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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가슴에 열꽃이 피다
작가 : Rongcoco
작품등록일 : 2020.8.9

『유리코, 넌 나를 벗어날 수 없어.』. 일본 야쿠자인 마츠야마 켄이치의 집착이 날로 심해지자 한국행을 결심한 세아. 켄이치의 약혼식 날, 한국으로 도망치기 위해 향했던 공항에서 제하를 맞딱들이게 된다. 제하의 도움으로 무사히 한국에 도착한 세아는 그가 동아줄인 마냥 붙잡는다. "저를 주워주세요." 거침없는 세아의 말에 제하의 입에서 나온 말은 당연히 거절... "좋아." 이 아닌 승낙?야쿠자의 양 손녀이자 야쿠자의 여자인 이세아와 문화그룹의 차남 박제하의 가슴에 열꽃이 피어오른다.

 
1화. 집착이야
작성일 : 20-08-09 22:24     조회 : 328     추천 : 0     분량 : 6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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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롤로그.

 

 텅 빈 방 안. 넓은 침대. 세아는 오른 손목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채워진 검은 팔찌를 바라보았다.

 간헐적으로 나는 삑삑- 거리는 전자음이 이제는 익숙하게 들려왔다.

 

 억지로 그것을 빼내려고 했지만 쉽게 끊어질 리 없다.

 억지로 끊어내려고 해도 끊어지지 않는 팔찌를 보며 이 빌어먹을 상황과 동일시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소용없다는 거 잘 알지 않습니까, 아가씨.』

 

 이번에는 세아를 놓치지 않겠다는 집념으로 문 앞에 서서 그녀를 지키던 소스케가 세아를 향해 말했다.

 

 세아는 얼굴을 구기며 소스케를 쳐다보았다.

 

 ‘유리코, 넌 나를 벗어날 수 없어.’

 

 소스케의 얼굴을 보자 어젯밤 자신을 품에 안으며 귓가에 속삭이던 켄이치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그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자 세아의 팔에 소름이 돋았다.

 

 ‘죽고 싶어? 그러면 죽어. 네 시신마저 오로지 내거니까.’

 

 소름 돋을 만큼 끔찍한 그의 집착이.

 우리의 악연이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 못 된 건지 가늠이 가질 않았다.

 

 『알아요. 켄이치한테서 벗어날 수 없다는 거.』

 

 세아의 말에 소스케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세아의 눈을 바라보던 소스케는 그녀가 도망칠 생각이 없음을 느끼자, 그제서야 그녀를 향해 잔뜩 세웠던 경계심을 풀었다.

 

 그때였을까.

 그때 이치로씨의 손을 잡지 않았더라면,

 너와 내가 서로에게 이리 지독한 열꽃을 새기지는 않았겠지.

 

 ‘너를 꼭 찾으러 갈 거야, 세아. 두고 봐. 내가 널 지키는 방법. 그걸 보여줄테니.’

 

 그립고 또 그리운 사람의 목소리가 켄이치의 목소리를 제치고 들려왔다.

 세상에서 제일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목소리. 그 굵직한 음성이 맴돈다.

 

 세아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러자… 잊혔던 기억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네가 세아냐.』

 

 교통사고로 한순간에 부모를 모두 잃게 되었던 그 날.

 곡소리와 빗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머릿속을 한껏 괴롭히던 그 날.

 

 홀로 남겨진 세아의 앞에 거대한 남자가 낯선 언어를 쓰며 손을 내밀었다.

 그날, 그 남자의 손을 잡은 이유는 딱히, 그렇게 거창하지는 않았다.

 

 나를 돌보려고 하지 않던 친척들보다 그가 나를 더 필요로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의 손을 잡으면 적어도 ‘사람’답게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그런 착각에서 비롯된 이유였다.

 

 그와 함께 도착한 곳은 일본이었고 무서운 아저씨들이 가득했던, 거대한 저택에 도착한 뒤

 

 『세아, 이제 네 이름은 유리코다. 유리코.』

 

 유리코라는 낯선 이름을 부여받는 순간ᄁᆞ지도.

