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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붉은 장미: 잔인한 운명의 꽃
작가 : 책의마법사
작품등록일 : 2020.6.16

잔인한 운명, 붉게 피어나다

매일 이상한 여인의 꿈을 꾸던 하린은 그녀를 찾던 중 한 남자와 엮이게 된다. 그는 바로 검은 계약을 맺고 복수에 물든 뱀파이어, 카일. 카일이 그녀를 살려준 것을 계기로 둘은 가까워진다. 하지만 서로에게 마음이 생길때 쯤,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잔인한 진실이었다.

"널 어쩌면 좋을까......"

"........"

차라리 널 만나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아프지는 않았을까.

 
9. 리즈 코르너 (1)
작성일 : 20-08-10 23:39     조회 : 210     추천 : 0     분량 : 2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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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휘이잉-

 

 찬 바람이 카일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흩뜨렸다. 망토 자락이 펄럭였다.

 

 카일은 검은 장갑을 낀 손을 내밀었다. 마치 바람을 한 가닥이라도 잡으려는 듯이. 하지만 막상 잡히는 건 공허한 어둠 한 자락이었다.

 

 손을 거두고 한 쪽 장갑을 벗기자, 붉은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활짝 핀 꽃에서 태어난 여자가 눈을 감은 채 두 손을 가지런히 가슴에 모으고 있었고 붉은 선 두 개가 여자 앞에서 교차했다. 여자의 모습을 담은 작은 원형 테두리에는 가시덤불이 감겨 있었다.

 

 "......."

 

 카일은 한참동안 문장 속 여자를 응시했다. 가냘픈 그 모습은 금방이라도 눈에서 눈물이 떨어질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무려 400년만이었다. '그 날' 이후 잠에서 깨어난 지.

 

 처음엔 조각이라도 난 듯 기억이 띄엄띄엄했는데 관으로 들어온 피 한 방울이 입술에 닿은 순간, 전율이 흘렀다. 달콤한 냄새가 난다. 생각하기도 전에 혀가 움직였다.

 

 그러자 흩어진 조각들이 딱딱 맞춰지고, 그것은 깊숙히 봉인된 감정들을 해방시켰다.

 

 동시에 보이지 않는 손이 심장을 움켜쥔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얼굴이 뜨거워졌다. 자신이 심장이 멈춘 존재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말이지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간절했다.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그녀'를 위해서라도 증오스러운 그 여자를 꼭 찾아낼 수 있기를.

 

 처음 하린이라는 인간이 어둠의 힘을 받는 걸 보고 단순히 숲에서 멋대로 나온 어둠의 존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모습이 그 여자와 닮은 걸 안 순간, 심장이 크게 한 번 뛰었다.

 

 그것은 번개보다 더 강렬하고 화상 자국보다 더 선명했다.

 

 그리고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마치 활짝 피어나는 꽃처럼.

 

 상반된 감정이 교차하면서 점점 혼란의 늪으로 빨려들어가는 것 같았다. 발끝부터 시작해 이리저리 휘감으며 올라왔다.

 

 단순히 좋다와 나쁘다로 표현할 수 있는 느낌이 아니었다. 아니, 애초에 무엇 때문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다만 알 수 있는 건, 하린 외에 이 감정을 불러일으킨 건 이제까지 '그녀' 말고는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확인하고 싶었다.

 

 하린이라면 제 안의 모든 의문을 해소해 줄 것이라 생각했기에.

 

 똑똑-

 

 "?"

 

 "준비 다 됐어, 카일."

 

 케루스였다. 원래라면 한참 걸릴 일을 이렇게 간단히 끝내는 게 새삼 놀라웠다.

 

 카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가지."

 

 벽 한 쪽에 걸린 긴 검은 코트를 걸치던 카일은 뭔가 생각난 듯 케루스를 돌아보았다.

 

 "하린은?"

 

 "기다리고 있어."

