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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별이 뜨는 곳
작가 : julia
작품등록일 : 2020.8.8

"별이 가득한 밤 하늘을 올려다보는게 내 소원이야.그렇게해서 잠시라도 자유로워지고 싶을뿐이니까".....
평범하게 살아가고 싶었지만 평범할 수 없었던 20대 여자 "지혜"가 모든걸 내려놓고 떠난 몽골이라는 나라에서 겪게되는 평범한 일상, 특별한 사랑들의 이야기입니다. 이 세상 모든 청춘들에게 '떠나고 여행하고 사랑하라'고 얘기하고싶습니다.

 
#2화: 삶이 마음대로 되지않을 때
작성일 : 20-08-13 13:41     조회 : 201     추천 : 0     분량 : 9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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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5.2일

 .

 .

 -적막한 원룸에 벨소리가 울렸다.

 화면에는 "엄마"라는 두 단어가 떴다.

 아침부터 신경거슬리는 벨소리에 지혜가 이불을 뒤집어쓰고 전화가 끊기려할때쯤이 되서야 통화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지혜맞나?엄마다. 오늘 니 시간돼나?"

 

 "어....?응 될것같아."

 

 "시간되믄 집으로 온나. 느그 아부이도 함 보자칸다.

 저녁먹을때되서 온네이~"

 

 "뭐 사갈껀 없어?"

 

 "사오긴 뭘 사오노. 니가 돈이 어딨다꼬."

 

 "알았어...끊어 그럼."

 

 -지혜는 대충 세수를 하고 양치를 한 후 아침시간부터 오후까지 일하는 마트 아르바이트를 위해 옷을 챙겨입었다. 이 아르바이트를 한지는 두 달 남짓하지만

 대학에 입학하고서 자취를 하기위해 생각보다

 여러가지 일을 해보았다. 고깃집알바, 식당서빙,편의점알바, 독서실알바, 상가청소, 전단지알바까지 단기알바경험은 많은 지혜였다. 하루벌어 하루먹고사는 심정으로 적은돈을 벌며 월세를 내고 학교를 다니기에는 금전적으로는 부족했지만 가족들의 지겨운 잔소리를 들으며 지내는것 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며 4년을 버텼다.

 시계바늘이 9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

 .

 

 "새로 나온 통 그릴 비엔나 시식하고 가세요~오늘 구매하시면 1봉지 서비스로 제공해드리고 있습니다~직접 드셔보고 가세요~"

 

 "사모님,고기는 얼만큼 썰어드릴까요~?"

 

 "자~!자! 오늘 초특가로 11시부터 특별히 쭈꾸미볶음 할인판매하고 있습니다~"

 

 -안내방송 음성-

 

 "오늘도 저희 '디마트'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5월 한달간 디마트 특별 할인기간으로 각 제품당 할인가로 만나실수 있는....."

 

 마트 유니폼을 입은 지혜가 세제코너에서 판매일을

 맡고있었다. 지혜옆에는 엄마뻘 정도 되는 나이의 퉁퉁한 아주머니가 일 하고 있었는데 지혜의 아는 지인들 중에서는 그나마 지혜를 잘 챙겨주고 진심으로 대해주는 아주머니였다.

 

 "지혜야, 그럼 오늘 여기에 올라온 물건들은 저기 매대에 정리해놓고 이거랑 저기 저 물건들은 사은품 여기있으니까 끼워서 빨리 판매해야겠다. 팀장님 지시라고하네."

 

 "네. 아줌마."

 

 -쇼핑카트에 가득 담긴 세제들을 일일히 확인후에 매대에 정리를 하고있는중에 벌써부터 땀을 뚝 뚝 흘리며 일하던 아줌마가 지혜에게 물었다.

 

 "아, 맞다. 그때 너 취직한다고 면접하러간다하지않았니? 어떻게됬어?"

 

 -지혜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아.....그거요? 그냥,...잘 안됬어요."

 

 -호탕한 성격의 아줌마는 이번 얘기에도 별다른 위로나 걱정의 말은 하지않고 지혜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으이구~그거 된다고 뭐 인생이 써진대로 다 살아지겠니? 됬어. 이번기회에 더 열심히 공부해서 다른곳에 또 일자리 찾아보면 되지. 아직 나이도 어린데 안그래?"

 

 "네....."

