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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골든게이트 키퍼
작가 : 폴라로이드
작품등록일 : 2020.8.12

현계와 이계를 잇는 골든게이트를 지키려는 자와 뺏으려는 자들의 치열한 전쟁

 
제 2화 미치광이 쇠사슬
작성일 : 20-08-13 14:26     조회 : 224     추천 : 0     분량 : 5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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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2 화 >

 

 7년 후

 

 - GGK 본사 훈련실 -

 

 각종 최신 훈련 기구들이 한자리씩 차지하고 있는 훈련실. 밝고 투명한 햇빛이 체육관 유리창 너머 쏟아졌다. 문이 열리고 GGK 신입 훈련생들이 웅성이며 들어왔다. 하나 같이 생동감 넘치는 얼굴에 탄탄한 몸을 소유한 청년들이었다.

 뒤따라 185 정도의 키에 거친 수염이 세련된 남자가 들어왔다. 이제 막 서른을 넘긴 함태영 교관이었다. 한눈에 봐도 앞선 훈련생들보다 몸이 더 단련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민소매 사이로 드러난 근육이 가죽보다 촘촘했다.

 

 “여기 계신 분들은 각자 자기 분야에서 나름 명성을 쌓아 온 분들이죠. 자부심도 대단하고 뭐 보통 평범한 사람보다 운동신경도 좋고.”

 

 함교관은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프로필을 보니까 UFC에서 제법 이름을 날리던 분도 있고 아이쿠, 태권도 금메달 리스트도 계시네요… 그런데 저희들이 볼 때는 다 애들 소꿉장난이에요.”

 

 함교관은 살짝 훈련생들을 자극했다. 야성의 눈빛들이 벌써 사나워지기 시작했다. 함교관은 아랑곳 않고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갔다.

 

 “특히 여러분들은 기본기가 너무 안 돼 있어요. 정말 기가 찰 정도입니다. 그런 체력으로는 실전에서 일초도 버티기 힘들어요. 시작하자마자 게임 끝입니다.”

 

 함교관은 콘크리트 못으로 훈련생들의 자존심을 긁었다. 그들 가운데 격노의 불꽃이 이글이글 타올랐다. 자기 입술을 잘근 씹는 사람도 보였고 눈썹이 위로 치켜 올라간 사람도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근력, 지구력, 민첩성, 맷집 이것도 다 쓰레기입니다. 한 마디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조리 다 갈아엎어야 한 단 말이죠. 이 세상 레벨이 아니라 저세상 레벨로 끌어올려야 합니다. 아마 피똥을 밥 먹듯이 싸야 할 겁니다.”

 “저는 그딴 건 필요 없는데요.”

 

 훈련생들 가운데 누군가 함교관의 말허리를 싹둑 잘랐다. 목소리의 주인은 예리한 살기를 뿜어대는 복싱 챔피언 권창수였다. 열다섯부터 스무 한 살에 이르기까지 서른두 번의 시합에서 상대방을 전부 K.O로 갈아 마신 선수였다.

 

 “그래요? 왜 그렇게 생각합니까?”

 “전 말이 서툰데. 주먹으로 보여드리면 안 될까요?”

 

 권창수는 어깨를 쫙 펴고 자신 있으면 붙어 보자는 자세를 취했다.

 

 “언제든지. 앞으로 나오세요.”

 

 함교관의 목소리는 갈대처럼 유들유들했다. 성난 황소가 무리를 헤치고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

 

 “권창수씨는 주먹이 아주 빠르다고 들었는데.”

 “뭐. 남들보다는.”

 “좋아요. 그럼 주먹으로 제 얼굴을 치세요. 한 대라도 때리면 제가 실력을 인정하겠습니다.”

 “에이. 같이 스파링을 해야지 혼자 일방적으로 공격하면 쓰나요. 병원비가 어마어마할지도 모르는데.”

 “어차피 한 대도 못 때릴 거 병원비 걱정은 왜 하지.”

 

 함교관은 말을 놓으며 두 발작 앞으로 걸어갔다. 두 사람의 거리가 서로의 땀구멍이 보일 정도로 가까워졌다. 두 사람 사이에 스파크가 튀었다.

 

 “진짜 할까요?”

 “자신의 주먹을 남에게 허락받아? 실전이면 넌 이미 죽었다.”

 “… 좋다. 죽고 나서 빌지나 마라.”

 

 화딱지가 머리끝까지 차오른 권창수는 먼저 잽을 날렸다. 함교관은 조용히 창수의 주먹을 주시했다. 왼쪽.

 

 ‘맞았다.’

 

 권창수는 분명히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주먹은 꽤 많이 빗나가 있었다.

 

 ‘어? 씨 뭐야.’

 

 “와!”

