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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별이 뜨는 곳
작가 : julia
작품등록일 : 2020.8.8

"별이 가득한 밤 하늘을 올려다보는게 내 소원이야.그렇게해서 잠시라도 자유로워지고 싶을뿐이니까".....
평범하게 살아가고 싶었지만 평범할 수 없었던 20대 여자 "지혜"가 모든걸 내려놓고 떠난 몽골이라는 나라에서 겪게되는 평범한 일상, 특별한 사랑들의 이야기입니다. 이 세상 모든 청춘들에게 '떠나고 여행하고 사랑하라'고 얘기하고싶습니다.

 
#1화: 위하는 척
작성일 : 20-08-11 13:47     조회 : 200     추천 : 0     분량 : 7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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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4.27일/드;본 디자인 컴퍼니

 

 "한지혜씨가 우리한테 와서 할 수 있는게 뭔가요?"

 

 -굉장히 까칠해보이는 숏 컷트헤어,남색 셔츠와 무릎기장을 한참 넘은 아이보리색 펜슬스커트,아이라인 눈꼬리를 길게 빼고 버건디립을 짙게바른 여자가 퉁명스럽게 물었다. 이런 신입사원 면접따위 더 이상 지겨워서 못해먹겠다는듯이 비딱한 자세로 앉아있었다.

 지혜는 흰 블라우스와 검정스커트차림으로 면접을 보는중이였고, 블라우스는 미처 다리지못해 주름이 제멋대로 구겨져있었다.

 

 "전....여기에 오기위해서 공부도 열심히 했고, 대학전공을 공부하면서 디자인학에 대해 알기위해 여러 디자인강의를 듣고 또 이 회사에 입사하기위해 토익시험과 산업기사자격증을 취득했고...조건에 맞게 포트폴리오를 제작했으며....."

 

 "아,잠시만요.지혜씨 잠시만요!"

 

 -숏컷트를 한 면접관 옆자리에 앉은 갈색웨이브머리의 젊은 면접관이 다급히 말을 끊었다.

 옆의 면접관이 자신보다 직급이나 경력이 더 많은탓인지 굉장히 눈치를 보고있었다.

 숏 컷트의 면접관이 기다렸다는듯 날카로운 시선으로 버건디빛 입술을 열어 한참을 토해냈다.

 

 "우린 한지혜씨가 뭘 했는지따윈 궁금하지않아요. 그정도도 안한사람은 없어요. 우리가 물어보는건 한지혜씨가 우리 회사를 위해 뭘 할수있는지를 물어보는겁니다. 이런 회사에 입사하겠다는 사람이 본인이 무슨 대답을 해야하고 무슨각오를 얘기해야하는지도 모르면서 왜 면접을 보러온지 모르겠네요. 여기는 그쪽 인생사나 구구절절 읊으려고 오는곳이 아닙니다.경력이나 스펙도 볼것도없고 어차피 회사에 적응도 잘 못할것같아 보이니까 면접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수고하셨습니다.

 

 -갈색머리 면접관이 더 당혹스럽고 놀랐다는듯이 급하게 지혜의 이력서와 면접신청서를 정리했다. 다음 면접자 서류를 앞으로 꺼내어 옆자리에 가지런히 정리해주었다.

 

 "네.....감사합니다.."

 

 -기대따위 하지도 않았지만 대답할 기회조차 받지못해 억울하다는듯 시선을 아래로 떨구고 면접장을 빠져나왔다.

 

 "어머! 너 1차합격했어??"

 

 -지혜와 함께 면접을 보러온 승희가 문이열리자마자 다가와서 물었다.대기하고 있는 면접자들이 잔뜩 긴장한탓인지 큰 목소리로 얘기하는 승희에게 눈치를 주는듯했다. 승희도 눈치를 챘는지 눈을 살짝 찡그리고 혓바닥을 살짝 내밀어 '앗차'하는 표정을 짓고는 다시 지혜에게 팔짱을 껴 물었다.