 

 -아줌마가 매대 정리를 하면서 말을 이었다. 매장 오픈시간에는 특히나 바쁘지만 잠시의 수다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서 아줌마와 가끔씩 대화를 나누기 일수였다.

 

 "아줌마는, 너 나이때 너처럼 열심히 일 할 생각도 안했었어~'그저 그때는 결혼해서 애낳고 애키우면서 사는게 내가 할 일이고 제일 큰 일이다' 생각하면서 살았지.

 지금은 너가 엄청 힘들고 외롭겠지만, 나이가 들어보면

 더 힘들고 견디기 힘든 날도 많아지게되더라."

 

 -색깔별로 회사별로 제품별로 정리되는 세제.비누들이

 점차 판매될 준비를 마치고있었다. 아줌마는 평일에는 마트일을 하시고 주말에는 식당 설거지일을 하셨다.

 

 "아줌마도 지금 딸이 있었다면....아마 너 나이쯤 됬겠구나? 둘이 친구도 시켜주고 좋았을텐데. 안 그럴까?"

 

 "네....네. 그랬을꺼에요..."

 

 -아주머니의 딸은 고등학교1학년때 교통 사고로 세상을 떠났었다. 아줌마 딸도 지혜와 같은 나이였고 그때 이후로 남편마저 병으로 떠나 혼자가 되었다고 했다. 홀로 집에있으면서 우울증으로 괴로워했을때 아는 지인과 함께 일을 다니면서 그나마 다시 살아갈 수 있었다고 했다. 그 지인은 다른곳으로 이사를 갔지만 지금 아줌마는 굉장히 밝아졌고, 또 그런 지혜를 자신의 딸을 보듯이 챙겨주며 잘해주었다. 지혜도 그런 아주머니에게 감사했고 미처 헤아릴 수 없는 아픔에 자신도 더 잘 해드려야겠다고 생각했지만 표현을 잘 못하는 지혜로서는 그저 하시는 말씀을 듣고, 말동무가 되어드리고, 같이 밥을 먹는것 외에는 그런 마음을 표현할수있는 방법이 없었다.

 

 -근로계약서의 3개월 계약기간이 다 되어갔기때문에 아줌마와 함께 할 수 있는시간도 그렇게 많이 남진 않았다. 아쉬운 맘이 들었지만 지금보다 보수가 많은 일을 해야 하는것이 당장 살아가기에는 더 급했다.

 저 멀리서 올림머리를 한 팀장이 외쳤다.

 

 "지혜씨~덕문씨~얼른 얼른 정리하고 일합시다~!"

 

 "예~예~팀장님!! 오늘도 화이팅입니다~!

 지혜야, 오늘도 잘해보자?!"

 

 오늘따라 아줌마의 큰 눈망울이 더 또렸해보였다.

 아픔을 가지고있는 사람인지라 밝게 웃을때 오히려 더 슬퍼보였다.

 .

 .

 -경기도 선경아파트 602호, 지혜는 벨을 누르기전에 한번 더 옷을 털어냈다. 담배를 피게된건 자취를 시작하면서 부터였지만 부모님께는 그 사실을 알리지않았다. 그분들로부터 좋은소리를 들을 일은 없기때문이다.

 어느정도 냄새가 빠졌다싶었을때 벨을 눌렀다. 버튼이 오래되어 누름부분이 뻑뻑했다. 앞 집에는 전단지들 제 멋대로 널브러져있었다.

 

 -'띵_동~'-

 

 "지혜왔나~??!"

 

 "어..."

 

 문이 삐걱소리를 내며 열렸고 현관을 들어섰다. 작년 겨울방학때 오고 오랜만에 오게 된 본가였다.

 다른 친구들은 주말마다 본가를 내려가고 가족여행을 떠난다고했지만 지혜는 일을하고 공부를 하며 자취방에 머무는쪽이 더 편했다.

 현관앞에는 예전에 들렀을때와 달라진것이 없었다.

 아버지의 낡은 운동화, 엄마의 뜯어지기 일보직전인 검정 삼선슬리퍼, 보풀이 잔뜩 핀 붉은색 캇페트, 아이보리색 타일들 사이에 낀 먼지 때들까지 그대로였다.

 청소를 곧 잘 하는 엄마였지만 낡은 집은 매번 청소해도 별로 바뀌는것이 없었다.

 

 "오늘도 일하고 왔나."

 

 "응."

 

 "얼른 손 씻고 밥 묵으라. 아부지 일 가셨다. 쫌 있다 오겄지."

