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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스며든 너
작가 : Hee Yeon Je
작품등록일 : 2016.10.10

초시계가 뛰면, 내 심장이 뛰고,
내 심장이 뛰면, 널 향한 내 뜀박질이 시작된다.

관음증의 진혁과 이중생활 하나의 좌충우돌 사랑이야기,
극과극의 두사람, 그러나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는 그들.
그렇게 서로가 스며들듯 사랑에 빠지는데..

 
4. 그녀의 이중생활의 이유, 그리고 사냥감
작성일 : 16-10-18 15:46     조회 : 494     추천 : 0     분량 : 5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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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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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이 도무지 쉴 곳이 못 된다는 사실은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정말 간만에 맞이하는 휴일에

 이 두 사람을 상대하는 것은 곤욕 그 자체였다.

 

 하필이면 엄마와 하린이가 쉬는 날이

 그녀와 겹친 것은 정말 최악이었다.

 두 사람은 쉬는 날이 더 바빴다.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스타일들이다.

 

 화려한 것들을 좋아하는 두 모녀가 작당을 하고,

 하나를 괴롭히기로 한 모양이다.

 아침 일찍부터 깨운 것 까지는 참을 만 했다.

 그러나 두 모녀의 일은 거기부터가 시작이었다.

 

 자는 그녀를 깨운 것도 모자라

 그녀의 옷장을 다 뒤집어 엎어 놓고는 입을만한 것은

 단 하나도 없다며 자신들의 옷 중에 가장 화려한 것으로 골라왔다.

 

 

 

  " 뭔 기지배 옷장이 온통 무채색이니? "

  " 그러게 말이야~엄마 언니 미친거 아니야? "

  " 네가 외모가 딸려? 몸매가 딸려? 번듯하게 낳아주면 뭐해!

  이러고 다니는 자체가 넌 무기징역감이야~ "

  " 옷장 좀 닫아...제발~나 어제 늦게 들어왔다고!!

  잠든지 몇 시간 되지도 않았어! "

  " 일어나! 얼른! 내가 너 이러라고 이쁘게 낳아준줄 알아? "

  " 언니~ 일어나봐~

  나 이렇게 쉬는 날도 흔하지 않다고~쇼핑가자!! "

 

 

 엄청난 잔소리 폭탄을 번갈아 가며 들으니,

 몸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결국 두 사람에게 몸을 맡기고야 말았다.

 그리고 하나를 화장시키고 머리를 세팅하고

 절대 하나라면 외출 시 입지 않을,

 화려한 무늬의 타이트한 치마와 앙고라 니트를 입혔다.

 

 하나가 기겁하고 만류해도 소용없었다.

 여자 둘의 집요함은 참으로 무서운 것이었다.

 

 얼마만의 세 모녀의 오붓한 외출이라며,

 잔뜩 힘준 세 사람은 누가 봐도 눈에 띄었다.

 엄청 튀었다.

 화려하면서 뛰어난 외모와 몸매,

 이것도 모자라 엄청 튀는 옷차림.

 것도 고가의 것들로만 치장된 옷차림과 구두, 가방까지..

 

 진짜 너무 창피해서 어디 쥐구멍이라도 찾아서 들어가고 싶었다.

 두 사람이야 평소 스타일이라 치지만,

 그녀는 무슨 자다가 날벼락이라 말인가.

 

 백화점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시선 집중이었다.

 하나가 가장 싫어하는 일,

 어렸을 때부터 따라붙던 눈길

 엄마의 양손에 하린과 함께 나가면 일어나던 일,

 모든 사람들의 이목집중은 그녀가 노이로제 걸리게 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죽어도 그녀는 가장 수수한 옷,

 한 듯 안 한듯한 화장, 머리는 늘 하나로 질끈 묶고 다녔다.

 세팅이니 염색이니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두 모녀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쇼핑을 하는데 이렇게 과하게 하고 올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리고 하나는 쉬고 싶었지

 옷을 고르러 몇 시간을 투자하는,

 이 미친 짓에 동참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하린과 엄마 손에 질질 끌려 다니는

 지금도 얼른 집에 침대에 누워 자고 싶었다.

 

 저번 주말도 그 미친새끼 때문에 날린 시간이 아까운데,

 도대체 자신이 올해 무슨 큰 액땜을 하려는 건가 싶었다.

 이 둘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잠시 옷과 구두에 미쳐있는 둘을 뒤로하고 빠져 나왔다.

 완전히 도망가면 주말 내내 시달릴게 분명했으니,

 근처 카페에서 숨어서라도 쉬어야겠다 생각했다.

 

 그녀가 들어간 카페,

 여느 주말과 같이 커플과 가족단위의 사람들이 앉아있다.

 

 하나가 들어가자 남자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꽂힌다.

 평소 그녀라면 절대 느낄 수 없는 시선,

 그러나 오늘은 다르다.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하린과 완벽하게 닮아 있었으니까..

 수군거리는 소리 속에 하린을 닮았다는 소리가 들린다.