 

 "지혜아,면접 어땠어?어떤거물어봐? 2차면접은 보러오래?"

 

 "나....떨어졌어."

 

 -승희의 큰 눈과 짙은 쌍커풀사이의 미간이 찌그려졌다.

 .

 .

 -승희와는 같은 대학 디자인학부 출신으로 고등학교때부터 쭉 친하게 지냈던 친구 네명중 유일하게 같은 대학 학과에 다니게된 오랜친구이다.소심하고 조용한 성격의 지혜와는 달리 발랄하고 친화력도 좋은 승희는 고등학교때도, 대학 새내기시절에도 쭉 인기가 많은 친구였다.남녀를 막론하고 승희의 밝은기운과 귀염성있는 행동덕에 모두들 승희라고 하면 조별과제든 동아리든 축제든 과행사에도 서로 승희를 데려가겠다고 난리들이였다.

 지혜는 그런 승희와 오랜시간 친구였음에도 둘 사이가 친구였는지 아는사람은 많지않았고 오히려 왜 반대성격인 지혜와 어울리냐며 한소리씩 거드는 친구들도 있었다.

 승희는 모든것이 완벽했다. 외모도 성격도 끼도많고 학교다닐때부터 공부도 잘해서 칭찬이라면 지겨울정도로 들었을것이다. 증권사에 일하는 아버지와 공무원 어머니, 국립의대를 졸업해 인턴으로 재직중인 오빠까지

 모자랄것이 없는 친구였다.

 예쁜외모탓에 남자들의 관심도 끊임없이 이어졌었고

 한없이 비교아닌 비교를 당하는 와중에

 승희와의 사이가 틀어졌던 사건이 있었다.

 .

 .

 2019년.대학가 인근 주점

 

 "자,자, 그럼 오늘은 어디 과 애들하고 미팅이랬냐?

 

 "아,그 뭐라그랬더라? 디자인학부 여자애들이라고 한것같은데 4대4미팅라고 진성 선배님이 자리만들어주셨잖냐~"

 

 "야,야, 거기 여자애들 어떻다고 들은적은있고?"

 

 "뭐...여초과 애들이 기가 세다는 얘기는 종종 들었는데 우리야 그저 즐기러 온것뿐이니까 대충대충 보고 맘에드는 애 찍으면되는거 아니겠어? 대신에 먼저 찜하는 사람이 임자다~"

 

 "에이~벌써부터 선 긋기하시면 안되지~큭큭"

 

 -테이블에는 8명이 먹을수있게 치킨들과 잔들, 술병들이 놓여있었다. 나름대로 말끔하게 차려입고 온 남학생들이 앉아서 수다를 떨고있었다.

 

 "안녕하세요~처음뵙겠습니다~!"

 

 당차게 인사를 한 승희가 문을 열어젖히며 맨앞에, 그뒤로 아영,예림,맨 마지막에 지혜가 문을 닫으며 들어왔다.

 앉아있던 남자들이 묘한 시선을 풍기며 우리를 마치 검열이라도 하는듯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상큼한 체크무늬 원피스를 입은 승희와 소라색블라우스에 미니스커트를 입은 아영, 블랙셔츠에 아이보리 팬츠를 입고온 예림, 줄무늬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지혜까지. 대충 고개숙여 가벼운 인사를 나눈 후 자리에 앉았다.

 

 "여기 다 미인들만 오셨네요~아이쿠 이럴줄 알았으면 더 멋진 옷을 입고오는건데."

 

 "어머, 아니에요~오히려 저희를 초대해주셔서 더 감사하죠. 잘 부탁드릴께요~"

 

 "이런,예쁜분이 성격도 좋으시네요~일단 다들 한잔씩 합시다. 오늘 아주 재밌게놀아요~"

 

 -밤 11시를 훌쩍 넘긴 시각, 분위기는 무르익어갔고 취기가 올라온 남자들의 주 대화상대는 승희와 아영이였다. 지혜와 비슷한 성격의 예림은 몇마디 하지않았지만, 도도한 외모에 차가운느낌이 오히려 매력적이였는지 은근히 예림에게도 관심을보이는듯한 눈치였다.