 

 -좁아터지는 화장실에는 온갖 세면도구들과 빨래더미들이 쌓여있었다. 아직도 화장실에는 축축한 습기와 날파리들이 남아있었다.

 

 "언니 오랜만이네? 웬 일이래.....또 용돈 떨어졌구나?!"

 

 -지혜에게는 지혜와 달리 활발하고 예쁘장하게 생긴 여동생이 있었다.

 올해 열 아홉살에 평범한 고3수험생과는 거리가 있어보이지만 나름대로 제 공부는 하는모양이였다.

 

 "엄마~언니도 왔는데 오늘 고기먹는거야? 아....!

 어쩐지 오늘 불고기 냄새나던데~우앙!"

 

 "가씨나 조용히 좀 해라! 알아서 안줄까봐 어지간히 보채쌌네. 이거 느그언니 맥일라고 했제 니는 고만 묵어도 된다!"

 

 "아이이~엄마아~나도 고기먹을꺼야~"

 

 -지혜의 동생 서혜가 엄마에게 달라붙어서 애정공세를 벌이는 동안 지혜는 오랜만에 베란다 문을 열고 나가보았다. 지혜가 작년에 선물받았던 리시안셔스는 이미 시들었는지 바싹 말라있었다. 자신은 이런 꽃 따위 키우는것에는 취미가 없어서 엄마에게 줬었는데 작년에도 날씨가 극한으로 덥고 추운탓에 잘 자라지 못한모양이다. 장미를 닮아서 곱고 예쁜 꽃으로 잘 자랄 수 있는 꽃이였는데 시들게되어 그것을 좋아하지는 않았어도 살짝은 아쉬운 마음이 드는건 어쩔수없었다.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났다.

 

 "아빠~다녀오셨어요~? 아빠 아빠~언니왔어요~얼른 들어오세요~!"

 

 "여보, 얼른 씻고 나오이소. 고기 해놨으예~"

 

 "지혜왔니."

 

 "네...아버지."

 

 -지혜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둘다 경상도분이시다. 아버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사마자 기술을 배우러 서울로 상경하셨고, 어머니 또한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 있는 공장으로 일을하러 오셨다가 두 분이 만나 부부가 되셨다.

 그녀의 어머니는 아이들을 낳고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었다. 가정주부로서의 삶을 살았고 아버지는 차량정비소를 전전하며 가장의 역할을 묵묵히 지켜냈다.

 무뚝뚝한 아버지와 활발하지만 잔소리가 많으신 어머니 아래에서 자란 지혜는 그저 평범하다면 평범하기 짝이없는 그런 가정에서 자라 온 대한민국의 흔한 가족구성원에 불과했다.

 

 -고기가 지글지글 익어갔다. 입이 짧은 지혜와 달리 동생 서혜는 벌써 밥을 두 그릇째 먹는중이였다.

 어린나이때문인지 엄청 먹어대는데 살이 찌는 꼴을 못봤다. 확실히 지혜와는 다른 동생이였다.

 

 "엄마~오늘 밥 너무 맛있다! 헤헤 언니도 많이먹어~"

 

 "으이구 가씨나 작작 좀 묵으라! 그래가지고 나중에 면접은 우째보러갈래?!"

 

 '면접....?'

 

 "아이~엄마는....이 한서혜는 다~알아서 잘합니다~!"

 

 -면접이라는 단어에 가슴이 철렁했지만 지혜는 못들은척 밥그릇을 깨작거렸다. 아버지는 오늘도 묵묵히 식사에만 집중하고 계셨다.아버지의 손이 작년보다 더 거칠어 보이는것은 기분탓이였을까.

 

 "너가 무슨 면접을... 봐?"

 

 "아?! 아~그거? 나 항공과에 지원할껀데 종합전형으로 면접볼꺼거든. 학원다니면서 준비하면 좋긴한데.....그래도 내가 그런 애들보다 더 발음도 또박또박하고 키도 크고, 그리구 영어도 완전 잘하자낭ㅎㅎ'한국항공대'에 원서넣으려고 준비중이야."

 

 "아....그렇구나..좋겠네."

 

 -꼭 한 마리의 토끼같이 밝고 예쁜 동생은 매사 긍정적이고 자신감이 넘쳤다. 성격이 다른것만 빼고는 승희와 동생은 닮은점이 참 많은것같았다.

