 것처럼 보이는 케이크를 골라야 하나 고민했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다. 진짜 주인공인 나를 위한 생일케이크를 만들기로 했다. 타르트 관련 서적을 찾아보고 그 중에서 내 마음에 드는 걸로 고를 것이다. 마지막 수업 때 이상우가 ‘아빠, 아버지, 아버님, 부친’이란 단어를 최대한 사용하지 않기를 바랐다. 그것만으로도 큰 생일선물이 될 것 같다. 정오를 향해가는 서점은 그리 북적이지 않았다. 예상대로 제과 서적 쪽은 한산했다. 느긋하게 타르트 관련 책들을 살폈다. 타르트를 전문으로 다루는 책은 종류가 많지 않아 케이크 서적까지 들춰보았다. 알람이라도 맞춰놓은 듯 정오가 되자 태영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보라야, 뭐하니?

 뭔가 다정스럽다. 또 부탁하려는 게 분명하다. 선수를 치자.

 -오늘은 토요일. 보통 직장인들은 주5일 근무하고, 나는 아주 보통 중의 보통 직장인. 그러니까 난 지금 휴식 중.

 -뭘 그렇게 논리적이야. 나도 오늘 휴무야. 일주일 동안 고생시켰는데 점심 살게, 나와.

 -뭐 사줄 건데?

 -너 먹고 싶은 걸로. 어디서 볼까?

 -나 지금 K서점이야. 여기로 와.

 태영은 금세도 왔다. 밝은 색 스트레이트핏 청바지에 하늘색 줄무늬가 있는 하얀색 긴소매 셔츠를 입고 손에는 녹색 카디건을 들고 있었다. 거기에 빨간색 풍선을 머리 위에 얹었다.

 “그렇게 잘 보이고 싶냐? 쉬는 날 공부까지 하고?”

 오자마자 시비를 건다. 고개를 홱 돌려 눈을 가늘게 만들었다. 태영은 내 손에 들려 있던 케이크 서적을 뺏어 덮어버리고 아무데나 꽂았다.

 “빨리 가자. 나 배고파.”

 “어디로 갈 건데?”

 “이보라가 정해야지.”

 “비싼 거 먹을 거야. 무조건 소고기.”

 “너희 동네로 가자. 거기 맛집 많잖아.”

 “철길공원 비싸고 맛있는 곳으로 검색해야지.”

 처음 같이 저녁 먹으러 간 날처럼 버스정류장에 나란히 서 있었다. 주말 점심시간이라 버스정류장은 한산했고, 버스 배차간격도 길었다. 휴대전화로 철길 공원 주변을 검색하면서 최대한 G와 먼 곳으로 찾았다. G 주변에 괜찮아 보이는 음식점이 많았지만 선택하지 않기로 했다. 이상우에게 태영과 함께 있는 걸 보이고 싶지 않았다. G와도 적당히 거리가 있고, 음식도 맛있어 보이는 곳이 있어 태영에게 의견을 물으려 고개를 돌렸다. 태영은 갑자기 내 손목을 잡더니 버스정류장 의자에 앉아 있는 나를 급하게 일으켜 세웠다.

 “이보라, 저 앞에 걸어가는 검정색 정장 입은 남자 보이지? 지난번에 봤었잖아. 지금 어때 보여?”

 “야, 너 진짜. 나 집에 갈 거야.”

 “빨리 얘기해 봐. 오늘 중요한 회의 있다고 했어. 매번 둘이 같이 다니는데 지금은 혼자잖아. 이상한 상황 아니야? 어때 보여?”

 나는 하는 수 없이 보이는 대로 얘기해줬다. 그러더니 버스정류장에서 잠깐 기다리라고 하고는 그 남자를 따라갔다. 점심이고 뭐고 난 버스가 오는 대로 집으로 갈 생각이다. 그런데 와야 하는 버스가 오질 않는다. 실제로는 십 분, 체감 상으로는 한 시간이 지난 것 같았을 때 707번 버스가 왔다. 그대로 올라탔다. 탑승객이 몇 되지 않았다. 그런데 하필이면 맨 마지막으로 탄 승객이 태영이다. 하차문과 제일 가까운 자리에 앉은 내 옆에 얼른 앉아 숨을 골랐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묻는다.

 “어디 갈지 정했어? 우리 맛있는 거 먹자.”

 “진짜 그러고 싶어? 나한테 왜 그래?”

 “화내지 마. 내가 이렇게 잘 생긴 얼굴로 얘기하는데 화 풀 거지?”

 “단단히 미쳤구나.”

 “사실이잖아. 나 잘생긴 건.”

 “너 보기 싫어서 대학졸업하자마자 입사해서 지금까지 쭉 다닌 회사를 퇴사하고 싶어졌어.”

