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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아이돌스토리
내 여자친구는 아이돌?
작가 : 연초록달팽이
작품등록일 : 2020.8.9

'아이돌'이 등장하는 청춘 성장 멜로 로맨스 판타지? '스토리'입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
작성일 : 20-08-11 15:02     조회 : 209     추천 : 0     분량 : 4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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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그러고 나서 아무런 답장이 없다고?"

 "응.."

 "니가 뭐라고, 아, 아니, 아니. 니 친구가 뭐라고 답장했는데?"

 "그냥, 네. 안녕하세요. 하고 보냈다던데."

 "..."

 "..."

 "도대체 왜?"

 재현이 추궁하듯 물었다.

 "..그게 제일 깔끔하고 담백한 것 같아서..라고 하던데?"

 성훈과 재현은 어처구니 없는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마 같은 생각을 한 것 같다.

 두 번 깔끔했다가는 모든 인간관계가 깔끔해지겠다는 생각.

 "그 뒤로는 문자 안 했고?"

 "답장이 없는데 무슨 문자를 해."

 너어는 진짜.

 아무런 이상함도 느끼지 못하는 모쏠의 앞에서 둘은 수년간 단련해온 암묵적 텔레파시를 나누었다.

 지를까?

 지르자.

 둘은 마치 함께 셋을 센 것처럼 정확히 삼 초 뒤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불쑥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야, 뺏어."

 재현은 그대로 태혁의 오른 팔을 왼손으로 제압하고 다리를 들어 태혁의 위로 포개어 앉았다.

 그러고는 나머지 손마저 제압해 그를 옴짝달싹하지 못하도록 포박했다.

 "야, 이 미친 새끼야. 지금 ㅁ.."

 이윽고 포박 당한 태혁을 향해 성훈은 벌처럼 날카롭게 날아들어 나비처럼 유유히 휴대폰을 강탈했다.

 "야! 김성훈!"

 "김닥터! 빨리 집도해! 이 환자, 마취가 풀리고 있어!"

 성훈이 태혁의 휴대폰을 들고는 바쁘게 손가락을 움직였다.

 "아, 하지말라고, 미친 새끼들아!"

 태혁은 격렬하게 저항했다.

 하지만 피지컬적으로 밀리는 태혁이 재현에게 당해내기란 쉽지 않은 법이었다.

 그리고 때마침 건장한 두 청년의 무게를 꿋꿋이 버텨내던 의자는 결국 감당할 수 없는 삶의 무게를 견뎌내지 못하고 끄윽 비명을 지르며 미끄러졌다.

 그러자 딱딱한 바닥 위로 태혁과 재현이 차례로 무너져 내렸다.

 "끄억."

 재현은 태혁의 위로 넘어졌지만 그 충격만으로도 충분한 고통을 느끼며 짧은 숨을 토했다.

 하지만 태혁은 아픈 줄도 모르고 자신의 위로 쓰러진 재현을 그대로 밀어냈다.

 벌떡 일어난 그는 바닥에 구른 옷을 털어내지도 않고, 곧장 성훈에게 다가가 휴대폰을 낚아챘다.

 그는 이를 한가득 물었다.

 그로 인해 구겨진 얼굴과 바득바득 떨리는 그의 눈이 한가득 성훈을 노려보았다.

 잔뜩 화가 난 태혁의 모습에 성훈은 꿀꺽 마른 침을 삼켰다.

 "니들.."

 떨리는 그의 목소리는 그가 얼마나 화났는지 알려주었다. 그는 주먹을 꽉 쥔 채 온몸을 잘게 떨었다.

 "니들, 지금 이거, 선 넘은 거야."

 그는 크게 숨을 조절하여 쉬더니 성훈과 재현을 한 번씩 노려보고는 이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라졌다.

 "야, 어떡하냐."

 "하아, 몰라."

 태혁에게 내던져져서 바닥에 누워있던 재현은 이제야 땅을 짚고 앉아 머리를 털었다.

 "근데 이렇게 안 하면 저 새끼 평생 저러고 있을 거라고. 너도 알잖아. 문자는 잘 보냈어?"

 성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됐어. 이 정도 했으면 죽이 되던 밥이 되던 지가 알아서 하겠지. 우리가 떠먹여줄 수는 없잖아."

 "그치.. 근데 진짜 많이 화났던데. 태혁이 그렇게 화내는 거 처음 봤어."

 "아, 어쩌라고. 그 따위로 문자 보냈다는 말 듣고 내가 더 화났어."

