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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죽지못해 사는 사람들
작가 : 대홍수2
작품등록일 : 2020.8.7

언데드로 인해 멸망한 세상에서 죽지 못해 사는 사람이 세상을 걷고 있었다.

 
ep.3 삶의 이유(7)
작성일 : 20-08-07 17:21     조회 : 240     추천 : 0     분량 : 5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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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의 이유(7)

 

 회귀자는 너무나도 당연하고 빠르게 말했다.

 

 “너 진짜 내 이야기 안 듣고 있구나? 신이 되기 싫어서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한 것 같은데.”

 

 회귀자는 이마를 짚고 깊은 한숨을 쉰 뒤에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옛날이야기를 시작했다.

 

 “옛날에는, 그러니까 멸망 이전에도 역사책으로나 봤던 옛날에는 가뭄이 왕의 탓이었어. 왕이 부덕하면 가뭄이 일어났다 했었지. 지금 생각하면 멍청한 소리지만, 그때는 그렇게 믿었어.”

 

 생각보다 더 옛날이야기였다.

 

 “그런데 그 왕에게 진짜로 자연을 지배하는 능력이 있다면? 무슨 RPG 게임처럼 왕이 금욕하고, 선정을 베풀면 카르마 포인트가 쌓여서 그 포인트로 날씨를 조종할 수 있다면, 그러면 가뭄은 왕의 탓이 맞았겠지.”

 

 그리고 뜬금없는 이야기도 있었다.

 

 “또 다른 이야기를 해 볼까? 어떤 사람이 농약과 음료수를 착각해서 마시려는 것을 알면서도 말리지 않았다면 그건 말리지 않은 사람에게도 책임이 있어. 하지만, 폭탄 테러가 일어났을 때 테러범을 때려잡지 않은 것은 책임을 물을 수 없지. 당연하잖아? 그거 막다 죽으면 무슨 소용이야?”

 “본론까지 얼마나 돌아갈 생각이지?”

 “마지막이야. 이것만 더 들어봐. 어떤 사람이 너에게 아무런 피해도 준 적도 없고, 줄 수도 없는데 네가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죽이면 그건 네가 쓰레기라는 뜻이지. 마치……”

 

 회귀자는 적절한 예시를 찾으려는 듯 양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고민하다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너처럼!”

 “대가리 깨지고 싶다고?”

 

 나는 가방에 손을 집어넣었다가 미라손을 두고 온 것을 깨닫고 주먹을 들어 올렸다.

 

 “아니지. 내가 말하려는 건, 우리는 아무것도 희생하지 않고 모두를 구할 수 있다는 거야! 왜냐면 죽어봐야 죽음 자체가 없던 일이 되니까. 아무것도 희생하지 않고 모두를 구할 수 있는데, 왜 구하려 들지 않지? 무한한 시간과 0에 수렴하는 할 일을 가졌음에도 시간을 투자하기 귀찮아서? 저기 저 아이가 농약을 먹는 걸 알고 있었나요? 네. 먹으면 죽는 것도 알았나요? 네. 막을 수 있었나요? 네. 막지 않았나요? 네. 그때 바빴나요? 아니요. 시간이 촉박했나요? 아니요. 이미 늦은 상황이었나요? 아니요. 왜 안 막았죠? 귀찮아서요.”

 

 회귀자는 1인극을 하듯 자리와 목소리를 바꿔가며 연기했다. 그 와중에도 눈은 나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공기가 무겁다. 물속에서 팔을 휘적이듯, 입이 무겁게 열렸다.

 

 “너는 그런 사람으로 태어난 거야.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고.”

 “맞아. 그래서 너는 틀렸어.”

 

 나는 반박하려 했다. 우리가 누군가를 구할 의무는 없다. 젠장! 망한 세상에서 그딴 게 무슨 의미가 있는데? 저 멍청한 놈들을 뭐 하러 구해야 하는데? 누군가는 이기적이고, 누군가는 이타적이야. 이타적인 사람은 남들보다 더 칭찬받을 수 있겠지만, 그게 내가 틀렸다는 근거로 쓰일 수는 없잖아?

 

 도덕적인 발길질에 차인 나는 개인의 이득을 들었다. 그건 내 자유야. 내가 뭘 하든 네 알 바가 아니잖아.

 아니, 그것을 들려고 했다.

 

 “나는 인터넷이 그리워. 웹툰도 그립고, 홈쇼핑도 그립고, 블록버스터 영화도 그리워. 물론, 현실이 영화보다 더 스케일이 크기는 하지만, 재난물은 안전한 의자에 앉아서 스크린으로 즐겨야 재밌는 거잖아?”

 

 회귀자는 내 자유를 침해하지 않았다. 그저 내가 자유를 쓰는 방법에 물음표를 던졌을 뿐이었다.

