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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게임판타지
월드 탑 리플레이어
작가 : 카르캉
작품등록일 : 2020.8.8

2000년 1월 1일, 지구의 상공에 나타난 다섯 개의 탑이 나타났다.

탑이 사람을 먹어 치운다는 도시 전설이 떠도는 와중.

[세계를 구할 탑 플레이어로 선정되었습니다.]

어느 날 나에게 그런 내용이 적힌 편지가 도착하는데.

 
플레이어 튜토리얼 (2)
작성일 : 20-08-08 10:52     조회 : 257     추천 : 0     분량 : 4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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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레이어 튜토리얼을 시작합니다.]

 ……

 [남은 일수 : (0/5) 일]

 

 정신 차렸을 땐 어느 초원 위에 서 있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지평선에 있는 거라곤 풀과 나밖에 없었다.

 한 손엔 날이 꽤 상한 빛바랜 단검이 쥐어져 있었다.

 

 "다시…… 돌아왔어?"

 

 꿈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하지만 똑같은 일이 두 번 반복된 시점에서 헛된 희망이란 걸 알았다.

 나는 튜토리얼을 반복하고 있으며 죽으면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온다.

 죽어도 다시 도전할 기회가 주어지고 있었다.

 

 "마치 게임처럼."

 

 그렇다고 게임처럼 완벽히 이길 때까지 반복하고 싶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죽음까지 이르는 과정은 단순히 HP가 0이니 죽었다, 정도가 아니다.

 피부가 찢기고 내장이 터지는 감각을 굳이 느끼고 싶은 사람은 없을 테니까.

 지금이라도 당장 보어 라이더를 피해 도망쳐야 했다.

 

 "도망칠 순 있는 건가."

 

 저번 죽음에서 이길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전투 혈류'라는 스킬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피해 무시가 아니라서 '전투 혈류'의 지속 시간이 끝나면 나 역시 죽는다.

 저번처럼 보어 라이더를 상대하면 결국 루프에 갇히게 될 뿐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도망치기엔 멧돼지를 탄 보어 라이더의 추격을 피할 수 없다.

 

 "생각해내. 아무것도 없는 초원에서 보어 라이더를 피할 방법을."

 

 몸에 피가 돌기 시작하자 마치 세상이 시간이 느리게 지나가는 듯했다.

 마치 저번 죽음 전에 얻었던 '전투 혈류'의 스킬이 남아있는 것 같았다.

 하긴 스킬이 리셋됐다면 애초에 기억도 리셋됐을 터였다.

 스킬 만큼이나 죽기 전에 얻은 경험과 기억 역시 무시 못 할 영향을 끼치니까.

 

 "죽기 전에 얻은 기억…… 잠깐만 분명 멀지 않은 곳에 동굴이 있지 않았나?"

 

 보어 라이더에게서 얻은 지도에는 분명 오크 부락과 동굴이 표시돼 있었다.

 특히 부락보다 가까이 위치한 동굴은 아무리 멀어도 희미하게나마 형체는 보일 위치였다.

 내가 선 곳은 사방이 텅 빈 초원이었으니까.

 

 "평범하게 생각하면 아공간이나 결계. 하지만 오크가 그런 걸 할 수 있을 리가 없는데."

 

 판타지에서의 오크는 지략보단 물량과 힘으로 밀어붙이는 존재였다.

 아무리 샤먼이 있더라도 지형지물을 감출 정도로 거대한 마법을 부릴 수 없을 터였다.

 

 "확인이 필요해."

 

 다음 행동에 확신이 서자 천천히 흐르던 시간이 정상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보어 라이더가 오는 쪽의 반대 방향으로 달렸다.

 죽기 전에 봤던 지도를 떠올리며 동굴이 표시된 곳을 추측해 뛰었다.

 보어 라이더에게 따라잡히기 전에 확인해야 했기에 뒤를 생각하지 않고 달리기만 했다.

 그리고 끝내 나는 초원의 끝에 다다를 수 있었다.

 

 "젠장, 트루먼 쇼도 아니고 이게 뭐냐고!"

 

 초원의 끝, 정확히 말하자면 초원 그 너머처럼 보이도록 세워진 거대한 벽을 마주했다.

 그림이나 영상이 아닌 유리처럼 느껴지는 거대한 벽.

 이 벽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단어로 표현하자면 결계와 비슷했다.

 

 "……한쪽 끝이 결계로 쳐져 있단 건 다른 쪽도 같겠지."

 

 결국 보어 라이더를 피해 도망칠 방법은 없었다.

 보어 라이더와의 싸움을 강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결계.

 누구의 계획인지는 몰라도 참 악취미였다.

 

 "퀴룩, 먹이, 찾았다."

 

 벽에 가로막힌 내게 익숙한 콧소리가 들렸다.