 

 

 [ 이래서 싫다고! 내가..이 미친 여자들아!! ]

 

  

 천성이 주목 받기를 싫어했다.

 조용히 살고자 원했다.

 

 차라리 지금 당장 이 차림으로

 클럽으로 달려가는 것이 훨씬 낫겠다 싶었다.

 

 거기서는 전혀 눈에 틔지 않았다.

 다들 이렇게 화려한 모습이니까 말이다.

 

 점원들의 대우도 평소와 다르게 친절하다.

 몇 천만원을 호가한다는 에르메스 가방 덕분일 것이다.

 대체 하린인 이런 가방을

 어떻게 남자들에게 받아오는 건지 대단하다.

 똑 같은 것이 벌써 3개나 있었다.

 

 정말 옷차림과 가방 하나로,

 사람들의 시선과 대우가 달라진다는 것은 서글펐다.

 대체 그게 뭐라고 사람들은

 거기에 목숨을 걸고 보이고자 하는 걸까?

 

 핸드폰이 요란하게 진동을 울려대고 있었다.

 그녀가 없어진 것을 드디어 두 모녀가 눈치챈 모양이다.

 하긴 지금쯤이면 계산을 하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돌아가면서 그녀의 머리 속은 빠르게 회전하고 있었다.

 

 이 지독한 굴레에서 벗어나야 할 듯싶다.

 그들과 자신이 가는 길은 엄연히 달랐다.

 평범을 원하는 하나와

 항상 최고와 최선을 원하는 두 모녀와 합의점은 없다.

 

 30년 가까이 함께하면서,

 느낀 것은 늘 그녀가 상처받고 지친다는 사실이다.

 

 

  " 너는 대체 그 잠깐을 못참고 도망을 가니! "

  " 내가 뭘~ 나없이도 잘만 사가지고 왔네. "

  " 시끄러! 입어봐야 핏이 나오는지 알것 아니니! "

  " 언니는 대체 왜 이런 옷들이 싫다는건지~

  여자가 맞긴 한거야? "

  " 하아~ 그만하자. "

 

 

 다시 2차 잔소리 폭격을 들으면서

 무사히 그녀들과 집으로 돌아왔지만,

 오자마자 잔뜩 사온 물건들에 정신 팔린 사이에

 당장 하나는 짐을 간추려서 챙겨서는 집을 나왔다.

 

 두 모녀의 성과도 같은 그 집,

 그 집은 하나에게 감옥과도 같았다.

 

 예상보다 빨리 벗어나게 되어서

 아직 지낼 방 하나 마련 못했다.

 

 너무 답답해서 무작정 집을 나오긴 했는데,

 너무 생각이 짧았다.

 

 뭐가 그리 급하다고 계획대로 하지 못한 걸까?

 그 날 그렇게 지쳐있던,

 그녀에게 달려든 그 미친놈이 마음에 파문을 일으켰다.

 

 위기의 상황 속에서도 본인에게 너무도 당당하던 그 눈빛,

 그 눈빛이 말하고 있었다.

 그렇게 살지 말라고 말이다.

 

 그 눈빛에 현혹되어 일을 저질렀다.

 

 

 그녀는 짐 가방 하나 들고 포장마차에 앉아,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딱히 친한 친구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모텔로 가기도 싫었다.

 

 일단 술이 먼저 생각났다.

 그래서 한잔 두잔 술잔을 기울이다 보니 취하기 시작했다.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걱정도 시름도 서서히 사라졌다.

 

 술이 주는 취함과 함께 기분이 묘하게 들뜸을 느낀다.

 해방감,

 그 동안 그녀를 옭아매어 오던 그 틀을 벗어 던졌다.

 그러고 보니 옷차림이 하린이가 입혀준 그대로였다.

 뭐 이제와서는 어떤가 싶다.

 예쁘기만 하면 되고 어울리면 되는거였는데

 너무 걱정만 앞선 것은 아니었을까?

 그냥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지금은 어차피 술에 취해 정신도 몽롱하고,

 그녀는 그렇게 취해갔다.

 진혁이 그녀를 아까부터 지켜보고 있었단,

 사실도 모른 채 말이다.

 

 서서히 취해서 앞으로 고꾸라지는

 하나를 진혁은 관찰 중이었다.

 물론 진우의 말에 잠시 주춤한 것도 사실이었다.

 어머니의 사채가 진우의 사업장인 것은 예상 못했던 바였다.

 

 하지만 어머니 일은

 이제 그와 상관없는 일이니,

 드디어 나타난 사냥감을 놓칠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녀가 집을 나설 때부터 따라 붙었었다.

 

 그녀의 옷차림에 순간 못 알아 볼 뻔 했다.

 평소와 너무 다른 모습이었지만,

 클럽 안에서 한 눈에 꽂혔던

 그 분위기에 하나에게 이끌리듯 따라 나선 것이다.

 

 본능이었다.

 사냥감을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절대적인 감각적 움직임,

 진혁은 그렇게 그 때부터 지금까지

 그녀의 움직임 하나하나까지도 관찰하고 있었다.