 세아는 자신의 인생에 열꽃이 필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 했다.

 

 『켄이치. 인사해라. 유리코다. 이제 너와 함께 할 네 여동생이다.』

 

 이치로의 뒤에 숨어 자신을 빼꼼히 쳐다보던 남자아이.

 마츠야마 켄이치에게 웃으며 먼저 손을 내밀던 순간.

 

 이치로씨의 뒤에서 쭈뼛쭈뼛 나와 내 손을 잡던 그에게서 알 수 없는 위기감을 느꼈던 그때.

 그래. 그때 마츠야마가에서 도망쳤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지금과 같은 괴로움, 절망감은 느끼지 않았을 테니.

 

 1화.

 

 “켄이치… 하아, 제발.”

 

 넓은 방 안. 그럼에도 불구하고 끈적한 숨결과 습기가 가득 차 있다.

 여자의 거친 숨소리가 방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절정에 다다른 남자의 신음과 다르게 여자는 그의 모든 행동을 멈추길 바라는 듯한 탄식을 내뱉고 있었다.

 

 세아는 두 손이 검은 끈에 묶여있었고 똑 닮은 검은 끈은 그녀의 두 눈 또한 가리고 있었다.

 엎드린 채 켄이치의 거친 몸 짓을 받아내던 세아는 묶인 두 손을 앞으로 뻗으며 이불의 끝자락을 어렵게 잡아냈다.

 

 등에 큰 문신을 새긴 켄이치의 거친 움직임에 세아는 신음을 뱉으며 벗어나기를 바랐고 그런 그녀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그는 커다란 손으로 세아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아!”

 

 세아의 입에서 고통스러운 소리가 새어 나왔고 켄이치는 그녀를 잡아먹을 듯 조금 더 그리고 더 밀어붙였다.

 

 “그만해… 켄이치!”

 

 세아가 내뱉는 고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의 움직임은 더 빨라졌고 그 속도에 맞춰 그의 신음도 격해졌다.

 그들이 맞이한 절정의 끝에서 마침내 세아의 등에 켄이치는 힘없이 무너졌다.

 

 켄이치가 땀에 잔뜩 젖은 세아의 긴 머리를 넘겨주더니 목덜미에 입을 맞추었다.

 

 『유리코.』

 

 그의 숨결이 닿고.

 그의 목소리가 들리자 세아는 폭풍우처럼 몰아치는 슬픔을 느껴야 했다.

 

 늘 자신을 인형처럼 옆에 두고 있으면서도 부족하다는 듯, 자신을 갈망하는 그의 손길이 해가 지날수록 견디기 힘들다고 느꼈다.

 

 세아의 품에서 나와 정리를 한 후, 힘없이 엎드려있는 세아를 다시 앞으로 돌린 켄이치는 그제서야 그녀의 눈에 가려진 검은 끈을 풀어주었다.

 

 날이 잔뜩 선 세아의 눈이 켄이치를 노려보았다.

 

 켄이치는 세아의 가슴에 새겨진 벚꽃을 바라보았다.

 화상 자국으로 엉망이 된 표식을 켄이치가 다시금 매만지더니 입을 맞추었다.

 

 『켄이치. 오늘 왜 이렇게 화가 난 거야.』

 『몰라서 묻는 거야?』

 

 세아의 질문에 켄이치가 고개를 들어 세아의 눈을 쳐다보았다.

 그의 눈을 마주친 세아는 움찔. 저도 모르게 그의 눈을 피했다.

 

 『할아버지를 만나서 무슨 얘기를 했어?』

 

 아아. 그래서 이렇게 화가 잔뜩 나 있었던 거야.

 세아는 이틀 전, 나가야마씨를 따라 이치로씨를 만나고 왔던 날을 떠올렸다.

 

 『본가에 갔던 거… 내가 모를 줄 알았어?』

 

 분명 자리를 비웠던 걸 확인했는데. 소스케가 아마도 그림자를 숨기고 있었나 보다.

 얘기하면서 다시금 상기된 기억에 얼굴을 잔뜩 구긴 켄이치가 세아를 내려다 보았다.

