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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그녀의 황궁입성기
작가 : 청휘아
작품등록일 : 2020.8.8

황궁 안에서 황자님들과 어울리면서 놀았던
나의 철없던 시절이 지나가고 그 기나긴 시간 속에서
나는 혼기만 꽉 차버린 열여덟의 처녀가 되어 있었다.

막연하게 황자님들 중 한 명과 혼인할 것이라고
생각은 했는데 그게 하필 생각도 없는 팔황자라니. 아, 내 인생. 정말.

"우리 백아, 나랑 둘만 있고 싶었구나. 알았어. 같이 있자."

이건 뭐라는 거야 또?
아무래도 인생설계를 다시해야하나 싶다.


#황궁 #정치싸움 #정략결혼 #궁정로맨스 #첫사랑
#새침하고 밝은 여주 #장난기 많은 남주

문의: rtw0796@naver.com
표지: 졔리님 커미션

 
3. 태화절(太華節)
작성일 : 20-08-09 13:53     조회 : 249     추천 : 0     분량 : 5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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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궁에서 자라 이런 것을 한결같이 지켜봐왔음에도 질리지도 않는 모양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연회는 자주 열렸다. 한 달에 4번 정도?

 

 물론 지금의 폐하라 이 정도지 예전 황제들 중 국고를 많이 탕진한 분은 한 달에 10번 이상을 연회만 열었다고 한다.

 

 나는 지금 시대에 태어난 것이 천만 다행이라 생각한다. 생각해보라. 폭군이 다스리는 시대에서 태어난다면 내가 공주마마와 이렇게 친하게 지낼 수 있었겠는지.

 

 솔직히 연회는 정말 피곤하다. 이른 아침부터 치장을 하고 궁으로 와서 항상 웃는 표정으로 앉아있어야 하는데, 시종일관 웃기만 하는 것이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그러다 보니 연회가 끝날 때쯤에는 안면 근육이 저절로 굳어 버리기도 했다. 또 끝나는 시간은 오로지 폐하 마음이시라 연회에 참석한 모든 이들은 폐하가 자리에서 일어나실 때까지 궁 밖을 나가지 못하였다.

 

 대개는 해가 떨어지는 시간에 자리에서 일어나지만 그때까지 버티는 것도 일이라면 일이다.

 

 하지만 또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는 게 잘만 하면 연회에서 인연을 만나 혼인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는 아주 살짝 더러 있는 경우였지만 요런 이야기가 더 끌리는 법이다.

 

 폐하께서 뽑아주시지도 않는 마당에 이번 기회라도 잡아서 신랑감을 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히 말해두는데 이건 그냥 일종의 놀이다. 절대로 혼인하지 못할까봐 이러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뭐 저야 잘 참석하여 자리를 빛내주지 않습니까.”

 

 “이번에는 전하를 위한 것이라 특히 거슬리는 행동은 삼가거라. 저번처럼 천방지축 굴다가 태부에게 혼나지 말고.”

 

 “아무렴요. 설마 이번에도 그렇게 멍청하겠습니까.”

 

 저번이라 함은 팔황자마마를 위해 열린 연회 때 내가 잠시 혼자 돌아다니다가 오황자마마가 아끼시는 물건을 깨버리고 만 일이다.

 

 황자의 물건을 깨뜨린 일은 커다란 중죄에 해당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그것을 들켜버린 난 첫째 오라버니에게 보름간 궁중출입을 금지 당하고 엄한 감시와 함께 굵은 몽둥이로 다리를 심하게 맞았었다.

 

 당시 폐하와 오황자마마는 자기네들보다 심한 행동에 오라버니를 말리기까지 했지만 가족보다 일이 우선이었던 오라버니가 이런 일을 그냥 넘길 리 없었다.

 

 다른 오라버니들과 언니들까지 합세해 말린 덕분에 나는 겨우 죽다가 살아났다. 내 나이 열두 살 때의 일이었다.

 

 “저도 이제 열여덟이나 되었는데 물건을 함부로 깨뜨리거나 하진 않아요. 그때 제가 얼마나 무서웠는데요.”

 

 “내 너의 마음을 몰랐겠느냐. 태부가 그리 행동할 줄은 나도 짐작하지 못했는데. 하여간 이번 연회는 특별히 더 조심하여라. 알겠느냐?”

 

 “예. 공주마마.”

 

 태자전하를 위한 연회라니. 정말 신중히 해야 할 노릇이었다.

 

 ***

 

 오늘 아침은 그야말로 정신없기가 그지없었다.

 

 태화절(太華節)이라 나라 전체에 선포한 폐하께서는 신분을 가리지 않고 모든 백성들에게 하루 동안 쉴 수 있도록 하고, 가벼운 죄를 지은 죄인들은 사면해 주었으며, 나이가 드신 분들이나 집이 없는 사람들에게 떡과 고기를 지급하며 큰 은혜를 베풀었다.