 술을 잘 마시지도 못하고 낯가림도 있어서 말도 잘 하지않는 지혜에겐 이런 자리가 그저 부담스럽고 더욱 피곤하기만 했다.

 

 "아니,그럼 승희는 얼굴도 예쁘고 착하고 성격도 좋으니까 같은 나이대 남자애들한테 인기많겠는데?"

 

 -승희가 긴 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미소를 지었다.

 

 "아녜요~^^ 전 오히려 그런게 부담스러운것같아요."

 

 -남자들이 승희를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에이~그것도 다 승희가 복을 타고난거지~"

 "아영이도 귀여워서 인기많겠는데?"

 

 "어머,그런걸까요?...^^"

 "아이~아니에요 선배^^ 저보다 예쁜애들 많아요~"

 

 호탕한 웃음소리와 수줍은듯이 웃는 승희와 아영은 서로들의 이야기속으로 더욱 취해갔고, 미팅에 온 남자들중 제일 키가 큰 남자와 따로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있는 예림은 둘다 말은 많이 하지않았지만 서로의 호감을 느낀듯 술을 주고받으며 마셔갔다.

 이런 분위기속에 지혜는 웃을수가 없었다.

 지혜의 맞은편에 앉아있던 남자는 승희에게 푹 빠져있었다.

 지혜가 대학을 들어와 처음으로 좋아했던 남자, 지혜가 짝사랑했던 남자, 지혜는 홀로 짝사랑하는동안 아무것도 하지못했고 말하지도 바라보지도 못했다.

 그 남자가 지금 본인의 앞에앉아 자신의 친구에게 넋이나가있으니 무슨 생각을 해야할지도 아무런 생각도 들지않았다. 그저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을뿐이였다.

 2차를 갈지말지 얘기를 하고 있던중, 지혜가 승희를 살짝 불렀다.

 

 "승희야, 나 오늘 몸도 좀 피곤하고 해서 그런데...먼저 가도될까?..."

 

 "에이~ 거기 그렇게 빠지면 재미없어~더 놀다가. 애들도 아니고 통금있어? 술은 우리가 사는거니까

 더 마시고 가~"

 

 -청 자켓을 입은 남자가 풀린 눈으로 지혜에게 얘기했다.안경 낀 남자도 왜 튕기냐는듯이 언짢은 표정을 짓고있었고, 지혜가 짝사랑하던 남자는 지혜의 이야기는 듣지도않았고 관심도 없었을뿐더러 어떻게든 승희에게 관심을 받고자 인스타아이디를 교환하고 애프터신청을 갈구하고있었다.

 

 "아...아뇨...죄송해요. 어제 기말고사 끝나서 피곤하기도하고 부모님도 늦게까지 놀러다니는거 안좋아하셔서요. 천천히 놀다 가세요...."

 

 가방을 챙겨서 본인의 술값을 계산하고는 황급히 주점을 빠져나오려는데 승희가 지혜를 큰 소리로 불렀다.

 

 "한지혜~조심히 들어가~아 근데, 이런 자리 다음부터는 끝까지있어. 오빠들보다 먼저 일어나는거 그거 예의 아니다 너. 내일 보자~"

 

 -술이 떡이 된 아영도 뒤돌고있는 지혜를 향해 큰소리로 외쳤다.

