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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생존자들
작가 : 방춘복
작품등록일 : 2020.8.7

#남주성장물 #좀비학살 #걸크러쉬 #라이트 온갖 클리셰로 범벅된 본격 좀비 아포칼립스 생존물. 면역인을 백신센터까지 이송해야하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

 
완전체를 향해서
작성일 : 20-08-07 22:50     조회 : 190     추천 : 2     분량 : 5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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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퍼덕!

 “아악! 이런 미친!”

 쓰러지는 소리는 욕설을 내뱉는 온비의 뒤통수 너머로부터 들려왔다. 그의 볼을 할퀴고 지나간 총알이 옥상으로 들어서는 좀비의 머리를 꿰뚫은 것이다. 나도 모르게 가슴을 쓸어 내렸다.

 도대체 저 여자는 정체가 뭐야?

 그 순간에 방향을 틀어서 좀비를 쏜 건가? 그게 아니라면 좀비가 올라온다는 걸 알고 있었던 건가? 아니야. 둘 중 어느 쪽이라도 말이 안 돼.

 “문부터 닫아!”

 하리의 외침에 눈치를 보던 나와 온비가 재빨리 문을 닫았다. 하지만 이미 둘이나 밖으로 나온 후였다. 그중 하나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젠장!

 팔 뻗으면 닿을 거리다.

 푸 – 욱!

 날 향해 입을 벌리던 좀비가 무언가에 머리가 뚫린 채 쓰러졌다. 지수였다. 그녀는 반쯤 뜯긴 안테나의 날카로운 부분으로 좀비의 머리를 찔렀다. 옆에서 날뛰던 놈은 하리의 권총에 눈알이 관통됐다.

 시커먼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우웨엑!”

 나는 구석까지 달려가기도 전부터 속을 게워내야 했다. 하지만 지수는 달랐다. 움직임 없이 쓰러진 좀비의 머리를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내가······.”

 “뭐라고요?”

 “내가 해냈어요.”

 지수가 관통된 좀비의 머리를 발바닥으로 이리저리 치며 말했다. 세상에. 징그럽지도 않은 건가. 덕분에 나는 몇 번이나 더 속을 게워내야 했다.

 게다가 하리는 자신이 쏜 총에 좀비의 머리통이 완전히 으깨졌음에도 불구하고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무슨 여자들이 이래? 진짜 이거 꿈 아니야?

 이스라엘 여군이 와도 울고 갈 전투력이다. 그래. 뭐 하리야 애초에 군인처럼 보이니까 그렇다고 치자, 대체 지수 저 여자는 정체가 뭐야? 평범한 회사원 같은데.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 머리를 쑤시고 있잖아.

 엄밀히 따지면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사람의 형상이라고.

 어떻게 아무 거리낌 없이 머리통을 후벼팔 수가 있어! 이제 보니 하리보다 지수가 더 무서웠다. 하리는 멀리서 총알로 해결하기라도 하지, 지수는 그냥 면전에서 뚫어버렸다.

 그리고는 신기해했다. 자신이 해냈다고, 대가리를 꿰뚫어서 기쁘다며 좋아했다. 정말이지 내가 미쳤거나, 저 여자들이 제정신이 아니거나 둘 중 하나일 거다.

 그때였다.

 맞은편 빌딩의 옥상의 문이 활짝 열렸다. 공교롭게도 층수가 같아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그대로 볼 수 있었다.

 활짝 열린 문에서는 20대 중반의 젊은 여자가 혼자 횡설수설하며 옥상으로 올라왔다. 긴 머리를 늘어뜨린 여자는 간호사복을 입고 있었는데, 빌딩에 있는 병원에 근무하는 것 같았다.

 문제는 그녀의 행동이었다.

 여자는 아무도 없는 옥상에서 마치 친구와 대화를 하듯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방금 전에는 소리를 지르더니 이제는 허공에 보이지 않는 누군가를 밀치는 시늉을 한다.

 미친 건가?

 “저 여자가 간호사라면 병원은 아마 정신과일 거예요.”

 히키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안타깝다는 표정이다. 나도 동조하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젊은 사람이라도 이 사태에는 미치지 않고 버틸 수 없을 것이다.

 “아니! 손 잡지 마! 지금 그럴 때야? 야, 밖에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어. 그래. 저들을 도울 수는 없겠지! 하지만 우리가 살길은 찾아야 해. 저 사람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으려면 우리라도 살아야 한다고. 그런데 무턱대고 이렇게 옥상으로 올라오면 어쩌자는 거야? 여기에 물이 있어, 뭐가 있어?”

 여자가 머리를 묶으며 소리쳤다.

 정말 적응이 되지 않았다. 도대체 누굴 보면서 이야기 하는 거야? 응? 방금 날 본 건가? 주위를 훑던 여자의 시선이 곧 나를 향했다.

 그러더니 죽어라 인상을 찡그린다.

 “뭐야? 사람이에요?”