 

 연회는 성대하게 열렸기에 많은 대신들의 자녀들이 가마를 타고 황궁에 당도했다. 황궁인 천운성 앞에는 긴 줄 행렬의 가마가 차례대로 궁에 들어가고 있었다.

 

 덧붙이자면 나는 공주마마께서 특별히 궁에서 보내준 가마를 타고 먼저 당도했다. 가마와 함께 도착한 서신에는 어제 일에 대한 고마움과 함께 편히 궁 안으로 당도하길 바라는 마음이 적혀 있었다.

 

 다른 사람보다 일찍 도착한 나는 연회가 열리는 세화전으로 가서 안내해주는 이를 따라 지정해준 자리에 먼저 앉아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아는 이들 몇몇이 눈에 보였다. 소부의 넷째 아들인 한주호, 한림원 장원학사의 첫째 아들인 김여원, 예부상서의 다섯째 딸인 소다인 등 제법 높은 직분의 자녀들이 다른 이들보다 빨리 도착해 있었다.

 

 저들도 아마 황자님들이나 높으신 분의 친분을 이용하여 남들보다 빨리 당도한 것일 테지. 신분을 남용하는 건 남들이 보기에도 좋지 않으니 나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회시각인 진시(오전7시~9시)가 다가오자 시간을 알리는 종이 ‘댕댕’하고 울렸다. 이미 세화전은 대신들과 그들의 자녀들로 빽빽하게 채워져 있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오라버니들은 각자 지위가 있기 때문에 나보다 훨씬 앞에 앉아 있었고 언니들은 초청을 따로 받지 않아 오지 않은 상태였다.

 

 황궁 위쪽에서 북을 쾅- 하고 한번 치는 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어떤 사람이 이렇게 외쳤다.

 

 “황제폐하께서 납시오!”

 

 그 소리에 나는 물론이고 신하들이 양쪽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이고 있자 세화전 앞문, 춘영문이 열리더니 황제폐하가 황후와 함께 나오셨다. 그 뒤로 태자전하께서 주변을 힐긋- 둘러보더니 발걸음을 옮기셨다.

 

 두 분이 제일 위쪽에 있는 상석자리로 걸음을 옮기시는 동안 모든 사람들은 정숙했다.

 

 이윽고 폐하께서 황후마마와 함께 자리에 앉자 바로 밑에 태자전하 내외께서 앉으셨다. 그 순간에도 우리는 계속 서서 폐하의 말씀에 귀를 기울였다.

 

 “오늘 태자의 연회에 참석해 준 모든 이들에게 내 아비로서 감사의 인사를 전하겠소. 오늘 연회는 태자를 위해 열었지만 그동안 수고해준 대신들과 나라를 위해 고생해준 모든 이들을 위하여 여는 것과도 같소. 내 정성껏 노고를 치하할 것이니 마음껏 즐기고 가도록 하시오.”

 

 “황제폐하 만세! 태자전하 만세! 만만세!”

 

 폐하의 말씀이 끝나자 또 어떤 사람이 이렇게 외쳤고 그에 맞추어 우리들이 뒤따라 손을 들고 외쳤다.

 

 “황제폐하 만세! 태자전하 만세! 만만세!”

 

 주변에서 와- 소리치자 폐하께서 오른손을 움직여 위로 들었다. 순식간에 모두가 조용해지는 광경은 항상 봤던 것이지만 여전히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폐하께서 뒤로 물러나 자리에 앉으시자 연회를 주관하는 예부상서가 앞으로 나와 연회의 시작을 알렸다.

 

 이제 본격적인 연회의 시작이었다. 가운데에서 무희들이 아름다운 음색에 맞추어 곱게 춤을 추자 신하들은 그 음악에 맞추어 박수를 쳤다.

 

 나무로 만든 상 위에는 갖가지 푸짐한 음식들과 과일들이 오색찬란하게 올려져있었고, 나는 앞에 차려진 음식들을 먹을 만큼 그릇에 담기 시작했다.

 

 황궁에서 연회 때마다 차려진 음식들은 정말 온갖 산해진미의 귀한 음식들이다. 나도 꽤나 높은 신분으로 어렸을 적부터 좋은 거 다 먹고, 다 입고 자랐지만 궁에 사는 황자님들이나 공주마마에 비교하면 당연히 천지차이라 할 수 있다.

 

 이때의 음식들은 정말 지금만 맛볼 수 있는 그런 것이기 때문에 무조건 많이 담아야 하는 것이다.

 

 음식을 한번 담고는 주변을 쓰윽- 둘러보니 오른쪽에서 그릇을 손에 들고 이쪽으로 오는 김여원이 보였다.

 

 푸른빛의 예복을 갖추어 입은 그는 멀리서 보기해도 훤칠하게 보였다. 김여원은 앞에서 소개한 한림원 장원학사의 첫째 아들이다. 그가 나에게 와서는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와, 백아 오랜만이다. 아직도 혼인 못했지?”

 

 한다는 소리라고는 내 신경을 긁는 말 뿐이었다. 그런다고 기죽을 내가 아니었다. 나는 눈웃음을 지으며 그에게 웃어보였다.

