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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강철팔의 늑대 : 속성의 잔재
작가 : 질럿M늑대의칼바람
작품등록일 : 2020.8.3

원한과 원한이 물리고 복수와 복수가 물린다.
16년 전 몬스터대란 당시, 칼자르트는 오른 팔을 잃고 생체병기와 마족기사단을 궤멸시켰다.
하지만 작중 시점, 생체병기와 마족기사단이 원한을 품고 나타나 칼자르트를 노린다. 그역시 복수의 애환을 끊지 못하고 다시 복수 하고자 역추적에 나서는데...
끝나지 않은 질기고 질긴 악연과 원한.
그 끝을 향한 늑대의 일대기그린 다크 판타지.
<어떻게 너희 생체병기가 나타난 건지 묻지 않겠다. 다시 사냥해 주마! 크르르르르르...!!>

 
4화
작성일 : 20-08-10 22:44     조회 : 237     추천 : 1     분량 : 6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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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그녀의 몸에서 붉은 오오라가 나왔다. 점점 짙어져 한기가 퍼진다. 공간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냉한 느낌에도 소녀는 묵묵부답으로 카시네와 칼자르트를 번갈아보았다.

  소녀의 눈에는 생기가 없었다. 표정도 감정도 없이 무미건조한 모습이다.

  칼자르트에게 적개심이 어른거린다. 그는 왼손의 뼈마디, 하나하나씩 `두둑` 소리 내며 입으로 낮은 저주파를 냈다.

 

  “죽여주마.”

 

  소녀는 칼자르트를 가리켰다.

 

  “그대의 능력, 그대의 힘이, 절실히 필요하다. 같이 가줘야겠다. 저항하면 죽음이 그대를 반길 뿐이다.”

  “그거 잘됐군. 실력이나 한번 볼까?”

 

  칼자르트의 손톱에 검은 기운이 솟았다. 이내 소녀를 향해 올려친다. 궤적을 긋는 손톱에 칼바람이 몰아쳤다.

  굉음과 함께 칼날형태의 참격이 푸른 구체와 맹렬히 부딪쳤다. 구체막을 갈기갈기 찢을 듯 감싸 일그러뜨린다.

  강한 파동이 일면서 지진 난 듯 공간이 뒤흔들렸다.

 

 -쿠쿵!

 

  푸른 오오라가 참격과 함께 퍼졌다.

  소녀는 칼자르트에게 검지를 흔들자, 구체에서 연기가 새어 나왔다. 소녀를 중심으로 소용돌이가 빠르게 돌았다.

  구체가 원상 복구되고 광채가 순간적으로 발해 바람이 일었다.

 

  “어리석은 자들.”

 

  소녀는 고개를 살포시 저었다. 시선을 살짝 내리고 손을 모았다. 그 속에 오오라가 빨려 들어가 뭉치면서 반투명한 공이 생겼다.

  소녀는 양손을 모아 공을 쥐면서 진동을 자아냈다. 무표정이었던 얼굴에 옅은 비소가 걸렸다.

  칼자르트가 급히 구체를 덮쳐 손톱으로 찍었다. 막을 뚫고자 강한 힘으로 밀어붙이자, 전격이 발했다.

  소녀는 가볍게 공을 튕기면서 그를 쳐다보았다.

 

  “이건 충격에너지를 뭉친 것이다.”

 

  소녀가 공을 던졌다.

 

 -쾅!

 

  공을 맞은 몸에서 엄청난 충격파가 터졌다.

  칼자르트가 벽에 부딪쳐 엎어지고, 잔해더미가 덮쳐 뿌연 먼지가 날렸다.

  그를 때린 공은 소녀의 손에 되돌아와 있었다. 소녀는 다시 공을 튕기더니 천장을 향해 던졌다.

  천장에서 꺾인 공은 손쓸 틈도 없이 잔해더미를 때렸다.

 

 -쿠쿵!