 그와 동시에 팽팽해진 현이 튕기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벽을 만나 절망한 순간을 놓치지 않고 은제 화살이 빈틈을 파고들었다.

 

 "—커억!"

 

 방심한 자를 가만두지 않겠다는 듯 날아온 화살은 그대로 내 가슴을 꿰뚫었다.

 가슴 속에서 뭔가 울렁울렁하더니 이내 검붉은 피를 토해냈다.

 팔다리에 힘이 풀려서 그대로 뒤로 넘어졌지만 벽에 가로막혀 미끄러지듯 쓰러졌다.

 시야가 붉어지고 또다시 죽음이 나를 찾아오고 있었다.

 

 "퀴루룩! 처음, 온, 인간, 멍청하다!"

 

 오크가 자기의 사냥에 만족한 듯 만족스러운 돼지 콧소리를 내며 내려왔다.

 날 끝장내려고 뒤뚱뒤뚱 걸어오며 허리춤에서 낡은 단검을 꺼냈다.

 난 피를 내뱉으며 오크에게 확인해야 할 걸 물었다.

 

 "오크…… 이 결계…… 네 놈들 소행이냐?"

 "퀴룩? 무슨, 말이냐. 오크, 주술 따위, 쓰지, 않는다."

 "……그래. 고맙다, 돼지."

 "퀴루룩?! 인간, 주제에, 감—!"

 

 주저하지 않았다. '전투 혈류'의 지속 시간이 언제까지인지 몰랐으니까.

 오크가 흥분한 순간, 오른손에 숨겨뒀던 단검을 꺼내들어 그대로 오크의 고간을 단검으로 올려 베었다.

 

 "퀴, 퀴루우욱!"

 

 오크가 참을 수 없는 고통에 뒷걸음질 치자, 난 곧바로 일어나 오크의 눈을 노렸다.

 살집이 있는 곳을 뚫기 위해 은제 화살 다섯 개를 전부 써 찌른 후에야 겨우 죽였었다.

 아무리 '전투 혈류'의 효과로 신체 능력이 올랐어도 지금 몸 상태로는 불가능할 터였다.

 

 '뇌와 직결된 눈은 급소니까.'

 

 멧돼지를 죽일 때 한 일의 연장 선상이었다.

 아무리 오크라도 급소에 칼을 맞고 아무렇지 않을 리 없었다.

 그렇게 단검이 오크의 눈에 닿기 직전, 돼지 발굽 소리가 내 귀를 때렸다.

 주인이 위험하다고 판단한 멧돼지가 곧바로 나에게 돌진한 탓이었다.

 

 '오크만 죽이면 될 거라 생각했는데.'

 

 결계와 오크에만 생각이 빠져서 당연한 사실을 잊었다.

 오크가 타고 올 정도라면 멧돼지가 훈련됐으리란 건 당연했으니까.

 모든 판단 미스는 결국 결과적으로 볼 수밖에 없음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커헉!"

 

 멧돼지의 박치기로 인해 튕겨 나가 뒤에 있던 벽에 부딪혔다.

 앞니가 내 왼팔 관절을 찔러 팔이 너덜너덜해져 움직이지 않았다.

 그나마 '전투 혈류'가 있어 아직 정신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튜토리얼이라면서. 왜 튜토리얼조차 코리안 난이도냐고'

 

 속으로 아무리 불평해도 움직일 수 있는 건 단검을 쥔 오른팔뿐이었다.

 멧돼지는 다시 한번 발굽을 굴리며 돌진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오크 역시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음에도 억지로 몸을 일으키는 중이었다.

 

 완벽한 패배였다.

 이번에도 죽으면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확신할 수 없었다.

 죽어도 계속 살아날 수 있다고 알려줄 사람이 없었다.

 벽에 막힌 기분이었다. 아버지가 사라지고 어머니와 둘만 남았던 때 같았다.

 

 '다시 만나면 어머니 몫까지 갚아주겠다고 생각해서 들어온 주제에. 결국 죽기 전에 다시 그놈을 떠올리다니.'

 

 이대로 쓰러질 순 없었다.

 어떻게든 아버지 놈의 얼굴에 침이라도 한 번 뱉기 전까진 편히 죽을 수 없었다.

 만약에 다시 살아나게 된다면 어떻게든 보어 라이더를 쓰러뜨릴 수단을 만들어야 했다.

 다시 살아날 때 가지고 갈 수 있는 건 스킬과 기억뿐.

 

 [행동에 따라 추가적인 스킬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멧돼지를 죽였을 땐 아무런 메시지가 뜨지 않았다.

 오크를 죽였을 때 보어 라이더를 처치했다는 메시지가 생겼었다.

 이 행동에 확인은 필요 없었다. 이미 확인은 끝났으니까.

 확신이 있다면 주저하지 않고 행동으로 옮기면 된다.

