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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죽지못해 사는 사람들
작가 : 대홍수2
작품등록일 : 2020.8.7

언데드로 인해 멸망한 세상에서 죽지 못해 사는 사람이 세상을 걷고 있었다.

 
ep.3 삶의 이유(1)
작성일 : 20-08-07 17:08     조회 : 253     추천 : 0     분량 : 5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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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의 이유(1)

 

 북한 땅을 밟는 건 처음이라고 생각하며 기묘한 신선함을 느꼈던 것도 오래 가지 않았다. 수백년 전에 멸망한 세상은 다른 나라라고 특별히 이국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았다.

 

 “또 모르지. 자유의 여신상은……”

 

 재난영화에서 가장 많이 망가지는 상징적인 건축물을 떠올리자 문득 헛웃음이 나왔다. 배를 구한다면 미국으로 가 볼까. 아니면 프랑스도 좋겠어. 에펠탑도 만만찮게 자주 부서지니까.

 

 “움직이지마!”

 

 아, 이국적인 점도 하나 있다. 나는 어딘가에 숨어있다 나타난 왜소한 덩치의 청년의 손에 들린 무기를 보며 생각했다. 내 미라손과 비슷하게 손 모양의 형체를 하고 있지만, 진짜 손으로 만들어진 미라손과 달리 피로 몇 번이고 덧칠이 된 저 손은 청동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저 손의 정체를 알 것 같다. 솔방울로 수류탄을 만들었다고 주장하며 2000만의 아이돌이 되었던 남자는 이제 저 한 사람만을 구원하고 있었다.

 

 “먹을 거! 먹을 거 있으면 다 내놔! 그 손이라도!”

 

 청년은 미라손을 인간으로 만든 육포 비슷한 것으로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하기야 미각적으로, 가성비적으로 인육은 단점이 많기에 선호하지는 않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음식을 가릴 처지가 아니다.

 편견 없는 좋은 관찰력이라고 불러주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미라손은 육포가 아니었다.

 

 “총으로.”

 

 청년은 미라손의 손가락이 까딱거리며 검지손가락을 내미는 것을 보고 비명을 지르지는 않았다. 그저, 아무런 변화 없는 미라손을 들고 있는 나를 정신병자 보듯 볼 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다른 손으로 권총을 꺼내 청년의 머리를 날려버렸다.

 

 -탕

 

 청년의 품에는 쓸모 있는 것이 전혀 없었다. 그나마 쓸 만한 것은 저 둔기로 쓸 만한 김일성 동상의 팔뚝뿐이었고, 미라손이 있는 내게는 무가치한 짐덩어리였다.

 

 “아무래도 구원은 너무 후한 평가였군.”

 

 오른쪽 눈과 머리 일부가 박살이 났기에, 나는 왼쪽 눈만 대충 감겨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반나절 정도 걷다가 걸음을 멈췄다.

 

 “그런데……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거지?”

 

 걸음에 의미가 없다.

 죽지 않으니 죽음을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

 지켜야 할 것이 없으니 치열할 이유가 없다.

 이유가 없으니……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동안 아무런 의미도, 이유도 없이 살고 죽었으면서 이제 와서?”

 

 웃기지도 않는 소리다. 방금 전에 죽지도 않는 목숨을 지킨다는 같잖은 핑계로 사람을 죽인 사람이 이런 소리를 하고 있다면 나 역시 그 사람을 욕했을 거다.

 하지만, 아무리 그런 식으로 스스로를 조롱해도 나는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었다. 정확히는 움직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나는 결국 내 다리와 싸우기를 포기하고 바닥에 앉았다. 기댈 곳이 없었기에 그대로 드러누운 나는 눈을 감았다.

 

 꿈속에서는 구울이 나를 보고 웃고 있었다. 너무 직관적인 꿈. 구울은 팔다리가 잘린 내 가족들을 매달아 놓고 손톱으로 배에 작은 선을 하나씩 그리고 있었다.

 나는 내 머리를 쐈다.

 나는 내 머리를 쐈다.

 나는 내 머리를 쐈다.

 구울은 팔다리가 잘린 내 가족들을 매달아 놓고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구울이 말했다. ‘구하고 싶어?’

 아무리 과거로 돌아가더라도 멸망 이전으로는 돌아가지 못한다. 아무리 전화를 걸어도 엄마와 아빠와 동생은 받지 않았다. 모두를 내팽개치고 아무리 빨리 달려도 결국 도달할 수 없었다.

 구울이 문드러진 잇몸을 크게 벌리고 다시 물었다. ‘구하고 싶어?’

 

 배를 가르고 내장을 꺼낸다. 성대와 혀가 뽑혀 비명도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도 눈은 멀쩡했다. 그놈은 죽어가는 몸을 두 눈으로 똑바로 보길 바라고 있었다.

 

 ‘잘 봐. 아직 살아계시잖아. 구하고 싶어?’

