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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아이돌스토리
내 여자친구는 아이돌?
작가 : 연초록달팽이
작품등록일 : 2020.8.9

'아이돌'이 등장하는 청춘 성장 멜로 로맨스 판타지? '스토리'입니다.

 
사타구니 잔혹사
작성일 : 20-08-09 12:04     조회 : 192     추천 : 0     분량 : 4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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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머리야."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왔다.

 마치 기나긴 악몽에 밤새 잠이라도 설친 듯 온몸이 찌뿌둥했지만 태혁은 그것이 숙취 때문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엄마, 나 물! 나 물 좀 가져다 줘요."

 그는 뱀 허물 같은 이불 속에서 숙취의 괴로움에 몸을 베베 꼬며 그의 어머니가 물을 가져다주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이내 그는 자신이 최근에 독립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을 깨달은 그는 이불에 잔뜩 몸을 치대며 지렁이처럼 꿈틀 발악을 해대다가 꾸역꾸역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차라리 이 갈증을 무시하고 그냥 다시 잠을 자버릴까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달라붙은 목구멍이 지금 당장 물을 바치지 않으면 또 다시 악몽을 꾸게 해주겠다며 저주하는 바람에 그는 하는 수 없이 고개를 흔들어 최소한의 정신을 깨웠다.

 절전모드로 인해 최소한의 몸의 기능만이 살며시 살아난 그는 여전히 반쯤 감겨있는 눈을 하고 정수기를 향했다.

 술에 절여져 무겁디 무거워진 몸은 그에게 차라리 굴러가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켰지만, 그는 대견하게도 그 모든 욕구를 물리친 채 두 발을 가진 인류로서의 자긍심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절전된 그의 정신은 발을 떼어내기보다는 질질 끄는 것을 택했다.

 그렇게 발을 질질 끌며 부엌을 향하던 그는 이제 막 목표물과의 거리가 세 걸음정도 남았을 때 툭하고 발에 닿는 촉감에 소스라치게 놀라 비명을 질렀다.

 "어우씨! 이거 뭐야."

 "뭐긴 뭐야. 나다, 이 띱때끼야. 옥땅으로 따다와."

 "아, 꺼져! 심장 떨어질 뻔 했잖아."

 "어엌!"

 태혁은 그대로 재현을 밟고 넘어 주방을 향했다.

 그는 달그락 컵을 집은 뒤 정수기에서 한 가득 물을 빼내었다.

 그리고 컵에 한가득 채워진 냉수를 벌컥벌컥 들이키며 몸에 남아있는 알코올 성분을 희석시켰다.

 "캬아."

 "어이구. 우리 태혁이 시원해요?"

 재현의 물음에 태혁은 구길 수 있는 모든 안면 근육을 구긴 채 재현을 바퀴벌레 쳐다보듯 보았다.

 "미쳤냐?"

 "어이구. 우리 태혁이 언짢아요?"

 "..에휴."

 태혁은 더 이상 대꾸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가스레인지 위의 서랍 문을 열었다.

 그리고는 상종 못할 인간에게 물었다.

 "몇 개. 세 개?"

 "됐어. 안 먹어."

 "엥? 웬일이냐, 니가. 우리 집만 오면 없는 것도 만들어서 쳐 먹더니."

 그가 의아한 듯 고개를 돌리자, 재현이 음흉한 눈을 하고 태혁을 훑어보고 있었다.

 "아, 쫌! 아까부터 왜 그래. 더럽게."

 "흠.. 아무것도 아냐. 그건 그렇고, 나 약속 있어서 가볼게."

 "누구. 성훈이?"

 "아니, 있어. 이 형의 사생활을 너무 깊게 알려고 하지 마."

 "또 여자냐."

 태혁의 물음에 그는 말없이 웃었다.

 "야, 너는 친구가 모쏠인데, 소개는 안 해주고 어떻게 맨날 너 혼자만 노냐."

 불평하는 태혁을 보며 재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네.. 확실히. 많이 안 쓰다보면 확실히 무감각해지는구나."

 "뭐? 뭐가."

 "아니, 그냥 그렇다고."

 "아까부터 뭐라는 거야."

 그는 또 알 수 없는 말로 주절주절 하더니 이내 현관을 향했다.

 태혁이 라면 물을 받으며 라면 봉지를 뜯는 동안, 재현은 느긋하게 신발을 신었다.