 건너편 옥상에 선 여자의 질문에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다. 누가 나서서 대답하기를 바라는 걸까. 솔직히 말해서 그다지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네. 사람인데요.”

 내가 대답했다.

 하는 것도 없는데 대답이라도 해야지.

 “전부 다?”

 “네. 전부 다요.”

 “저 사람들 다 사람이래. 이 건물에는 해봐야 너랑 나뿐인데. 저기로는 못 건너가나?”

 여자는 옥상 담장에 딱 붙은 채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난 너무 아찔해서 물러서라는 말조차 나오지 않았다. 무슨 생각인지 알 수가 없다.

 그때, 지켜보던 지수가 입을 열었다.

 “이봐요. 당신 지금 누구랑 이야기하는 거예요?”

 “예? 저한테 묻는 거예요?”

 건너편 옥상의 여자가 자기 얼굴을 가리켰다. 지수가 냉정한 얼굴로 쐐기를 박듯 말했다.

 “네. 당신이요.”

 여자는 잠시 인상을 찡그리더니 옆을 쳐다봤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저 사람 지금 뭐라는 거야? 너랑 나랑 이야기하는 게 저기서는 안 보이나?”

 “네. 안 보이네요. 지금 그 옥상에 당신 말고는 아무것도 없어요. 그러니까 정신부터 차려요. 당신이 애써 그러지 않아도 이미 난 충분히 미칠 것 같으니까.”

 “거기 남자분들.”

 여자가 온비와 히키에게 말했다.

 “댁들도 이 사람이 안 보여요?”

 “아······.”

 눈치를 살피던 온비가 히키를 바라봤다. 히키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 결국 그가 마무리를 해야 했다.

 “저기 혹시, 여기까지 오는 길에 누구를 잃었나요?”

 “뭐라는 거야? 잃긴 뭘 잃어요?”

 “이를 테면······. 남자친구나 남편이 죽었다던가, 아니면 동생이나 뭐 그런 거요.”

 히키가 침착하게 설명했지만 여자의 표정은 한결 같았다.

 “아뇨. 얘가 제 애인인데요. 죽긴 누가 죽어요?”

 그녀가 가리키는 허공을, 모두가 맥이 빠진 얼굴로 쳐다봤다. 다들 서로 눈치만 살필 뿐, 아무 말도 해주지 못했다. 아무래도 다섯 명을 미쳤다고 보는 것보다 한 명을 미쳤다고 보는 게 합리적일 테니까.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낀 여자가 다급히 말을 이어갔다.

 “아니······. 장난치지 말아요. 이거 꿈인가? 꿈이죠? 다들 나만 보고 있는 게 좀 이상하고 소름이 끼치는데. 농담하지 마요, 진짜. 초면에 장난이 심하시네. 저기요! 저기요? 아무나 대답 좀 해봐요. 여기 이 사람이 안 보인다고요?”

 여자의 눈가가 서서히 일그러지더니 이내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마음이 아팠다. 응. 저건 진짜 슬프네. 아마 아래에서 누군가를 잃었겠지. 아직 받아들이지 못하는 게 아닐까.

 모두가 시선을 피했다.

 여자의 목소리에 서서히 울음이 섞였고, 얼마 가지 않아 통곡으로 이어졌다. 이제야 그녀는 현실을 보고 있었다. 옥상에 서 있는 건 자신 뿐이고 대화를 나눌 사람 따위는 없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은 것이다.

 주저 앉아 한참을 울던 여자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손가락에 껴진 반지를 빼며 옥상의 가장자리로 걸어갔다. 코앞에 펼쳐진 허공을 보며 여자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천천히 옆을 돌아본다. 아무도 없는 빈자리를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모두 다 느낄 수 있었다.

 그녀가 뭘 하고 있는지.

 반지를 쥔 손을 담장 밖으로 내밀었다. 얼굴에서는 쉬지 않고 눈물이 흐른다. 하리도, 지수도, 히키도, 온비도, 누구 하나 그 장면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다.

 오로지 나만 꿋꿋이 지켜보고 있었다.

 손에서 떨어진 붉은 반지가 꽃잎처럼 낙화했다. 멀어지는 반지를 내려다보던 여자는 숙연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삶과 이별하려는 듯한 매서운 무언가가 있었다.

 보다 못한 누군가 입을 열었다.

 하리였다.

 “이봐.”

 여자는 대답 대신 하리와 시선을 마주했다.

 “어떤 놈인지는 몰라도 꽤나 좋은 놈이었나봐. 그렇게 슬퍼하는 걸 보면.”

 “네. 정말, 정말 좋은 사람이었어요. 그가 아니었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 거예요.”

 “조언 하나 해도 될까?”

 “무슨 조언요?”

 “세상에 남자는 많아. 네 뒤에 있는 저 새끼도 남자잖아.”

 탕!

 하리는 말이 끝남과 동시에 권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정확했다.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총알은 꽤 거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옥상으로 나오는 좀비의 머리에 박혔다.

