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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지오르고스의 일기
작가 : 현서랑
작품등록일 : 2020.7.31

J. 그녀는 그것을 지오르고스의 일기라 적었지. 모르탈 아이움, 그 옛 시대에 지오르고스가 일궈내어 셀 수 없는 시간을 지나온 그 신비의 역사를. 이젠 J라는 그 작은 여자아이의 이름이 우리들의 진실 위에 허구성과 함께 덮여질 테지. 인간들은 우리들의 존재를 믿으려하지 않아. 앞선 존재들. J는 우리를 그렇게 부르더군. 인퀴스토 디토스란 신들과 엄연히 구분되어야 함에도 말이야.

 
나가 III
작성일 : 20-08-12 12:31     조회 : 251     추천 : 0     분량 : 7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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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가 18_

 알랭 궁을 나선지 열흘째가 되던 오늘 우린 로마노 왕성에 도착했다. 거리에 들어서부터 길 양쪽 맡엔 갖가지 조각상과 상록수들이 이어져 있었고, 나이 든 예술가들은 시내 곳곳에서 또 하나의 미관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예상과는 달리 거리엔 장정들이 많았는데, 니아카에서 이뤄지던 로부르의 징집이 정작 수도인 로마노엔 빗겨간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뤼귀가 만나고자 한 로부르의 왕 르조 반니 루이지는 르조 궁에 머무르고 있었다. 르조 궁은 로부르의 선왕 르조 반니 노바가 축조한 성으로, 로부르의 예술가들이 주된 묘사 대상으로 삼던 이름 난 궁이었다. 밖에서 본 르조 궁은 그 안이 넓어보이진 않았으나 성의 꼭대기만큼은 그 일대에서 가장 높았다. 궁의 입구는 단 한 곳이었는데 그 입구엔 긴 돌다리가 지어져 있었고, 로부르 보병 셋이 그 다리 앞에 서서 민간인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우리 셋은 수고도 문제도 없이 심사에 통과했으나 내 말은 그 돌다리를 건너길 무서워했고 결국 난 걸어서 다리를 건너야 했다.

 우린 다리 끝의 성문에서도 또 한 번의 심사를 통해 르조 궁에 발을 들일 수 있었다. 돌다리 입구에서의 통제가 사실상 무색했듯 성문 앞에서의 심사 또한 가벼웠다. 루멘 왕의 은화도 굳이 보일 필요가 없었다.(경비병들은 뤼귀가 루완의 특사라는 말을 아무 확인절차도 없이 곧잘 믿었다.) 궁 안엔 작은 별채들이 많았는데 그것들의 쓰임새는 일일이 알 수가 없었다. 궁내의 길은 궁 외부와 다를 바 없는 흙길이었고 보초병들에겐 군기란 것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게다가 왕에게로 우릴 안내해주는 이도 없었는데, 뤼귀는 많은 별채들 중 유독 큰소리가 새나오는 별채로 발을 옮겼고, 그곳엔 로부르의 왕인 르조 반니 루이지가 한 여인을 꾸짖고 있었다.

 별채에 들어선 우린 왕의 꾸지람을 받는 여인이 누구인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녀는 루이지 왕의 외동딸이자 린그노르에선 이미 저명한 반니 실비아루스 공주였다. 사람들은 그녀를 현세 린그노르 왕족들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라 일컬었고, 뜬소문이 아니었던 그 사실은 그녀가 숨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기척에 둔한 루이지 왕은 우리 셋의 인사를 들어먹지도 못한 채 공주를 향한 꾸중만을 계속했다. 왕의 육중한 목소리를 묵묵히 듣고만 있던 공주는 고개를 숙인 우리 셋을 발견하곤 왕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제야 왕은 자신의 육체를 우리를 향해 돌렸다. 희끗한 털들로 덮인 그의 얼굴은 그 높은 존귀에 비해 누추했다. 그간 봐온 왕들의 상과는 너무나 달랐다. 그의 얼굴엔 암상이 드러나 있었고 낯빛 또한 화가 베어 홍옥처럼 붉었다. 왕관과 의복을 제외하곤 왕에게 어울리는 기품을 그 뚱뚱한 외관의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 너흰 누구냐?

