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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후계자는 네가 해
작가 : 박시인
작품등록일 : 2020.8.4

묻혔던 비밀과 얽히고설켰던 사연들이 드러난다. 그 엉킨 매듭을 풀어내라고 등 떠밀렸는데, 맞서는 대적자가 전혀 뜻밖의 인물이라. 그렇다고 멈출 수도 없으니……. 이 검왕의 아들과 그를 제자로 삼았던 천마의 후예는 결국 대립할 수밖에 없다. 음모에 빠졌을 때에도 갖가지 기연을 만나게 되는 제법 운이 좋은 사내. 또 고난을 겪을지라도 끝까지 의리와 헌신의 관계성을 발전시켜 나가려 애쓰는 올곧은 의식의 소유자, 그런 주인공의 이야기.

 
#4. 얼핏 지나쳤을 그 일도 알고 보니 사무침이었더라
작성일 : 20-08-13 08:51     조회 : 277     추천 : 0     분량 : 5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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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얼핏 지나쳤을 그 일도 알고 보니 사무침이었더라

 

 

 

  “아니면?”

  “자객보다는 일군(一軍)의 장수에 더 걸맞은 인물이었을 거예요. 외문(外門) 무공을 수련했을 테고요.”

  “왜 그렇게 생각하시오?”

  “그는 진 왕, 정(政)의 열 걸음 앞까지 다가설 수 있었다고 알려졌잖아요? 그런데 그 삼사 장(三四 丈: 약 10m의 전후의 거리)을 단숨에 날아가서 찔러버릴 수는 없었던 거죠. 이게 두 번째 실패 원인이에요.”

  “이해하기가 그렇네. 열 걸음 앞까지 다가섰다면서?”

  “자객에게는 내가 수법이 필요해요. 소리 내지 않고 흔적 없이, 또 빠르게 공간을 건너뛰어서 손속을 펼칠 수 있어야 목적을 이룰 수 있으니까요.”

  “그렇군요.”

  “이렇게 유추해본다면 그의 특질은 자객이 아니라 장수에 가까운 거죠. 백성들의 평화를 위해서 전쟁을 멈추고 싶었던!”

  “자객이 아닌 장수라…….”

  “이해할 수 없는 일이 하나 더 있었고요.”

  “그건 무슨 일입니까?”

  “자객에게는 한 가지 관습이 있죠.”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에 신변을 깔끔히 정리하는 것.”

  “그렇다고 들었소.”

  “그는 그러지 않았어요.”

  “왜 그랬을까요?”

  “까닭을 알 수 없으니 밝히 알아낼 방법도 없죠. 짐작만 할 뿐이고요.”

  “궁금한 사람도 우리밖에 없고?”

  묻는 표정에 묘한 동류의식이 번졌다.

  대답하는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당연하다는 듯 담담했다.

  “네. 그는 교탈조화의 초식을 죽간에 새겨서 허리에 두르고 갔어요. 상형문자였죠.”

  “묘하군요.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요?”

  “아마 자신의 경공술이 수법을 따르지 못할 것을 알았을 거예요. 실패하더라도 수법은 남기고 싶었을 겁니다.”

  “지나친 비약 아닌가?”

  “아니요! 이 수법의 형태는 천하를 압도하고 있습니다. 무인의 도리에서 사장(死藏)시킬 수는 없었겠지요.”

  “정말 그 정도입니까?”

  “훗날 이 절기를 제대로 발휘할 보법이나 경공술이 창조되기를 기원했을 테고요.”

  “만약 그랬다면 그 흉금조차 진 왕, 정(政)을 능가하는 것이 아니었겠소?”

  “그래서였는지 잠시 살려두지도 않고 그 자리에서 죽였어요. 품 안에 있던 죽간의 상형문자는 즉시 전서(篆書)로 옮겨놓았고요.”

  “그들의 뜻을 알 수가 없네.”

  “어쩌면 진 왕, 정(政)도 무예의 달인이었을지 몰라요. 그 자객의 솜씨를 능가하지는 못했을 테니 그걸 이어받고 싶었을지도요.”

  “모를 일이다, 모를 일이야. 이해하기가 어렵구나.”

  “정말 그들의 생각은 이해하기 쉽지 않죠?”

  “뭐, 그런 걸 이해하려고 머리 싸매고 싶지는 않소.”

  “그런데 말이에요.”

  “응?”

  “천몇백 년 전 일이었는데, 그렇게 수많은 세월이 지나서 그게 제 수중으로 들어왔다는 거예요.”

  주유곤의 입에서 감탄사가 발성됐다. 이어지는 억양에도 감탄하는 기색이 지워지지 않았다.

  “아! 낭자는 정말 보면 볼수록 놀라운 사람이군요. 또 무슨 비밀을 지닌 거요?”

  그 들뜬 추임새에도 진진설은 가만히 말했을 뿐이었다.

  “차츰 알게 되거나……. 아예 모르고 한 생애가 지나가거나…….”

  중얼거리더니 돌연 또렷한 음성으로 물었다.