 

 하지만 막상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건 텅 빈 방이었다.

 

 "이, 이럴 리가 없는데....잠깐만."

 

 케루스가 방을 나간 사이, 카일은 방을 둘러보다 테이블 아래에 떨어져 있는 검은 깃털을 주웠다.

 

 가면 너머의 눈동자가 번뜩였다.

 

 

 

 * * *

 

 

 

 "흐음......"

 

 금발을 양갈래로 묶은 여자가 다리를 꼰 채 하린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검지가 의자 손잡이를 일정한 리듬으로 쳤다. 입꼬리는 눈에 닿을 듯 말 듯 올라가 있었고 주황색 눈동자가 반짝였다.

 

 "평범해 보이기만 하는데......"

 

 카일은 도대체 왜 이 여자를 데리고 간 걸까.

 

 시종한테서 처음 그 사실을 들었을 땐 믿지 않았다. 아무나 가까이 하지 않는 그인데. 하물며 인간? 택도 없는 소리였다. 먹이라면 몰라도.

 

 그래서 처음엔 먹이로 데려온 거라 판단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먹이라면 굳이 그런 수고를 해야 하나 싶었다.

 

 그냥 그 자리에서 먹어버리면 그만인 것을.

 

 그때, 하린이 신음을 흘리며 끔뻑끔뻑 눈을 떴다.

 

 "어머, 일어났네?"

 

 "....."

 

 분홍색 벽지에 아기자기한 소품들. 그곳이 아니라는 걸 아는 순간 하린은 몸을 일으키려고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제야 꼼짝도 않는 손과 다리가 느껴졌다.

 

 얼마나 꽉 묶었는지 조금만 움직여도 짧은 신음이 절로 나왔다.

 

 "움직이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당신, 도대체 누구죠? 왜 이런 짓을....."

 

 말을 더 할 수 없었다. 목구멍에 돌이 들어간 듯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천천히 눈동자를 위로 굴렸다. 그러자 두 명이 눈에 들어왔다.

 

 한 명은 붉은 드레스를 입고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은 금발의 여자였다. 빛가루는 그녀의 눈동자와 같은 주황색이었다.

 

 다른 한 명은 주황머리를 하나로 곱게 땋고 눈에 안대를 한 남색 원피스를 입은 소녀였다. 빛가루는 낮의 하늘과 같은 화이트블루였다.

 

 멍하니 있는 사이, 누군가 하린의 턱을 잡고 고개를 돌렸다.

 

 "!"

 

 "어딜 보니? 버릇없게."

 

 그 금발 여자였다. 호박같이 아름답던 눈동자를 가까이서 보니 불꽃을 본 것 같아 아찔했다.

 

 "리즈님! 굳이 직접....."

 

 "닥치고 전부 나가있어봐."

 

 "하지만....."

 

 "어머, 내가 두 번 말하게 하면 어떻게 된다고 했지?"

 

 금발 여자, 리즈를 중심으로 살기가 넘실거렸다. 보이지 않는 칼이 피부를 콕콕 찌르는 느낌이었다. 차라리 피를 보는 게 낫다 싶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공포가 짓눌렀다.

 

 주변에 있던 이들이 서로 눈치를 보며 머뭇거리다 이내 방을 나갔다.소녀도 어디론가 사라진 뒤였다.

 

 "자, 그럼 이제 우리끼리 얘기해볼까?"

 

 리즈가 검지와 엄지를 딱- 부딪히자, 하린의 몸이 잠깐동안 붕- 뜨다가 이내 바닥에 떨어졌다. 그것도 몸을 일으킨 채로.

 

 "너, 카일이랑 무슨 사이야?"

 

 예상치 못한 질문에 하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작가의 말
 

 요즘 비가 많이 오네요. ㅠㅠ 아무쪼록 모두 조심하시고 이번에도 제 작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화는 8월 15일에 올라올 예정입니다. (일찍 올라올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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