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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아이돌스토리
내 여자친구는 아이돌?
작가 : 연초록달팽이
작품등록일 : 2020.8.9

'아이돌'이 등장하는 청춘 성장 멜로 로맨스 판타지? '스토리'입니다.

 
사실 귀여운 여자
작성일 : 20-08-12 22:28     조회 : 228     추천 : 0     분량 : 4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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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감사합니다."

 저번과 똑같은 테이블에 자리한 연이는 이제 막 등장한 500미리 맥주 두 잔을 받아들었다.

 조명을 받아 반짝이는 맥주잔은 찬 기를 머금어 하얀 김을 뱉어댔고, 살짝 맺힌 이슬 방울은 잔을 타고 내리며 그것이 얼마나 시원한 지 굳이 확인시켜 주었다.

 그러자 연이의 목은 꼴깍 침을 삼켰다.

 자신도 모르게 탑재된 맥주를 향한 갈망은 태혁이 등장하기도 전에 그것을 한 모금만 머금어 보라며 잔뜩 유혹했다.

 조.. 조금만 먼저 마실까.

 연이는 슬쩍 뒤돌아 가게 입구를 보았다.

 하지만 그녀가 기대하는 풍경은 그려지지 않았다.

 그래도 같이 마시기로 했는데.. 기다려볼까.

 생각과는 다르게 그녀의 손이 슬그머니 잔을 향했다.

 꿈틀꿈틀 그것은 갈고리 모양으로 커다란 잔을 쥐었다.

 불가항력이었다.

 그녀가 또다시 침을 삼켰다.

 그리고 결국 자제력을 잃은 그녀가 다음 메커니즘을 이행하고자 할 때, 태혁은 바쁜 숨을 몰아쉬며 등장했다.

 그는 숨을 고르지도 않고 곧장 그녀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그의 인사에 잔을 살며시 쥐고 있던 그녀는 비밀을 들킨 아이처럼 사뿐히 놀랐다.

 "아, 안녕하세요."

 그녀는 재빠르게 손을 떼어내고는 비밀을 숨기기 위한 수단으로 살짝 미소를 지었지만, 그 음흉한 목적의 미소에도 또 한 번 반하는 태혁이었다.

 "근데 뛰어왔어요? 숨 차보이는데."

 "네, 조금. 기다리실까봐서."

 약속에 있어서 태혁이 지닌 습관적인 배려에 그녀는 만족스러운 듯 도톰한 입술로 곡선을 그렸다.

 "얼른 앉아요. 맥주는 제가 시켜놨는데, 안주는 뭘 시켜야할 지 몰라서 아직 안 시켰어요. 뭐로 할까요?"

 "음.. 저는 다 잘 먹는데. 연이씨는 뭐 좋아하세요?"

 "저도 아무거나 다 잘 먹어요. 태혁씨가 먹고 싶은 걸로 먹어요."

 "아, 그래요? ... 그럼 치킨 먹을까요?"

 "아, 제가 치킨은 별로 안 좋아해요."

 "그럼 피자?"

 "너무 느끼할 것 같은데."

 "어제 보니까 오징어 좋아하시는 거 같던데, 오징어 먹을래요?"

 "에이, 어제 먹었잖아요."

 "곱창은.."

 "어머, 징그러."

 "...혹시 연이씨가 따로 먹고 싶은 게 있나요?"

 "아니에요. 저는 정말 아무거나 먹어도 상관없어요."

 "그럼 성게?"

 "아, 오늘은 별로 안 당기네요."

 "야, 이씨."

 "뭐."

 "죄송합니다."

 

 ******

 "주문하신 음식 나왔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주문한 족발이 한가득 푸짐하게 상을 수놓았다.

 항상 술이 우선이었던 태혁의 술자리에서는 차마 볼 수 없었던 그림이었다.

 태혁은 차례차례 놓이는 다른 반찬들을 보며 새삼 놀라움을 표출했다.

 "와. 저 여기 단골인데, 족발은 처음 먹어보는 거 같아요."

 "저희 집 족ㅂ.."

 "헐. 진짜요? 여기 족발 맛있기로 유명한 덴데. 헛똑똑이다."

 그녀는 그런 그에게 오히려 새삼 놀라며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족발 한 점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마치 자신이 삶아낸 것인 마냥 이리저리 자랑해대기 시작했다.

 "근데 이건 그냥 족발이 아녜요. 무려 불족발이라구요."

 사장이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매운 거 잘 먹어요?"

 "아마도요?"

 태혁이 애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해요?"

 "그냥 적당히 잘 먹는 편이에요."

 "흐음.. 그럼 좀 힘들 수도 있는데."

 그녀는 입을 삐쭉 내밀더니 앞에 놓인 치즈 퐁듀에 족발을 푹 담가보였다.

