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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아이돌스토리
내 여자친구는 아이돌?
작가 : 연초록달팽이
작품등록일 : 2020.8.9

'아이돌'이 등장하는 청춘 성장 멜로 로맨스 판타지? '스토리'입니다.

 
갯지렁이 차별금지
작성일 : 20-08-09 12:36     조회 : 205     추천 : 0     분량 : 4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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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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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으.. 미안, 미아내. 나 속이 너무 안 좋아서.. 아까 하던 얘기 계속할까?"

 속을 잔뜩 게워낸 태혁이 조금은 정신을 차린 모습으로 자리에 앉으며 성훈에게 차마 다 듣지 못한 이야기를 갈구했다.

 "..."

 하지만 성훈은 들을 준비가 된 태혁에게 한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성훈아?"

 길어지는 침묵에 뭔가 의아함을 느낀 태혁은 그렇게 취한 와중에도 성훈의 눈치를 살피기 위해 살며시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고개를 든 태혁의 눈에는 성훈이 아니라 처음 보는 여성이 들어왔다.

 한 눈에 들어오는 조그마한 여성이었다.

 병아리처럼 자그마한 몸집을 가진 그녀는 그를 이상한 사람을 보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태혁은 한참을 마주보았다.

 그녀는 오목조목한 얼굴과 백옥같이 하얀 피부, 그리고 그냥 보기에도 보드라울 것 같은 보송보송한 피부 결을 가지고 있었다.

 작은 그녀 얼굴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자리한 까만 선글라스는 그녀의 하얀 피부와 대비되어 그녀를 더 하얗고 말랑말랑해 보이도록 만들어주었다.

 반투명한 그것의 뒤로 두세 번 빠르게 깜빡이는 그녀의 투명한 눈망울은 그녀의 호기심을 투영하며 맑고 예쁘장한 그녀의 눈빛을 담았다.

 그 아래로 그녀의 뺨에 살짝 묻은 홍조는 그녀의 사랑스러움을 강조하듯 살며시 불그잡잡한 언성을 높였다.

 너무도 하얗다 못해 창백해 보이던 그녀의 얼굴은 그것의 존재로 인해 더욱 생기를 얻어 그녀가 인형이 아니라는 것을 주장했다.

 코는 또 어떻고.

 얼굴을 타고 흐르는 콧등은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너무 위협적으로 날카롭지도, 그렇다고 너무 안전하지도 않게, 뭉툭하지 않은 유혹과, 오똑하고 부드러운 형상을 만들어냈다.

 마지막으로 가게의 은은한 조명을 반사하며 촉촉하게 빛나는 그녀의 입술은..

 "사랑해요."

 "네?"

 "아니, 그게 아니라."

 태혁은 돌연 본능이 뱉어버린 말을 수습하며 그녀에게 물었다.

 "누구세요?"

 "그건 제가 묻고 싶은 말인데.."

 여성은 아기자기한 입술로 온갖 당황스러움을 표출했다.

 "예? 뭐를요?"

 "네?"

 그렇게 아주 잠시동안 여전히 정신 못 차리는 남성과, 그와 정상적인 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 여성의 이상한 티키타카가 펼쳐졌다.

 "주문하신 음식 나왔습니다."

 이상한 실랑이 끝에 그녀가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그리고 잔뜩 취한 남성에게 문득 달콤하고 익숙한 향이 들이닥쳤다.

 "어! 오징어 버터구이!"

 태혁은 술기운과 함께 이틀 연속으로 만난 그것에 동지애 같은 것을 느끼며 한껏 반가움을 표출했다.

 "오징어 좋아해요?"

 "아, 네. 뭐."

 "오오."

 태혁은 뭐가 또 그리 반가운지 불쑥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그러더니 그녀 앞에 놓인 젓가락을 들어 오징어 한 점을 푹 찍었다.

 당황하는 그녀에게 그는 오징어를 들어보였다.

 "이렇게 못생겼는데? 구워도 못생겼는데?"

 "풉. 그게 무슨 상관이에요. 오징어가 맛만 있으면 되지."

 그녀의 긍정적인 대답에도 그는 풀이 죽은 듯 입술을 툭 내밀며 토라졌다.