 

 “어머, 그건 너도 마찬가지일 텐데.”

 

 “백아 네가 고운 사람 좀 소개해줘. 아니다, 그냥 네가 나한테 올래?”

 

 능글맞은 얼굴로 나에게 손을 내밀며 그렇게 말하는 그의 모습에 나는 헛구역질을 했다.

 

 “넌 그 버릇 아직도 못 고쳤냐? 그러니까 여인네들이 싫다는 거 아냐. 누가 기생집에나 들락거리는 서방을 좋아하겠어.”

 

 내 말에도 그는 걱정할거 없다는 표정으로 피식- 웃어버렸다. 도대체 무엇을 믿고 저리 자신만만한지 저 녀석의 머릿속을 확인하고 싶은 욕망이 솟구쳤다.

 

 “에이-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내 매력을 이해하는 사람이 나타날 거야.”

 

 “퍽이나 나타나겠다. 넌 그 버릇 고치기 전에 절대 못 갈 거야.”

 

 “그럼 뭐 그냥 혼자서 살지.”

 

 미련이 없다는 듯 거리낌 없이 턱- 하니 말하는 모습에 황당해서 아무 말도 못했다. 그는 머리를 한번 쓸어 넘기고는 손을 흔들며 저편으로 멀어져갔다.

 

 그래. 제발 가서 오지 마라. 그릇에 담긴 음식을 우물우물 먹으며 다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장내가 시끄러워 바로 옆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잠시 조용한 데로 벗어나기 위해 세화전 뒤쪽에 있는 문을 나와 근처에 있는 정자, 화연정으로 걸음을 옮겼다.

 

 세화전 자체가 꽤나 넓은 곳이기 때문에 벗어나는데 약간 시간이 걸렸지만 발걸음이 화연정에 가까워질수록 고요해지는 게 좋았다.

 

 연회 때마다 나는 화연정에 오는 게 버릇이 되었다. 활발한 성격 때문에 시끄러운 것을 좋아한다고 여기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었다.

 

 엄청 많은 사람들이 모이면 얼마나 시끄러운지 아는가. 머리가 어지러워 내가 어디에 있는지도 분간이 안 될 정도였다. 그래서 찾아낸 곳이 이 화연정이었다.

 

 화연정은 몇 백 년 전에 어떤 후궁이 기둥에 목을 매달아 죽었다 하여 다들 꺼리는 장소였다.

 

 예전에는 화연정에 많은 이들이 모였지만 지금은 이런 이유로 아주 적막하고 음침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원래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지 않은가.

 

 나는 화연정에 올라 가만히 서서 궁의 경치를 감상했다. 바람이 한쪽에서 불어오자 어린 시절 궁에 처음으로 왔던 기억이 떠올랐다.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고는 앞을 보며 멍하게 있는데 어떤 인영이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는 게 보였다. 어라? 웬만해서는 이 근처로 오지 않을 텐데 도대체 누구길래 당당하게 걸어온담.

 

 체격과 옷차림 그리고 큰 키로 보아서는 남자가 틀림없었다. 호위병사인가 보다 하고 생각했던 나는 그가 점점 가까이 다가오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다시 한 번 그를 바라보았다.

 

 내가 생각하는 그 사람이 아닐 거라고 여기며.

 

 하지만 눈을 비비고 여러 번 깜빡여 봐도 그가 맞았다. 옷차림만 봐도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심장이 놀랐다. 나는 제자리에서 우왕좌왕 하며 어쩔 줄을 모르다가 그가 나를 못 봤을 거라 여기며 정자 아래로 숨어버렸다.

 

 그래, 거리 차이가 있는데 여기서는 잘 보여도 저기서는 날 보지 못했을 거야. 두 손으로 머리통을 감싸고 그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발걸음이 저벅저벅 다가오며 어느 순간 그가 멈추자 나는 심장이 쫄깃해지는 느낌까지 받았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으로 보아 가만히 멈추어 있는 것 같았다.

 

 ‘아, 진짜. 왜 안가는 거냐고. 제발 좀 지나가라.’

 

 발끝에 쥐가 나려 했다. 이러고 있었던 지도 시각이 조금 흐른 것 같은데 아무래도 갈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이런 식으로 날 고문하는 게 취미인가.

 

 결국 내 쪽에서 먼저 항복하기로 했다. 난간을 붙잡고 조심스레 일어나자 정자 앞에서 올라오지 않고 일어선 내 모습을 지켜보는 그가 보였다.

 

 나는 뒤로 살짝 물러났다. 안 그래도 날카로운 인상인 그가 눈썹까지 치켜 올리자 온몸에서 살기 같은 것이 풍겨져 나오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이때까지 한마디도 안하고 있던 것이 무색하게 정자로 올라오며 낮은 목소리로 태자가 말했다.

 

 “너는 윗사람에게 인사를 하는 법도 모르나.”

 

 나는 한숨을 살짝 내쉬며 내 앞에 선 그에게 인사를 올렸다.

 

 “태자전하를 뵈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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