 "엄청 매우니까 여기 찍어먹어요. 괜히 울지 말고. 자."

 그녀는 애초에 노르스름한 색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것을 태혁의 앞접시에 올려주었다.

 그러면서 자신은 붉은 그것을 그대로 집어들더니 가소롭다는 듯 웃어보였다.

 "그럼 우리 짠할까요?"

 그 뒤에는 숨겨진 말이 있는 듯 했다. 애송아.

 알 수 없는 반항심이 불쑥 태혁을 밀고 들었다.

 그의 젓가락은 노랗게 탈색되어 버린 것을 외면한 채 그녀의 것보다 더 붉은 것을 집어들었다.

 "어? 이거 엄청 맵다니까요?"

 "저 매운 거 잘 먹어요."

 걱정하는 연이의 고기에 태혁은 자신이 집어든 고기를 짠 부딪혔다.

 뭐, 매워봐야 고기가 고기지, 라는 생각으로 그는 고기를 덥석 입에 넣었다.

 하지만 당연히 멍청한 생각이었다.

 고기는 매워봐야 고기지만 그의 혀를 공격하는 것은 고기가 아닌 양념이었으니.

 나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던 차에 매운 맛은 차츰 방심하고 있던 이의 혀를 다지기 시작했다.

 수문이 개방되면 우수수 쏟아지는 물처럼, 통각이 차츰 넓은 영역을 주장하고, 이내 입이라는 좁은 무대에서 벗어나 전신을 향해 퍼져 나갈때, 그의 정신은 그에게 저주를 퍼부었다.

 맵잖아, 이 새끼야.

 "괜찮아요?"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듯 그에게 물었다.

 "아, 네. 쓰읍. 그렇게 많이 맵지는 않네요."

 왠지 그녀에 지고 싶지 않은 그는 알량한 허세를 부렸다.

 하지만 결코 숨길 수 없는 고통은 사실 이미 능구렁이 같은 연이의 눈에 발각된 지 오래였다.

 본능이 슬쩍 입을 열어 혀에게 사잇바람을 불어넣고, 침이 부자연스럽게 자주 삼켜지는 모습은 아무리 눈치 없는 사람이라고 해도 모른 척 할래야 모를 수가 없었다.

 아마 그만 모를 듯 했다.

 그런 그의 가상한 노력 때문인지 그녀는 그것을 슬쩍 모른 척 해주었다.

 이제 한계점에 도달한 그가 꺼져가는 정신으로 불쑥 잔을 집어들 때, 연이는 덥석 그를 제지했다.

 "쓰, ㅎ. 왜, 왜요?"

 그녀는 당황하는 그를 보며 자신의 잔을 들어보였다.

 "짠해야죠. 짠."

 "아."

 그는 진화에 대한 본능을 억누르고 그녀와 잔을 부딪혔다.

 챙 하고 잔이 울렸다.

 그리고 그 산뜻한 유리의 마찰음이 신호탄이라도 되는 듯, 그는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그것을 곧바로 입에 가져다댔다.

 아아! 그것은 천국이었다.

 입 안 가득 성은이 소용돌이치고, 왜 이제야 왔냐며 눈물 흘리는 혀에게 청량한 위로를 선사했다.

 번뇌 끝에 마주한 어떤 것처럼 그는 모든 통각에 미련을 두지 않았다.

 아! 환상!

 그는 벌컥벌컥 잔을 한달음에 비워버리고는 후련하게 내려놓았다.

 하지만 그는 똑똑한 사람이었다.

 그는 영리하게도 마지막 한 모금을 입에 남겨둔 채, 혹시나 다시 피어오를 지 모르는 불에 대비했다.

 그렇게 빵빵하게 입을 부풀린 그의 앞으로 맥주를 한 모금도 마시지 않은 듯한 연이가 생글생글 쳐다보고 있었다.

 "너 맵지."

 "푸흡."

 

 ******

 태혁이 안절부절 못하고 있을 때, 연이가 등장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걱정스러운 표정을 한껏 담았다.

 "미안해요. 진짜 미안해요."

 "괜찮아요. 내가 장난친 건데요, 뭐."

 화장실에서 얼굴을 씻고 나온 연이는 물에 살짝 젖은 앞머리를 살살 쓸어 넘기며 별 일 아니라는 듯 말했다.

 "하여튼 맵다니까 기어코 먹는다더니."

 "미안해요."

 "풉. 장난이에요. 진짜 괜찮으니까 남은 거나 마저 먹어요."

 그녀는 다시 자리에 앉아 젓가락을 집어들었다.

 하지만 태혁은 어딘지 모르게 시무룩해져서 누가 봐도 힘이 빠질 것 같은 분위기를 뭉실뭉실 뿜어냈다.

 또 저런다. 축 처진 강아지마냥.