 

 왕의 거드름은 그 한 마디만으로도 느껴졌다. 그는 우리의 소개를 듣기 전부터 우리의 등장을 못마땅해 했다.

 

 - 전 루완의 특사 메어 뤼귀입니다. 로부르의 왕께 일러드릴 사항이 있어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 루완? 마침 잘됐군. 나도 루완에게 전할 말이 있었으니. 내가 먼저 말하겠다. 루완은 이번 일에 대해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너희가 아르도르와 벌인 일이 내 나라와 테스미르미드에 어떤 불안을 가져왔는지 아느냐?

 

 성질 급한 왕은 뤼귀에게 대뜸 성을 냈다. 이에 뤼귀는 아랑곳 않고 반박했다.

 

 - 테스미르미드의 왕께선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일찍부터 이 일을 대비하셨지요. 왕께서도 대의를 생각하셔야 합니다.

 

 뤼귀의 말을 들은 왕은 팔짱을 끼더니 허탈하게 웃었다.

 

 - 루완의 여왕이 가위 건방진 녀석을 골랐구나. 네 녀석이 아무리 의를 들먹여도 이 일이 루완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네 나라가 원인이란 말이다.

 

 - 그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저희 루완은 그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첫째로 피해를 겪은 것뿐입니다.

 

 - 피해라고? 네놈들이 괴물 놈을 사주해 펄먼 왕을 죽였잖느냐. 사절단이 일으킨 한낱 작은 폭동 때문에 왕을 시해해놓고선 그것을 피해라고 하는 것이냐?

 

 - 왕께서는 아르도르가 근거도 없이 주장하는 가설들을 모두 믿고 계시군요. 왕께선 정말로 그들의 사절단이 독자적으로 모반을 꾀했다고 보십니까?

 

 왕은 입을 다물었다. 뤼귀의 쏘아댐은 계속됐다.

 

 - 아르도르가 정당하다 여기셨다면 왜 그들에게 육로를 내어주지 않으셨습니까? 그들은 루완까지의 육로를 열어 달라 테스미르미드에게 청했다가 그것을 거절당한 뒤 로부르에게 그 요청을 돌리지 않았습니까?

 

  - 네놈은 많은 걸 알고 있구나. 그래. 우린 그 요청을 거절했다. 이미 주변국들에게 배반자로 낙인찍힌 아르도르를 도울 수는 없었다. 그것이 무슨 말인지 아느냐? 너희 두 나라와 아무런 관계도 없는 우리가 억지로 한 편에 들어 싸움에 끼어들게 생겼다는 말이다.

 

 그때 왕 뒤에 있던 실비아루스는 뤼귀에게 더 이상 왕에게 반박하지 말라는 수신호를 보냈고 뤼귀는 그녀의 신호를 존중해 말을 참았다. 왕은 뤼귀의 침묵의 뜻을 제멋대로 해석하여 거만을 떨었다.

 

 - 흥. 네놈이 준비해온 논리가 다 떨어졌나보군. 그럼 어디 이제 말해보아라. 루완의 특사가 내게 일러야 할 말이 무엇이냐.

 

 - 아닙니다. 이미 저흰 대답을 들은 것 같으니 왕께선 굳이 제 말을 더 들으실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 잘됐군. 그럼 난 내 딸과 할 얘기가 남았으니 너흰 여기서 나가거라.

 

 밖으로 나가기 전 뤼귀는 실비아루스와 눈을 맞추고 왕에게 한 가지를 물었다.

 

 - 혹여 왕께서 허락하신다면 이 궁에서 하루만 머물다 떠나고 싶습니다.

