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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이,보라색
작가 : Riley
작품등록일 : 2020.8.1

이 소설은 저에게 많은 '처음'을 선물해 주었어요.
여러 '처음' 중에서도, 가장 소중한 건 역시 '첫 소설'인 것 같네요.

이 글을 쓰면서 제가 관심있는 주제에 대해서도 깨닫게 되었어요.
그건 바로 '운명'인데요, 아마 이 후로도 계속 글을 쓰게 된다면,
세상에 존재하는 여러 형태의 '운명'에 대해 쓰지 않을까 싶어요.
[이,보라색]은 '운명'을 만났을 때, 우리는 어떻게 반응할까를 궁금해하며
써 내려갔던 저의 첫 중편소설입니다.

너무너무 부족하지만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우연히, 또는 운명처럼, 읽어주실 분들께도 미리 인사 전할게요.
감.사.합.니.다.

 
#5.1
작성일 : 20-08-07 23:56     조회 : 255     추천 : 1     분량 : 3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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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나의 색은 아마도 초침에 맞춰 깜빡이고 있을 것이다.

 “자, 금요일이니까 일찍 마무리 합시다.”

 차부장이 자신의 색을 꼭 닮은 어두운 보라색 가죽 가방을 들고 일어나면서 말했다. 나도 슬쩍 눈치를 보며 얼른 따라 일어났다.

 “이대리, 아, 미안, 이과장, 무슨 좋은 일 있어?”

 “과장님 오늘 어디 가세요? 평소보다 신경 쓰신 것 같은데.”

 황주임이 한 마디 보탰다. 오늘부터 한 달간 매주 금요일 저녁에 베이킹클래스를 들으러 간다고 말했다가는 피곤해질 것 같아 살짝 미소 지으며 대답을 피했다.

 “좋은 일 있으면 같이 좀 알자. 데이트? 오늘은 쌍둥이 키우는 나만큼 퇴근 기다리는 것 같던데.”

 어느새 준비를 마치고 차부장 옆에 선 황주임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질문을 해댔다. 웃음으로는 넘어가지 못 할 것 같아 사실대로 말하기로 했다.

 “오늘부터 당분간 베이킹클래스 듣기로 했어요.”

 “요리요?”

 “이과장이?”

 축구하는 초등학생 남자 쌍둥이를 키우는 차부장이나, 결혼 상대 찾는다며 한 달에 몇 번이나 맞선을 보는 황주임이나, 각자의 삶만으로도 충분히 바쁠 텐데 왜 나한테까지 관심을 가지는지 모르겠다. 가끔은 이 둘은 나는 보지 못 하는 내 색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까지 하게 했다.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금세도 알아챘다. 회식을 한다는 2팀에게 주말 인사를 하고 셋이 같이 엘리베이터를 탔다.

 “백팀장네는 금요일에 무슨 회식이래, 요즘 같은 워라밸 시대에. 이과장이나 황주임은 나 같은 팀장 만날 걸 감사히 여겨라.”

 지하2층 버튼을 누르며 차부장이 한 마디 했다. 더 길어지기 전에 얼른 ‘그럼요, 알고말고요, 감사합니다.’를 담아 배꼽인사를 했다. 옆에서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던 황주임도 급히 따라 인사했다.

 “차부장님 만날 정시퇴근하시고, 여름 내내 과장님이랑 저랑 둘이서 야근했는데….”

 1층에 내리자마자 황주임이 하는 말이었다. 황주임에게 실컷 맞장구쳐주고 여름휴가도 미루고 긴긴 야근의 늪에 빠졌던 지난달의 무용담을 아름답게 포장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다. 저녁 7시까지 늦지 않게 ‘G’에 도착하는 것이 먼저였다. 주 5일을 만나는 사람들과 인사하느라 시간을 너무 많이 써버린 것 같아 초조한 마음으로 가방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몇 시인지 확인하려는데 황주임이 내 어깨를 콕콕 두드렸다.

 “과장님, 저기 저 남자요.”

 갑자기 무슨 얘기인가 싶어 고개를 들었다. 사무실이 있는 건물의 조형물은 나름대로 이 지역의 명물이다. 2m 가까이 되는 크기의 흉상 두 개가 마주보고 있고, 두 흉상은 각각 손을 뻗어 상대방의 눈을 가리고 있다. 작품명은 ‘누구나 비밀은 있다.’이다. 사람들이 지나가다 조형물의 동작을 흉내 내며 사진 찍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황주임이 그 조형물을 가리켰다. 청바지에 흰 셔츠를 입은 키 큰 남자가 블루투스 무선 이어폰을 낀 채 서 있었다. 옆모습이지만 낯이 익었다. 색까지 확인하니 태영이다. 오늘도 붉은 빛이 선명했다.

 “저희 오다가다 가끔 보는 그 호텔 직원 맞죠? 오늘은 사복이네.”

 황주임은 오렌지가 생각나는 주황색을 가졌다. 귤도 아니고 당근도 아니고 딱 오렌지였다. 지금 그 오렌지는 새콤한 대신 잔뜩 달기만 할 것 같다. 우산공원에서 태영을 발견하고 따라가기 전부터 태영의 얼굴을 알고 있었다. 여름이 시작될 무렵부터 가끔 스쳤는데, 처음 인지하게 된 계기가 태영의 색 때문이 아니라 황주임 때문이었다. 근처에 멋진 남성이 출몰했다며, 다음에 또 마주치면 알려주겠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그 때 태영은 그저 황주임이 좋아할 만한 남성의 외모 기준 정도였다.

 “누구 기다리나 봐요.”