 

 '고통스럽게 죽더라도 오크만 노린다.'

 

 오크와 멧돼지가 나를 죽이려 달렸다. 그럼에도 나는 오로지 오른팔에 남은 힘을 집중했다.

 오크를 향해 단검을 던지기 직전, '전투 혈류'의 효과로 시간이 천천히 흘렀다.

 다트를 던지듯 단검을 잡은 손에 힘을 주며 타이밍을 가늠했다.

 오크를 가리던 멧돼지가 내 시야에서 사라진 순간 단검을 던졌다.

 

 '던지는 느낌 자체가 달라.'

 

 그걸 증명하기라도 하듯 단검이 내가 생각한 궤적을 따라 날아들었다.

 날아드는 단검을 깨닫고 피할 틈새도 없이 오크의 눈앞에 들이닥쳤고.

 단검의 존재를 깨달은 순간, 이미 단검은 오크의 눈을 꿰뚫고 들어가 뇌를 찔렀다.

 단말마를 내지를 틈도 주지 않는 완벽하게 투척이었다.

 

 ['보어 라이더'를 처치했습니다.]

 [액티브 스킬, '궤도 투척'를 획득했습니다.]

 [액티브 스킬, '궤도 투척'이 '전투 혈류'에 맞춰 기능이 추가되었습니다.]

 [액티브 스킬, '궤도 투척'이 '전투 혈류' 적용 상태에 한해 단 한 번 최적의 궤도를 향해 투척합니다.]

 

 오크를 처치했다는 메시지가 뜨고 뒤이어 스킬을 획득했다는 메시지가 떴다.

 여기까지 계획대로 완벽하게 이루어졌다. 남은 건 내 죽음뿐이었다.

 

 멧돼지는 전혀 주저함 없이 나를 들이박았다.

 들이박은 충격이 얼마나 강했던지 주저앉아있던 날 허공으로 띄워버렸다.

 전구가 깨져 불이 꺼지듯 내 정신이 깜빡이며 끊어지려 했다.

 

 '동굴?'

 

 검어져 가는 시야 사이로 웬 동굴이 눈에 띄었다.

 아마 오크를 처치함으로써 결계가 사라져 원래 세계가 나타난 듯했다.

 죽기 직전 결계를 풀 열쇠까지 얻은 셈이었다.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진짜 뒤지게 아프네.'

 

 실제로 죽기 직전의 마지막 생각이었다.

 운이 좋지 않아 머리부터 땅에 처박히고 그대로 목이 꺾여 피를 토하며 죽었다.

 더는 이런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길 바란 죽음이었다.

 

 *

 [플레이어 튜토리얼을 시작합니다.]

 ……

 [남은 일수 : (0/5) 일]

 

 정신 차렸을 땐 어느 초원 위에 서 있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지평선에 있는 거라곤 풀과 나밖에 없었다.

 한 손엔 날이 꽤 상한 빛바랜 단검이 쥐어져 있었다.

 

 "아. 하. 하아."

 

 돌아왔다. 단지 그런 감상만이 들었다.

 죽음엔 여전히 익숙하지 않았지만, 단검의 감촉은 왠지 익숙해졌다.

 하지만 감상에 젖어있을 틈은 없었다. 곧 보어 라이더가 들이닥칠 터였다.

 

 '이젠 도망치지 않아. 계획은 이미 짰으니까.'

 

 저 멀리서 멧돼지 발굽 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익숙한 현이 튕기는 소리가 들렸다.

 날아오는 은제 화살을 일부러 스치도록 맞았다.

 튕겨 떨어진 은제 화살을 허리띠 매는 곳에 달고서 단검을 쥐었다.

 

 "퀴룩! 먹이, 찾—."

 

 정해진 대사를 읊는 보어 라이더를 기다리지 않고 단검을 던졌다.

 내 상처가 옅어 '전투 혈류'가 완전히 발동한 건 아니라도 '궤도 투척'에는 적용되었다.

 던져진 단검에 유도 기능이라도 달린 듯 곧바로 날아가 멧돼지의 눈에 박혔다.

 '전투 혈류'의 신체 능력 강화가 적용되지 않아 깊게 파고들지 않았다.

 '전투 혈류'의 허점을 파고들어 멧돼지를 즉사시키지 않고 오히려 날뛰게 했다.

 새로운 스킬 '궤도 투척'과 두 번째 죽음에서 얻은 경험을 토대로 한 계획이었다.

 

 '이번 계획 안에 내 죽음은 없다.'

 

 몇 번이고 보어 라이더에게 죽으며 깨달은 내 행동 방식은 단순한 만큼 명확했다.

 확신이 있다면 주저하지 않고 행동으로 옮긴다.

 

 "사냥 시간이다. 멍청한 돼지."

 

 그리고 이번엔 내가 저 오크를 처절히 죽일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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