 

 꿈틀거리는 몸뚱이가 나에게 날아왔다. 일가족이 피투성이가 되어 바닥에 나동그라졌고, 구울은 손가락을 튕겼다.

 대여섯 마리의 좀비가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속도로 달려들었다.

 

 ‘들고 튀어봐.’

 

 한 손으로 미라손을 들고 있으려면 구할 수 있는 사람은 하나뿐이다. 셋 중 누구를 구해야 하지?

 아, 그게 무슨 소용이야. 어차피 죽을 텐데.

 

 그저 다 내려놓고 마지막 뜨거운 포옹을 나누며 사랑한다고 말하면 그만이다. 우리는 최선을 다했으니까. 이제 다 끝났으니까.

 

 “사랑해요.”

 

 ‘구하고 싶어?’

 

 격렬한 죽음이 끝나고 다시 구울이 물었다.

 

 가족들은 여전히 만신창이가 되어 허공에 매달려 있었고, 나는 살아서 저 바닥에 있었다.

 

 ‘잘 봐. 아직 살아계시잖아. 구하고 싶어?’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다.

 

 “아, 진짜 죽고 싶다.”

 

 *****

 

 숙취에 시달리는 것 같다.

 휘청이는 몸을 기대려 팔을 허우적댔지만, 기댈 것이 없었기에 나는 그대로 바닥을 굴렀다.

 토사물에 얼굴을 문대고 나자 시큼한 냄새에 다시 역한 기분이 들었다. 이건 내가 토했던 건가?

 

 나는 바닥을 기었지만, 붙잡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가방…‥ 분명 여기 어디에 뒀는데……”

 

 손톱 틈새로 질척거리는 것이 스며들었다. 근방에서 씻을 물을 구할 수 있을 리 없으니 자살하기 전에는 냄새도 지워지지 않겠지. 일단 가방부터 찾고 생각해보자.

 가방이 없었다.

 

 “아 시발.”

 

 문제가 터지자 몸이 자연히 벌떡 일어나졌다.

 내 가방.

 내가방내가방내가방내가방내가방내가방내가방내가방내가방내가방내가방내가방내가방내가방!

 

 없다. 아무리 찾아도 없어. 자는 사이에 가방이 사라졌다.

 물론, 죽어도 다시 살아나면 그만이기에 자는 동안 경계를 많이 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가방을 도둑맞은 적은 없었는데?

 누가 훔쳐갔지? 사람이 훔쳐갔다면 어떻게든 협상할 여지라도 있지만, 야생동물이 물고 간 거라면 답이 없다.

 

 “……야생동물은 아니겠지. 가방에는 먹을 것도 없었고.”

 

 사람이라면? 아마 소수로 다니는 힘없는 집단이겠지. 사람을 죽일 깡이 없는 놈들. 그렇다면 지금쯤 죽어라고 도망치고 있을 것이다. 죽이는 게 싫은 사람들도 죽는 건 무서울 테니.

 

 바닥이 단단해서 발자국은 없었다. 약간의 흔적도 새벽바람이 모두 날려버렸다. 곧바로 추격에 들어가도 잡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는데, 어느 방향인지도 알 방도가 없다.

 “어쩔 수 없나.”

 

 나는 바닥을 짚어 묵직한 돌을 두 개 들어 뾰족하게 될 때까지 때렸다.

 

 “총은 남기고 가지.”

 

 그리고 만족스럽게 뾰족해진 돌로 내 눈을 후볐다.

 

 -푹

 

 “꺅!”

 

 응?

 

 아직 남아있는 오른쪽 눈이 고작 20걸음 떨어진 무너진 벽 뒤에서 튀어나오는 여자를 발견했다. 여자의 손에는 내 가방이 들려 있었다.

 

 “뭐야……”

 

 *****

 

 잠에서 깨어난 나는 벽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와.”

 

 나올 거라는 기대는 안 했다. 나는 한숨을 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냥 도망을 치는 게 편했을 것을. 잡히면 무슨 꼴을 당할 줄 알고……”

 

 -철컥

 

 “아.”

 

 여자는 한쪽 무릎을 꿇고 있었지만, 그 손에 들린 것은 로맨틱과는 거리가 꽤 있는 물건이었다.

 여자는 내 가방을 어깨에 메고 내 권총을 들고 내 머리를 겨누고 있었다.

 여자는 자신감에 찬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잡히면’.”

 

 허어, 시벌

 나는 자살하는 순간 당황했던 여자의 표정을 떠올리며 말했다.

 

 “총 그거 쏘지도 못할 거 아니까 내리고……”

 

 -탕

 

 *****

 

 -철컥

 

 “총알이 없으니 못 쏠 거라는 건데. 말 안 했나?”

 “어?”

 

 당황한 여자는 몸을 비틀며 일어나려고 했고, 나는 여자에게 달려들어 총을 밟고 목을 쥐었다.

 

 “자, 그래서 다음 계획은?”