 “뭐, 저런 놈을 만나라는 건 아니고.”

 하리가 총구에 피어오르는 연기를 향해 바람을 불며 중얼거렸다. 저건 사람이 아니야. 응, 아니야. 저건 게임 캐릭터야. 현실에서 누가 저런 말을 해? 특정은 못하겠는데 게임 캐릭터가 맞아.

 나는 견딜 수 없는 위화감에 현실을 부정했다.

 그때였다.

 쾅!

 닫혔던 옥상 문이 거칠게 열리면서 좀비들이 떼를 지어 나타났다. 여자는 기겁을 했고, 지켜보는 우리의 얼굴은 돌처럼 굳어졌다.

 “총알이 부족해!”

 탄창을 살피던 하리가 다급하게 외쳤다. 우리라고 별 수 있나. 뾰족한 수가 없다. 좀비들은 점점 여자와 가까워지고 있었다.

 “제 이름은!”

 밀려드는 좀비를 보던 여자가 갑자기 우리를 향해 악을 지르듯 소리쳤다.

 “제 이름은, 마홍춘! 마홍춘이에요! 저를 기억해주세요.”

 옥상의 가장자리까지 몰린 여자는 망설임 없이 담장 위에 엉덩이를 걸쳤다. 이제 손만 까딱하면 아래로 추락할 것이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몇 미터 앞에 사람이 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아니. 그럴 필요 없어.”

 여자가 몸을 내밀려는 그 순간이었다.

 닫혔던 문이 크게 열리면서 낯선 목소리가 등장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마홍춘보다는 조금 더 어른스러운 외모의 여자였다. 단지 다른 게 있다면 손에 들려있는 어마무시한 무기 정도랄까.

 보통 사람들은 저걸······.

 그래, 마체테라고 부른다.

 서걱!

 데구르르······.

 자극을 따라 움직이는 좀비들이 몸을 돌려 달려들 때였다. 마홍춘에게서는 가장 멀리 있던, 그러나 여자에게는 가장 가까운 놈의 목이 깨끗하게 떨어졌다.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양쪽에서 달려드는 좀비들을 향해 여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달려갔다. 마체테는 한 발자국 앞서서 도착하는 왼편으로 한 번, 그리고 잘린 목이 바닥에 닿기도 전에 오른편으로 곡선을 그렸다.

 좀비 셋이 시커먼 피분수를 내뿜으며 쓰러졌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정체 모를 여자는 바닥에 쓰러진 좀비의 몸을 밟고 날아 올랐다. 정점에 다다랐던 몸이 떨어질 때쯤, 거리를 두고 달려오던 놈의 정수리를 내리찍었다.

 푸욱!

 정수리로 들어간 기다란 마체테가 척추를 뚫고 나왔다. 그 후로도 좀비들의 줄초상이 이어졌다. 짧게 깎은 그녀의 머리칼에 맺힌 땀방울이 핏방울과 함께 튀어 올랐다.

 아름답고도 잔인했다.

 모두의 입이 쩍하고 벌어질 무렵. 좀비를 학살한 여자가 마체테에 묻은 핏방울을 털어내며 입을 열었다.

 "어이, 거기 언니. 이름이 마홍춘이라고?”

 끄덕끄덕.

 담장에 위태롭게 올라있던 마홍춘이 눈물 가득 맺힌 눈으로 끄덕였다. 단 1초라도, 정말 1초만 늦었더라면 마홍춘은 죽었을 것이다.

 “무슨 사연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건 당신만이 아니야. 그런 사치스러운 애도를 할 시간에 이것들 숫자를 하나라도 더 줄여.”

 “언니도, 언니도 누군가를 잃었나요?”

 마홍춘이 울음을 참으며 물었다.

 “잃다마다. 남편을 잃었고, 누군가 아이들을 데려갔어.”

 “안 슬퍼요?”

 “슬프지. 하지만 아직은 울 수 없어. 내 아이들을 찾기 전까지는 어떤 일에도 슬퍼할 수 없어. 필요하다면 지구 상에 있는 모든 좀비를 쓸어버리고서라도 내 애들을 찾을 거야. 그러니까 너도 죽을상 짓지 말고 어깨 펴. 남자야 또 만나면 되는 거야.”

 마홍춘의 눈빛이 동경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언니는 이름이 뭐예요?”

 “그건 왜?”

 “제 생명의 은인인데, 이름 정도는 알아야죠.”

 이제 제법 환하게 웃어 보이는 마홍춘이다. 그 모습이 기특한지 굳어있던 여자의 눈가가 부드럽게 펴졌다.

 “내 이름은 진리. 사람들은 날 찐맘이라고 부르지. 말 그대로 난 진짜 엄마니까.”

 머리에 묻은 땀방울을 털어내는 찐맘의 눈빛이 차갑게 식어갔다. 중천에 떠 있던 해가 온 세상을 노랗게 물들이며 떨어지던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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