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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지오르고스의 일기
작가 : 현서랑
작품등록일 : 2020.7.31

J. 그녀는 그것을 지오르고스의 일기라 적었지. 모르탈 아이움, 그 옛 시대에 지오르고스가 일궈내어 셀 수 없는 시간을 지나온 그 신비의 역사를. 이젠 J라는 그 작은 여자아이의 이름이 우리들의 진실 위에 허구성과 함께 덮여질 테지. 인간들은 우리들의 존재를 믿으려하지 않아. 앞선 존재들. J는 우리를 그렇게 부르더군. 인퀴스토 디토스란 신들과 엄연히 구분되어야 함에도 말이야.

 
나가 II
작성일 : 20-08-11 12:59     조회 : 253     추천 : 0     분량 : 4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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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가 9_

 알랭 궁 상공의 바닷새들은 해보다도 먼저 물 위에 떠올라 지저대 궁 사람들의 아침잠을 깨웠다. 나와 이니스는 잠에서 깨자마자 뤼귀가 세운 일정을 들었다. 그는 로부르의 수도인 로마노를 거쳐 그 동쪽에 흐르는 아네이 강까지 이동할 계획이었다. 그의 목적은 로부르의 왕 르조 반니 루이지와 루멘의 대군을 이끄는 오디아르 웰렌을 만나는 것이었다.

 르슈 왕은 우리와 대신들을 불러 검소한 조찬을 함께했다. 그 자리에서 한 무신은 드라스 마을이 겪었던 문제에 대해 뤼귀에게 물어봤고 뤼귀는 이틀 전 우리가 그 마을에서 겪었던 일들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러나 대신들 중 대부분은 딩곤이라는 존재에 대해 알지를 못했고 르슈 왕은 직접 그들에게 딩곤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다. 왕은 딩곤을 아름답고 무구한 존재라 일컬으며 뤼귀처럼 그녀들의 생존을 걱정했다. 이에 대신들 중 충직이 지나친 몇몇은 왕의 근심을 덜기 위해 각각 일어나 발언을 했는데, 그들의 발언대로라면 루멘에선 앞으로 모든 이가 딩곤을 상서로운 영물로 여길 것이었고, 허즈버그만을 낀 록를린의 어촌들에게도 딩곤들에 대한 루멘 왕의 권고가 전해질 예정이었다.

 왕의 식사가 끝나자 캔웰이라는 이름을 가진 한 무관은 나흘 전 카르고에서 일어난 학살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는데, 카르고의 수도인 리겔즈에서 일어난 그 학살의 대상은 만취한 카르고 무관들이었고 그들 모두 상체가 절단되어 있었다고 했다. 리겔즈 사람들은 그 일을 괴물의 소행이라 여기고 있었고, 캔웰은 그 범인이 펄먼 왕을 죽인 야경일 것이라 여기고 있었다. 뤼귀 역시 그것을 셰펄드의 소식이라 확신하여 더 많은 정보를 원했으나 캔웰이 알고 있던 것은 더 이상 없었다.

 우리가 떠나기 전 르슈 왕은 뤼귀에게 은화를 선물했다. 은화 앞면엔 르슈 왕이 쓰고 있는 왕관이 그려져 있었고 뒷면엔 루멘의 왕의 이름이 린그노르어로 새겨져 있었다. 왕이 설명하길 그 은화는 자신의 신뢰를 상징하는 징표로써, 그것이 우리에게 루완의 특사 이상의 위상을 갖게 해줄 것이라 했다.

 알랭 궁에서 나온 우리는 말을 빠르게 몰아 알랭 남쪽 언저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우리는 들녘에 잠자리를 폈고, 뤼귀는 부러진 나뭇가지를 들어 풀이 나지 않은 땅 위에 우리가 갈 방향을 그림으로 보여줬다. 그가 그린 우리의 경로에는 다이나 호수 근처의 길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이니스는 크게 좋아라하며 다이나 호수를 보고 싶어 했다. 다이나는 로부르 니아카의 투스커스 강줄기가 끝나는 지역에 위치해 있는 거대한 호수로, 로부르 출신의 시인들이 늘 그 경관을 노래하던 명소였기 때문이다. 뤼귀는 이니스를 위해 자신이 본 다이나 호수의 경관에 대해 말해주었고 이니스의 눈엔 처음 여정을 떠나올 때와 같은 생생한 기대가 찾아들었다.

 

 

 나가 15_

 알랭 궁을 떠난 지 3일째에 우린 록를린 국경을 넘어 버마로에 들어섰고, 그곳에서 니아카까지는 또 3일하고도 반나절을 더 달려야 했다. 뤼귀는 로부르 국경을 넘으면서부터 린그노르 북부 연합군(루멘과 룩스비오스의 연합군대)의 흔적을 발견했다. 우리가 세워두었던 남하 경로는 그들의 흔적이 이어지는 길과는 달랐다.