 

 아!

 세아의 잘록한 허리를 커다란 두 손으로 잡던 켄이치의 행동에 세아는 서둘러 묶인 두 손으로 그의 가슴을 밀어냈다.

 

 『하지마, 켄이치. 이렇게 날 괴롭히지 않아도 네 옆에 있잖아.』

 『웃기는군. 넌 항상 날 벗어날 궁리만 하잖아.』

 

 절정까지 그녀를 몰아붙여 품었음에도, 세아를 바라보는 켄이치의 눈은 슬펐다.

 그의 슬픈 눈을 바라보던 세아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켄이치를 두 손으로 끌어당겨 품에 안았다.

 

 『켄이치. 그런 눈으로 날 보지 말아줘.』

 『유리코. 날 벗어나려고 하지마. 벗어나려면 20년 전, 우리 집에 왔던 그 날, 도망갔어야 했어.』

 

 세아의 품에 안겨 슬픈 목소리로 켄이치가 말했다.

 감당할 수 없는 그의 소유욕에 세아의 가슴이 아려왔다.

 

 『유리코. 너를 안으면 안을수록 갈증이 나. 계속해서 널 안고 싶어. 평생 이렇게 내 옆에 두고 싶어.』

 『집착이야.』

 『사랑이지.』

 『너의 그 집착이… 언젠가 독이 될 거야.』

 

 세아의 낮은 음성에도 켄이치는 아랑곳하지 않고 세아의 왼쪽 가슴에 새겨진 벚꽃에 입을 한 번 더 맞추었다.

 

 * * *

 

 새하얀 원피스와 꽃분홍 원피스를 침대에 올려둔 채 가만히 내려다보던 세아가 고개를 뒤로 돌렸다.

 

 갑작스럽게 자신을 보는 세아의 행동에 소스케가 놀라 움찔거렸다.

 

 『소스케. 이쪽으로 와봐.』

 

 세아의 말에 소스케가 그녀의 옆에 섰다.

 

 『뭐가 괜찮아?』

 『아가씨께서 뭘 입으셔도 켄이치 형님 좋아하실 겁니다.』

 『오늘은 리호가 하얀색을 입을 테니… 난 분홍색이 좋겠어.』

 

 세아의 입에서 나온 ‘리호’라는 이름에 소스케가 눈을 잠시 감았다가 떴다.

 

 오늘은 마츠야마구미와 야마구치구미의 세력이 손을 잡았음을 야쿠자 세계에 알리는 날이었다.

 일본의 야쿠자 세계에서 절대적인 힘으로 세력 1,2위를 겨누던 두 집안이 하나가 되는 날.

 

 『켄이치 형님께서 기다리십니다.』

 

 분홍색 원피스를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며 망설이는 세아를 보며 소스케가 말했다.

 

 『옷 갈아입을 거야. 잠시 나가 있어.』

 

 세아의 말에 소스케는 고개를 살짝 숙인 뒤 문 밖으로 나갔다.

 소스케가 나갔음을 확인한 세아는 재빨리 가방에 있는 모든 짐을 침대에 쏟아냈다.

 그리고 서랍을 열어 깊숙이 숨겨 놓은 여권과 USB를 가방에 넣었다.

 

 그리고 옷장으로 가 준비해 둔 검은 트레이닝복과 모자를 꺼내 가방에 마저 넣었다.

 

 똑똑.

 

 『아가씨?』

 

 소스케의 목소리에 허둥지둥 움직이던 세아가 움찔했다.

 

 『기, 기다려! 아직이야!』

 

 세아는 침대에 쏟아낸 짐들을 재빨리 침대 밑에 숨긴 후 분홍 원피스로 갈아입었다.

 원피스의 지퍼를 올리던 찰나 문이 열렸다.

 

 『아… 죄송합니다. 너무 늦으셔서.』

 

 지퍼를 올리던 세아를 쳐다본 소스케가 뒤로 돌며 말했다.

 세아는 지퍼를 마저 올린 후 가방을 챙겨 소스케의 옆을 지나쳤다.