 지혜는 가뜩이나 별로 땡기지않던 밥을 대충 욱여넣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했다.

 

 "맞다! 언니 몇일전에 회사 면접있었지않아??!어떻게됬대???!"

 

 "그랬나?! 우째됬노?"

 

 -지혜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에도 떨어졌다고 하면 또 얼마나 많은 잔소리를 들을지 벌써부터 긴장이되고 짜증스러움이 온 몸을 타고 올라왔다.

 

 "그거....떨어졌는데요..."

 

 -고요한 정적이 흘렀다. 시계바늘 똑딱이는 소리와 불판에 고기들이 익어가는 소리외에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않았다. 아버지가 맥주를 따르는 소리에 잠깐의 정적은 다시 깨어졌다.

 

 "아이고~니는 뭐 준비를 하니 잘 하니 하드만! 혼자 있으면서 공부안하고 뭐했노?! 그래가지고 졸업해서 취직도 못하면 우짤라고 대체 그 모양이고! 그래서 엄마가 안그러드나!괜히 쌩돈 날리지말고 집에서 학교 댕기면서 공부하라고. 괜히 멀리 서울까지 가서 개고생 해쌌고 참 나....그래가지고 뭐해먹고살래?! 엄마랑 친한 103동 이모알제? 그 집 딸은 이번에 공무원 시험 붙어서...."

 

 "제발 사람좀 그만 보채!!!!!! 나보고 안되는걸 어떡하라고!! 이럴꺼면 왜 불렀어! 나한테 잔소리할꺼면 제발 사람좀 불러내서 오라가라 하지마! 짜증난다고! 나는 안되는걸 원래 이런년인걸 어떡하라고!!"

 

 "뭐라꼬?!! 저 가씨나가 뭘 잘못 처먹었나?! 엄마가 그럼 딸한테 말도 못하나? 니는 매사 그렇게 삐딱하게 꼬여가지고 그래 사니까 일이 될것도 안풀린다.아나?!저거는 도대체 누굴닮아가지고 저래 인간이 무뚝뚝한지모르겄다. 올해안에 무조건 취직해야될꺼아니가?! 잘한다 잘해! 학교다닐때도 미술학원 없는돈 다 긁어가지고 보내줬드만은 지가 뭘 할줄안다고..."

 

 "당신 조용히 못하겠어?! 지혜,넌 잠깐 나가있어. 당신은 빨리 밥 상 치워. 밥맛 다 떨어졌으니까. 어디서 밥상앞에서 목소리를 높혀?! 서혜 너도 언니랑 나가있든지 가서 공부해."

 

 -아버지의 말이 끝나자마자 지혜가 메고왔던 검정가방을 어깨에 메고 현관문을 뛰쳐나왔다. 엄마는 문밖을 나서는 지혜의 뒷통수에 끝까지 잔소리를 해댔지만 지혜에게는 지금 아무런 말도 들리지않았다. 그녀의 시야가 점점 흐려졌다. 눈물이 고여서 자꾸 눈 앞이 어지러웠다. 계단을 빠르게 내려간 지혜는 미처 신발도 제대로 신지 못한채로 구겨진 신발을 질질 끌고 아파트를 빠져나왔다.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려하는데 뒤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황급히 사라지는 지혜를 붙잡았다.

 

 "언니~~!! 잠깐만 기다려봐~!!"

 

 -지혜를 뒷따라서 뛰어온 서혜도 슬리퍼를 급히 신고 뛰어온 모양새로 미처 겉옷도 챙겨입지 않고 그녀를 붙잡았다. 숨이 찼던지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언니....헉...헉...미안해....내가 괜히 그 얘기 하는 바람에....아직 지하철 끊길시간 아니니까 나랑 얘기좀

 하고 가자. 언니...."

 

 -지혜는 서혜의 손에 이끌려 근처의 카페로 향했다.

 카페에서는 달큰한 시럽향기와 원두를 갓 볶은 향기들이 어우러져 공간을 가득 메웠다.

 건너편에 앉은 커플한쌍 빼고는 손님이 없었다.

 창가 자리의 노란 의자에 앉은 후, 서혜가 아메리카노

 두잔을 주문해서 지혜 앞으로 가져왔다.

 

 " 언니...미안해... 나 때문에...내 입이 방정이야 아휴

 ㅠㅠ...진짜 미안..."