 "혹시 막 삐지면 한 달씩 가는 스타일이신가? 아니면 혼자 담아놓고 꿍해 있는 다거나."

 "아, 아니거든요?"

 괜히 뜨금한 태혁이 소리 높여 반항했다.

 "그런 거 아니면 빨리 먹어요. 아닌가? 내가 먹여줘야 하나?"

 "아니요! 내가 먹을 거예요."

 태혁이 후다닥 젓가락을 집어 들었다.

 그러자 연이는 자신과 가까이에 있던 퐁듀를 태혁의 앞으로 가져다 놓았다.

 "이번엔 진짜 이거랑 같이 먹어요. 또 맵다고 울지 말고."

 "울지는 않았거든요?"

 "아, 그러네. 운 게 아니라 내 얼굴에 맥주를 뿜었지?"

 태혁은 분한 듯 입술을 오므렸다.

 "지금 저 놀리는 거죠?"

 "에이, 놀리다니요. 태혁씨 저랑 친해요?"

 "아.."

 "아? 태혁씨 나랑 안 친해요?"

 "아니, 그게 아니라."

 "풉."

 여우. 그것도 눈송이처럼 새하얀 여우.

 그녀는 꼬리가 아홉 개를 넘어서 하나를 더 가진 여우같았다.

 남중, 남고, 군대, 공대, 그 완벽한 남자의 길을 걸어온 그에게 그녀는 쉽지 않은 생명체였다.

 항상 직격탄만을 날리는 남정네들이 우글거리는 곳에서 살아온 태혁에게 그녀가 던지는 살랑살랑한 미끼는 결코 피할 수 없는 덫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 모든 것에 그는 하나, 하나 모조리 걸려들었다.

 "놀리는 거 아니에요. 그냥 좀 귀여워서. 태혁씨 몇 살이에요?"

 "스물 세살이요."

 "스물 셋?"

 아무래도 크고 동그란 눈을 그녀는 더 크게 뜨며 놀라움을 내비쳤다.

 "왜요. 이번에난 나이 먹어 보인다고 놀리려고요?"

 "아니요. 딱 스물 셋 같아 보여요. 그럼 대학생이야?"

 "네?"

 "대학생이에요?"

 "아, 네."

 "꼬맹이구나."

 "네?"

 "네?"

 "방금 저한테 꼬맹이라고."

 "뭐가요?"

 "방금 저한테 꼬맹이라고 하시지 않았어요?"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잘못들은 거 아니에요?"

 연이는 전혀 모르겠다는 알쏭달쏭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 아니에요. 잘못 들었나봐요."

 태혁은 애써 자신이 잘못 들은 것으로 인정하고 싶었지만 머리는 그러지 못했다.

 분명 들은 거 같은데.. 아닌가, 진짜 내가 잘못들은 건가?

 "무슨 생각해?"

 "아, 아무것도 아니야.. 응? 네?"

 "태혁씨는 제 나이 안 물어봐요?"

 "아, 연이씨는 몇 살이세요?"

 "몇 살일 거 같은데?"

 그녀가 턱을 받친 채 생글생글 그를 바라보았다.

 그제야 태혁은 확신할 수 있었다.

 지금 자신을 보고있는 저 여성이 자신에게 반말을 했다는 것을.

 아니, 혀가 반 토막 났나, 어디서 반말을 찍ㅉ... 아, 이게 아니라.

 그는 그녀를 살며시 훑어보았다.

 생긴 건 스무 살 정도나 되게 생겼는데.

 뽀송뽀송하고 어린 그녀의 피부를 보며 그는 치밀한 데이터 분석을 시작했다.

 1. 나에게 꼬맹이라고 했다.

 2. 갑자기 반말을 한다.

 결론 = 나보다 꽤 나이가 많다.

 "스물.. 여섯?"

 "헐.. 지금 나 놀리려고 그러는 거죠?"

 "음.. 그럼 스물 다섯?"

 그녀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스물 둘?"

 그제야 그녀는 만족스러운 듯 미소 지었다.

 "스물 일곱이에요."

 "헐.. 늙었어.."

 "야! 숨질래?"

 "죄송합니다."

 "너 진짜.. 조심해요. 그런 얘기 한 번만 더 꺼냈다가는."

 그녀는 살벌하게 젓가락을 들고는 탱글탱글한 돼지의 살에 내리꽂았다.

 그리곤 남은 왼손의 엄지를 치켜들더니 살짜기 목을 타고 가로로 직선을 그렸다.

 "정말 그땐 세상 하직하는 거야."

 살벌한 표정을 짓는 그녀를 보며 그는 웃어보였다.

 괜히 살벌한 척하는 그녀의 모습마저 귀여워 보이는 태혁이었다.

 
작가의 말
 

 1. 이 글을 읽고 있다.

 2. 조회수가 늘어난다.

 결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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