 

 - 좋다. 다만 너희도 엄연한 사절이니 우리 왕가가 머무르는 이 궁 대신 벨루카 성에서 머물도록 하라.

 

 뤼귀는 끝내 르슈 왕이 줬던 징표를 루이지 왕에게 보이지 않았고, 우린 르조 궁 뒤편에 있는 벨루카 성으로 향했다. 이니스는 르조 궁 밖으로 나오자마자 내내 참고 있던 속내를 터뜨려 루이지 왕을 흉봤다.

 

 - 그 많던 로부르의 예술가들 중 어째서 자기나라의 왕을 찬양하는 이가 한 명도 없었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 그러게 말이다. 이니. 내가 대화를 나눌 상대를 잘못 골랐더구나.

 

 - 그런데 어르신께선 왜 이곳에 더 머무르겠다고 하신 겁니까?

 

 - 공주가 우리와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해가 지자 하늘에서는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벨루카 성엔 우리 셋 외엔 아무도 없는 것처럼 조용했고, 뤼귀는 처마에 나가 성문을 내다보고 있었다. 잠시 후 그 성문으로 누군가가 뛰어 들어왔다. 실비아루스 공주였다. 그녀는 덧옷으로 얼굴을 가린 채 비를 막으며 처마 밑으로 달려왔다.

 

 -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뤼귀는 반갑게 인사를 건네며 실내로 자리를 옮겼다. 실내로 들어온 공주는 비에 젖은 덧옷을 치워 자신의 청초한 얼굴을 드러냈다. 그녀의 검고 긴 머리는 빗물에 헝클어져 있었음에도 단아했으며 덧옷 속에 감춰져있던 고혹한 향기는 천장에 퍼졌다. 그녀는 뤼귀에게 루완의 특사로서 가진 징표를 보이라 했고 뤼귀는 르슈 왕의 은화를 내보였다.

 

 - 저흰 루완에서 왔으나 저희에 대한 보증은 루멘의 르슈 오디아르 클로드 왕께 있습니다.

 

 뤼귀의 말투엔 가벼운 장난기가 섞여있었다. 공주는 뤼귀의 손에 있던 은화를 조심스레 들어 관찰하더니 그제야 우리 셋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넸다.

 

 - 별난 신분을 지니셨군요. 궁에서 몰래 빠져나오는 길에 갑자기 비가 내렸습니다. 다행히 여러분들은 계속 실내에 계셨나봅니다.

 

 공주의 목소리는 투박한 제 아비의 목소리와는 달리 청청했다.

 

 - 왕께서는 지금 저희의 만남을 모르시겠군요?

 

 뤼귀가 물었다.

 

 - 아버님께서 알았다면 전 여러분을 못 뵈었을 것입니다. 아버님께선 제가 정사에 관여하는 걸 싫어하십니다.

 

 - 공주께선 이 나라의 유일한 왕손이시잖습니까? 장차 왕위를 물려받기 위해선 정사에 참여하는 것이 당연한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싫어하신다니요?

 

 - 특사님의 말씀이 옳다는 것은 아버님께서도 당연히 알고 계십니다. 다만 제가 아버님과 정치관이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버님은 제가 벌인 외교에 늘 못마땅해 하십니다.

 

 - 안타까운 일이군요.

 

 공주는 덤덤하게 웃으며 바로 본 대화를 원했다.

 

 - 아버님께 전하고자 하시던 말씀이 무엇이었는지요? 제가 대신 듣겠습니다. 분명 이번 아르도르 일과 관련된 것이겠지요?

 

 - 맞습니다. 허나 제 전언은 듣는 분께서 로부르의 군 지휘권이 바탕이 되어야 그 의미가 있습니다.

 

 루완의 특사로서 외람되어 보일 수도 있었던 뤼귀의 말에도 공주는 언짢아하지 않았다.