  “소왕야가 지닌 비급의 서체는 어떤 건가요?”

  “예서체(隸書體)요.”

  “그렇다면 왜곡은 없겠군요.”

  “거기에도 무슨 사연이 있는 겁니까?”

  “교탈조화의 비급은 탁본(拓本: 원래의 형태를 그대로 찍어냄)이 없어요. 몇 부의 사본만이 이어져 내려왔을 뿐이죠.”

  “그 초식을 아는 다른 사람도 있다는 뜻인가요?”

  “아마도요. 서문옥연도 그중 한 사람이고요.”

  “아, 몰랐소.”

  “제 죽간과 소왕야의 비급을 대조해서 초식이 어떻게 헝클어졌는지 고리를 찾아야 해요.”

  “교탈조화의 검식에 무슨 하자(瑕疵)가 있단 말입니까?”

  “오래된 무예입니다. 이상하게도 세대를 건너뛰며 전전대(前前代)까지 이어졌는데, 그 세월 동안에 제대로 익힌 인물이 없었어요. 초식의 연결고리가 침식(侵蝕)됐던 까닭입니다.”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몰랐던 사실이오.”

  “소왕야가 지금 제대로 펼칠 수 있는 교탈조화의 검법은 일초반식(一招半式)뿐일 거예요. 그거라도 시전하려면 일갑자가 넘는 내공이 필요하고요. 그래서 제 내공을 드리려는 거예요. 찌름이거나 휘두름의 초식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펼칠 수 있다면 천하에 적수가 없을 텐데.”

  “다시 한번 낭자의 지식에 경탄했습니다. 아예 지금 건네드리리다.”

  교탈조화의 비급과 함께 비장고의 열쇠를 받아든 진진설이 하던 말을 매듭지었다.

  “외문 무공을 익혀도 경신술(輕身術: 몸을 가볍게 하여 빠르게 달리거나 건너뛰는 수법)을 펼칠 수는 있어요. 그러나 허공을 딛고 몸을 날리는 경공술(輕空術)은 내가(內家) 수법에 속하는 거죠.”

  “그러니까 낭자가 전하겠다는 내공법과 침술 한 벌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네, 그래요.”

  “경신술을 경공술로 착각하고 살아갈 맹꽁이라는 비유잖아?”

  그러면서 주유곤이 싱긋 웃었다. 알았으니 다 받아들이겠다는 뜻이었다.

  그 웃는 모습에 진진설은 빨려 들어가 버렸다.

  “아! 소왕야, 저는 가슴이 두근거려서 더 말하지 못하겠어요.”

  “가슴이 두근거려요? 왜요? 어서 경공술을 펼쳐서 빠져나오시지 않고?”

  장난스러운 말에 진진설이 살짝 소리 내어 웃었다. 맑고 깨끗한 공명이었으나 안색은 창백해지고 있었다.

  “저는 더 길게 말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이제 정말 좀 쉬어야겠어요.”

  “그럽시다. 같이 한숨 자고 나서 또 이야기합시다.”

  그 말을 하다가 머릿속에 번뜩 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급히 품속을 뒤져 조그만 보따리를 꺼내서 풀었다.

  “이것이 무엇인지 아시오?”

  “아! 그건 생사결과 절명초인데, 어찌 그것이 소왕야께 있나요?”

  “아미파의 고진대사께서 숭산 오유봉의 한 동굴에서 구해왔소. 낭자에게 맡기리다. 사실 나는 그 사용법을 잘 모릅니다.”

  “이것은 과연 천우신조(天佑神助: 하늘의 보살핌이며 신의 도우심)라!”

  “그 정도로 소중한 물건입니까?”

  진진설은 크게 격동한 기색이었다. 미처 대꾸도 못 하고 혼자 중얼거렸다.

  “근 몇백 년 동안에도 생사결과 절명초는 드물게 한 번씩 세상에 나왔다. 그러나 제대로 조제된 적은 없었다. 잎과 열매를 섞어서 썼을 뿐이나 이곳에 내가 있고, 또 여기는 검왕부이다. 비장고에서 필요한 약초를 다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무슨 뜻이오?”

  “이 약초의 효능은 세상에서 으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정도란 말입니까?”

  “무릇 영약이란 사람의 목숨을 살리라고 있는 법!”

  “맞는 말이오.”

  “혹시 누구의 숨이 끊어져 열두 시진(24시간)이 지났다면 어찌 되겠습니까?”

  “대라신선이라 한들 숨을 돌이킬 수 있겠소?”

  “그러나 이것이 그런 효력을 지녔으니 어찌 천하의 으뜸이라 하지 않겠습니까?”

  “뭐라? 이것이 정말 기사회생(起死回生: 이미 죽은 목숨을 되돌려 다시 살아나게 함)의 효능을 가진 영물이오?”

  “그런데 이 생사결과 절명초를 제대로 다룰 수 있는 사람은 현세 무림에 없을 거예요. 화산이검 조태민이거나 비(妃) 전하께서도요.”