 

  폭발한 마냥 더욱 강한 굉음이 일었다. 잔해더미가 흔적 없이 사라지고 공간은 안개가 낀 것처럼 뿌옇다. 카시네는 코와 입을 가리며 몸을 가볍게 숙였다.

  그녀는 안 되겠다 싶었던지 소녀를 보며 불쾌한 기색을 보였다.

  카시네가 눈썹을 약간 움찔거리더니 손을 내밀었다.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더니 주먹을 꽉 쥐었다.

 

  “누가 어리석은지 보자고.”

 

  그 순간, 검붉은 액체가 구체 내부에 진득하게 뒤덮였다. 카시네는 구체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먼지가 가라앉자 칼자르트가 흑마철극을 잡고 일어섰다.

 

 -쿠쿵!

 

  그때, 구체에서 파동이 급격하게 일었다. 액체가 증발하고, 소녀의 왼팔에 핏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하지만 그녀는 무감각한 듯 표정에 변화가 없었다.

 

  “폭발하는 충격에너지까지 흡수할 줄이야. 생각보다 제법인걸?”

 

  생각보다 담담한 소녀의 모습에 카시네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소녀가 흘린 피를 폭발시켜 충격을 주었는데 이걸 흡수한 것이다. 의외의 순발력과 판단력에 감탄이 나왔다.

 

  “이건 당신이 준 것이다.”

 

  소녀는 손가락을 튕겨 작은 구슬을 날렸다. 카시네가 고개를 살짝 꺾어 구슬을 피하고 비아냥거렸다.

 

  “공격이 너무 정직한데? 다른 건 없어?”

 

  소녀는 옅은 비소를 지으며 손을 배 위에 포개어 놓았다. 다소곳한 소녀의 모습에 싸한 느낌을 받은 카시네가 뒤돌자마자.

 

 -콰쾅!

 

  엄청난 폭발이 일어나, 그녀를 반쯤 삼켰다. 벽 일부분이 무너져 균열이 생기고 잔해가 날렸다. 이에 놀란 칼자르트가 외쳤다.

 

  “카시네!”

 

  정적이 일고 희뿌연 먼지가 내리 앉자 카시네의 모습이 보였다.

 

  “확실히….”

 

  강한 폭발에 비해서 다친 곳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꽤 당황했는지 팔을 올려 방어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내가 조금 얕본 건 있는 것 같네.”

 

  그녀는 폭발의 영향을 받기 직전, 급히 피의 장막을 펼쳐 몸을 보호한 것이다.

  소녀가 눈을 감고 손을 가슴에 올렸다. 그러자 피로 물든 드레스가 원래 색을 되찾고, 섬광이 발산됐다.

  칼자르트가 소녀를 보며 이를 갈았다.

  구체 아래 거대 마법진이 생기고 전격이 근방에 내리꽂혔다.

 

  “칼자르트 이쪽으로!”

 

  심상찮은 느낌에 카시네가 외쳤다. 하지만 칼자르트는 흑마철극을 든 채 소녀를 노려보았다.

  구체 주변에 일정한 간격으로 빛덩어리가 생기더니, 십자 형태의 검으로 변했다.

 

 -빛의 검.

 

  소녀가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검이 빔처럼 공기를 갈랐다. 피할 겨를도 없이 빛이 폭발하여 그를 뒤덮었다.

  지진 난 듯 폭음이 공간을 뒤흔들더니 이내 잠잠해졌다.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와 탄내가 번졌다.

 

  “크흐….”

 

  칼자르트는 팔을 교차한 채 서 있었다.

  구체에서 나오는 전격의 범위가 넓어져 그에게 닿았다. 오른팔에 다다른 정전기는 온몸에 번졌다.

 

  “크르르르….”

 

  낮은 울음이 터졌다.

  칼자르트는 흑마철극을 풍차처럼 돌리기 시작했다. 강한 바람이 일면서 전격이 흑마철극을 휘어 감쌌다.