 

 『뭐해? 켄이치가 기다린다며.』

 

 세아의 날 선 목소리에 소스케가 한숨을 쉬며 그녀의 뒤를 따랐다.

 

 소스케의 차를 타고 세아가 도착한 곳은 마츠야마구미의 본가였다.

 이주 전에 왔을 때는 고요했는데, 지금은 마츠야마구미와 야마구치구미의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고 일본 내의 다른 야쿠자들도 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분홍 원피스를 입은 세아의 눈에 하얀 원피스를 입은 리호가 들어왔다.

 세아는 웃으며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는 리호의 앞으로 다가갔다.

 

 『리호.』

 

 세아의 목소리에 웃고 있던 리호의 얼굴이 잠시 굳어지더니 순식간에 다시 밝아졌다.

 

 『……왔구나?』

 

 반가운 듯 웃고 있지만, 날이 선 리호의 목소리에 세아는 씁쓸하게 웃었다.

 당연한 거였다. 반가울 리가 없겠지.

 아무리 집안끼리의 약혼이라지만 켄이치와 다르게 그를 향한 리호의 마음은 진심이었기에 약혼식에 나타난 세아의 존재가 반가울 리 없었다.

 

 『켄이치를 부탁해.』

 『하! 놀리는 거야?』

 

 세아의 말에 리호가 짜증난다는 듯 웃음을 내보였다.

 

 『진심이야, 리호. 켄이치한테는 네가 필요하잖아. 네가 있어야 켄이치가 마츠야마구미를 온전히 받을 수 있을 거야.』

 『뭐야?』

 『……』

 

 자신을 보며 세아가 씁쓸하게 웃자 리호의 표정이 빠른 속도로 굳어졌다.

 꼭 멀리 떠나는 듯한 사람의 말투로 느껴졌다.

 

 켄이치의 곁에서 떠난다니. 말도 안 된다.

 그러니 이런 느낌도 약혼식의 긴장감에서 비롯된 착각이리라.

 

 『아. 나는 이치로씨한테 가봐야겠어.』

 

 저택의 앞에 서서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는 마츠야마 이치로에게 발걸음을 옮기는 세아의 뒷모습을 보던 리호는 이상한 생각을 떨치기 위해 머리를 두어번 흔들었다.

 

 『유리코!』

 

 자신의 앞에 나타난 세아의 모습에 이치로의 얼굴엔 반가움이 아닌 당혹함이 묻어났다.

 

 『네… 네녀석 어째서 여기에 있어!』

 『이치로씨를 만난 걸 켄이치가 알고 있어요. 그래서 그 후로 소스케가 쭉 저렇게.』

 

 멀찍이 서서 세아를 바라보는 소스케를 본 이치로는 낮은 탄식을 내뱉었다.

 세아를 본가로 불렀을 때 조심한다고 했는데, 역시나 켄이치가 눈치를 챘나보다.

 

 어두운 표정의 이치로를 본 세아는 옅게 웃으며 말했다.

 

 『걱정말아요. 이치로씨와 나눈 대화는… 모르는 듯했어요.』

 『3시 비행기야.』

 

 이치로의 낮은 음성에 세아는 웃으며 손목에 찬 시계를 확인했다.

 

 『아직 3시간이나 남았어요.』

 『이번에 실패하면…』

 『너무 걱정말아요, 이치로씨.』

 

 세아가 자신을 향해 웃자 이치로는 가슴에 알 수 없는 먹먹함이 밀려옴을 느꼈다.

 옛 친구에 대한 보답에 세아를 거둔 게 벌써 20년이 다 되었다.

 

 양 손녀로 그녀를 마츠야마구미에 들일 때만 해도.

 켄이치에게 그녀를 동생으로 소개했을 때만 해도 세아를 향한 그의 집착이 이렇게 짙어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훗날 마츠야마구미의 오야붕 자리를 물려받아야 할 켄이치에게 세아는 독이었다.

 그 독을 빼내기 위함도 있었지만 20년간 거두었던 손녀이지 않나.

 켄이치에 향한 걱정과 세아를 향한 걱정이 한데 섞이자 이치로가 내린 결정은 하나였다.