 티격태격했지만 결국 철길공원에서 스테이크 잘 하기로 유명한 음식점 앞에 줄을 서 있었다. 이렇게까지 해서 음식을 먹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지만, 두 팀만 더 기다리면 되는 상황이라 잠자코 있기로 했다.

 “그래서, 너의 이상해씨한테는 잘 얘기했어? 오늘 여유 있게 서점에 있었던 걸로 봐선 얘기는 꺼낸 것 같은데.”

 “응, 10월 4일에 가기로 했어.”

 “어찌어찌 얘기는 했나보네. 엄청 걱정하더니만.”

 “그냥 같이 가자고 했더니 그러자고 하던데. 그리고 집에 데려다 줬고.”

 “오, 잘 되가는 분위기네. 다 내 덕이라는 거 잊지 마라.”

 “내가 그 초대권 값을 아주 비싸게 치르고 있잖아.”

 분에 못 이겨 왼손 주먹을 꽉 쥐고 한 대 치려는데 뒤에서 누군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봄이었다. 하늘을 바라봤다. 내 맘도 모르고 파랗고 높은 가을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언니, 왜 여기 있어? 점심 먹으러 온 거야? 우리도 점심 먹으러 나왔는데. 같이 먹어도 돼?”

 안 된다고 하고 싶었지만 누가 봐도 꽤 볼록해진 배를 만지작거리는 동생을 차갑게 거절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태영이 다정하게 말을 건넸다.

 “안녕하세요, 당연히 괜찮죠. 오늘 제가 사기로 했는데, 같이 대접할게요.”

 “진짜요? 와, 감사합니다. 근데 누구세요? 우리 언니한테 이렇게 멋진 친구도 있었나?”

 옆에서 안절부절 못 하며 말려보려는 준수는 아랑곳하지 않고 태영과 봄은 죽이 척척 맞았다. 봄의 등장부터 모든 걸 내려놓은 나는 오히려 준수를 안심시켰다.

 “보라랑은 초등학교 동창이에요. 근무지가 가까워서 최근에 다시 연락하게 됐어요. 보라 동생이면, 그, 절…, 인형이라고 불리던 그 동생?”

 “맞아요, 절름발이 인형. 내가 어렸을 때 예쁘긴 했나봐. 그치, 언니?”

 “지금도 예뻐. 네 명 앉을 수 있는지 물어보고 올게.”

 “누나, 제가 다녀올게요.”

 준수가 직원에게 문의하는 동안 나는 봄의 색을 살폈다. 큰 동요가 없었다. 오히려 즐거워 보인다. 곧 자리를 안내받았고, 우리 네 사람은 한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샐러드, 파스타, 리소토, 스테이크까지 다양한 음식을 주문했다. 태영은 봄과 준수에게 VIP 투숙객을 대접하듯 했다. 봄과 태영은 오늘 처음 만난 사람들 같지 않게 자연스레 대화를 이어갔고, 준수는 옆에서 경청했다. 나는 셋의 색을 관찰하며 긴장하고 있었다. 아무렇지 않은 듯 보여도 봄에게는 좋지 않은 기억이 떠올랐을 것이다. 엄마는 봄의 장애를 알고 난 후 자신이 받은 상처를 이상한 방법으로 치유하려 했다. 광고 모델이라도 시킬 기세로 매일 봄을 작고 예쁜 인형으로 만들었다. 그런 노력도 무색하게 초등학교 입학하자마자 봄에게 붙은 별명이 ‘절름발이 인형’이었다.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집에 와 엄마에게 절름발이가 뭐냐고 묻는 봄을 거실에 앉혀 놓고, 엄마는 욕실에 들어가 한참을 나오지 않았다. 내가 이런 걱정을 하는 동안 음식이 테이블 위에 펼쳐졌고, 봄과 태영의 대화는 이상한 방향으로 흘렀다.

 “요즘 언니가 베이킹클래스 듣는 거 아세요?”

 “그럼요, 알죠. 보라한테 레몬타르트도 선물 받았어요.”

 “네? 언니, 어떻게 된 거야? 나는?”

 “그거 선물 한 거 아니고 뺏긴 거야. 남태영, 말은 똑바로 해야지.”

 “하하하. 약간 강제성이 있긴 했어요.”

 “나는 언제 만들어 줄 거야?”

 “이제 수업 한 번 남아서 못 줄 것 같아. 대신 전문가가 만든 걸로 사 줄게.”

 “언니가 만든 거 먹어 보고 싶은데. 마지막 수업 때 만드는 건?”

 “그건 누나 생일케이크 아닐까?”

 “아, 그렇구나. 언니는 언니 생일케이크를 직접 만들어?”

