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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도플갱어
작가 : 글묵
작품등록일 : 2020.8.7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도플갱어. 그로 인해 한 가정의 평화에 균열이 생긴다.
그는 돈을 물 쓰듯 쓰면서 가족들의 환심을 사려한다.
뿐만 아니라 진짜의 애인을 찾아 가 진짜 행세를 하며 애인을 가로채고 직장까지 찾아 가 장난을 친다.
가짜의 장난질에 진짜는 가정과 직장에서 위기를 맞고 애인까지 뺏길 처지에 놓인다.

 
2화. 이승으로의 귀환
작성일 : 20-08-11 22:51     조회 : 305     추천 : 0     분량 : 5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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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화 이승으로의 귀환

 

 춘봉은 상제 앞으로 득달같이 달려갔다.

 

 “지금 뭐 하자는 겁니까?”

 “무슨 일이냐?”

 “우리 착한 분이를 매국노의 사냥감으로 만들 다뇨?”

 “너무 나갔다. 사냥감이라니”

 “그럼 뭡니까?”

 “나도 그놈이 분이를 선택할 줄은 몰랐어.”

 “…….”

 

 춘봉은 앞으로 분이에게 불어 닥칠 시련을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하였다.

 

 ***

 

 “법인카드다. 인간 세상에 내려가서 사용하도록 해라,”

 

 비서가 두만 에게 법인카드를 내밀었다.

 

 “이 카드로 물건을 살 수도 있고 현금 인출도 가능하다.”

 “제 마음대로 사용해도 괜찮죠?”

 “요놈 봐라.”

 “…….”

 “네놈 할 일이 돈으로 인간을 유혹하는 일인 만큼 남에게는 얼마든지 돈을 써도 좋다. 하지만 너한테는…….”

 

 두만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하루에 오천 원만 사용할 수 있다.”

 “너무 하세요.”

 “뭐가 너무해?”

 “오천 원으로 어떻게 하루를…….”

 “싫어?”

 “…….아, 아닙니다.”

 

 내기가 취소될까 봐 두만은 금방 꼬리를 내렸다.

 

 “만약 그 약속을 세 번 어길 시엔, 넌 이번 내기에서 지는 거다.”

 

 두만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렸다.

 

 “계약서다. 찬찬히 읽어보고 서명을 해라. 서명과 동시에 이 계약은 성립되는 것이다.”

 

 두만이 계약서를 읽었다. 대부분 설명을 들었던 내용이다. 한 가지 조항이 딱 마음에 걸렸다. 두만이 좋아하는 육식을 기간별로 금한다는 조항이다.

 

 “이, 이게 뭐예요?”

 

 두만이 손가락으로 그 조항을 가리키며 물었다.

 

 “힘들겠지. 하지만 아무런 페널티도 없이 널 그곳으로 보낼 순 없지. 안 그런가?”

 “그래도 이건…….”

 

 두만이 자신 없다는 얼굴로 비서를 쳐다보았다.

 

 “내키지 않으면 관둬! 힘들게 기회를 주려고 했더니 안 당기면 안 하면 되지. 안 그래?”

 

 비서가 계약서를 찢으려고 하자.

 

 “안 됩니다. 계약서 이리 주세요.”

 

 비서 손에 들려있는 계약서를 두만이 얼른 낚아채며 말했다.

 

 “너한테 정말 과분한 계약서지.”

 

 비서가 비꼬는 말투로 말하였다.

 

 두만을 힘들게 하는 조항은 음식에 대한 것이었다. (육식에 대한 것) 고기와 생선을 두 달까지는 마음대로 먹을 수 있지만, 이후에는 달걀과 멸치와 유제품을 제외한 모든 육류와 생선을 먹을 수 없었다. 이를 어길 시 몸에 큰 문제가 생긴다고 했다. 이것이 두만을 망설이게 했던 것. 비서의 말대로 힘들게 얻은 기회를 이런 이유로 놓칠 순 없다. 두만 에게 과분한 계약서일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그는 계약서에 서명하였다.

 

 ***

 2019년 9월 1일 밤. 춘봉과 정후와 소라의 모습으로 변한 두만이 어두운 밤을 틈타 인간 세상으로 내려왔다. 인간 세상의 첫발을 밟은 곳이 공교롭게도 그들이 숨을 거둔 일제강점기 종로경찰서가 있었던 YMCA 옆 장안빌딩 앞이다.

 

 “하필이면 여길…….”

 

 정후가 마땅찮은 얼굴로 중얼거렸다. 들뜬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던 두만의 표정이 소름 끼칠 정도로 어두워졌다. 두만은 백여 년 전의 악몽이 되살아났다.