  팔 사이사이 검은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섬광이 점점 옅어져 전격이 약해지자 소녀의 잔영이 보였다.

  바람이 구체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극의 중심부에 소용돌이가 생겨 주변 에너지를 전부 흡수했다.

 

  “설마?!”

 

  칼자르트가 갑자기 극을 세워 잡고 눈이 부라렸다. 그는 소녀를 향해 맹렬히 돌진했다. 극의 칼날과 구체의 막과 맞부딪치며 전격이 폭풍처럼 휘날렸다.

 

 -콰아앙!

 

  “크으!”

 

  극에서 흡수한 에너지가 폭발적으로 흘러나왔다. 오오라가 칼자르트의 전신을 휘감아 강한 충격이 발했다.

  꿰뚫는 힘과 밀어내려는 힘, 강 대 강 대치가 일어났다. 가히 빛의 일격이라 부를 수 있을 맹격이었다.

  소녀는 정전기를 지닌 둥근 덩어리를 허공에 띄웠다.

 

  “그대는 나와 함께, 가야 한다.”

 

  소녀가 가볍게 입김을 불자 덩어리가 순식간에 퍼져 빛무리를 이뤘다.

  이상한 낌새에 카시네가 급히 피를 뿌리고 몸을 웅크렸다. 흩날린 피는 장막으로 변해 그녀를 둥글게 감쌌다.

 

 -콰콰콰쾅!!

 

  그때, 빛무리가 눈이 부실 정도로 밝아져 연쇄 폭발했다. 폭압이 지하 공간 전체를 집어삼켰다.

  카시네는 손으로 귀를 막고 눈을 질끈 감았다. 강한 빛과 후폭풍이 한동안 지속되어 장막 안쪽에 영향을 주자 난감한 기색을 보였다.

 

  “쳇.”

 

  그녀는 빛이 약해지자 피의 장막을 걷었다. 주변을 확인하자 폭발에 의한 거미줄이 벽 쳐져 있었다. 그제야 보통내기가 아니란 걸 알았는지 비소를 지어 보였다.

 

  “진짜 싸울 맘 들게 하는 건 오랜만인데? 싸우는 건 싫어하지만, 지금은 얘기가 좀 달라질 것 같은데 말이야. 어떻게 생각해?”

 

  그녀의 붉은 안광이 일렁거리며 눈매가 가늘어졌다. 주변 상태만 봐도 자극받기엔 충분했다.

  카시네는 피에 대한 갈증이 증폭되자 본능을 거부하지 않기로 했다. 그녀는 공격 태세를 잡고 피를 힘껏 뽑아냈다.

 

  “아까와 같은 운은 기대 안 하는 게 좋을 거야. 안 그래도 목이 마르던 참인데 오히려 더 잘됐네. 네 피 맛을 한번 봐야 되겠어.”

 

  피가 공중을 부유하며 출렁거렸다.

  그 속에 카시네가 손을 넣었다. 뭔가 닿은 촉감이 전달되자 바로 쥐어 잡았다.

  이내 피가 녹아내려 흡수되고, 길고 송곳처럼 뾰족한 검의 자태가 드러났다.

 

  “내가 아끼는 검, 레이피어지.”

 

  그녀가 쥔 레이피어는 붉은색에 물들어 있었다.

 

  “이건 보통 검 하고는 달라. 가령 이런 것도 가능하지.”

 

  카시네가 검을 내지른다. 검 끝이 늘어나 막을 꿰뚫을 듯 직격했다. 하지만 힘이 약해 튕겨졌다.

 

  “방어 하나는 월등하군. 웬만한 강철도 뚫는 위력인데.”

  “크르르르르르….”

 

  그때, 분노에 찬 늑대의 소리가 낮게 퍼졌다. 울음에 살기가 돋아 공기를 급격히 무겁게 만든다.