 “그러게. 왜 저기 있지?”

 아는 척 하려고 다가가려다 멈칫했다. 오렌지의 달달한 향이 풍기는 것 같았다. 모른 척 하고 슬쩍 지나가야 모든 일이 순탄할 것이다. 황주임에게 태영이 알고 보니 동창이었다는 설명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아주 잠깐 생각했는데도 머리가 지끈거렸다. 최대한 조형물과 멀리 떨어져 버스 정류장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태영을 향해있는 황주임 머리까지 함께 챙기며 걸음을 서둘렀다.

 “이보라.”

 못 들은 척 하려고 했지만, 이미 황주임은 뒤를 돌아보며 내 팔을 잡아끌었다.

 “과장님, 부르는데요?”

 하는 수 없이 뒤돌았다.

 “어, 태영아, 안녕. 왜 여기 있어? 누구 기다려?”

 황주임은 태영과 내가 서로 이름을 부르는 사이라는 것에 적잖이 놀란 눈치였다. 안 그래도 큰 눈을 오렌지 크기로 만들었다. 나는 황주임 쪽으로 고개를 기울여 ‘나중에 설명할게.’라고 말하고는 다시 태영을 봤다.

 “너.”

 황주임만큼 나도 놀라 오른쪽 집게손가락으로 나를 가리켰다.

 “같이 저녁 먹자고. 당연히 시간 되지?”

 “당연히 시간 안 되는데. 나 오늘 일정 있어. 앞으로 금요일마다 쭉.”

 옆에서 황주임이 쭈뼛거리고 있다는 걸 잊을 만큼 ‘당연히’라는 단어에 심술이 났다. 잠시 숨을 고르고 황주임을 소개했다.

 “여기는 나랑 같이 일하는 황민주씨. 민주씨, 남태영씨에요. 저기 호텔에서 근무하고, 나랑은 초등학교 동창. 최근에 이 근처에서 우연히 만나게 됐어요.”

 ‘우연히’라는 단어를 그냥 넘어가 달라고 황주임에게 눈빛을 발사했다. 하지만 그 눈빛은 다른 상대에게 전달해야 했다.

 “우연히는 아닌 것 같지만 최근에 다시 연락하게 된 건 맞아요. 안녕하세요, 남태영입니다, 민주씨.”

 다소 혼란스런 움직임을 보이던 황주임의 오렌지가 태영이 이름을 불러 준 순간 안정을 되찾았다. 나와 태영에 대한 황주임의 취조는 월요일로 미룰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서 또 시간이 지체되었다. 이제는 정말 서둘러야 했다. 첫 수업부터 지각하는 수강생이 절대로 되고 싶지 않다. 이상우를 자세히 관찰할 수 있는 시간은 고작해야 여덟 시간이다. 1초가 아쉽다.

 “나 이제 가야겠어. 저녁은 나중에 하자. 미안해.”

 “어느 방향으로 가는데?”

 “집에서 멀지 않아.”

 “일단 가자.”

 “너도?”

 

 나와 반대 방향에서 버스를 타는 황주임을 뒤로하고, 태영과 나는 같은 버스를 탔다. 금요일 퇴근 버스는 혼잡했다. 우리는 하차문보다 안쪽에 나란히 섰다. 굳이 나와 같은 방향으로 가는 태영도 신경 쓰였지만, 도착시간이 더 걱정됐다. 오른손으로 버스 손잡이를 잡고 왼손에는 휴대전화를 쥐고 시간을 거듭 확인했다.

 “늦을 것 같아?”

 내가 무척 초조해 보였나 보다. 이 말을 하는 태영의 붉은 색이 동화 속 벽난로 불빛처럼 따뜻하게 느껴졌다. 숨을 한 번 깊게 들이마시고, 냉정해지기로 했다. 시간을 자꾸 확인한다고 해서 초침이 느려지지도 않고, 버스 운전기사를 닦달한다고 금요일 퇴근 시간 도로 사정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 변수는 있겠지만, 계산해보면 5분 전에는 도착할 수 있는 거리다. 이렇게 정리하고 나니 조금 편안해졌다. 태영에게 고개를 돌렸다.

 “근데 어디 가는 거야?”

 “너희 동네 요즘 핫플레이스잖아. 한 번 좀 둘러보려고.”

 “지난 번 할랄푸드 레스토랑처럼 투숙객들에게 소개하려고?”

 “뭐, 겸사겸사. 너는, 누구 만나?”

 “누굴 만나는 건 아니고, 뭘 좀 배우러 가.”

 “뭐 배우는데?”

 “당분간 베이킹클래스 듣기로 했어.”

 “이보라가?”

 “나 대체 어떤 이미지인거니? 베이킹클래스가 그렇게 안 어울려?”

 “안 어울린다는 얘긴 안 했다.”

 태영이 괜찮은 식당이나 카페, 소품가게 등을 소개해 달라고 해서, 봄과의 대화창을 찾았다. 그 사이 혼잡했던 버스 안은 발 디딜 틈도 없어졌다. 제대로 서 있기조차 힘들었다. 양손에 휴대전화를 쥔 채 이리저리 휩쓸렸다. 나의 오른쪽에 서 있던 태영이 왼손을 내 등 뒤로 뻗어 내 왼팔을 잡았다.

 “이러면 좀 괜찮나?”

 태영의 머리 위를 봤다. 노을을 바라볼 때의 평온함이 느껴진다. 대답대신 살짝 웃어 보이고, 봄이 보내준 링크를 열어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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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3 20-08-31 14:03
 
주제가 창의적이고 전개가 재미있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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