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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후계자는 네가 해
작가 : 박시인
작품등록일 : 2020.8.4

묻혔던 비밀과 얽히고설켰던 사연들이 드러난다. 그 엉킨 매듭을 풀어내라고 등 떠밀렸는데, 맞서는 대적자가 전혀 뜻밖의 인물이라. 그렇다고 멈출 수도 없으니……. 이 검왕의 아들과 그를 제자로 삼았던 천마의 후예는 결국 대립할 수밖에 없다. 음모에 빠졌을 때에도 갖가지 기연을 만나게 되는 제법 운이 좋은 사내. 또 고난을 겪을지라도 끝까지 의리와 헌신의 관계성을 발전시켜 나가려 애쓰는 올곧은 의식의 소유자, 그런 주인공의 이야기.

 
#3. 고달픔을 아랑곳하지 않는 그대의 염원은 무엇인가
작성일 : 20-08-12 16:06     조회 : 268     추천 : 0     분량 : 5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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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고달픔을 아랑곳하지 않는 그대의 염원은 무엇인가

 

 

 

  “이 얽히고설킨 일에 관련된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그러거나 말거나.”

  “소식 못 들은 척 귀 닫는 사람도 있을 테고요.”

  “그런 사람이 정말 있을지는 모르겠군.”

  “자긍심을 버렸다면요.”

  “그럴 리가 없다는 걸 알면서 하는 말이지요?”

  진진설이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무릇 자신과 관련된 일에 눈감고 귀 닫을 수는 없는 법입니다.”

  “그렇소! 사람의 그런 심정은 당연한 거요.”

  “그러니까 그들은 반드시 자신을 변증(辨證)하고 싶어 할 거예요.”

  “변증이라…….”

  “부끄러움을 덮을 수 없는 어떤 사람이라면, 살인멸구(殺人滅口: 죽여서 입을 막음) 하고 싶을지도 모르고요.”

  “흥! 얼마든지 그래 보라고 하시오!”

  “어머! 그런 과격한 말씀을!”

  “뭐 어떻소?”

  “마음가짐이 그러시다면… 좋아요! 소왕야가 잘 대응할 수 있을지 몸도 한번 살펴봐야겠어요.”

  조심스럽게 말했으나 억양은 꼭 그렇게 해야겠다는 가락이었다.

  주유곤이 눈을 크게 떴다.

  자기와 관계를 맺은 서문옥연이 떠나기 전 했던 말이 뇌리에서 확 살아났다.

  ―누가 정랑(情郞: 애정을 품은 사내를 호칭하는 말)을 보살펴주느냐에 따라 다른 변화가 생기겠지만…….

  막연했던 그 말이 지금 구체적인 실감으로 다가왔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낭자가 나를 보살펴주겠다는 겁니까?”

  “네, 그동안 시달려 왔던 소왕야의 혈맥부터 다스려놓고요.”

  “낭자는 피곤하지 않으시겠소?”

  진진설이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

  “아직은 괜찮아요.”

  그런데 세상에!

  그 붉은 입술에서 물기 머금은 장미가 활짝 피어나는 것이었다. 그 흰 뺨에서 백합이 만발하는 것이었다. 살짝 웃을 때 보인 흰 이에는 도로록, 은방울꽃이 맺히는 것이었다.

  엊저녁 대청에는 여러 사람이 함께 있었지만, 지금 단둘만 있는 이곳에서는 이걸 또 어쩌란 말인지.

  정신이 몽롱해지는 것 같았다. 침을 꿀꺽 삼켰다.

  그 순간 진진설이 번개같이 주유곤의 목젖 천돌혈을 짚었다 뗐다.

  이상한 기운이 혈맥 속에 슈욱, 파고들었다.

  삼켰던 침과 함께 또 한 움큼의 가래가 토해졌다. 장문혈과 기해혈 쪽으로 사르르, 편안한 기운이 번졌다.

  두 곳은 모두 임맥에 속해 있어서 음기의 지배를 받는 곳이다. 거기에 따뜻한 기운이 가만히 스며들었다.

  그렇게 반시진(半時辰: 한 시간)이나 혈맥을 검사하고 주무르며 진기를 주입하던 진진설의 혈색이 점점 더 하얘지고 있었다.

  이미 지쳐있던 몸이었다.

  그런 상태에서도 자신을 돌보지 않고 주유곤을 먼저 보살핀 헌신이었다.

  일이 끝나자마자 작은 소리로 주유곤을 부르며 몸이 기우뚱했다.

  “아, 소왕야!”

  얼른 진진설의 머리를 받쳐 안아 자기 어깨에 기대게 했다.

  “이런, 너무 무리하셨소.”

  주유곤은 예전에 없던 활기가 몸속에서 뛰노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가슴은 먹먹해졌다.