 콧노래까지 부르며 즐거워하는 재현을 태혁이 이상한 듯 바라보자, 재현은 태혁에게 살짝 윙크를 해보였다.

 "아, 씨발. 아니, 도대체 역겹게 왜 그러냐고."

 "아니, 뭐."

 그는 잠시 시선을 내리깔았다. 그리곤 다시 태혁을 보며 미소 지었다.

 "아냐. 됐어."

 그는 자리를 툭 털고 일어나더니 옷을 빳빳하게 털어보이고는 태혁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럼 친구야, 시원한 하루 보내렴."

 "병신. 가라."

 무심한 태혁의 인사에도 재현은 뭐가 그리 신나는 지 통통 튀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을 나섰다.

 또르르 문이 닫히고 태혁은 불을 올리기 위해 다시 가스레인지 쪽으로 몸을 돌렸다.

 여전히 잔재한 알코올은 그를 입이 찢어져라 하품 하도록 만들었다.

 그는 나른하게 쩌억 입을 벌리며 대부분의 남성들이 가진 습관으로 별 생각 없이 사타구니를 긁었다.

 어? 뭐야.

 그리고 그의 손이 바지춤을 짓누르자 찐득한 느낌이 바지 안에서 가득 밀려들어왔다.

 동시에 시원한.. 아니 시원하다고 표현하기에는 너무도 알싸하고 차가운 촉감이, 그리고 불쾌함이 사타구니에 잔뜩 전염됐다.

 아, 아! 이 씨발!

 "박재현 이 개새끼야아아아아아~"

 

 ******

 "~아아아아아!"

 태혁이 소리를 지르며 성훈의 옆에 앉아있던 재현에게 달려들었다.

 "우앗! 태혁아, 진정해! 컴 다운! 나야, 나. 재현이. 니 베스트 프렌드!"

 "베스트 프렌드같은 소리하고 있네."

 태혁에게는 이미 아무 말도 들리지 않는 듯했다.

 그는 몹시 흥분한 모양으로 자신의 가방을 뒤적거리더니 이내 쿨민트향 치약을 꺼내들었다.

 "딱 대! 내가 너 올 한해동안 더울 일은 없게 만들어 줄게."

 "괜찮아, 사양할게. 나 음양인 체질이라서 더위 잘 안 타거든."

 "아가리 닥치고 이리와. 이리 안 와?"

 "성훈아! 살려줘!"

 "이리 오라고, 이 새끼야!"

 성훈을 중심으로 둘은 한참을 뱅글뱅글 돌더니 이내 강의실 밖으로 후다닥 모습을 감췄다. 성훈은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미친놈들."

 

 ******

 "진짜, 박재현 개새끼. 죽어버려."

 "오우, 태혁쓰, 진정해. 내가 이렇게 맛있는 것도 사주잖아. 이거 먹고 마음 풀라고 친구."

 초록 에메랄드 빛깔의 병이 기울며 주르륵 투명한 잔을 채웠다.

 그는 성훈의 잔과 자신의 잔에도 마저 술을 채운 뒤, 태혁을 향해 슬쩍 미소 지어보였다.

 "자, 자 우리 아픈 기억들은 모두 잊어버리고 즐거운 마음으로 건배하자고. 자! 우리들의 영원한 우정을 위하여!"

 "지랄."

 "병신."

 혼자 회식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재현을 무시하고 둘은 재현의 팔 밑으로 잔을 부딪혔다.

 머쓱해진 그는 홀짝 술을 넘기는 태혁과 성훈을 보더니 문득 즐거운 생각이 났는지 들뜬 얼굴로 잔을 테이블 위에 살며시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갑자기 잔에 푹 고개를 박더니 멀쩡한 입을 두고 혀로 할짝할짝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미친놈.

 이미 그런 그의 모습에 익숙해진 둘은 한심한 듯 고개를 젓다가 눈을 마주치고는 피식 웃었다.

 술은 또 술을 마시고, 시간은 또 시간을 삼켰다.

 하지만 여전히 밤은 길었고, 그들은 여전히 젊었다.

 어느새 술병들이 한 병, 두 병 쌓여 테이블을 가득 채우고, 이제는 그들이 술을 마시고 있는 건지, 아니면 술이 그들을 마시고 있는 건 지, 알 방도는 없었지만 젊은 청춘들의 밤은 여전히 쌓여가고 있었다.

