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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지오르고스의 일기
작가 : 현서랑
작품등록일 : 2020.7.31

J. 그녀는 그것을 지오르고스의 일기라 적었지. 모르탈 아이움, 그 옛 시대에 지오르고스가 일궈내어 셀 수 없는 시간을 지나온 그 신비의 역사를. 이젠 J라는 그 작은 여자아이의 이름이 우리들의 진실 위에 허구성과 함께 덮여질 테지. 인간들은 우리들의 존재를 믿으려하지 않아. 앞선 존재들. J는 우리를 그렇게 부르더군. 인퀴스토 디토스란 신들과 엄연히 구분되어야 함에도 말이야.

 
엘레노어 IX, J 5
작성일 : 20-08-09 15:12     조회 : 256     추천 : 0     분량 : 5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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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레노어 25_

 해도 뜨지 않은 새벽이었다. 날 깨운 기척은 뤼귀의 것이었다. 뤼귀는 막사 입구에 의자를 놓고 앉아 바깥을 내다보고 있었다. 그의 모습에 난 내 비망록부터 챙겨 들었다.

 

 - 자네는 깊게 잠드는 법이 없군.

 

 뤼귀는 내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는 드류 사령관과 얘길 나누기 위해 아침을 기다리던 중이었다. 주변성 없는 사령관의 부관들에겐 시국을 떠나 대장의 숙면이 우선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뤼귀는 그런 부관들의 태도를 비난하기보다는, 그들의 태도가 린그노르 서방국가들의 모습을 대변하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난 여느 때처럼 그의 말을 비망록에 담고 있었다.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땐 그가 날 빤히 보고 있었다.

 

 - 서사는 잘 채워지고 있는가? 우리가 도어테일즈를 떠나온 이유 중엔 내가 자네의 서사를 돕기 위한 목적도 있었지. 내가 요즘 그 목적을 소홀히 한 것 같군.

 

 정작 난 그에게서 서운함을 느낀 적이 없었으나 그는 자신이 언더옥포드를 조사하며 겪은 이야기를 내게 제일 먼저 들려줬다. 그 내용은 내 서사를 배려한 그의 마음이 묻어나 상세했다.

 

 - 언더옥포드 동쪽 해안가에 루크룸의 야경부대가 도착해 있었네. 야경부대의 지휘관이 아르도르의 부관들과 악수를 나누더군. 그 야경 지휘관이 누구였는지 아나? 라귈라의 심복 트리푸르였네. 그에 대해서 혹시 들어본 적이 있나?

 

 난 야경들 이야기에 한 번이라도 아는 척을 해보고 싶었지만 결국엔 고개를 저어야했다.

 

 - 그는 루크룸 수뇌부에 올라있는 자네. 인간들이 유독 성가셔하는 녀석이지.

 

 난 그 트리푸르라는 야경의 생김새가 궁금했고, 그가 사람처럼 생겼느냐고 물어봤다.

 

 - 그가 두 발로 걸어 다니긴 하지만 그의 모습이 사람과 닮아있진 않지. 오히려 뿔 달린 네발짐승처럼 생겼다고 하는 것이 낫겠군.

 

 그의 화제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 난 거기서 굳이 날 감추지 않았네. 트리푸르가 날 알고 있으니 그게 오히려 편했지. 중립국인 레인웜의 일원으로서 그들을 대할 수 있었으니. 그는 내가 셰펄드가 저지른 일 때문에 린그노르에 갓 도착한 줄로만 알더군. 그는 아르도르와 루크룸의 일시적 동맹을 인정하면서 자신들의 계획을 말해줬네.

 

 난 그가 들은 루크룸의 계획에 대해 물었다.

 

 - 그들은 루완 점거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어. 내 예상한대로 그들은 잉코아 중앙 전선의 균형을 무너뜨릴 계획이었어. 인간들이 오랫동안 견고히 다져온 린그노르 동쪽의 수비벽은 이미 무너뜨리기가 힘들 지경에 이르렀으니 그들은 린그노르의 서방국가들부터 공략할 생각인 걸세. 아르도르가 린그노르 남해의 뱃길을 열어주면 루크룸의 야경들은 그 길을 따라 전사들을 보내 루완을 점거하고 그곳을 요새화해 점차 동과 북으로 진격할 셈인 것이지. 그들은 오래전부터 그 계획을 세워온 것으로 보이네. 아르도르가 루완에 대규모 군사사절단을 파견하면서 거기에 갖다 붙였던 이유들을 리오르닌 여왕이 믿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 계획에 착오가 생겼던 것이야. 거기다 셰펄드가 이렇게 극단적으로 루완을 도우려 들려는 것도 그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것일 테지.