  이 소녀가 있는 힘껏 자신을 보살피다가 이렇게 기진맥진해버렸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어느새 그 머리카락을 가만가만 쓰다듬고 있었다. 하나도 어색하지 않았다. 마치 오래된 연인들이 만들어내는 풍경과 같았다.

  진진설이 주유곤의 어깨를 한번 쓰다듬어보더니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꿈만 같아요. 이 어깨에 기댈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그렇다고 냉철함을 잃어버린 건 아니었다.

  다시 토납지공을 운용하여 숨을 깊게 들이켰다가 내뿜었다. 이어서 차분하게 말했다.

  “서문옥연은 소왕야의 혈맥에 제약을 가해놨었어요.”

  주유곤은 놀라지도 않았다. 담담하게 묻기만 했다.

  “그래요? 무슨 생각으로 그랬을까요?”

  “장차 생사현관을 타통할 수 있게 하려는 선의적 의도였겠으나, 끝내 자의식은 버리지 못했네요.”

  “낭자는 그걸 어떻게 아시오?”

  “서문옥연이나 저나 심신에 치우침을 지닌 채 태어난 인간들이니까요.”

  “치우침이요?”

  “머리는 하늘을 치받을 정도이나 몸에는 그걸 감당하지 못할 결격 사유가 있으니까요.”

  “그래서 자의식을 움켜쥐고 있다?”

  “서문옥연은 반드시 소왕야를 다시 만나려 할 거예요. 소왕야의 심신을 좌지우지하고 싶다는 소유욕이 발동했을 테고요.”

  “그녀는 내가 자기 뜻대로 움직여줄 거라고 어찌 장담한단 말입니까?”

  그러나 진진설은 거기에 대해서 더 말하지 않았다.

  “삼음절맥의 지혜는 하늘을 찌를 정도이나, 칠음절맥 만큼의 평정심은 갖추지 못하고 태어나는 것이니…….”

  탄식처럼 이 한 마디만 내뱉었을 뿐이었다. 자칫 상대를 평가절하 할 수 있는 말은 하지 않겠다는 선량함의 발로(發露: 이슬이 맺히듯 가만히 드러나는 기색)였다.

  주유곤은 사람을 함부로 평가하면 안 된다던 자기 어머니의 말이 되살아나는 느낌을 받았다.

  조용히 물었다.

  “그게 그런 거였소?”

  “제가 나이를 한 살 더 먹었으니 책을 최소한 반 수레쯤은 더 읽었을 테고요.”

  “그렇군요. 알겠소.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지요?”

  “엊저녁 제가 왕비께 청했던 것처럼 소왕야께도 세 가지를 청하고 싶습니다.”

  지금 이 사내는 자기 얼굴을 쓰다듬듯 바라보고 있었다. 진진설은 소곤대듯 속삭였다. 눈빛에는 정겨움이 흠뻑 담겨 있었다.

  그건 분명 그러고 싶다는 기꺼운 교태였다.

  대답하는 주유곤은 조금 넋이 나간 듯한 표정이었다.

  “그러시오. 내 무엇이든 들으리다.”

  “약속하신 거지요?”

  “아, 그렇다니까?”

  진진설의 얼굴에서 만족스럽다는 기색이 번져 나왔다. 그건 분명 독점의 포만감이었다.

  “우선 저는 한 가지의 내공심법과 공력을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는 침술 운용법을 전할 것입니다. 이걸 배우시라는 게 첫 번째 청입니다.”

  “나는 다른 내공심법을 익힐 수 없는 몸인데요?”

  “이젠 괜찮습니다. 비록 힘들긴 했지만, 제 내공으로 소왕야의 장문혈과 기해혈을 쓰다듬어놨거든요.”

  “낭자의 경지가 그 정도였소?”

  “네. 제가 전할 내공심법과 침술에 의지하면 당분간은 괜찮을 거예요.”

  “당분간은 얼마만큼의 시간을 말하는 겁니까?”

  “짧으면 오륙 년, 길면 십 년 정도요.”

  “길면 십 년이라… 다행이오. 이 몸이 해야 할 일은 다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또 저를 여인으로 취해서 그 대력열화신공으로 제 절맥을 이어주시면…….”

  주유곤이 쑥스럽게 반문했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저도 한 십 년 정도는 더 연명할 수 있을 테고요.”

  “아, 그런 겁니까?”

  “네. 그 짧은 십여 년이 우리의 한 생애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다음은 어떻게 될지 모르고요.”

  “괜찮소. 그다음에는 이 사무친 삶에 무슨 미련이 더 남으랴!”

  얼핏 주유곤을 바라보는 진진설의 눈동자에 물기가 맺혔다. 그 말뜻이 무엇인지 헤아려보는 눈빛이었다.

  그러나 이어지는 음성은 담담했다.

  “그러면 됐습니다. 이게 두 번째 청입니다.”

  “알겠소.”