 "아닌데에. 상관있던데."

 그는 오징어를 다시 내려놓았지만 여전히 오징어 한 점을 젓가락으로 집요하게 괴롭히며 말했다.

 "자꾸 보다보면 얘도 나름 귀여운 구석이 있거든요? 눈도 땡글땡글하고, 머리도 펑퍼짐하고.. 근데, 그게 팩트에요. 자꾸 봐야지 귀여운 줄 안다는 거. 근데 사람들은 안 그러잖아요. 딱 보고 못생기면 기회조차 안 주는 게 사람들이잖아... 혹시 개불 먹어요?"

 "네."

 "아.. 그럼 해삼은?"

 "먹어요."

 "어.. 성게는?"

 "그것도 먹어요."

 "어.. 그럼 갯지렁이는?"

 "그걸 어떻게 먹어요."

 "봐봐! 못생겼다고 갯지렁이한테는 기회도 안 주잖아. 지금 갯지렁이 차별해요?"

 "아니, 그건 우리 집 뽀삐도 안 먹어요."

 "허엉. 갯지렁이 불쌍해. 아무리 맛있어도 그게 무슨 의미가 있어요. 못생겼다고 버림받으면 끝인데."

 "그럼 그쪽은 갯지렁이 먹어요?"

 "... 아무튼! 오징어 너무 미워하지 마요. 오징어도 못생기고 싶어서 못 생긴 거 아닌데.. 그걸로 구박받으면 오징어가 너무 슬프잖아요."

 지글지글 익어가는 오징어는 태혁의 손에서 더욱 달곰한 향을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향이 점점 더 짙어져가기 시작할 때, 불쑥 태혁의 손으로 부드럽고 따뜻한 촉감이 스며들어왔다.

 여성의 손이었다.

 그가 당황할 새도 없이 그녀는 작고 가느다란 손으로 자신보다 한 마디 정도는 더 클 것 같은 그의 손을 보드랍게 감싸 안았다.

 그러고는 자연스레 자신의 손처럼 그의 손을 조종하여 그가 끈질기게 괴롭히고 있던 버터구이를 집어들어 자신의 입 속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보란듯이 자그맣고 선 분홍빛을 띠는 예쁜 입술로 오물조물 오징어를 씹었다.

 "안 미워해요. 이렇게 맛있는 데, 왜 미워해요."

 그녀는 빙긋 웃었다.

 "괜히 착각하는 거겠죠. 나는 못생겼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을 거다, 라고. 물론 외면이 중요하지 않다고는 말 못하겠어요. 하지만 사람들 취향은 다 다르거든요. 누구는 오징어를 좋아하지만 또 누군가는 오징어를 싫어할 수도 있는 거니까. 하지만 그건 못생겨서가 아니라 입에 안 맞으니까 그런 거 아닐까요?"

 그녀는 한참을 오물거리더니 끝내 그것을 삼켰다.

 그리고 옆에 놓인 잔을 청량감 넘치게 기울이더니 캬하 하고 감탄을 질렀다.

 "아, 맛있어. 한 점 할래요?"

 문득 태혁은 살짝 술이 깨는 듯 했다.

 그의 손에는 여전히 그녀의 온기가 남아 그의 심장을 희롱했다.

 비워낸 속과 두근거리는 심장과 사랑스러운 여성으로 인해 잃어가는 알딸딸함에 그는 차츰 본연의 소심함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아, 아니요. 괜찮아요."

 "뭐야. 갑자기 싱거워졌어."

 그녀는 그런 그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입술을 삐쭉 내밀더니 태혁의 손에서 젓가락을 뺏어들었다.

 당돌하게 빼앗긴 젓가락은 노릇노릇 익어가는 오징어를 한 점 들고는 그대로 그에게 돌진했다.

 "자, 먹어요."

 "아, 저 정말로 괜찮아요."

 "씁! 빨리 먹어봐요."

 극구 사양함에도 젓가락은 그의 입 속으로 그대로 밀려 들어갔다.

 그러자 촉촉한 오징어와 달곰한 버터향이 입 안 가득 그를 물들였다.