 

 "지혜야~ 내일 보자~아, 원래 우리 지혜는 노는거 잘 못해요 크크.안녕안녕~낼 봐~푸하하핫"

 

 -황급히 가게를 빠져나오는데 알수없는 서러움과 답답함이 온몸을 감쌌다. 그 자리에서 아무것도 할수없었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고 이제 막 대학생활에 적응하는구나,이제야 대학생이구나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활발하게도 지내보고싶었는데 그러지 못하는 자신에게 너무나도 화가났고 믿었던 친구들마저 본인을 눈치없는애로 보고 부끄러워하는듯한 태도에 서러워서

 눈물이 맺혔다. 집에가는 길에 다 쓰러져가는 가로등 불빛아래에 쭈그려앉아 한참을 울다가 언덕계단을 힘겹게 걸어갔고 도착한 집은 적막하고 쓸쓸하기만 했다.

 아무것도 하고싶지않았다.맨 바닥에 누워서 담배만 연거푸 피워대곤 잠에 든 밤이였다.

 

 -그날 이후로 승희와 지혜의 짝사랑남은 커플이되었고

 승희는 남자친구와 열렬한 사랑을 나눴다.

 아영은 아영이대로 예림은 예림이대로 학교생활을 했고, 그 누구도 지혜와는 더 이상 어울리지도 신경쓰지도않았다.

 대학교 2학년쯤에 승희의 남자친구가 군대를 갔고,

 승희는 다른남자친구를 만나며 학교를 다녔다.

 헤어진 이유를 물었던 지혜에게 가소롭다는듯

 승희가 대답했다.

 

 "지혜아, 나 같이 인기많은 여자애들은 남자하나 오고가는건 아무런 생각도 들지않아. 너가 그런걸 왜 물어보는지 모르겠지만 너가 꼬실수있으면 꼬셔서 데려가도좋아. 지금 남자친구도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는데...

 난 필요한대로 맞춰서 골라서 만나면돼.남자친구 필요하면 나랑 친한남자들중에 한명 빌려줄께."

 

 -얼이 나간 표정으로 지혜는 손을 떨었다. 몸이 제멋대로 떨렸다.

 

 "넌.....왜 매번 그런식으로 사람을 대하는거니..?"

 

 승희가 지혜의 어깨끝에 멈춰서 속삭였다.

 

 "너 지훈오빠 좋아했었지? 근데 그 오빠는 너

 안좋아했는데."

 

 "알면서도...왜그랬어."

 

 "뭐...그야 내가 먼저 그 오빠 좋아한건 아니였으니까. 그 오빠가 먼저 나한테 관심보인거고 난

 그냥 맞춰준거야."

 

 -승희의 긴 머리칼이 지혜의 뺨 끝을 스쳤다. 승희의

 화이트머스크 샤워코롱의 향기가 더욱 지혜에게 깊게 스며들어 이 모든 상황을 비참하게했다.

 

 "아, 그리고 너가 내 친구니까 한 마디 전해줄께. 너가 정말로 갖고싶은게 있다면 노력을 하렴. 쟁취하던 훔치던 그것도 난 능력이라고 생각하거든? 너처럼 가만히 있으면 다 뺏기는거야. 넌 어른이되도 미련한건

 똑같니 어째. 난 너가 진심으로 안쓰러워. 그럼 난 남자친구랑 약속이 있어서 이만 먼저갈께."

 

 -승희가 립스틱을 꺼내어 덧바른 후 온몸이 얼어있는 지혜의 머리를 가볍게 메만졌다.

 

 "너는 본인의 분수에 맞게 살면좋겠어. 생각보다 욕심은 많은데 넌 그걸 다 가지기에는 부족한게 너무 많으니까? 너도 살다보면 할수있겠지. 우리 지혜 지금처럼 나랑 쭉 잘 지내면 좋겠다 후훗. 내일보자~"

 

 -코발트블루색 힐은 경쾌한 또각거림과 함께 저 멀리로 사라졌다. 학교 교문앞 포르쉐에서 내린 남자와 승희가 껴안으며 인사를 나눈 후 그 차도 멀리 사라졌다.

 지혜는 그 자리에서 한참을 서있었다.