 

 세아를 켄이치의 집착에서 구해주자.

 

 『이 집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까지… 단 한 번도 너는 내게 할아버지라 부른 적이 없었다. 편하지 않았겠지.』

 

 이치로의 말에 세아는 놀란 듯 두 손을 흔들었다.

 

 『그렇지 않아요! 이치로…씨. 항상 감사히 생각하고 있어요. 저를 거두어주셔서, 이리 어여쁘게 키워주셔서 감사함을 꼭 전하고 싶었어요.』

 『유리코.』

 『다시는 일본에 발을 붙이지 않을 거예요. 그래서… 인사하러 왔어요. 건강하셔야 해요, 이치로씨.』

 

 세아가 이치로를 꽉 껴안았다.

 이치로는 옅은 웃음을 지으며 세아의 등을 두어 번 토닥여 주었다.

 

 『너는 마츠야마 이치로의 자랑스러운 손녀다. 마츠야마구미의 사람이야. 잊지 말아라.』

 

 이치로의 따뜻한 음성에, 따뜻한 손짓에 세아는 두 눈을 꼭 감았다.

 

 『유일할 겁니다. 저 외에 유리코를 안을 수 있는 사람.』

 

 낯익은 목소리에 세아가 감았던 눈을 떴다.

 그녀의 시야에 무표정으로 서 있는 켄이치가 들어왔다.

 

 멀리서 걸어오던 켄이치는 세아의 팔을 잡아 끌더니 이치로의 품에서 순식간에 빼내어 자신의 품으로 옮겼다.

 

 켄이치의 행동에 이치로의 눈썹이 한껏 올라갔다.

 

 『야마구치구미에 예의를 차려라, 켄이치.』

 『여기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예의를 차리고 있음을… 저들도 알 겁니다.』

 『켄이치, 오늘은 리호를 챙겨야지.』

 

 세아의 말에 무표정으로 일관하던 켄이치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켄이치!』

 

 켄이치가 신경질적으로 세아의 팔을 잡아 집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행동에 이치로가 당황한 듯 소리를 질렀지만 이미 그는 세아를 데리고 2층으로 향하고 있었다.

 

 켄이치의 손을 잡고 본가를 나오기 전, 생활했던 세아의 방 안으로 그녀를 끌고 들어온 켄이치는 신경질적으로 문을 닫았다.

 

 『또 왜 심술이야.』

 『리호 얘기 하지마.』

 

 커다란 두 손을 세아의 얼굴을 잡은 켄이치는 당장이라도 그녀에게 밀어붙일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그의 거친 숨소리가 세아의 귓가에 들려왔다.

 

 그리고 곧이어 켄이치의 입술이 세아의 입에 맞닿았고 그는 저돌적으로 세아의 혀를 찾아 휘감기 시작했다.

 

 사람이 살지 않아 온기가 없던 방 안이 순식간에 끈적한 숨결이 차올랐다.

 그들의 타액이 한데 섞여 오갔다.

 켄이치가 세아의 입에서 혀를 떼는 순간 얇은 타액의 실이 같이 늘어졌다.

 

 『당장이라도 여기서 널 안고 싶지만…』

 

 거친 목소리에 세아는 숨이 막힐 듯한 기분을 느꼈다.

 

 『이 빌어먹을 행사를 끝내고 천천히 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지금 이 순간이 마지막일지 꿈에도 모를 켄이치를 세아는 슬픈 눈으로 바라보았다.

 

 『넌 마츠야마구미의 훌륭한 오야붕이 될 거야.』

 『그 옆자리는 네 거야, 유리코.』

 

 곧이어 약혼식이 시작됨을 알리러 소스케가 올라왔다.

 소스케의 옆에 서서 복도를 걸어가는 켄이치의 뒷모습을 보던 세아는 참을 수 없는 슬픔에 두 손을 불끈 쥔 채 입을 열었다.

 

 『사랑했었어.』

 

 들릴 리 없는, 나지막이 내뱉은 세아의 마지막 고백이 허공에 맴도는 듯했다.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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