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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지오르고스의 일기
작가 : 현서랑
작품등록일 : 2020.7.31

J. 그녀는 그것을 지오르고스의 일기라 적었지. 모르탈 아이움, 그 옛 시대에 지오르고스가 일궈내어 셀 수 없는 시간을 지나온 그 신비의 역사를. 이젠 J라는 그 작은 여자아이의 이름이 우리들의 진실 위에 허구성과 함께 덮여질 테지. 인간들은 우리들의 존재를 믿으려하지 않아. 앞선 존재들. J는 우리를 그렇게 부르더군. 인퀴스토 디토스란 신들과 엄연히 구분되어야 함에도 말이야.

 
엘레노어 VII
작성일 : 20-08-07 15:43     조회 : 268     추천 : 0     분량 : 48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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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레노어 22_

 브리테니엄 궁을 나선 첫 날인 엘레노어 20일, 힘이 가득 찬 우리의 말들은 동쪽으로 내달렸다. 말들이 달리는 동안 우리에겐 별 일이 없었다. 밤이 되어 우린 폴 다이트 성이 보이는 드위엔 언덕 위에 잠자리를 폈고, 잠들기 전까지 폴 다이트 성벽의 불빛들을 바라봤다. 테렌티나 아서 영주를 기리는 불빛이었다.

 다음 날 낮에 일어난 우린 칼로스 서쪽 강변에 이르러 말에서 내렸다. 폭넓은 칼로스 강의 물살은 사나웠고 그곳엔 말들을 실을만한 배가 없었다. 강가를 따라 남하하던 우린 한 목장을 발견해 그곳에 말들을 맡겼다. 뤼귀는 말들에 대한 보살핌의 대가로 그 목장 주인에게 1보카르를 주려고 했다. 그러나 목장 주인은 보카르 대신에 다른 도움을 바랬다. 그것은 목장 주인이 뤼귀를 코옵스꾼으로 착각했기 때문이었는데, 목장 주인이 바란 도움은 조금 황당한 것이었다.

 

 - 선생. 제 아내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합니다. 그리고 제 아내가 가장 그리고 싶어 하는 사람이 바로 코옵스꾼입니다. 그러니 이 보카르 대신, 선생께서 제 아내를 위해 시간을 내어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여기 계시면 제가 아내를 불러오겠습니다.

 

  목장 주인은 문 앞에 뤼귀를 붙잡아둔 채 집안으로 들어가 자신의 아내를 데리고 나왔다. 그녀는 배가 불룩 나온 임산부였다. 그녀는 뤼귀를 보자마자 깜짝 놀라며 다시 집으로 들어가 자신의 그림 도구들을 꺼내나왔는데, 그들의 모습에 뤼귀는 차마 자신이 코옵스꾼이 아니라고 부정하지 못하고 어설프게 웃기만 했다. 나와 이니스에겐 그것이 재미있는 구경이었다.

 아낙은 그림을 그리기 전 뤼귀에게 깊은 감사를 표했고 뤼귀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 전 코옵스꾼을 그려 제 아이에게 선물할 것입니다. 그것을 간직하며 자란 제 아이가 코옵스꾼들의 마음을 닮길 바라요.

 

 그 후 아낙은 뤼귀에게 영웅다우면서도 정겨운 자세를 부탁했다. 머뭇거리던 뤼귀는 어정쩡하게 어깨를 펴고 팔짱을 꼈다. 거기서 이니스가 먼저 크게 웃었고 곧 모두의 웃음이 그림이 완성될 때까지 그 자리에 이어졌다.

 목장 주인은 우릴 칼로스 강가에 바래다주었고, 거듭 감사를 표하면서 자신의 나룻배를 내어줬다. 우리 역시 그의 과분한 호의에 감사를 표했다. 목장 부부와의 만남으로 우리의 여정은 지체됐으나 우리 중 누구도 그 지체된 시간을 아깝다 여기지 않았다. 미소를 되찾은 이니스의 얼굴이 오히려 우리의 나룻배에 순풍을 더해주었기 때문이다.

 칼로스 강을 건넌 우린 루완의 동쪽 경계와 가까워졌다. 드넓은 테스미르미드의 평야지대를 남하하기 위해서는 말이 필요했다. 우린 말을 빌릴 곳을 찾아 무작정 동남쪽으로 걸었다. 칼로스 강 동쪽 폴 다이트 땅에는 민가가 거의 없었고, 말을 빌릴만한 곳은 더더욱 없었다. 결국 어제의 우린 테스미르미드 국경에 도달하지 못한 채 칼로스 강의 찬바람이 닿는 벌판 위에서 밤을 지냈다. 가장 먼저 잠에 든 이니스는 강에서 전해오는 추위에 몸을 떨었고 난 그녀에게 내 담요를 덮어줬다. 그러나 아침에 일어나보니 내 몸 위엔 뤼귀의 담요가 덮여져 있었다.