 

 ***

 

 백여 년 전의 어느 날. 종로경찰서 앞마당으로 일경 몇과 함께 제복 차림의 두만이 한가롭게 걸어 나오는데, 그들 앞에 펑, 하며 연쇄적으로 포탄이 터졌다. 엄청난 폭발음이다. 허연 연기 같은 게 사방에 흩어졌고 그 사이로 쓰러지는 사람들이 몇 보인다. 사람들의 비명과 저놈 잡으라는 일경들의 소리가 뒤섞여 현장은 난장판이다. 포탄을 던진 사람은 독립군 춘봉이다. 두만이 피투성이가 된 채 춘봉을 향해 총을 겨눈다. 탕! 하지만 먼저 두만의 가슴에 총알이 박힌다.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르자 두만은 일순간 분노에 휩싸였다.

 

 “여기가…….”

 

 두만이 춘봉을 서늘하게 노려보았다.

 

 “그래, 여기 이 자리가 바로 네놈 숨통이 끊어진 자리다.”

 “뭐야, 이 개새끼!”

 

 두만이 춘봉의 멱살을 힘껏 움켜쥐었다.

 

 “여긴! 이 자리는! 너, 박두만이 죽은 자리이기 이전에 우리 민족의 한이 서린 장소다. 네가 왜 죽어야만 했는지. 그것부터 먼저 생각해 봐라. 하긴! 백 년이 지나가도 깨닫지 못한 인간인데, 소귀에 경 읽기지. 하하하”

 

 순간 두만은 사지에서 힘이 쭉 빠져나갔다.

 

 “우린 그만 가자.”

 

 정후의 어깨를 툭 치며 춘봉이 말했다. 두만이 얼른 춘봉을 붙잡았다. 좀 전과 사뭇 다른 표정이다.

 

 “그냥 가게?”

 “그냥 안 가면?”

 “밥은 먹어야지.”

 

 밥 한 끼에도 비굴한 모습을 보이는 두만이 춘봉은 역겨웠다.

 

 “내가 산다니까…….”

 “우리가 밥 같이 먹을 사이야?”

 

 춘봉이 휙 돌아서자. 정후가 그를 졸졸 따라나섰다.

 

 “어디로 가요?”

 

 정후가 궁금해 죽겠다는 얼굴로 물었다.

 

 “우리가 살 집 구하러…….”

 “이 밤중에요?”

 

 이들이 도착한 곳은 하나가 운영하는 고양이 카페 앞이다. 카페 안은 불이 꺼져 캄캄했다. 춘봉이 의미 있는 눈빛으로 고양이 카페 안을 들여다보았다.

 

 “설마 여기서 살려는 건 아니죠?”

 “왜 맘에 안 들어?”

 “여긴 살림집도 아니고 또 고양이들이 득실거리는 가겐데…….”

 “적을 이기기 위해선 적의 심장부로 들어가야만 한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난 여기가 딱 맘에 든다.”

 “…….그러니까, 쥐는 고양이의 천적이니…….”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여기가 바로 박두만의 핏줄이 운영하는 가게라는 거야”

 “네?”

 “더, 중요한 건 그 아이가 김소라와 아주 친한 친구라는 점.”

 "역시 대장님다운 훌륭한 선택이십니다.”

 “오늘부터 난 대장이 아니라 형이다. 형이라 불러라.”

 “네. 대장님. 아니 형님”

 “형님이 아니라 형.”

 “그래도 그건…….”

 “좋다. 형님이라 불러,”

 “네. 형님.”

 

 ***

 

 두만은 무작정 택시를 타고 소라의 집으로 향했다. 20여 분 지나 도착한 소라의 동네.

 “여기 세워 줘.”

 

 딸자식같이 새파란 여자의 반말에 나이 지긋한 택시기사가 어이없어했다.

 

 “미안하네. 아니 미안합니다. 여기 세워주세요,”

 “너 뭐야? 어디다 대고 반말이야? 내가 그리 우스워?”

 

 두만의 반말에 기분이 잔뜩 상한 기사가 도로 중앙에 차를 급하게 멈춰 세웠다. 두만의 몸이 앞쪽으로 확 쏠렸다. 뒤따라오던 차들이 연쇄적으로 멈췄다. 요란한 경적과 함께 여기저기서 욕설이 쏟아져 나왔다.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은 기사가 진땀을 뻘뻘 흘리며 삼십육계 줄행랑을 쳤다.

 

 “아니. 지금 어디로 가고 있어요? 우리 집이 바로 저긴데…….”

 

 얼마를 달렸을까. 추격해 오던 차가 없자 택시기사가 차를 세웠다. 택시가 멈춰 선 곳은 한강 다리 위다.

 

 “내려!!”

 “여, 여기서 내리라고?”

 

 두만이 놀란 토끼 눈으로 말했다.

 

 “강물에 확 던져 버리기 전에 당장 꺼져!”

 

 두만은 기사의 위악적인 말에 눌려 조용히 택시에서 내렸다. 두만이 차에서 내리기 바쁘게 택시는 바람처럼 사라졌다. 난감했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어두컴컴한 다리 인도 위를 천천히 걸어가는데, 낡은 소형차 한 대가 멈춰 섰다. 차에서 중년의 남자가 내렸다.

 

 “이봐요, 아가씨!”