 “보라 생일이 언젠데요?”

 “다음 주 토요일이요. 모르셨구나. 이제라도 기억하세요.”

 “갑자기 왜 내 생일 얘기가 나오는 거야. 얼른 식사들이나 하세요.”

 “맞다. 혹시 그 선생님이란 분도 보셨어요? 그 분 어때요?”

 “그 파티시에요? 왜 궁금한데요?”

 “언니가 관심 있으니까?”

 “얘랑 다르게 눈치가 빠르네.”

 “둘이 뭐 하는 거야? 다 먹었으면 그만 가자.”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었다. 준수에게 눈짓해서 준수는 봄을, 나는 태영을 막았다. 차 한 잔 더 하자는 둘을 말리고 얼른 헤어졌다. 봄이 느릿느릿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면서, 다시 한 번 봄의 노란색도 확인했다. 저녁에 준수에게 연락해서 봄의 상태를 물어볼까 하다 그러지 않기로 했다. 준수의 연두색에서 봄을 생각하는 마음이 전해졌다. 색에도 온도가 있다면 준수의 색은 어느 봄 햇살보다 따뜻할 것이다. 준수는 봄에게 진정한 봄을 열어준 것 같다.

 “부럽냐? 뭘 그렇게 봐?”

 “네가 오늘 말실수해서 그러잖아.”

 “아, 진짜 미안해. 나도 모르게 튀어나왔어. 대신 사과해줘.”

 “괜찮을 것 같아. 부정적인 느낌은 안 들어.”

 “다행이다. 동생은 무슨 색이야? 밝은 색이었던 것 같은데.”

 “어렸을 때 봤던 거 기억하는구나. 노란색이야. 봄이랑 참 잘 어울리지.”

 “그러네. 그나저나 이번 주 임금은 지불한 거다. 다음 주도 잘 부탁해.”

 “나 언제까지 그 일 해야 하는데? 10월 4일까지만 하면 돼?”

 “도와주는 김에 좀 더 부탁하자, 10월까지만. 대신 아주 급할 때만 빼고 최대한 너 편한 시간으로 조정해 볼게.”

 눈을 최대한 가늘게 만들고 태영을 쳐다보며 못된 말 한마디를 덧붙이려는데, 길 건너편에서 고함소리가 들렸다. 무슨 시비가 붙은 건지 중년 남성 두 명이 곧 몸싸움이라도 벌일 기세로 손가락질을 해가며 소리치고 있었다. 싸움이 격해지면서 두 사람 머리 위의 색도 검붉게 물들어갔다. 버스 정류장으로 가려면 길을 건너야하는데, 그 앞을 지나고 싶지 않았다. 길을 건너려는 태영을 붙잡았다.

 “좀 돌아가자. 저기 지나고 싶지 않아.”

 “싸움구경은 돈 주고도 한다는데, 가자.”

 “불난 것 같아 보여 좀 무서워.”

 “싸움구경에 불구경까지 동시에 할 수 있는 거야? 좋은데.”

 “그럼 넌 저쪽으로 가. 난 이쪽으로 갈 테니까.”

 “오, 이보라 약점 발견.”

 대꾸하지 않고 혼자 걸어갔다. 태영은 곧 뒤따라오면서 또 장난을 친다. 나는 금세 마음이 풀리고 나도 모르게 웃는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2 #14 2020 / 8 / 22 229 0 5935   
21 #13 2020 / 8 / 21 204 0 8521   
20 #12.2 2020 / 8 / 20 204 0 3714   
19 #12.1 2020 / 8 / 19 219 0 5261   
18 #11 2020 / 8 / 18 207 0 7840   
17 #10.3 2020 / 8 / 17 214 0 3737   
16 #10.2 2020 / 8 / 16 209 0 2472   
15 #10.1 2020 / 8 / 15 222 1 3614   
14 #9 2020 / 8 / 14 212 0 6762   
13 #8.2 2020 / 8 / 13 218 0 4936   
12 #8.1 2020 / 8 / 12 235 0 6050   
11 #7.2 2020 / 8 / 11 214 0 5385   
10 #7.1 2020 / 8 / 10 231 2 5023   
9 #6 2020 / 8 / 9 221 1 4638   
8 #5.2 2020 / 8 / 8 220 1 2920   
7 #5.1 (1) 2020 / 8 / 7 256 1 3736   
6 #4 2020 / 8 / 6 219 1 3522   
5 #3.2 2020 / 8 / 5 219 1 3350   
4 #3.1 2020 / 8 / 4 223 1 2381   
3 #2.2 2020 / 8 / 3 227 1 3143   
2 #2.1 2020 / 8 / 2 239 1 3871   
1 #1 2020 / 8 / 1 424 0 3415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