 본인이 무슨일을 겪었는지도 기억이 안날만큼 머리가 어질했고 자신을 스쳐가는 많은 학생들만이 교문을 빠져나갔다.

 지혜의 단발머리는 바람에 흩날렸고 따뜻한 봄날이

 무색할만큼 그 날은 너무나도 공허하고 차가움만이

 가득했다.

 이렇게 모멸감과 수치를 느끼며 4년을 꾸역꾸역 승희의 아래에서 버텨냈다.

 혼자가 되지않기위해서.

 세상이 자신을 무시하고 혼자가 되는것이, 믿었던

 친구에게 배신당하고 이용당하는것보다 더욱

 무서웠기때문이다. 지혜는 모두 다 알면서도 외면하고 피하는것을 선택할수밖에 없었다.

 .

 .

 .

 "지혜아, 한지혜. 야! 한지혜 내 말 듣고있어?!"

 

 -승희가 지혜를 붙잡고 흘들었다. 지혜의 두 눈은 초점을 잡지못하고 온 몸에 힘이풀려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어...?어....듣고있어..."

 

 "너 정말 떨어진거냐고."

 

 "어....응.....떨어졌어...."

 

 -지혜가 겨우 몸에 힘을주고 힘겹게 일어나 면접대기장 옆의 정수기로 다가가 목을 축이려고 하는데 승희가

 지혜의 면접번호표를 옷에서 떼어냈다.

 

 "너...뭐하는거야?... 지금!"

 

 "아니, 너 떨어졌다며. 그럼 이거 떼서 버려야지. 지혜야 너무 안타깝다...근데 여기가 워낙 큰 회사라 너가 가져온 스펙으로는 어렵긴했지. 교수님이 학교다닐때도 여기는 대형디자인컴퍼니라서 국립대나 시립대

 학생들도 겨우겨우 들어간댔잖아? 여기말고도 중소

 광고기획회사나 아니면 단기알바로 일할수있는곳도 있으니까 그런데나 알아보면 되겠다~너한테는 여기가 좀...안어울린달까?그렇잖아. 보아하니 면접볼때도 한 마디도 못했겠네.잘 좀 하지 그랬니."

 

 -오늘 같은 회사에 면접을 보러온 승희는 가뜩이나 실망한 지혜에게 완전히비수를 꽂아버리고 본인의 면접번호표를 고쳐메며 화장실에 다녀오려고 발길을 돌렸다.

 

 "잠깐 너 나 좀 봐."

 

 "어머, 얘 왜이러니?! 이 손 놔! 나 좀있다 면접봐야한단 말이야!!"

 

 -놀랍게도 말 한마디마저 제대로 못하던 지혜가 승희의 손목을 거칠게 잡아끌고는 사내 비상계단으로 데려갔다.

 승희도 어지간히 놀랐는지 숨을 헐떡이며 계단에 도착하자마자 손을

 뿌리쳤다.

 

 "너 왜이래. 미쳤어?!"

 

 -지혜의 언성이 처음으로 높아졌다. 꽉 막힌 비상계단에는 지혜와 승희의 목소리만이 울러퍼졌고 누구도 들어오지않았다. 감정이 격해졌고, 쌓였던 울분이 폭발한 지혜는 승희를 당장이라도 어떻게 해버릴듯 노려보며 얘기했다.

 

 "그래. 나 미쳤어. 너...내 친구맞아? 아니 애초에 날

 친구라고 생각은했니? 미친건 내가 아니고 너야!"

 

 -승희는 어이가 없다는듯 한참을 본인의 끝 머리칼을 쓰다듬더니 그대로 받아쳤다.그녀도 절대 이 기싸움에서 질 생각은 없어보였다. 늘 지혜를 이겨먹던

 그녀였으니 말이다.

 

 "아~그래? 내가 미친거야?푸하하하하~!!"