 

 - 그렇다면 제가 적임자인 것 같네요. 제가 이 나라의 총수입니다.

 

 뤼귀는 공주의 말을 믿지 못했다. 그런 뤼귀의 표정을 읽은 공주는 즉시 한 마디를 더 덧붙였다.

 

 - 비공식적으로요.

 

 그때 뤼귀는 웃으며 대화를 이었다.

 

 - 좋습니다. 현재 로부르의 군대가 집결되어 있는 곳은 어디입니까?

 

 - 아버님께선 저희의 주력을 북부의 연합군과 행로를 같이 하도록 하셨습니다. 현재 그들은 모두 루치노르 동부에서부터 아네이 강을 따라 남향으로 전선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끄는 정예군이 있는데 그들은 아직 이곳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새로이 충원되고 있는 징집병들은 랑발에 모이고 있습니다.

 

 - 그럼 지금 로부르의 병력이 얼마나 됩니까?

 

 - 최근 탈영병들이 늘어 저희가 북부 연합군에 더할 수 있었던 병력은 2천여 명이 채 되지 않습니다. 랑발에 모인 징집병은 현재 3백 가량이지만 군사로서 그들의 수는 사실상 무의미합니다. 절 따라 이곳에 남아있는 병력 또한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 징집병이 어째서 그뿐인 것입니까? 저희가 지나온 로부르 북부의 마을들만 해도 징집된 청년들이 수두룩하던데요?

 

 - 아버님께선 50보카르의 세금을 내는 이들에게 징집 면제권을 주셨습니다. 때문에 로마노와 카르피네토, 루치노르 세 지역에선 징집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공주가 언급한 세 지역은 남부와의 교역로가 1년 내내 활발한 지역들로, 린그노르 내에서도 유독 부유한 도시들이었다. 공주는 면제제도뿐만 아니라 징병제 자체를 반대하는 입장이었는데, 뤼귀도 그녀의 생각과 동일했다. 하지만 로부르의 왕의 결정은 그 둘의 동감으로써 돌이킬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 공주님. 저희 루완을 포함한 남부의 세 국가는 모두 언더옥포드에 주목해야 합니다. 아르도르의 지상군은 북부의 연합군들만으로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상 이 전쟁에서 가장 큰 위협은 남부로 진격해올 루크룸의 야경부대입니다.

 

 뤼귀의 말을 들은 공주는 의아해했다.

 

 - 특사께선 아르도르의 병력에 대해 잘못 알고 계신 것이 아닙니까? 그들의 본토에서 육로로 진격해올 수 있는 병력은 2만 5천이 넘습니다. 저희 쪽의 북부 연합군은 룩스비오스의 1천 5백 병력과 루멘의 8천 병력이 전부입니다. 그리고 저희가 조사한 바로는 언더옥포드에서 진격해올 야경은 그 수가 많아야 1백 내지입니다. 그에 맞설 테스미르미드의 수군은 이미 2천이 넘습니다.

 

 공주의 말을 듣던 뤼귀는 갑작스레 주제에서 벗어나 엉뚱한 질문을 했다.

 

 - 공주께선 펄먼 왕을 시해한 자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

 

 - 예? 그가 위험한 야경이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본래는 루완에서 코옵스꾼으로 지냈다고 하더군요. 그것을 갑자기 왜 물으시는 겁니까?

 

 - 그가 북부 연합군을 도울 것입니다. 그리고 현재 그를 쫓고 있는 또 다른 야경이 있습니다. 그 야경 역시 연합군을 도울 것입니다.

 

 그것은 셰펄드와 헤밀롯. 그 둘에 대한 언급이었다.

 

 - 겨우 둘이요? 그 두 야경이 아무리 뛰어난 전략가라 한들 곱절이 넘는 병력차이를 감당할 수는 없습니다.