 

 훈련생들 사이에 짧은 감탄이 튀어나왔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권창수는 연속으로 잽을 날렸다. 결과는 똑같았다. 주먹을 휘두르는 순간은 분명히 맞은 것처럼 보였는데 마지막 결과는 꽤 차이가 나있었다. 함교관은 그 찰나의 순간에 팔의 궤도를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다. 권창수는 세찬 주먹 소나기를 마구 휘두르기 시작했다. 아무도 없는 허공을 향해서 주먹을 휘두르는 기분이었다. 권창수는 숨을 가쁘게 몰아쉬었다. 숨이 너무 가빠 제대로 서있기가 힘들 지경이었다.

 

 ‘아! 답답해. 뭐가 이렇게 힘들어.’

 

 한 대도 때리지 못한 자괴감이 아니라 너무 지쳐 더 이상 팔을 뻗을 수 없다는 사실이 창수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함교관은 창수에게 가까이 다가가 속삭였다.

 

 “자신의 기(氣)를 다루지 못하면 상대방의 기(氣)에 눌려 제대로 싸우지 못해.”

 

 함교관은 권창수의 어깨를 툭 두드렸다.

 

 “원래 처음 교육을 받을 때 누구나 그런 의문을 가지죠. 내가 사회에 있을 때 존나 잘나갔는데 뭐 여기서 다시 기초 훈련해라고? 뭐 누굴 호구 새끼로 아나. 아마 자존심이 상하겠죠. 그런데 한 번 이계종과 부딪혀보면 뭔가 차원이 다른 세상이구나라는 걸 뼈저리게 느낄 겁니다. 그땐 이미 늦어요.”

 “저도 한 번 손 좀 봐주세요. 성격이 더러워서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잘 납득이 안 가서요.”

 

 키 큰 사람들보다 키가 한 뼘이나 더 큰 사내가 사람들을 밀치고 나왔다. 초콜릿 피부에 균형 잡힌 근육이 두드러져 보였다. 특히 역삼각형의 상체 근육은 피나는 훈련의 결정체였다.

 함태영은 이런 일에 익숙했다. 항상 한 명으로 끝나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자존심 강한 그들이 얼마나 형편없는지 직접 경험해 보는 게 백 마디 말보다 더 효과적이었다.

 

 “좋아요. 정 궁금하면 어쩔 수 없죠.”

 

 근육맨은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함태영은 구석에 어지럽게 쌓여 있는 매트리스 더미를 가리켰다.

 

 “딱 보니 보디빌더군요. 그 근육을 얌전하게 만들 필요가 있겠습니다. 저기에 쌓여 있는 매트리스 하나를 들고 오세요.”

 

 근육맨은 구석에 어지럽게 쌓여있는 매트리스 더미를 흘깃 쳐다봤다.

 

 “매트리스까지 필요 없을 것 같은데요. 그 정도 나가떨어질 정도면 거기서도 절 여기까지 데려오질 않았겠죠.”

 “직접 죽음을 맛보고 싶다면 먼저 매트리스를 가져오세요. 그게 미션입니다.”

 “예?”

 

 근육맨은 상체 근육이 실룩였다.

 

 “매트리스를 가져오는 게 미션이란 말입니까?”

 

 함교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하나만 들고 오면 인정해 주겠습니다.”

 

 함교관의 목소리가 갑자기 진중하게 깔렸다. 근육맨은 ‘장난치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함교관의 진지한 눈빛에 다시 한번 매트리스 더미를 쳐다봤다.

 

 “저렇게 간단한 것도 어렵습니까? 빠른 판단력도 훌륭한 대원의 자질이죠.”

 

 함교관의 묵직한 목소리에 근육맨은 콧바람을 내뿜으며 매트리스 더미로 느릿느릿 걸어갔다.

 

 “참. 매트리스 가져올 때 조심하세요.”

 

 함교관은 장난기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 근육맨은 뒤를 돌아봤다.

 

 “뭘 조심해야 합니까?”

 “거기 미친개가 살아요.”

 

 근육맨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매트리스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깜짝 놀라 뒷걸음질 치다 엉덩방아를 쿵 찧었다.

 

 “그러게 조심하라고 했잖아요.”

 

 함교관은 씩 웃으며 말했다.

 

 “뭐야? 뭐.”

 

 다른 훈련생들이 매트리스 더미로 뛰어갔다.

 

 “어? 사람이네.”

 “여자야.”

 

 더미 속에 젊은 여자가 태아처럼 몸을 구부린 채 쓰러져 있었다. 검은색 아디다스 운동복에 흰색 티를 입은.

 

 “교관님. 사람이 죽었…”

 “죽은 거 아닙니다. 자는 겁니다. 그분은 임서원대원입니다.”

 

 훈련생들은 교관과 서원을 번갈아 쳐다봤다. 서원의 갈비뼈가 위아래로 살짝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살아있네. 어?’