 

 “우리는 죽지 않아. 늙지도 않아. 나는 내 영겁을 멸망한 세상에서 사람들을 쏴 죽이면서 말린 고기만 뜯고 사는 것으로 보내고 싶지 않아. 네가 원하는 삶의 미래가 그런 거라면 너는 틀리지 않았어. 마을을 떠나더라도 붙잡지 않을게. 원하는 게 다르니 다음에 만날 때는 적이 되겠지.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마을을 만들고, 도시를 세우고, 나라를 건국하고, 언데드를 모조리 몰아낸 뒤에 새로운 사회를 시작하는 것 외에 어떤 것이 더 올바르고, 더 이득이고, 더 효율적이지?”

 

 대답할 것이 떠오르지 않았다. 영원한 몸뚱아리를 지녔음에도 영원하지 않은 것처럼 살아남으려 했으니 사고방식도 영원하지 않은 사람들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이득만 생각하기 좀스러우면 대의를 생각해, 알량한 도덕관에 희생당하는 것 같아 불쾌하다면 실질적인 이득만 생각해. 어떤 방향으로 생각하더라도 나는 이것보다 더 좋은 선택지를 찾지 못했어. 나는 이 사람들을 데리고 새로운 문명을 만들 거야. 그리고 이들에게 완벽한 안전을 선물할 거야. 내가 너희를 완벽하게 지켜 줄 테니, 너희는 여기서 사회의 기틀을 만드는 것에만 집중해라. 물론, 내가 죽거나 사라진다면 이 사람들도 얼마 못 가 몰살당하겠지. 내가 죽거나 사라진다면.”

 

 회귀자는 그것이 마치 하나의 위험 요소인 것처럼 말했지만 나도, 회귀자도 알고 있었다.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

 

 회귀자는 마지막 쐐기를 박듯 의자에서 일어나 내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저 사람들은 환경 탓을 해도 돼. 이런 거지같은 환경에 살게 된 것을 저들은 바꿀 힘이 없으니까. 하지만, 우리는 아냐. 우리가 곧 환경이야. 우리는 모든 것을 바꿀 수 있어. 네가 환경 탓을 하며 하는 합리화는 자기혐오밖에 더 되냐?”

 

 마치 내가 왜 화가 나 있는지를 나보다 더 잘 아는 것처럼, 그리고 그 대답도 아는 것처럼.

 어째서인가. 인간에게 ‘벌레 같은 놈!’ 같은 소리를 들은 벌레가 된 기분이다. 혹은, 부모에게 ‘너는 아직 어린애야!’ 라는 말을 들은 미취학 아동이나.

 

 *****

 

 “재밌었냐?”

 

 나는 침대에 앉아 미라손을 바라보며 말했다. 미라손은 엄지를 치켜들고 가볍게 좌우로 흔들었다. 처음의 의사 표현 이후로 미라손의 감정이 갈수록 풍성해지는 느낌이다. 나중에 가면 말까지 하는 거 아니야?

 

 나는 그대로 드러누워 두 손으로 미라손을 들어올렸다. 구름이 껴 달빛 한 점 들어오지 않았지만, 방에는 양초가 타닥거리며 빛을 비추고 있었다.

 

 “회귀자가 된 뒤에 처음에는 그런 생각도 해봤어. 세상이 멸망하기 전에 이런 능력이 있었으면 실컷 즐기고 놀았을 텐데. 하필 멸망 이후에 능력이 생기는 바람에 이게 축복인지 저주인지도 헷갈린다고. 차라리 그냥 빨리 뒤져버리면 좋았을 텐데. 그런데 아예 멸망 이전을 미래로 끌어오는 계획이라니.”

 

 터무니없어서 한숨이 나오고, 실제로 존재하는 설득력이 그 한숨을 비웃었다.

 물론, 말도 안 되는 계획일지도 모른다. 전 세계를 상대로 승리한 언데드를 이길 수 있는 규모의 전력을 이런 작은 마을에서 뽑아내려면 영겁이 필요할 수도 있다. 결국 어느정도 규모가 커지고 나면 언데드의 눈에 들어와서 쓸려나가며 그냥 그렇게 끝나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패한다 해도 상관없지.”

 

 실패한다면 다시 아무것도 없는 멸망의 땅을 혼자 걷게 될 것이다. 하지만 시도하지 않는다면 내일 당장 멸망의 땅을 걷게 된다.

 노 리스크, 하이 리턴.

 

 “우리가 내기한 게 있었지. 노예들 중 하나가 사람을 죽이면 떠나기로 했나? 그때까지는 여기에 있자.”

 

 아무래도 나는 여기에 꽤 오래 있게 될 것 같다.

 

 “그렇지 재현아?”

 

 말을 하고 나도 모르게 내 입가에 손을 가져다 댔다. 차분하려 했지만, 입꼬리가 멈추지 않았다. 나는 천천히 숨을 고르다가 미친 듯이 웃음을 터뜨렸다.