 그리고 7일째인 오늘 우린 니아카 북부를 지나던 중 북쪽으로 향하는 소규모 로부르 기병대를 마주쳤다. 때는 오후 어스름이었고 그들은 우리를 본 채 만 채 지나치려 했는데, 뤼귀는 굳이 그들을 불러 멈춰 세웠다. 뤼귀는 그들의 소속과 목적지를 물었으나 그들의 대장은 대답을 머뭇거렸고 나머지 병사들끼리도 이상한 눈치가 오갔다.

 

 - 배반자와 야경들이 남쪽으로 몰려올지 모르는 이 형국에 사절단이나 전령도 아닌 군인들이 무슨 이유에서 북상을 한단 말이오?

 

 뤼귀가 질문하자 몇몇 병사는 칼 손잡이가 달린 자신의 허리춤에 손을 올렸다. 그 모습을 본 뤼귀는 오히려 당당하게 말에서 내려 그들 앞에 서서 그들의 대장을 똑바로 올려다봤다. 대장은 그런 뤼귀의 행동에 고개를 숙였다.

 

 - 모두 진정하라. 우리가 이분과 싸워야할 이유는 없다.

 

 대장은 부하들을 진정시킨 뒤 정중한 말투를 찾았다.

 

 - 제 눈썰미가 자랑할 정도까진 못되나 어르신께선 예사로운 행객이 아니시군요.

 

 대장의 말에 뤼귀는 자신이 루완의 특사라 밝혔다. 대장은 미처 못 갖췄던 예를 갖추기 위해 말에서 내렸다. 뤼귀에게 정중한 인사를 올린 대장은 그 힘없고 처량한 눈을 뤼귀와 마주했다.

 

 - 타국에 전하기 부끄러운 일이긴 하나 이미 불명예를 떠안은 저희가 무슨 애국심을 내세워 진실을 숨기겠습니까. 사실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들은 탈영병입니다. 저희가 있던 루치노르 동부 전선에선 특사께서 말씀하신대로 전쟁의 기미가 보였습니다. 허나 아르도르와의 전쟁은 저희에겐 도저히 승산이 없습니다. 때문에 저와 제 부하들은 살길을 찾아야 했습니다.

 

 그들은 모두 탈영병이었다. 그러나 뤼귀는 그들을 규탄하지 않고 다시 말에 올라탔다.

 

 - 국경을 넘거든 로부르의 갑옷대신 다른 의복을 구해 입으시오.

 

 뤼귀의 말을 들은 탈영병들은 모두 고개를 숙이고 한 동안 그 자리에 머물렀고, 우린 뤼귀를 따라 다시 이동을 계속했다.

 밤까지 이동을 계속한 우린 퀸퀘라는 이름의 마을에서 잠자리를 얻었다. 이곳 퀸퀘엔 집집마다 비어있는 잠자리가 있었는데, 그것은 로부르의 왕명을 받은 니아카의 영주가 그 일대의 청년들을 징집해간 까닭이었다. 이니스는 마을을 돌아다니며 아들을 걱정하는 늙은 부녀자들에게 일일이 위로를 전했다.

 잘 시간이 됐을 때 이니스는 나와 뤼귀가 머무르는 민가로 돌아와 우리가 저녁에 만났던 탈영병들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 저녁에 저희가 만났던 군인들은 북부의 연합군이 자신들을 도울 것이란 걸 몰랐을까요?

 

 - 이니, 그들은 비관이 고쳐졌다 한들 이미 발길을 돌릴 수 없는 자들이었다.

 

 뤼귀의 말대로 탈영병에 대한 처벌은 린그노르 그 어디를 가든 엄했다.

 

 - 살기위해 스스로 수치심을 떠안은 자들을 너무 미워하지 마렴. 내겐 오히려 그들의 모습이 더 인간답더구나.

 

 둘은 대화를 끝냈고 이니스는 뤼귀와 나의 맞은편에서 잠에 들었다.

 

 

 나가 17_

 어제 우린 다이나 호수 동쪽 편에 도착하여 그 거대한 호수에 지는 땅거미를 볼 수 있었다. 이니스는 한적한 호숫가에 앉아 곤충들이 우는 소리를 들으며 즐거워했다. 밤이 되자 뤼귀는 또 우리의 곁에서 사라졌는데, 그가 다녀온 곳은 투스커스 강 하류였다.

 

 - 근처에 수상한 흔적이 있어서 쫓아가보니 그저 늦게까지 일을 하는 벌목꾼들이더군.