 

  대원들은 서원이 살아있다고 생각한 순간 안도의 한숨과 함께 다시금 온몸이 일시정지되었다.

 

 ‘이 세상 외모가 아니야.’

 

 서원의 외모에 모두 숨이 막혀 죽을 지경이었다. 순수 무결한 잠자는 숲 속의 공주가 환생했다고 해도 믿었을 것이다.

 

 “뭐 합니까. 근육맨 씨. 매트리스 들고 와야죠.”

 

 근육맨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매트리스 하나를 들어 올렸다. 그때 서원의 오른팔이 불쑥 튀어나오더니 매트리스를 잡았다.

 

 “어이. 가만 나둬. 추워.”

 

 눈을 감은 상태로 서원은 나직하게 말했다.

 

 “뭐라는 거야?”

 “춥다고.”

 

 서원은 끊어치며 말했다.

 

 “입 돌아가요. 집에서 주무세요.”

 

 근육맨은 한 마디 툭 던지고 매트리스를 당겼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거 안 되면 옆에 거 가져와. 뭘 그렇게 어렵게 사니.”

 

 함교관은 근육맨의 성질을 살살 건드렸다. 다른 대원들도 갑작스러운 줄다리기에 흥미 게이지가 솟구쳤다. 자존심 구긴 근육맨은 매트리스를 있는 힘껏 잡아당겼다. 하지만 쇠말뚝을 박아 놓은 듯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안간힘을 써봤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근육맨은 여자의 어깨를 흔들려고 손을 뻗었다.

 

 “야! 안 돼.”

 

 함교관은 고함을 질렀지만 이미 늦었다. 서원이 눈을 떴다. 번쩍 하는 사이에 근육맨은 몇 바퀴 뒤로 구르더니 바닥에 널브러졌다. 함교관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제대로 본 훈련생은 아무도 없었다.

 

 “새끼가 미쳤나. 감히.”

 

 서원은 몸을 툭툭 털고 일어섰다. 밝은 햇살이 그녀의 눈부신 자체발광 외모에 튕겨져 나갔다. 대원들은 아무 말도 못 하고 꼼짝없이 그대로 서있었다. 한마디로 여신 그 자체였다. 아무도 나가떨어진 근육맨을 걱정하는 사람이 없었다.

 

 “교관님. 장난치다 죽어.”

 

 매끈한 피부와는 달리 여자의 목소리는 사포처럼 꺼칠했다. 물어뜯는 성격이 목소리에 온전하게 담겨 있었다.

 

 “… 아니 난 장난친 게 아니고 그냥 매트리스가 필요해서 그랬어. 훈련생들 스트레칭도 하고 앞구르기도 해야 하니까.”

 “잘 때 건들면 어떻게 되는지 아시죠.”

 “그… 그럼 알지.”

 

 함교관은 고개를 푹 숙였다. 서원은 성큼성큼 문으로 걸어갔다.

 

 “저, 서원 씨. 본부장님이 좀 보제요.”

 

 함교관이 꾸물거리며 말했다. 서원이 휙 돌아섰다.

 

 “마운틴고릴라가?”

 

 서원은 배송 본부장 장국도를 마운틴고릴라라고 스스럼없이 부를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였다. 다른 사람들은 본부장 앞에 서있는 것만으로도 목이 갑갑하게 짓눌릴 정도로 위압감을 느꼈다. 하지만 서원은 달랐다.

 함교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서원은 함교관을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다시 휙 돌아서서 훈련실을 나섰다. 훈련생들은 서원의 싸늘한 아름다움에 정신이 아찔할 지경이었다.

 

 “저, 반전 매력은 아무리 봐도 적응이 안 돼.”

 

 함교관은 웅얼거렸다.

 

 “교관님? 저분 누구예요?”

 

 유난히 날렵해 보이는 훈련생이 물었다.

 

 “아까 말했잖아 너희들 선배라고. 임서원.”

 “임서원?”

 

 훈련생은 입에서 임서원이라는 이름은 몇 번 중얼거렸다. 그 순간 머리에 망치를 맞은 것처럼 띵했다.

 

 “저분이 임서원이라고요?”

 

 훈련생은 이미 임서원이 나간 출입문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래. 맞아. ‘미치광이 쇠사슬’ 임서원이다. 십 년 전쟁의 전설 중 한 명이지.”

 “?!”

 “미치광이 쇠사슬!”

 “미치광이 쇠사슬이 여자였어요?”

 

 훈련생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쓰나미처럼 퍼져나갔다. GGK에 들어와서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은 얘기가 칠 년 전에 있었던 십 년 전쟁이었다. 그중에서도 전쟁을 승리(?)로 이끈 7인의 전설 중 한 명인 ‘미치광이 쇠사슬’은 동경의 대상이었다.

 

 “자. 이제 시작합시다. 근육맨 깨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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