 

 "아니야...어차피 이거 아니여도 또 다른걸로도 잔소리 들었을텐데 뭘... 괜찮아."

 

 지혜가 아메리카노를 한잔 마셨다. 씁쓸한 커피 맛이

 오늘따라 더욱 쓰겁게만 느껴졌다.

 커피라면 유일하게 아메리카노만 마시는 지혜지만, 별로 맛있다는 생각이 들지않았다. 그저 타들어간 속을 달래는 느낌이였다고나 할까.

 

 "언니, 내가 잘은 모르지만...! 언니가 더 잘 되려고 오늘 면접은 떨어졌을꺼야. 오히려 좋을수도있지?! 그런 큰회사에서는 언니가 승진하려면 오래 걸리기도하고, 또 월급도 그렇게 안 많을 수 도있잖아?! 나는 언니 알아주는 좋은 회사에 가는게 더 나을꺼같은데..."

 

 -서혜도 당황하며 말이 꼬이는듯 했지만 서혜는 한번도 언니를 괴롭히거나 엿먹이는 동생은 절대 아니였다.

 오히려 지혜를 위해서라면 아낌없이 충고해주고 또 응원을 해줄수있는 그런 멋진 동생이였다. 5살이나 어린 동생이였지만 그보다 훨씬 성숙했고, 배울점이 많은 동생이였다. 그래서인지 지혜는 서혜를 믿고 정말 사랑하는 가족으로 생각했지만 그 역시 표현하는것이 어려워 항상 무뚝뚝한 언니일 수 밖에 없었다. 서혜가 희고 찬 두 손을 지혜의 손에 가져다댔다. 이내 손을 꼭 잡고서는 산딸기처럼 작고 부드러운 입술을 열었다.

 

 "언니, 언니 그 동안 열심히 했잖아. 괜찮아 정말로...앞으로 더 잘하면 되는거고... 그래서 말인데..."

 

 "응...?"

 

 -긴장하는 모습이나 고민하는 모습을 잘 보이지않는 그녀였지만 언니에게 뒷말을 이어하기전, 그녀의 시선이 언니를 차마 바라보지 못하고 말을 이었다.

 

 "내가 절대로 편한소리라고 하는거 아닌거알지..?! 난 말이야, 언니가 고등학교 다닐때도 그렇고 항상 열심히 하는데 힘들어하고 그런거...너무 안되보이구 여유도 없으니까 더 힘에 겨워하는데...그리구 언니말야, 승희언니 때문에 고등학교때부터 속 많이 상했잖아...그래서 난 그 언니랑도 더 이상 같이 안 다니고 언니 아프지말고 혼자서라도 당당하게 자신감있게 지냈으면 좋겠어. 내 말은...언니가 지금은 세상에 치이고 상처받아서 너무 힘드니까 조금이라도 삶의 여유를 느낄수 있는 그런 시간이 필요할것같아. 내 말 기분 나쁜거....아니지...?"

 

 -지혜의 두 눈에 눈물이 흘렀다. 기분이 나빠서도 슬퍼서도 흘리는 눈물이 아니였다. 흑흑거리며 울지도 않았다. 그저 정말로 순수하게 두 눈가에서 차갑고도 따듯한 눈물이 흘러내렸다.고개를 올려 동생을 바라봤을때 동생도 울고있었다. 둘은 그렇게 한참을 쏟아내며 속 깊이 쌓아둔 서로의 고민들, 응어리들을 한 가득 털어냈다. 구름을 잔뜩 머금은 반 달이 밤하늘에 떠올랐다.

 

 "언니, 우리 뒷 산에 별보러 갈래?"

 

 "별?"

 

 "응, 우리 어릴때 뒷 산 가서 매일매일 보러다녔잖아? 별이 잘 보일지는 모르겠는데...가서 우리 별 구경하자!"

 

 "....그래!"

 

 -지혜가 먼저 서혜의 팔짱을 꼈다. 서혜도 흠칫 놀란 표정이였지만 언니를 더 꽉 잡아주었다.정말로 동생은 자신보다 더 사랑받아 마땅할 그런 사랑스럽고도 이 세상에 하나뿐인 착한 동생이였다. 못 본 사이에 동생의 키가 자신을 훌쩍 넘어섰다.

 

 "여기다! 우리 매일보던 자리! 여기에 큰 돌 의자가 있었고, 아직도 코스모스 밭이 그대로네?! 나도 안와본지 오래돼서...헤헤...이제 여기 앉아서 보면되겠다."