 

 그리고 내겐 두 가지 의문이 생겼다. 하나는 뤼귀가 도어테일즈 남해안에서 만났다던 루크룸의 야경 전사들에 관한 것이었다. 뤼귀는 리오르닌 여왕과 대면하면서 그 야경전사들을 언급했었다. 그들이 자신의 존재를 의식해 도어테일즈에서 즉시 떠났다고. 그렇다면 그들이 뤼귀가 루완에 있다는 사실을 당연히 자신들 상부에 보고했을 텐데, 그것은 트리푸르라는 야경이 뤼귀의 방문에 대해 했다던 오해와 들어맞지가 않았다.

 

 - 그때 뱃머리를 돌렸던 야경들은 내가 누구인지 몰랐을 거야. 단지 그때 그들을 이끌던 이가 말 그대로 내 존재와 적개심을 의식했을 뿐이지. 우린 그것을 실체감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인간들뿐만이 아니라 보통의 야경들도 잘 이해를 못하는 것이니 굳이 이해하려하지 말게나. 아마 그들은 그때 자신들이 느낀 실체감이 셰펄드의 것이었다고 여기고 있을 것 같군.

 

 다른 의문은 트리푸르가 무엇 때문에 자신들의 계획을 레인웜의 왕에게 상세히 밝힌 것인지에 대한 것이었다.

 

 - 셰펄드가 저지른 일로 지금 그롯테에선 우리 레인웜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것 같네. 인간들 편에 서있는 세르부스와 에퀘스는 이번 일을 그냥 넘어가진 않을 걸세. 루크룸은 이참에 우릴 자신들의 동맹으로 끌어들이려는 것 같아. 사실 우리 레인웜이 그롯테의 내분에 가담하게 되면 우리가 가담된 쪽의 우위는 불 보듯 뻔해지는 것이니까. 그롯테 내분이 종지부를 찍게 되는 것도 시간문제가 되지.

 

 그는 그렇게 말했지만, 이미 그는 중립에서 멀리 벗어나 있었다. 그 방향은 루크룸이 그에게 제시해온 방향과는 반대였다. 그가 지닌 인간애는 그 스스로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해가 밝았을 때 뤼귀와 드류, 로워드 셋은 그곳에 있던 또 다른 테스미르미드의 부관들과 함께 막사에 모여 오랫동안 정론을 나눴다. 시시로 도착한 전령들은 그들의 막사로 들어가 소식들을 전했다. 나와 이니스는 그 자리에 낄 수 없었다. 그들의 정론이 끝났을 때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정해져 있었다. 정해진 목적지는 린그노르의 최북단에 위치한 명예로운 전쟁국가 루멘이었다. 뤼귀는 병사 몇을 불러 우리가 라이르타에서 빌려 타고 왔던 말들을 본래 주인에게 돌려보냈고 우린 드류가 내어준 새 말을 타고 북쪽으로 이동했다. 그 길에서 뤼귀는 자신이 낮에 막사에서 테스미르미드의 부관들과 나눴던 얘기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 아르도르는 언더옥포드 요새에 루크룸의 야경 부대를 숨기고 있네. 헤스판에서 온 아르도르의 사신은 레흐 왕에게 루완까지의 육로를 개방해 달라 요청했다더군. 아르도르는 펄먼 왕의 죽음을 루완의 탓으로 돌려 기어코 전쟁을 일으킬 생각이야. 루완에서 일어난 모반 뒤 며칠 사이에 펄먼 왕이 시해되었으니 그것은 누가 보더라도 루완의 보복이란 것을 알 테지. 아르도르는 거기에서 내전을 일으킬 정당성을 얻었다 여기는 것 같네. 내가 보기에 그들은 자신들의 본대를 육로로 서진시키고 언더옥포드의 야경부대는 남쪽의 뱃길로 은밀히 이동시킬 계획인 것 같네.

 

 그의 말대로라면 린그노르의 내전은 코앞에 다가와 있었다. 이니스는 그것을 걱정했다.

 

 - 그렇다면 정말 큰일이 아닌가요? 이런 상황을 두고 저흰 왜 루멘으로 떠나는 것인가요?

 

 - 레흐 왕은 인간들의 소문대로 지혜로운 자인 것 같더구나. 그 역시 아르도르의 배신을 눈치 챈 상황이니 테스미르미드의 육로는 배반자들에게 쉽게 열리진 않을 게야. 하지만 레흐 왕이 아르도르의 강압을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지. 아르도르의 야심을 잠재우기 위해선 보다 막강한 세력의 도움이 필요해. 그게 우리가 루멘으로 가는 이유란다.

 

 나와 이니스는 뤼귀의 뜻을 이해했고 말의 속력을 더했다. 우린 티니아 강 서편을 따라 한나절 동안 북상했다.