 

 자신을 부른 것이라 생각 못 한 두만은 강을 쳐다보며 걸었다. 그러다 잠시 걸음을 멈추어 강을 내려다보았다. 강도 잠을 자는지 수면이 조용했다. 그때 누군가 두만을 확 끌어당겼다.

 

 “여기서 이러면 안 돼요?”

 

 조금 전 낡은 승용차에서 내린 중년의 남자다. 남자의 행색은 초라했다. 두만이 모르겠다는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힘들어도 나쁜 마음먹으면 안 돼요.”

 

 남자가 걱정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누가 죽는대요?”

 “…….”

 “미안해요. 걱정되어서…….”

 “이봐요. 아저씨. 지금 남 걱정할 처지가 아닌 것 같은데…….”

 “…….그러게. 남 걱정할 처지가 아니네.”

 

 남자가 쓸쓸하게 웃으며 돌아섰다. 두만이 얼른 그를 붙잡았다.

 

 “그렇다고 그냥 가면 어떡해요!”

 

 ***

 

 두만은 남자의 차에 함께 탔다. 백여 년 만에 다시 찾아온 인간 세상, 이곳에서 처음 만난 사람이 하필이면 퀴퀴한 곰팡내 나는 사내라니.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하지만 누군가와 함께하면 하늘나라의 법인카드를 사용할 수 있으니. 그리 나쁜 일은 아니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자동차는 목적지에 다다랐다.

 

 “여기서 세워 드리면 돼요?”

 “아저씨 나랑 밥 같이 먹을래요?”

 

 밥을 같이 먹자는 두만의 말에 남자는 적잖게 당황하였다.

 

 “배가 고파서 그래요.”

 

 두만의 말에 남자는 사람 좋은 얼굴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해장국 집에 들어간 둘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해장국을 앞에 놓고 마주 앉았다. 무엇이든 처음은 신기하고 소중한 법. 인간 세상에 내려와 처음 접하는 음식을 마주하니 두만은 가슴이 찌릿했다. 두만은 감격 어린 눈으로 잠시 해장국을 쳐다보았다.

 

 “제사 지내요?”

 

 남자가 말했다. 해마다 명절마다 제삿밥을 후손들에게 얻어먹고 있었던 터라 남자의 말에 두만은 헛웃음이 나왔다. 병풍 앞에서 향내 맡으며 먹었던 제삿밥은 사실 맛이 없었다. 고춧가루와 마늘이 들어가지 않아 제사음식은 밍밍했고 그 맛이 그 맛이었다. 왜 죽은 사람은 모두 같은 음식만을 먹어야만 하는지. 살아생전에 좋아했던 음식을 차려주면 좋을 것을. 죽은 자에겐 그러한 선택권은 없었다. 오로지 전통이라는 핑계로 제사음식은 차려졌다. 두만의 친구 중엔 생선을 아주 싫어하는 귀신이 있는데, 생선 냄새가 싫어 아예 제삿날에 후손의 집을 찾지 않는다고 했다. 두만이 국물을 한술 떠서 천천히 입안에 밀어 넣었다. 늦여름에 먹는 뜨끈한 국물은 야릇한 쾌감을 불러일으켰다.

 

 ***

 

 “하!”

 

 두만이 눈을 지그시 감고 맛을 음미했다.

 

 “그렇게도 맛있어요?”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맛이에요.”

 “내 입엔 별론데…….”

 “이 맛은 혀가 결정 내릴 수 없는 아주 귀하디귀한 마음의 맛이에요.”

 

 두만의 말에 남자가 피식 웃었다.

 

 “근데, 아저씨는 뭐 하는 분이세요?”

 “나요?”

 

 두만이 고개를 끄덕였다.

 

 “탁송하고 있어요.”

 “탁송이라면…….”

 “대리기사 비슷한 거요. 저 차도 탁송 가던 중이었거든요.”

 “어디로 탁송 가는데요?”

 “폐차장요.”

 “벌이는 괜찮아요?”

 “겨우 입에 풀칠하는 거죠. 뭐.”

 

 그때 텔레비전에서 일제 강제노역에 관한 기사가 나왔다.

 

 “쳐 죽일 놈!”

 

 남자가 밥을 먹다 말고 울분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남자가 금방이라도 자신의 목을 조를 것만 같은 기세다. 두만은 겁이 났다. 슬금슬금 남자의 눈치를 살피며 조용히 숟가락을 탁자에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재빨리 일어나 식당을 뛰쳐나갔다. 말도 없이 도망가듯 식당을 뛰쳐나가는 두만의 돌발적인 행동에 남자가 놀라 뒤따라 나왔다, 두만이 가라고 손사래를 쳤다. 더 다가서지 못하고 남자가 돌아섰다. 남자가 보이지 않자 두만은 겨우 한숨을 돌렸다.

 

 “그때가 언젠데, 아직도……. 정말 징글징글하다.”

 

 두만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려 심호흡을 하였다. 휴~우. 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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