 

 -그러곤 무섭게 표정이 돌변하여 지혜를 벽끝에

 몰았다. 그녀의 붉은 입술에서는 독한말들이 있는대로

 뿜어져나왔다. 그런 말을 그런생각을 가지고 있을 여자라고는 아무도 느끼지 못할정도로 승희는 너무나도 순진해보였다.

 

 "야, 한지혜. 내 말 똑바로들어. 내가 너보다 잘 난게 왜 잘못한거야? 너 배아프니? 하긴....학교다닐때나 지금이나 거지같이 사는 너네집구석 보고있으면 내가 얼마나 부럽고 예뻐보일까. 근데 기억나니? 너가 먼저 나한테 들러붙어서 친구처럼 지내자고한거. 난 너 아니여도 친구많아.지금 상황에서도 손해보는건 내가 아니고

 바로 너라고."

 

 "그리고, 너 말이야. 그렇게 살다가는 아무것도 못하는 찌질이밖에 안돼. 잘 봐! 지금 네 모습을. 너가 가진게 뭔지. 넌 아무것도 가지지못했잖아. 너가 능력이 부족하고 노력하지않았으면 당연히 그렇게밖에 못사는거아니야? 어딜 탓해! 자기가 거지같이 굴은건 생각안하고.....아 저리 꺼져. 괜히 사람 부정타게 지랄이야

 지랄은. 너 이래놓고 또 자존심도 없는게 내일되면 들러붙을꺼잖아?"

 

 -지혜의 어깨를 힘껏 밀쳐낸 승희가 계단을 올라가 윗층으로 사라졌다.

 이번엔 정말로 한 마디해야겠다. 그생각으로 마음먹고 온거였지만 지혜는 이번에도 아무것도 하지못하고 또 한번 승희앞에서 찌질한 친구, 거지같은 친구가 되었다.

 고등학교때만 하더라도 승희와는 정말 둘도없는 단짝이였다. 힘든일이 있으면 같이 울고 기쁜일은 함께 웃으며 서로 영원한 친구로 남겠다 다짐했지만 모든건 서로를 영원히 멀어지게했다.

 지혜의 눈가에 그렁그렁한 눈물이 맺히며 엉성하게 그렸던 눈화장이 모두 번져 흘러내렸다.

 이제는 정말 지혜에게 남은건 아무것도 없었다.

 승희는 지혜를 위해주는 친구가 아니였다.

 본인이 이용해먹기 쉬웠던 친구, 지혜를 위하는"척"했었던것이다.

 지혜는 쓸쓸히 집으로 돌아갈 지하철을 타고 붉어지는 저녁하늘을 말 없이 응시했다.

 

 -몇일 후, 승희는 대학인재 엘리트전형으로 "드;본 디자인컴퍼니" 인턴채용에 합격했고, 워크샵에 참여하라는 문자통보에 대학 동기들과 축하파티를 열었다.

 같은 과를 졸업했던 학생들이 참여했고, 그녀의

 합격을 축해해주었다.

 지혜는 참석연락을 받지못했다.

 승희는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참석했던 동기들,선후배들의 아이디를 일일이 태그하여 업로드했다.

 지혜가 우연히 그 게시물을 보고서는 승희가 자신을 언팔로우 했다는 사실도 알게되었다.

 승희는 주인공이 되어 예쁜옷도 입고 아주 밝게 웃고있었다.

 더 이상은 그녀와 마주치고싶지않았다.

 학교 졸업도 몇달 남지않았고 그때만 참으면 자유로워지리라 생각했다.

 지혜도 그녀와 찍었던 사진들을 모두 지우며

 승희를 언 팔로우 했다.

 

 "개 같은 년......"

 

 -지혜는 아무것도 없는 빈 냉장고를 열어보고선 터덜터덜

 편의점으로 향했다.

 오늘도 밤 공기는 여전히 차갑기만 했다.

 

 

 

 

 

 

 

 

 

 

 

 

 

 

 

 

 

 

 

 

 

 

 

 

 

 

 

 

 
작가의 말
 

 2화를 기대해주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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