 

 하나가 완전히 술에 취해 정신을 잃고

 탁자 위로 쓰러지자,

 그제서야 그는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다.

 

 슬쩍 나무젓가락으로 그녀를 건드려보고는

 전혀 반응이 없자,

 그제서야 대리기사를 부른다.

 대리기사에게 하나를 업어달라고 부탁한 뒤,

 차 뒷좌석에 실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집주소를 대리기사에게 알려주고는,

 편하게 앞 조수석에 앉았다.

 그런 그를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는 기사에게는

 아랑곳하지 않고 편히 눈을 감는 그다.

 

 집 앞에 도착해서도 똑같았다.

 기사에게 집 안까지 하나를 옮겨달라고 부탁한 뒤,

 자신은 먼저 들어간다.

 그리고 기사에게 대리비보다,

 좀 더 돈을 주고는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비닐을 깔고 그 위에 하나를 눕혀달라고 했다.

 바닥에 누운 그녀를 진혁은 옷 끝 하나 건드리지 않았다.

 

 보통 한 여자에게 관심있는 남자라면

 직접 업고 들어왔을 것이고,

 그녀를 그렇게 바닥에 누워있게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진혁은 그런 평범한 보통 남자가 아니지 않은가,

 정말 그답게 하나를 전혀 손대지 않았다.

 

 다만 지켜볼 뿐이었다.

 딱 하나 그가 고민하는 한 가지는 있었다.

 어쨌건 그는 관음증이었다.

 

 그녀의 벗은 몸이 보고 싶은 것은

 누구보다 간절했을 것이다.

 그러나 한가지 그는 편집증을 앓고 있다.

 지독한 결벽증인 그가 그녀를 만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사실 집 안으로 누군가를 들인다는 자체도 말이 안되지만,

 벗은 몸을 편안히 맘 놓고 관찰하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에 감수하기로 한 것이다.

 

 옷을 벗겨보고 싶었다.

 그런데 바깥에서 여러 가지 세균이 묻었을

 그녀의 옷은 만지기 싫었다.

 

 결국 그가 택한 방법은 고무장갑이었다.

 고무장갑을 낀 채로 그녀의 옷가지들을 벗기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옷을 벗기는 것은 쉬웠다.

 하나가 입은 옷가지가 몇 개 없었다.

 그리고 다 벗기기 쉬운 옷들뿐이었다.

 그렇게 하나는 속옷만 입은 채 차디찬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그녀의 옷을 다 벗긴 뒤,

 가지런히 정리해서 옆에 두고는 그녀 또한 가지런히 눕혔다.

 

 하나의 벗은 몸은 눈부셨다.

 굴곡진 허리와 완벽한 비율로 나온 곳은 나오고,

 들어간 곳은 들어간 몸매였다.

 무엇보다 피부가 참 깨끗하고 고왔다.

 따로 관리를 받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옷차림에는 신경을 안 쓰더니 피부관리는 꾸준히 받아 온 모양이다.

 

 그녀의 가녀리고 긴 목선과 어깨라인이 눈에 들어온다.

 아름답다.

 만지고 싶어졌다.

 천천히 흥분되어 온다.

 아래가 묵직해지고 뜨거워짐을 느꼈다.

 

 서서히 그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그는 잠시 잊었다.

 하나가 씻지 않은 몸이란 자체를 말이다.

 그저 그녀의 몸을 맛보고 싶어졌다.

 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흥분시키는,

 그녀의 살 맛이 궁금해졌다.

 

 코 끝을 대는 순간 아찔할 정도로 달콤한 살 향이 난다.

 따로 향수를 뿌리지는 않은 것 같은데

 어떻게 이렇게 달짝지근한 냄새가 난단 말인가,

 이성은 이미 저기 저 너머로 날아가 버렸다.

 

 그저 본능만이 살아서 펄떡거리고 있었다.

 아름답다.

 변태적인 그의 행동과 거친 숨결에도,

 그 모습자체가 너무 아름다웠다.

 

 마치 처음부터 하나인 듯,

 그 둘의 조화는 참으로 잘 어울렸다.

 부드럽고 여린 꽃잎에 입술을 갖다 댄 듯,

 향기로웠다.

 

 역시나 그녀는 훌륭한 사냥감이었다.

 하지만 진혁은 그녀를 맛볼 수도 만질 수도 없었다.

 지독한 결벽증이,

 그녀를 바라보는 관음에 만족을 하고 있었다.

 아니 더더욱 흥분하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도 말이다.

 

 진혁의 표정에 만족감을 넘어선

 충족감이 완벽하게 들어섰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미소다.

 그는 딱 거기서 만족했다.

 그리고 그녀의 황홀한 광경을 사진에 담았다.

 그가 만족하는 그 순간까지 말이다.

 

 사진을 찍는 순간 그의 아랫도리가

 미친듯이 흥분해 더 날뛰었다는 사실은 더 끔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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