 "풉. 그나저나 태혁이도 많이 컸네. 우리 몰래 연애할 생각도 다 하고."

 "예쁠까?"

 "미친 놈."

 "에휴. 난 이제 모르겠다."

 재현은 툭툭 엉덩이를 털고 일어났다.

 "그럼 오늘은 친구 잃은 기념으로다가 한 잔 해야될 거 같은데. 콜?"

 "미친 놈.. 콜. 근데 이번 일은 솔직히 좀 심하긴 했다. 우리 선 넘었어."

 "아, 뭐래. 이건 선 넘은 게 아니라 아주 끊은 거지. 난 솔직히 죽빵 맞을 생각까지 하고 한 건데. 하여튼 이태혁 쓸데없이 착해요. 나였으면 이미 뒤지게 패버렸다."

 재현이 킥킥 웃었다.

 "아주 그냥 호구야, 호구. 연애도 호구처럼 할까봐 무섭다야."

 "알아서 잘 하겠지."

 둘은 터덜터덜 걸음을 옮겼다.

 

 ******

 참 오랜만에 혼자 먹는 점심이었다.

 태혁은 그가 스스로 공인하는 타고난 소심한 성격답게 아까의 일을 무한히 곱씹으며 속을 태웠다.

 내가 너무 심했나.. 아니야, 이건 걔들이 백 번 잘못한 거지. 진짜 친구란 것들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고.

 그는 밥을 국에 흠뻑 적신 뒤 깍두기를 얹어 입에 집어넣었다.

 잘근잘근 씹히는 밥알과 깍두기처럼 분노도 잘근잘근 입안을 맴돌았다.

 "어! 야, 유마이보이 나온다!"

 "오, 오! 완전 예뻐."

 태혁의 앞 테이블에서 식사 중이던 또래의 두 남성이 태혁의 등 뒤에 위치한 텔레비전을 보며, 정확히는 유마이보이라는 신인 걸 그룹 아이돌을 보며 감탄했다.

 하지만 그딴 건 태혁의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서운하고 화나지만 또 살짝 미안하고 하지만 또 살짝 열받는 이상한 감정의 소용돌이가 그를 삼키고 있었기에, 그것에 태혁은 끊임없이 되새김질 당하는 중이었다.

 "유! 마이 보이! 안녕하세요. 유마이보이입니다."

 유마이보이의 자기소개와 함께 기다렸다는 듯 관중들의 환호가 들려왔다.

 환호가 끝나고 사회자는 자연스럽게 그녀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네. 오늘은 신인 걸 그룹 유마이보이가 두 번째 신곡을 가지고 나왔는데요, 혹시 어떤 곡인지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네! 저희가 이번에 가져 온 신곡 'love and love'는요, 이미 너무 사랑하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더 사랑하겠다는 첫사랑의 풋풋함과 달콤함을 담은 미디엄템포의 곡입니다."

 "따뜻한 봄날처럼 싱그럽고 사랑스러운 곡이에요."

 "아, 그렇군요. 벌써 제목부터 사랑이 듬뿍 넘치는 느낌인데요, 혹시 짧게 따라할 수 있는 포인트 안무 같은 게 있을까요?"

 "네. 이렇게 엄지와 검지로 L자를 만들어서 얼굴 앞에서 왔다갔다 돌려주는 거에요."

 윤이 대표로 나와 포인트 안무를 춰보였다.

 "아, 이렇게요?"

 "네. 맞아요."

 "노래를 들어보지도 않았는데 벌써 춤부터 깜찍해보이는 느낌이네요."

 대본대로라면 이쯤에서 사회자의 마무리 멘트가 등장했어야 하는데, 사회자는 불쑥 대본에도 없는 질문을 만들어 냈다.

 "그렇다면 제목이 'love and love'인데, 유마이보이 멤버 분들은 지금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 있으신가요?"

 별 거 아닌 질문이었지만 준비되지 않은 질문에 순간적으로 당황한 멤버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가식적인 웃음을 지어냈다.

 "하하. 역시 말하기 곤란하신가봐요."

 사실 신인아이돌들에게 사랑 문제는 항상 민감해 왔다.

 이제 막 아이돌이 된 사회의 초년생들에게 소속사는 그들의 직장과도 같은 곳이여서 항상 눈치를 보아야 했고, 기본적으로 소속사들은 그들의 사랑 문제를 탐탁치 않게 여겼다.