 

 어젯밤 우리가 잠들기 전에 돌아온 그는 그렇게만 설명을 마쳤다. 그리고 난 그것이 그가 단지 둘러댄 이유였다는 것을 오늘 아침에 알게 됐다.

 우리의 잠자리는 호숫가에서 열 발짝 이상 떨어진 곳이었다. 그럼에도 난 거대한 다이나 호수에서 일어나는 한기로 인해 이른 새벽에 잠에서 깼다. 옆엔 이니스가 두꺼운 요를 끌어안고 깊이 잠들어있었고 뤼귀는 호숫가에 서 수면 위로 떠오를 준비를 하는 해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깬 걸 곧바로 알아차린 뤼귀는 날 호숫가로 불렀다.

 

 - 자네 서사에 담길 이야기를 해주지.

 

 한기가 오르는 호수의 물빛에 이끌려 멍하니 걷던 난 그의 말을 듣고 다시 잠자리로 돌아가 내 비망록을 챙겼다.

 

 - 어젯밤 내가 투스커스 강가에 다녀온 이유는 누군가가 날 찾아왔기 때문이었네. 그는 우리들만의 방법으로 날 그곳에 불렀어. 우린 그 방법을 기사들의 실체감이라고 하네.

 

 실체감에 대해선 일전에도 뤼귀가 언급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나 이번이나 난 그 개념에 대해 이해하지를 못했다. 허나 한 편으론 새 야경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생각에 설렜고, 그 설렘이 가장 컸다. 그가 그 야경과의 만남에 날 데려가지 않은 것이 못내 서운하기도 했지만 그것은 나중에 가서야 든 아쉬움이었다.

 

 - 헤밀롯이라는 야경이 있네. 인간들은 그에 대해 잘 모르지. 그는 마지못해 세르부스의 왕의 자리에 올라있는 내 오랜 친구일세. 몸도 마음도 인간을 닮은 야경이지. 그롯테의 모든 왕들 가운데 그보다 인간애가 깊은 친구는 없을 거야. 오랜만에 그를 보니 루멘에서 딩곤들을 만났을 때만큼이나 반갑더군.

 

 세르부스는 그롯테에서도 레인웜과 더불어 가장 동쪽에 위치한 나라였다. 그곳의 왕이 어떻게 뤼귀의 위치를 알고 찾아온 것인지는 실체감이라는 불가사의한 야경들의 감각으로만 설명될 뿐이었다.

 

 - 그는 셰펄드를 직접 찾고 싶어 하더군. 더 이상 우리 종족의 무법자가 린그노르 땅을 누비며 인간들을 헤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말이야.

 

 그때 난 헤밀롯이란 야경의 위험성에 대해 몰랐기에 셰펄드에 대한 염려가 먼저 일었다. 난 뤼귀에게 그 헤밀롯이란 자를 도울 것이냐 물었다.

 

 - 도움? 그는 단지 내게 허락을 구하러 왔을 뿐이네. 추적에 능한 것만을 따진다면 아마도 그보다 뛰어난 존재는 신들뿐일 테니까. 그래도 걱정은 말게. 헤밀롯은 점잖고 성품이 어진 자이니 어쩌면 나보다도 더 그 녀석을 잘 달랠 수 있을 거야. 그가 나선다는 것은 오히려 내겐 고마운 일이지.

 

 뤼귀의 말에선 한결 가벼워진 그의 마음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그러나 그의 얼굴에서 완전히 근심이 떠난 것은 아니었다.

 

 - 그는 떠나기 전에 린그노르의 남부 정세에 대해서 내게 묻더군. 인간들을 걱정하는 것일 테지. 그때 그를 보고 있자니…… 그롯테의 내분이 이 땅에까지 번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군.

 

 헤밀롯에 대한 이야기는 거기까지였다. 뤼귀가 내게만 사실을 밝힌 이유는 그가 이니스를 싫어해서가 아니었다. 헤밀롯에 대한 이야기는 뤼귀에게 있어서 꽤나 비밀스러워 보였고 이니스는 어디서나 말하기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해질녘쯤 우린 칼로스 강 서편 로마노 북부에 도착했다. 뤼귀는 그때부터 속력을 늦춰 이동을 천천히 해 평소보다 일찍 잠자리를 골랐다. 느린 이동엔 별다른 이유가 없었다. 단지 우리 셋은 로마노 북부의 석양을 보며 여태껏 우리가 봐온 경관들에 대한 말문이 트였고, 우리가 어느 순간부터 놓치고 있던 여정의 여유를 잠시 되찾았던 것이다. 그때만큼은 전쟁을 앞둔 이 서녘 땅이란 오직 우리들 눈에 담은 아름다움의 연속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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