 

 -둘은 돌 의자에 걸터앉아 밤 하늘을 바라보았다.

 

 '밤 하늘 올려다본지 엄청 오래된거같은데..."

 

 -서혜가 주머니에 있던 막대사탕을 건네주었다. 지혜가 좋아하는 딸기크림맛 사탕이였다. 사탕을 입에 물고 밤 하늘을 다시 바라보았다. 내일 비가 올것이라는 일기예보가 있어서 그런건지 하늘이 뿌옇긴 했지만

 밝은 별들이 몇개보이긴 했다.

 

 "언니, 그거 기억나? 우리 나중에 어른되면 둘이서 별 가득하게 볼 수 있는 나라로 여행가자고 약속했던거?"

 

 "우리가...그랬었나?"

 

 "참...언니는, 언니 오로라도 보고싶어하고 은하수도 별자리도 보고싶어했잖아~"

 

 -짧은 대화가 오고 간 후 핸드폰을 꺼내어 시간을 보니 오후 11시가 다 되어갔다.

 

 "서혜야, 너 내일 학교 가야되는거 아니아?이제 집에가자. 아버지 또 늦게들어시면 한 소리 할지도 모르잖아."

 

 "괜찮아~아빠가 언니 잘 달래서 들어오랬어~그리구 내일은 주말이거든요~!"

 

 -그렇게 밤 12시쯤이 되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집에 가는길에 동생이 뜻밖의 얘기를 꺼내었다.

 

 "내가 항공과 가고싶다는거 말이야...엄마는 성적 되니까 간호학과 가랬는데 나는 세계를 돌면서 여행도 하고싶어서 일부러 스튜어디스 하려고 했거든? 이것때문에 엄마랑 나랑 알게모르게 엄청 싸웠어.....근데 난 그렇게 생각해. 앞으로는 나 혼자서 선택하고 살아가야할 인생이 더 길텐데, 내가 하고싶은대로 살아보고싶었어. 그래서 엄마도 지금은 못마땅해 하시지만 난 내가 하고싶은거 꼭 할꺼야!"

 

 "너도 엄마랑 다투니...?"

 

 "그럼~! 엄청 싸우고 울고 그랬는데? 엄마가 말은 저렇게 해도 우리를 아끼고 생각하니까 그러시는구나 이해하지. 그래도 난 하고싶은건 하고살자?는 마인드라서.....헤헤.

 삶이라는게...마음대로 되진않지만, 언젠가는 그와 비슷하게 흘러가긴 하는것같아. 원래 이 행복이 아니라면 또 다른 행복이 찾아오기 마련이거든.언니도 또 다른 행복이 찾아오겠지?"

 

 -동생이 무척이나 대견해보였다. 아직도 머릿속에는 양갈래 머리를 하고 놀다가 넘어지면 울음을 터뜨리던 아이의 모습이 남아있는데 동생은 이미 다 커버린듯했다. 당찬모습으로 삶을 살아내지만 순수한 눈물을 흘릴줄 아는, 동생은 그런 어른이 되어가고 있었다.

 

 "넌 잘 할 수 있을거같아.뭐든지간에 말이야. 긍정적이잖아."

 

 "언니도 할 수 있어! 그러니까 그만 우울해하구....아! 그래서 말인데...!"

 

 "응...??"

 

 "언니 혹시 돈 좀 모아놨으면 여행 다녀와! 여행하면서 배우는 점도 많다잖아? 여유도 조금 느껴보고...그리구 무엇보다 언니, 젊을때 안 다니면 늙어서는 여행 가고싶어도 못간대. 우리는 해외여행 한번도 안가봤잖아. 언니 이번에 학교 졸업하고나서 다녀오는거 어때...?"

 

 -뜻밖의 제안에 지혜는 당황스러웠다.

 

 "여행이라고....?"

 

 "응! 여행말이야~"

 .

 .

 .

 -집으로 돌아가는 길의 길목에는 은은한 달빛이 비춰지고있었다. 둘의 그림자가 나란히 서있었다.

 길목에 핀 아카시아 나무에서 달콤하고 톡 쏘는 향이 코 끝을 스쳤다.

 밤이 깊어지자 서늘한 바람이 옷 소매를 타고 올라왔다.

 

 

 

 

 

 

 

 
작가의 말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3화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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