  카시네가 뒤를 보자 칼자르트가 大자로 박혀있었다. 전신의 털이 곤두선 채 탔고 이마의 주름 따라 피가 흘렀다.

  만신창이가 된 몸과 달리 그는 사냥하려는 야수의 눈빛을 발산했다.

 

  “이번 건 좀 아팠어. 크르르르….”

 

  칼자르트가 기분 나쁜 듯 피를 한 모금 뱉었다. 그의 격한 기세가 주변을 장악했다. 하지만 소녀는 동요는커녕 눈썹 하나 흔들리지 않는다.

  늑대인간의 기세에 맞서 견딜 수 있는 종족은 많지가 않다. 칼자르트가 지금껏 상대해온 자들과 수준이 다르다는 걸 소녀는 몸소 보이고 있었다.

  그는 벽에서 몸을 빼고 카시네에게 손바닥을 펴 보였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칼을 내리라는 듯 손짓했다.

 

  “하여간 맘에 안 들어.”

 

  카시네는 고개를 돌려 입을 삐죽 내민다. 양손을 들어 어깨를 들썩이더니 손가락을 튕겨 레이피어를 피로 바꿨다.

 

  “크으르르….”

 

  칼자르트는 몸이 욱신거리는지 힘을 잔뜩 풀었다. 뼈마디 마디마다 `두둑` 거리는 음이 박자에 맞춰 울린다.

  오른팔의 금색 광에 처음으로 소녀가 반응을 보였다. 놀란 기색이 드러나 긴장한 톤으로 `타이탄` 이라 외쳤다.

  엄청난 에너지를 분출시키면 아무리 단단한 금속이라도 견딜 재간이 없어진다. 하지만 흠집 외에는 멀쩡한 칼자르트의 강철팔에 소녀가 무엇인지 간파한 것이다.

  칼자르트가 타이탄의 일부를 가진 것만으로 소녀에게 압박은 배가 되어 돌아왔다. 그의 살기에 맞서 받아치던 철벽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소녀의 표정에 칼자르트는 한쪽 입 꼬리가 올라간다.

 

  “놀랐나? 크르르르르르….”

  “타이탄의 강철. 강철팔의 늑대! 하지만 그대는 포기하지 못한다.”

 

  소녀가 빛덩어리를 만들어, 거대한 검으로 바꿨다. 칼자르트를 가리키자마자 검이 날아들었다.

 

 -챙!

 

  맑은 음과 함께 검과 오른팔이 맞부딪쳤다.

 

 -챙! 챙! 챙! 댕!!

 

  호선을 그리며 연속타격이 이어진다. 한방 한방이 강한 맹격이지만 그는 팔만 움직여 공격을 받아쳤다. 그렇게 20합이 넘어가자 칼자르트가 검을 잡았다.

  엄청난 악력이 가해지자 검과 소녀의 손가락이 부들부들 떨었다.

  움직이려는 힘과 잡은 힘이 팽팽히 맞서, 힘과 힘의 줄다리기가 펼쳐졌다.

  소녀가 살짝 힘겨운 듯 식은땀을 흘렸다. 반면 칼자르트는 여유 있는 표정으로 조소를 보였다.

 

  “좋은 능력이군. 그런데 힘이 너무 약해.”

 

  손아귀에 의해 검의 방향이 서서히 바뀌었다. 소녀는 떠는 손을 진정시키며 표정을 없앴다. 하지만 처음과 달리 확연하게 당황했단 느낌이 들어가 있다.

  검의 방향이 바뀌자 칼자르트는 주저 없이 날렸다. 그러나 검신에서 광채가 발해 균열이 생기더니 순식간에 가루가 되었다.

  소녀는 손을 벌려 가루를 남김없이 흡수했다.

  칼자르트가 이 기세를 놓치지 않고 손톱을 휘둘렀다. 하지만 달려든 반동을 그대로 받고 튕겨 나왔다.