 

 당연하지만 이런 시대에서 사람 머리를 깰 때 염색체를 가린 적은 없었다. 바로 머리를 날려버리지 않은 이유는 성별 때문이 아니라 호기심 때문이었다.

 

 “가방. 가지고 도망쳤으면 됐을 텐데. 왜 그냥 들고 여기 숨어 있었지?”

 

 파랗게 질린 여자가 대답 대신 이빨을 부딪쳤다. 나는 주머니에 넣어둔 총알을 권총에 넣고 여자에게 겨눴다.

 

 “말하기 힘들면 존중해줄게.”

 “가, 가가가가가방! 들고 갈 수가 없어!”

 “응?”

 

 여자가 고약한 냄새를 내며 울음을 터뜨렸다.

 

 “가방이 안 움직인다고! 잘못했어요. 한 번만 봐줘요. 나도 시키는 대로 한 거란 말이야!”

 “가방은 또 뭐고, 시키는 대로 했다는 건 또 뭐야.”

 

 나는 가방을 빼앗아 어깨에 걸었다. 그리고 가방을 좌우로 흔들며 말했다.

 

 “잘 움직이는데? 그리고 너도 가방을 들고 도망친 것 아닌가?”

 “들고, 들고 도망은 쳤는데…… 가방이 여기서 더 벗어날 수가 없어서…… 방법을 찾…… 찾으려 했는데 갑자기 일어나니깐……”

 

 저건 또 무슨 말이야?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미라손을 꺼내 여자에게 내밀었다. 여자는 짧은 순간 그것을 육포라고 생각했고, 내 입에서 ‘너도 이렇게 될 거야.’ 같은 소리가 나오기라도 한 것처럼 비명을 지르려 했다.

 나는 한 손으로 여자의 입을 막고, 다른 손으로 미라손을 내밀었다.

 

 “받아. 들고 도망쳐봐.”

 “도망치면?”

 “도망치면 그대로 가는 거지. 뭐, 돌아와서 선물이라도 받게?”

 “잡히면?”

 “잡히면 그대로 가는 거지.”

 

 미라손을 억지로 내밀자 여자는 떨리는 팔로 미라손을 끌어안았다.

 

 “안 가?”

 

 여자는 나를 보더니 뒤돌아 달리기 시작했다.

 가방에는 미라손 외에는 특별한 게 없다. 권총 한 정, 총알 몇 개. 그리고 비상용 건식 이틀 치와 물 조금.

 가방이 마법에 걸린 것처럼 움직일 수 없다면 말린 다람쥐고기 따위보다는 미라손을 의심하는 것이……

 

 “어? 어어?”

 

 여자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빠른 속도로 멀어져갔다. 상식적인 물리법칙의 상식적인 배신에 당황한 나는 총을 들고 여자를 쫓았다.

 

 “야, 야! 멈춰!”

 

 여자는 뒤를 흘끗 보더니 오히려 더 빨리 달리기 시작했다.

 

 “멈추라고 했잖아!”

 

 나는 여자를 겨누고 총을 쐈다. 첫 발은 아슬아슬하게 빗나갔지만, 총성에 놀란 여자가 걸음을 멈추고 몸을 움츠렸고, 두 번째 총알은 여자의 허벅지를 헤집었다.

 

 “악!”

 

 여자가 바닥을 구르며 비명을 질렀다.

 나는 여자에게 다가가며 생각했다.

 뭐지, 그냥 거짓말이었나? 이런 식으로 도망치려고 수작을 부렸다고? 아니지. 내가 어떤 식으로 나올지 저 사람이 어떻게 알았겠어? 그러니까 미리 알고 계획했다는 건 말도 안 돼. 그러면 가방을 훔친 직후에 내가 깨어나서 도망칠 시간이 없었나? 아니, 내가 그렇게 일찍 깨지도 않았고, 일찍 깨어났다고 치더라도 더 빨리 도망가지, 그런 말도 안 되는 변명을 생각할 리는 없어. 어떤 식으로 생각하더라도 그냥 도망치는 쪽이 훨씬 이득이야. 그러면 진짜로 내 가방에 주인의 몸에서 떨어지지 않게 하는 마법 같은 장치가 있는 건가? 그것도 미라손이 아닌 것에? 언제? 어디에? 어떤 식으로? 누가? 설마 진짜 다람쥐 육포인가? 초능력을 가진 다람쥐를 죽여서 말렸더니 마법이 깃들었나? 아니, 동물이 초능력을 가진 건 본 적 없어. 인외 생물에게도 초능력이 주어진다 해도 그런 식으로 망상한다면 가능성이 너무 많잖아. 그런 힘을 가진 것이 우연히 내 가방에 들어온 개미 한 마리일지, 물속에 들어있는 플랑크톤 한 마리일지 구분할 방법이 없……

 

 “아.”

 

 의식을 잃은 여자 옆에 나동그라진 미라손을 본 나는 무엇이 문제였는지 깨달았다.

 미라손은 굳건히 주먹을 쥐고 검지와 중지 사이에 엄지를 내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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