 혀가 그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잔뜩 달콤함을 즐기고 있을 때, 뜨거운 오징어로 인해 약간 미적지근해진 젓가락이 사르르 그의 입술을 훑으며 빠져나왔다.

 그 의도치 않은 은밀한 자극에 그는 순식간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다행히도 술이 그의 뺨을 미리 적셔 놓았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그는 빨게 진 그의 얼굴을 들킬 뻔했다.

 "맛있죠?"

 오물거리는 그를 바라보며 그녀는 만족스러운 듯 물었다. 반투명한 선글라스 사이로 그녀의 맑은 눈동자가 비추었다. 태혁은 그런 그녀의 눈을 살며시 피했다.

 "네. 맛있어요."

 그녀는 또 흐뭇해 하더니 자신도 한 점 들어 입에 집어 넣었다.

 "사람들이 참 까다로워 보이잖아요. 그거 맞아요. 못생긴 사람보다는 예쁜 사람을 원하고, 예쁜 사람보다는 예쁘고 날씬한 사람을 원하고, 예쁘고 날씬한 사람보다는 예쁘고 날씬하고 착하기까지 한 사람을 원하잖아요. 그래놓고 또 이게 부족하면 이게 부족하다고 만족하지 못하고, 저게 부족하면 또 저게 부족하다고 만족하지 못하고, 뭐가 그리들 욕심들이 많은 지. 하지만 있잖아요. 그래서 살 수 있는 거에요. 그런 욕심조차 없으면 사람은 살 수 없어요. 지금에 만족하지 못하니까 사람은 또 발전하기를 원하고, 오늘에 만족하지 못하니까 사람은 또 내일을 바라는 거겠죠. 그렇지 않는다면 우리에게는 굳이 내일이 필요할까요?"

 그녀는 또 빙긋 웃었다.

 "태혁아! 이태혁! 아니, 얘는 토하러 간 놈이 화장실에도 없고, 전화도 안 받고, 뭐하는 거야. 태혁아!"

 그런 그녀와 태혁의 옆으로 성훈이 태혁을 애타게 찾아다녔다.

 마치 다섯 살짜리 애를 잃어버린 부모처럼.

 그런 그를 힐끔 쳐다보며 그녀가 물었다.

 "혹시 이름이 태혁이에요?"

 그러자 태혁은 화들짝 놀라며 어떻게 알았냐는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

 "풉. 휴대폰 좀 보셔야 할 것 같은데."

 "네?"

 그는 이제야 바지 춤에서 한참을 질식당하던 휴대폰을 주섬주섬 꺼내어 보았다.

 휴대폰에는 성훈의 이름으로 달린 부재중 전화가 세 통이나 남겨져 있었다.

 그는 그것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이 테이블을 잘못 찾아왔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불쑥 밀려드는 부끄러움에 그는 머쓱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실례했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꾸벅 고개를 숙이는 그의 앞으로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미소로 대답했다.

 그렇게 태혁은 그녀를 뒤로 한 채 발걸음을 떼었다.

 한 걸음. 두 걸음.

 걸음을 하나씩 더 걸어낼 때 그에게는 문득 어떠한 생각들이 들었다.

 이대로 간다면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

 이대로 간다면 정말 다시는 볼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

 그가 살면서 처음으로 느껴보는 어떤 이질감이었다.

 어쩐지 찝찝하다고 표현하기에는 아쉬운 느낌, 한편으로는 또 알 수 없는 갈증 같은 것이 느껴지는 감정이었다.

 그것을 누군가는 욕심이라고 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전히 그에게는 생각 하나가 비집고 들어왔다.

 이대로 가버린다면 절대로 후회할 것이라는 생각.

 그것이 욕심이라고 해도.

 "저기요."

 태혁은 몸을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방금 막 입에 집어 넣은 오징어를 우물거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런 그녀를 향해 그는 떨리는 마음으로 물었다.

 "번호 좀 주실래요?"

 다람쥐처럼 오징어를 오물거리던 그녀는 그런 그를 보며 빙긋 미소 지었다.

 "싫은데요."

 
작가의 말
 

 그래도 갯지렁이는 징그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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