  긁은 곳에 균열이 생겼지만 금세 복구되었다. 하지만 강한 방어력이 깨질 틈이 보인 것에서 소녀의 평정심이 흔들렸다. 이를 대변하듯 즉각 움직임으로 나왔다.

  소녀가 빠르게 양팔을 올리고 눈을 감았다. 발밑에서 푸른 기운이 치솟자, 어딘가 허둥대는 느낌이 강하게 퍼졌다.

 

  “짜증 나는 발악이군.”

 

  소녀의 모습은 그에게 불쾌감만 줄 뿐이었다. 기세는 완전히 꺾여 칼자르트에게 기울었다.

  소녀는 눈을 살포시 감고 기운을 끌어 모았다. 전격이 광범위하게 일고, 주변에 크고 작은 구체 덩어리가 많이 생겼다.

  상황을 지켜보던 그는 흑마철극을 꼬나 잡았다.

 

  “그래 봐야 소용없다.”

 

  각각의 덩어리가 전격이 품고 칼자르트를 향해 쏟아졌다.

  그때, 칼바람이 몰아치고 검은 선이 번뜩였다.

  철극의 참격이 발해 잔상이 일었다. 공간을 수놓던 덩어리는 단방에 가루가 되어 가라앉았다.

  동공이 흔들리고 소녀는 붙들던 마지막 평정이 와르르 무너졌다. 믿기조차 어려운 듯 크게 놀라 몸을 떨었다.

  에너지를 담은 공격 자체가 아예 소멸하는 경우는 드문 경우였기에, 그녀가 받은 충격은 배가 되었다.

  등골에 서리 맺힌 듯 공포심이 자리를 잡았다. 소녀는 결국, 두려움이 터져 힘겹게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그 모습에 칼자르트가 썩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하나만 묻지. 네년 이름은 뭐냐.”

  “그대들이 부르는 우리들의 명칭은 생체병기. 나의 전생의 이름은 하르넨. 그대를 데려갈 수 없다면 나의 희생을 담보로 같이 가야 할 것이다.”

 

  소녀의 정체는 이들 생각대로 생체병기였다. 다만 다른 이와 달리 그를 몰아붙여 수세에 몰리게 할 정도로 강한 축에 속했다.

  하르넨은 기운을 끌어 모았다. 오오라가 그녀의 몸을 휘감아 서서히 커진다. 결의를 잡았는지 뒷걸음질을 멈추고 무표정으로 되돌아왔다.

  빛이 발하자 칼자르트는 눈을 가리고 앞으로 나아갔다. 구체에 가까이 다가가 오른팔로 강하게 쑤셔 박아 막을 뚫었다.

 

 -치치칙!!

 

  번갯불 마냥 큰 굉음이 터져 빛이 사라졌다.

  하르넨은 놀란 눈으로 손이 배에 꽂힌 걸 보았다.

  그 순간, 엄청난 격통이 일어 몸이 뒤로 살짝 밀렸다. 상당한 충격을 흡수했음에도 엄청난 타격력이 작용 된 것이다.

  그녀는 강철팔을 잡고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힘을 이기지 못해 무릎이 주저앉고 구역질했다.

 

  “컥!”

 

  입에서 혈토가 튀어나와 금속 표면에 물방울처럼 맺혔다.

  하르넨은 배를 움켜쥐고 가까스로 일어섰다. 하지만 워낙에 큰 타격이 들어온 탓에 주춤거리다 결국 앞으로 쓰러졌다.

  그녀를 보호하던 구체는 유리처럼 파편을 뿌리면서 깨졌다. 그사이에 드리워진 칼자르트의 눈매는 한층 날카로워졌다.

  그는 하르넨을 곱게 내버려두지 않았다. 손을 뻗어 머리칼을 쥐어 잡고 올린다. 하르넨의 고개가 들려 눈을 마주치자, 칼자르트가 말했다.

 

  “대단하군. 웬만해서는 버티기도 힘들 위력인데, 허나 아직 죽기는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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