 이름이 기억이 났다.

 

 *****

 

 마을은 혼란에 빠져 있었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래요 언니? 사람이 사람을 죽이다니! 그것도 이렇게……”

 

 나는 눈을 찌푸렸다. 구울에게서 구해낸 주민 중 하나가 살인을 저질렀다. 그리고 그것을 먹었다.

 목이 물어뜯기고 복부가 파헤쳐진 시체. 그리고, 그 범인은 여전히 이를 드러내며 시체를 먹으려다가 체피에게 붙잡혀 기절해 있었다.

 

 “이번에도 갈 길이 멀구나. 하는 수 없지. 체피 알죠? 안 아프게 부탁해요.”

 “걱정 마.”

 

 체피가 손톱을 길게 뻗어 내밀었다. 평소라면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을 사람들이지만, 지금은 불안한 얼굴로 체피를 바라보고 있었다. 비슷한 날붙이로 파헤쳐진 시체를 봤기 때문인가?

 나는 밝은 미소로 사람들을 안심시켰다.

 

 “걱정할 거 없어 여러분. 이제 없던 일이 될 테니까.”

 

 체피의 손톱 끝이 내 목에 닿자 서늘함에 몸이 떨려왔다. 이 느낌은 확실히 한결같군.

 

 “누나!”

 

 그대로 내 목이 뚫리려는 순간 공포에 질린 다급한 비명이 나를 붙잡았다. 나는 손을 들어 체피를 멈추고 소리를 지르며 달려오는 소년을 바라보았다.

 

 “어, 형일아 왜?”

 “누나! 상담이 필요해요!”

 

 체피가 속삭였다.

 

 “그냥 죽을래? 아니면……”

 “이야기는 들어보죠. 해결이 필요한 문제면 어차피 가는 길에 가져가는 것이 더 좋을 테니.”

 

 나는 형일이를 상담실로 데려왔다. 아, 상담실은 내 집 거실이다. 뭐가 그리 무서운지 손을 벌벌 떠는 형일이의 목에는 벌건 손자국이 나 있었다.

 

 “무슨 일이니? 그 아저씨가 별로야?”

 

 형일은 대답 대신 고개를 살짝 들어 손자국을 보여주었다.

 

 “그 아저씨가 한 거야?”

 “네.”

 

 하, 젠장. 이 놈도 말썽이네. 회귀자를 끌어들이는 건 지금까지 방법으로는 안 될 것 같은데. 하필 인성도 더러운 놈이 걸려 가지고.

 

 머리카락을 뜯으며 비명이라도 한바탕 질러 주고 싶은 느낌 사이로 의문이 나타났다.

 

 “그런데 너는 어떻게 빠져나왔니? 그 아저씨 힘이 장난이 아니었을 것 같은데.”

 

 형일이가 콧물을 들이마시듯 크게 한 번 훌쩍이고 말했다.

 

 “하지 말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멈췄어?”

 “바로는 안 멈추고, 몇 번 더 하지 말라고 하니까 멈췄어요. 그리고 풀어줬어요.”

 

 멈췄다고?

 

 “누나. 이거 제가 잘못한 게 있어서 이렇게 된 거예요?”

 “아니, 그건 아니야. 그건 아닌데……”

 

 안 그래도 신규 입주자와 회귀자 둘 다에게 신경을 쏟느라 머리가 터질 것 같았는데, 꽤나 괜찮은 생각이 떠올랐다. 회귀자를 설득하기 위한 재료는 완벽하다. 그저 회귀자가 그 이야기를 닥치고 들어주려 하지 않는 것이 문제지.

 작은 계기로 자리에 앉혀 주기만 한다면, 회귀자를 설득하는 것은 쉽게 진행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 계기라는 것이……

 

 “형일아, 많이 아팠니?”

 “네.”

 “다시는 겪기 싫었지?”

 “네.”

 

 형일이는 뭐 그리 당연한 걸 묻냐는 표정으로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그럼 그 아저씨가 밉겠네?”

 “아뇨.”

 

 그리고 비슷한 크기의 확신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 사람도 누나가 데려온 사람이잖아요. 믿어요.”

 “그래, 그랬구나. 미안하다. 네게 짐을 조금만 맡겨야겠구나. 체피!”

 

 형일이가 뭐가 미안하냐고 물으려는지 입을 열었지만, 나는 그 말을 듣지 못했다.

 체피가 내 몸을 반으로 갈라 단숨에 숨통을 끊어버렸다.

 

 *****

 

 “형일아.”

 “네?”

 “그 아저씨는 어려운 일을 겪어서 주변에 민감하게 반응할 거야. 어쩌면 네가 조금 다칠지도 몰라. 하지만 심하게 다치게 하지는 않을 거야. 네가 참을 수 있겠으면 조금만 참고 그 사람을 용서해 줄 수 있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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