 

 ******

 "아니이! 나는, 지인짜 좋아하는 사람이랑 연애가 하고 싶다고오."

 그 말을 들은 재현이 또 미친듯이 웃었다.

 "햨캌컄컄. 미친 놈. 너도 혹시 자만춘가 뭔가 그거냐? 그.. 자연스러운 만남 어쩌고?"

 "추구."

 "아, 그래, 그래. 그거. 자연스러운 만남.. 어쩌구."

 "아니이, 그건 아닌데에."

 그는 휙 손을 들어보이더니 살랑살랑 손사레를 쳤다. 그러고는 조금 이따가 자신의 가슴을 두어 번 쳐대더니 그 위로 손을 얹었다.

 "그 뭐랄까, 지금까지 딱히 막 삘이 꽂히는 그런 사람이 없다고, 삘이."

 "햨햨햨햨햨. 그래? 쀨이 꽂히는 사람이 없었어?"

 "그래! 그거 말이야, 쀨!"

 "햨핰핰핰. 그래서 니가 모쏠인 거야. 막 영화에서처럼 니 이상형이 운명이랍시고 어느 날 갑자기 뿅 나타날 것 같냐?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예쁜데, 마음씨도 곱고 성격도 착하고 그런 사람?"

 재현은 피식 코웃음쳤다.

 "야, 그런 사람이 널 왜 만나냐? 소심한데가가 몸도 비리비리, 근데 키도 안 커. 그렇다고 노력하는 것도 아니야. 에휴. 관둬라. 관둬. 관두고 그냥 평생 혼자 살아. 그게 너한테도, 평생 안 생길 니 여친한테도 좋은 거야. 모쏠 주제에 눈만 높아서는.."

 "아니거든? 나 눈 안 높거든? 나는 그냥 착하고 나랑 성격 잘 맞는 사람 정도면 충분하단 말이야."

 "예를 들어서?"

 "... 항예슬?"

 "푸흡."

 두 취객을 지켜만 보고 있던 성훈이 풉하고 술을 뿜어냈다.

 "푸핰핰핰캌. 항예슬이래, 항예슬. 그니까 너는 지금 마음씨도 착한데 너랑 성격도 잘 맞는 '항예슬'씨를 기다리고 있는 거야? 이렇게 열심히 정절을 지키면서?"

 "뭐! 이씨. 나 같은 새끼는 항예슬 좋아하면 안 되냐?"

 "햨컄햨햨컄켴. 엌컼컼컼컼컼."

 재현은 누가 보면 곧 숨이라도 넘어갈 것처럼 배꼽이 빠져라 웃었다. 그런 그를 보며 의기소침한 듯 고개를 살짝 숙이는 태혁에게 성훈은 말을 건넸다.

 "야, 태혁아. 너라서 항예슬씨를 좋아하면 안되는 게 아니라, 니가 아무 노력도 안 하면서 뭔가를 얻기를 바라면 안 되는 거지. 막말로 항예슬 씨 닮은 착하고 잘 맞는 사람이 네 앞에 오면, 너는 어떻게 할 건데. 가서 말이라도 걸어 볼 수 있어? 지금까지 노력 해 본 적도 없으면서? 물론 저 병신처럼 아무한테나 찝적거리라는 게 아니라, 최소한 변명은 하지 말라는 얘기야. 너라서 안 되는 게 아니라, 그 누구라도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어. 특히 사랑이 그렇고."

 사뭇 진지한 성훈의 말에 태혁은 조금 충격을 먹은 듯 했다. 그는 재현이 그를 비웃을 때보다 더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조금 심했나?

 "야, 태혁아. 괜찮냐? 미안하다, 너무 뜬금없이 진지해졌지. 나 취했나보다."

 성훈은 김빠진 콜라처럼 풀이 죽은 태혁의 등을 가볍게 토닥여주었다.

 "우읍."

 "어? 뭐라고?"

 "우읍!"

 태혁은 그대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곧바로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 그 손을 뒤로 한가득 볼을 부풀린 그는 한 치의 여유도 없이 화장실을 향해 돌진했다. 그런 태혁의 뒷모습을 보며 성훈은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개새끼."

 
작가의 말
 

 치약은 정말 위험한 무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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