  “저를 소왕야의 여인으로 대해 주시겠다는 뜻이신가요?”

  주유곤이 여전히 쑥스럽게 대답했다.

  “알겠다고 했잖소.”

  그 말을 들은 진진설의 얼굴에는 부끄럽기도 하고 기쁘기도 한 기색이 가득했다.

  환한 박꽃이 오롯이 피어나는 것 같았다.

  다소곳한 음성의 가락이 이어졌다.

  “그 전에 먼저 절전(絶傳: 이어짐이 끊긴)됐던 보법(步法) 한 가지를 익히시어요. 그다음 제 남은 공력을 모두 이어받으십시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왜요?”

  “보법은 그렇다 칩시다. 그런데 공력까지 이어받으라고요?”

  “반드시 그러셔야 해요. 시간이 없잖아요.”

  “못 들은 거로 하겠소!”

  과연 마음이 깨끗한 사내였다.

  그때는 강호에 나갈 날짜가 촉박했었다. 내공도 미흡했다. 그렇다고 상대의 몸에 손해를 끼쳐서 자신의 유익을 얻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런데 진진설은 한술 더 떴다. 태연하게 말했다.

  “염려하지 마세요. 저는 다시 공력을 쌓는 방법이 있어요.”

  “그래도 그렇지.”

  “대신 왕부의 비장고(秘藏庫)에 마음대로 들어가게 해주세요. 이게 세 번째 청입니다.”

  “비장고에요?”

  진진설이 영롱한 미소를 띤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곳은 사부님도 차마 드나들지 못하는 곳인데…….”

  그러자 사명감을 품은 표정으로 말했다.

  “무림에 엉킨 실타래를 푸셔야죠? 혈겁을 막으셔야죠? 그러려면 반드시 야규검의 비밀을 풀어야 합니다.”

  “야규검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단 말이오?”

  “네. 그리고 교탈조화의 비급도 그곳에 넣어주세요.”

  “알겠소. 그런데 까닭이 뭡니까?”

  “설명이 좀 긴데, 들어보시겠어요?”

  “좋소!”

  “교탈조화의 초식은 아마 무림에서 가장 상고(上古: 오래된 옛날)의 무예 중 하나일 거예요.”

  “그건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무림에는 전설 속 인물로만 알려진 이들이 많아요.”

  “기담괴사(奇談怪事: 신기한 이야기와 괴상한 사건)는 나도 들을 만큼 들어봤소.”

  “그럼 교탈조화 초식의 근원과 유래도 잘 아시겠네요?”

  주유곤은 표정이 난처해졌다.

  당사자인 자신이, 자기 무예의 근원을 모른다는 사실이 당황스러웠다.

  이런 심정을 다 안다는 듯 진진설이 흰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거기에 또 도로록, 은방울꽃이 맺히는 것 같았다.

  “춘추전국시대 때부터 철로 병장기를 제련(製鍊: 불로 철을 녹여 제작)하기 시작했지요.”

  그 웃는 모습에 마음이 안정된 주유곤은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그쯤은 알고 있소.”

  “당시 연나라에는 형(荊)씨 성(姓)을 쓰는 자객이 있었습니다.”

  자신도 알고 있는 역사였으나 얼마나 깊은 사연이 있었는지는 잘 몰랐다.

  흥미롭게 진진설의 입술을 바라보았다.

  “그는 각 나라의 싸움을 멈추게 하고 싶다는 명분으로 진나라 왕 정(政)을 암살하고자 했어요. 그러나 실패하고 말았죠.”

  “그것도 알고 있소.”

  “자객이 펼치려 했던 검법은 아시나요?”

  “그럼 설마?”

  “네, 바로 그 초식이 교탈조화입니다.”

  “아!”

  “왜 실패했는지도 궁금하시지요?”

  “당연한 걸 왜 묻는담?”

  아주 가까운 사이에서나 쓸 수 있는 말의 행태였다.

  그 어투에 진진설이 생긋 웃었다. 방안에는 또 기화요초가 만발하는 것 같았다.

  그 웃음꽃에 취하는 것인지, 여전히 반 수면 상태 때문인지 주유곤은 자꾸 몽롱해졌다.

  “첫째는 내공의 뒷받침이 없었기 때문이에요.”

  그래도 의식을 모두 놓고 있는 건 아니었다. 질문할 것은 또박또박 묻고 있었다.

  “당시에도 내공을 활용하는 무예가 있었소?”

  “어쩌면요. 노자는 그 전대 사람이고 장자는 후대에 등장했지만, 그때 이미 도가진기(道家眞氣)를 운용하는 사람들이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주 드물었을 테고, 호흡과 진기의 운행을 어떻게 했다는 기록은 없지만요.”

  “그런데 어떻게 교탈조화의 초식을 사용했다는 건가?”

  “그 사람은 자긍심이 매우 강했거나, 아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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