  “사부님도? 어머니도? 그럼 낭자는요?”

  진진설이 담담히 웃었다. 표정에는 교만함이 아닌 자부심이 드러나 있었다.

  “네. 제대로, 잘 다룰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저밖에 없을 거예요. 서문옥연도 이 부분은 저를 따라오지 못합니다.”

  “아, 놀랍소. 낭자는 정말!”

  “이 영물을 제가 몇 알의 환약으로 제조해 놓겠어요. 이것으로 우리는.”

  거기서 말을 멈추고 주유곤을 바라보는 눈빛이 아련해졌다. 이어지는 음성의 가락은 마치 간절한 염원을 담은 시를 낭송하는 것 같았다.

  “우리가 비록 짧은 생애를 함께 지낼지라도 생사존망의 풍파가 들이닥칠 때는 많겠지요?”

  “아마도요.”

  “이 물건에 의지해서 그걸 한두 번쯤은 건널 수 있으리니.”

  “그대는 정말 신기막측(神奇莫測: 오묘하고 기이해서 헤아릴 수 없는)한 사람이군요. 그러나 지금은 그만! 어서 내 팔을 베고 누우시오.”

  부끄러워서 쭈뼛대는 여인에게 사내가 다시 독촉했다.

  “아, 어서요!”

 

  ***

 

  교탈조화 검법은 삼초구식(三招九式)의 무예였다. 나가고 물러서며 멈춤의 초식 하나하나에 세 가지씩의 변화가 세 초식으로 연결되고 있었다. 그러나 연결고리가 끊겼고, 초식의 흔적이 희미해진 부분을 명확하게 되살려낼 수도 없었다.

  다만 일초팔식(一招八式)의 장법은 남아있는 자국이 훨씬 선명한 수법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전후 사방, 상하좌우를 엄밀하게 막고 공격할 수 있었다.

  과연 천하를 독보(獨步: 혼자서도 얼마든지 세상을 헤쳐나감)할 만한 절예(絶藝)였다.

  주유곤이 몰아지경에서 내보이는 손짓은 그 장법 초식의 체현(體現: 몸에 잘 익혀 드러내는)이었다.

  발짓은 초식을 이끌고 가는 선제 동작의 행위였다.

  진진설이 가르쳐주기 전까지는 전혀 맛보지도 못했던 절묘한 보법이었다.

  ―모든 무예의 발현(發現: 드러내 솜씨를 발휘함)은 보법에서 시작하는 거예요. 이건 현환보(玄幻步)라고 일컬어졌던 절전(絶傳: 후대에 전수되지 않았던) 무예이고요. 익숙해지면 어떤 초식이든 그 효율성을 배가할 수 있어요.

  그렇게 삼다경(三茶頃: 차 석 잔 정도 마실 시간)쯤 발동작을 하던 주유곤이 돌연 멈춰 섰다.

  쿨럭, 또 한 움큼의 가래를 뱉어냈다.

  그 몸속의 대추혈에서 차가운 기운이 발동했다. 장문혈에서도 따뜻한 기운이 돋아났다.

  이 두 기운이 혈맥을 돌다가 사타구니 가운데 회음혈에서 서로 부딪쳐 엉기기 시작했다.

  순간 주유곤이 한 발로 땅을 찼다.

  육 척(六 尺: 약 180cm)쯤 몸을 띄워 허공에서 가부좌(跏趺坐: 양반다리 하고 앉음)했다.

  양손을 뻗어 목 뒤의 풍부혈과 아랫배의 기해혈을 눌렀다.

  잠시 후 긴 숨을 내쉬며 땅에 내려서는 형체가 매우 가뿐해 보였다.

  크게 뜬 눈에서 별빛이 쏟아지는 것 같았다.

  이 사람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모두 궁금증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모두 자기를 쳐다봤건만 주유곤은 그런 건 신경 쓰지도 않았다.

  즉각 현의용녀를 추궁했을 뿐이었다.

  “내 의백부이신 상관보주는 어찌 되셨소? 또 노선배가 상관보를 깔고 앉아있었던 까닭은 무엇이오?”

  단도직입적 어투였다.

  무림의 위계질서로 따지자면 이런 어법과 태도는 매우 무례한 일이었다.

  다만 상대의 의표를 찌른 행위인 건 분명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현의용녀는 담담했다.

  도대체 처음부터 그 기질을 종잡을 수 없었다. 좀 전에는 이치로 따져도 될 만한 일을 빈정거림이 그랬고, 주유곤이 돌연 몰아지경에 빠져들자 말없이 지켜봐 준 것도 그랬다.

  그런데 이 젊은이는 정신을 차리자마자 자신을 닦아 세우는 것이었다.

  충분히 화가 날 법도 했다. 그랬건만 감정의 흔들림 없이 차분한 태도를 내보이고 있었다.

  그 관록의 경지가 어디까지인지, 그 심경의 상태가 어떤지조차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대답해주는 말의 내용도 뜻밖이었다.

  “이렇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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