 

 

 엘레노어 26_

 우린 모두 일찍 잠에서 깨 다시 북쪽으로 이동했다. 아침에 이니스는 뤼귀에게 우리가 이동해야할 거리를 물었고 뤼귀는 그 거리에 적어도 열흘 이상이 소요된다고 대답했다.

 

 

 -

 

 

 J_

 이제 그롯테의 내분에 대하여 말할 때가 됐다. 그전에 트리푸르라는 인퀴스토 디토스에 대해 잠깐 설명할 필요가 있다. 그는 루크룸의 왕 라귈라를 따르는 자로 그의 악명은 그롯테 전체를 통틀어 라귈라에 바로 다음갔다. 열매 맺지 않는 나무와 시든 열매를 맺는 나무의 이야기(‘풋-얼무스 괴담’이라고 한다. 여느 깊은 숲마다 도사리고 있는 두 나무는 숲에 들어온 사람들을 붙잡아 사지를 찢어 자신의 가지에 매달아놓는다는 내용이다.)를 지어내 인간들에게 퍼뜨린 것이 그였다. 그 이야기는 당시 린그노르 동방국가에 널리 알려져 있었고, 이야기 속 두 나무가 의미하는 존재인 라귈라와 퀴노르스피나는 공포와 불길함의 대상이 되어있었다. 또한 트리푸르는 인간들과의 전투마다 포로를 데려다 나무에 묶어둔 뒤 날카로운 철침을 던져 포로의 얼굴에 꽂아 넣는 것을 유희로 삼았다고 한다. 때문에 루크룸 서쪽에 위치한 그의 영역엔 나무기둥마다 군인들의 시체가 묶여있어 파리와 독수리가 유독 많았다고 전해진다.

 

 당시의 그롯테는 루크룸, 루마스피나, 우밀리타, 에퀘스, 세르부스, 레인웜까지 총 여섯 왕국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각국의 왕은 모두 우두머리 인퀴스토 디토스였다. 왕에 오르지 않은 나머지 여섯의 우두머리들은 제각기 잉코아 각지를 떠돌거나 대륙에서 멀리 떨어진 대해에 살며 지오르고스의 일기가 쓰일 당시엔 동족을 거느리지 않았다.

 루크룸과 루마스피나, 우밀리타 이 세 왕국은 인간들을 적대했다. 에퀘스와 세르부스는 그 세 왕국과 대립했고, 이미 여러 차례 언급했듯이 레인웜만은 중립을 지켰다. 이들의 내분은 단순히 서로 가벼운 제재만을 권하던 시기를 지나있었다. 각 국경에선 실제로 충돌이 있었고, 반인간적 세력이 더 이상 서진할 수 없었던 이유도 사실상 에퀘스와 세르부스의 무력적 간섭 때문이었다. 그러나 서로 대립하던 다섯 왕들은 누구도 먼저 나서서 다른 왕을 직접 공격하지는 않았는데, 이는 우두머리끼리의 유대 때문이기도 했지만 어느 쪽의 승패도 쉽게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임이 더 컸다. 당시의 우두머리들이 서로에게 얼마만큼의 실체감을 느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여러 기록들을 종합해보면 그들은 사실 서로를 두려워했고, 웬만한 이유로는 각자의 영역을 벗어나지 않았다.

 인퀴스토 디토스들에겐 실체감이라는 감각이 존재했다. 태초의 신들은 아무리 먼 거리에서도 서로의 존재를 느꼈다고 전해진다. 인퀴스토 디토스들의 실체감은 그런 신들의 감각과 유사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체감은 인퀴스토 디토스들끼리만 적용되던 감각으로, 모든 인퀴스토 디토스들이 각자의 실체감을 지니고 있었다.(셰펄드는 자신의 실체감은 지니고 있으면서도 상대의 실체감을 느끼질 못했는데, 이는 극히 드문 경우였다.) 그로인해 인퀴스토 디토스들은 상대방이 동족이라면 그 상대의 강함을 알 수 있었고, 상대방이 자신에게 갖는 적대심과 친밀도에 대해서도 판가름할 수가 있었다. 일부 실체감이 뛰어난 이들은 그것을 통해 상대방의 위치를 대략적으로 가늠하기도 했으며, 그중에서도 우두머리와 같은 고위 인퀴스토 디토스들은 자신의 실체감을 제어하기도 했다. 이 감각은 그들의 사회 속에서 그들에게 본능처럼 작용했다. 그들은 모두 자신이 섬기는 우두머리의 강함에 대해서 알았고, 우두머리만큼의 힘을 가지지 못한 이들은 절대로 왕위를 탐하지 않았다. 절대적이지 못한 힘은 자신 스스로와 부하들 모두에게 투명했기에, 자신의 능력에 넘어서는 직책은 그들에게 곧 수치이며 불명예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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