 무대에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연애 한답시고 나태해지는 이들보다는 감정 소비 따위로 문제되지 않는 이들을 더 좋아하는 것은 이윤을 창출하는 회사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특히나 겨우 이제 막 데뷔한 이들이 열애설에 휩싸여 구설수에 오르면 당연히 더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었다.

 연륜과 경험이 대우 받는 사회에서 신인 아이돌의 위치는 딱 그 정도였다.

 알아서 감정을 숨기고, 알아서 눈치를 보아야하는 위치.

 게다가 연예인이라는 신분이 가진 특성상 공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가지게 되는 불편함 같은 것도 있었다.

 같은 연예인으로서 사회자가 그 사실을 모를 리 없었다.

 다만 세상에는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있기에, 사회자 또한 그 중 하나였을 뿐이다.

 그는 조금 차오른 그의 연륜을 과시하며, 이제 막 돋아난 새싹들을 조롱하는 것을 즐기는 그런 부류의 사람이었다.

 "네."

 그런 사회자가 장난 삼아 살짝 던진 멘트를 능글맞게 회수하려던 찰나에, 그룹의 리더를 맡고 있는 '현'이 대답했다.

 "네?"

 "있어요. 사랑하는 사람."

 사회자는 그녀의 당돌함에 무척이나 당황해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를 보는 순간 그의 뒷통수가 카메라를 바라보게 된다는 기본적인 사실도 잊은 채로.

 그런 그를 한 치의 흔들림 없는 눈동자로 집어삼키며 그녀는 미소 지었다.

 "저희 루비즈 분들이요. 여러분들이 없었다면 저희는 이 자리까지 오지 못했을 거예요. 항상 응원해주시는 우리 루비즈 여러분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그녀의 깔끔하게 정리된 멘트와 함께 팬들은 환호를 질렀다.

 신인다운 긴장의 기색조차 하나 머금지 않은 담백함이었다.

 사실 어떻게 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멘트였지만 그것은 이제 막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신인 아이돌의 당돌함과 능숙함을 생중계 해주었다.

 그녀의 옆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던 유마이보이 멤버들이 이제야 활짝 웃으며 한 마디씩 거들었다.

 "저희 신곡 'love and love'도 많이 사랑해주세요."

 "루비즈 여러분, 사랑해요."

 사회자의 인이어를 타고 감독의 윽박지르는 목소리가 넘어왔다.

 한참을 멍하니 현을 바라보던 사회자는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다시 카메라에 앞통수를 내밀었다.

 "아, 네. 지금까지 신인 걸 그룹 유마이보이였습니다. 예쁘고 당당한 유마이보이에게 많은 사랑 부탁드리고요, 다음은 오랜만에 솔로로 컴백한 미유씨의 무대입니다. 지난 날의 뜨거웠던 사랑을 회상하는 한 여자의 이야기, 리콜, 지금 함께 만나보실까요?"

 "와, 대박. 저 누나 너무 멋있어. 나 현이랑 결혼할래."

 "뭐래. 깝치지 마. 저 누나 내꺼거든?"

 "너 진짜 뒤지고 싶냐?"

 "너나 깝치지 마. 그러다 맞아 뒤지는 수가 있어."

 쾅! 시끄럽게 투닥거리는 남성들 앞으로 태혁은 주먹을 테이블에 내리쳤다.

 그 소리에 화들짝 놀란 두 남성이 놀란 토끼 눈을 한 채 침을 꼴깍 삼켰다.

 지금까지 문자 한 통도 안 보낸단 말이지? 전화도 없고? 오, 그래 좋아. 내가 얼마나 독한 놈인지 보여주지.

 태혁은 숟가락조차 씹어버릴 것처럼 바득바득 쇠를 씹었다.

 그런 그를 보며 둘은 한참 눈치를 보더니 다시 소곤소곤 다투기 시작했다.

 "하여튼 현 누나한테 눈독 들이지 마라. 내가 먼저 고백할 거니까."

 "너나 눈독 들이지 마. 진짜 죽여버리기 전에."

 "아, 이씨."

 왼쪽의 남성이 오른쪽 남성의 멱살을 살포시 잡았다.

 그러자 오른쪽 남성이 왼쪽 남성의 멱살을 더 살포시 잡았다.

 그리고 둘은 힐끔 태혁을 쳐다보더니 그보다 더 살포시 멱살을 흔들었다.

 
작가의 말
 

 현 내꺼거든? (멱살. 살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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