 

 - 그들은 전략가가 아닙니다. 특히 둘 중 공주께서 모르고 계신 야경은 단신으로도 인간의 1만 대군과 견줄 수 있는 자이니 전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공주는 뤼귀의 말을 쉽게 믿지 못했고, 이니스도 마찬가지였다. 나 역시 셰펄드가 일당백의 전사라는 것에는 신뢰가 갔지만 헤밀롯이란 야경에 대해선 의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그가 세르부스의 왕이라고 해도 말이다.

 

 - 특사께선 어째서 그것을 장담하시는지요? 그 둘을 만나보셨습니까?

 

 - 그들은 저와 친분이 있는 자들입니다. 다른 사절 대신 제가 직접 이곳에 온 이유가 바로 이 이야기에 신뢰를 더하기 위해서입니다.

 

 공주는 고민했다.

 

 - 그래서 저희 병사들을 어디로 보냈으면 하시는 것입니까?

 

 - 언더옥포드 서부와 맞붙은 페르미나 동부로 가십쇼. 거기에서 혹시나 던게르 숲을 넘어올지도 모르는 야경들을 막아주시길 바랍니다. 전 테스미르미드로 가 그들의 지상군 역시 그곳 산맥을 주시하도록 권할 계획입니다.

 

 뤼귀가 말을 이어나갈수록 공주의 얼굴은 굳어가기만 했다.

 

 - 음침한 산맥 말입니까? 두 나라의 주 병력을 적이 올지 안 올지도 모르는 그런 산골짜기에 배치시키시려는 것입니까?

 

 - 전 루크룸 야경들의 습성을 잘 압니다. 언더옥포드에 상륙해있는 그들 중 일부는 분명 물을 피해 산을 넘어올 것입니다. 남해의 뱃길로 올 그들의 본대는 저희 루완과 테스미르미드의 수군이 상대하겠습니다.

 

 뤼귀는 말을 하면서도 자신의 이야기가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눈치였다. 내가 보기에도 공주의 눈엔 의구심만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이내 공주는 정중히 거절의사를 비쳤다.

 

 - 전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저흰 저희의 국경을 북부 연합군에게만 맡긴 채 떠날 수가 없습니다. 더군다나 목적지가 적의 등장이 불확실한 곳이라면 더욱 병력을 이동시킬 생각이 없습니다.

 

 공주는 단호했고 뤼귀는 그녀를 설득할 수 없겠다고 여겼는지 그녀의 뜻을 받아들였다. 그녀는 말을 이었다.

 

 - 특사께서 조금 전 소개했던 두 야경이 그리 대단하다면 저희 연합군은 쉽게 승리를 할 것이고, 남해로 침입해올 야경들은 그 수가 적어 테스미르미드와 루완의 군대만으로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는 상황이잖습니까? 그럼에도 특사께선 무엇을 걱정하시는 것입니까?

 

 - 남해로 침입해올 야경들의 수는 결코 적은 것이 아닙니다. 이번 전쟁에서 지상전은 쉽게 승리하겠지만 남부에서 벌어질 해전은 힘든 싸움이 될 것입니다. 또한 몇몇 야경이 음침한 산맥을 넘어온다면 테스미르미드는 무시 못 할 혼란에 빠질 것입니다.

 

 - 특사께서는 루크룸의 야경 전사들을 지나치게 두려워하시는 것 같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지요. 이번에 저희를 도울 두 야경에 대한 특사님의 보증이 확실하다면 저흰 승리할 것이며 혹여 특사님의 걱정대로 몇몇의 야경이 남쪽 지대로 넘어온다 해도 전쟁의 양상엔 큰 변화가 없을 테니까요.

 

 - 공주님. 그 몇몇의 야경이 린그노르의 역사를 바꿀 것입니다.

 

 공주는 뤼귀의 말을 끝내 받아들이지 않은 채 벨루카 성을 떠났다. 뤼귀는 근심어린 얼굴로 비 내리는 바깥을 한참이나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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