 그 다음날인 오늘 우린 해가 지기 전에 테스미르미드 국경을 넘어 라이르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라이르타엔 마구간이 있는 민가들이 있었고, 우린 뤼귀의 보카르로 말 세필을 빌릴 수 있었다. 말 위에 오른 우린 속력을 붙여 남하했다. 라이르타는 린그노르의 저명한 약초사들이 많이 살기로 유명했으나 우리가 라이르타를 지나며 마주친 여럿 중에 약초사는 단 한 명도 없었다.(뤼귀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약초를 구비해둘 생각이었으나 그러질 못했다.)

 저녁에 우린 그린미드의 수평선을 바라볼 수 있었다. 그 끝없는 평야는 황혼과 달빛에 따라 웅장하게 색을 변화했으며, 낮이었다면 지루했을 지도 모를 그 길을 우린 감탄 속에서 지날 수 있었다. 뤼귀는 아마도 우리가 내일 밤이면 목적지에 도달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우리의 목적지는 테스미르미드의 스테판 레흐 왕이 머무는 폴로니아 궁이다. 그곳에 도착하면 요 며칠간 듣지 못했던 루완과 아르도르의 정세에 대해서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엘레노어 23_

 오늘 아침엔 이니스의 비명이 날 깨웠다. 먼저 일어나 우리들 잠자리 근방을 맴돌고 있던 뤼귀도 그녀의 비명에 놀라 달려왔다. 그녀가 놀란 이유는 다름 아닌 들쥐 때문이었다. 내가 일어나자 그 들쥐는 빠르게 도망쳤지만 그 크기가 도어테일즈에서 흔히 보던 것들과는 다르게 우람해서 그녀가 놀랄 만도 했다.

 낮부터 저녁까지 말들은 열심히 달렸다. 싼값에 빌린 말들 치곤 나쁘지 않았다.(사실 난 말에 대해 잘 모른다. 말들에 대한 평가는 뤼귀가 내린 것이다.) 덕분에 우린 뤼귀의 예상보다 조금 이른 시각에 폴로니아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뤼귀는 이니스에게 한 가지 당부를 했다.

 

 - 이곳에선 내 출신에 대해 더욱 함구하여야 한다. 스테판 레흐 왕은 내가 만나본 적이 없는 왕이니까.

 

 뤼귀는 내게도 같은 당부를 했는데, 이후 내게만 들리게끔 의미심장한 말을 더했다.

 

 - 자네가 알고 있는 내 권위는 이 일에 방해만 될 걸세.

 

 뤼귀 그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이 레인웜의 왕이라는 사실을 내가 알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땐 조금 놀라고 걱정도 됐지만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다. 오히려 그에게 계속 숨기려고 했다면 그게 더 어려웠을 것이다. 앞으로 태도를 달리해야 할까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으나 곧 관뒀다. 내가 우두머리 인퀴스토 디토스에 대한 예법을 모를뿐더러, 뤼귀의 비밀 또한 지켜주고자 하는 뜻이다.

 폴로니아 궁의 성벽은 낮았다. 때문에 우린 해가 진 시간임에도 성벽위에 올라있는 수비병들의 얼굴을 볼 수가 있었다.

 

 - 궁에 입장하시려면 먼저 성명과 목적을 밝히셔야 합니다.

 

 성문 앞에 서있던 병사는 우릴 정중히 막았다.

 

 - 난 루완의 리오르닌 여왕께서 보낸 특사요. 이들은 내가 보호하는 이들이외다.

 

 뤼귀는 자신을 특사라고 속였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마냥 거짓인 것만은 아니었다.

 

 - 루완의 전령은 오늘 낮에도 다녀갔습니다.

 

 - 우린 그들과 다른 목적으로 온 것이요. 그대들의 왕께서도 우릴 기다리고 계실 것이요.

 

 하지만 특사의 징표는커녕 루완의 기장조차 들고 있지 않았던 우린 성문 앞에서 기다려야 했다. 잠시 후 수비병 한 명이 왕의 허락을 받아왔고, 그제야 우린 폴로니아 궁의 관문을 지날 수 있었다. 우린 아무런 무장도 하지 않은 상태임에도 성의 감시병들의 눈치와 경계에 둘러싸여 알현실로 향했다.

 우린 테스미르미드의 왕 스테판 레흐와 마주했다. 세간이 평가하길 그는 성군이었다. 그는 뤼귀처럼 대머리였고 그 머리 위엔 장식이 화려하지 않은 황금 왕관이 씌어져 있었다. 그의 하관은 희고 긴 수염으로 모두 가려져 있었으나 결코 노인처럼 보이진 않았다.

 우린 브리테니엄 궁에서 여왕을 마주할 때와는 다른 엄숙함 속에서 알현의 예를 치렀으며, 레흐 왕은 우리에게 서글서글한 관심을 보이며 신하들을 모두 내보냈다.

 

 - 과인은 그대들이 오길 기다렸소. 낮에 이곳을 거쳐 간 루완의 전령은 그대들이 조만간 날 찾아올 것이라 하더이다.

 

 - 그렇습니까. 특사로서 아무런 징표도 가지고 있지 않은 저희를 들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레흐 왕은 우릴 하대하지 않았고, 우릴 대하는 그의 낯빛은 밝았다.

 

 - 난 사람을 보면 한 눈에 알 수 있다오. 그대 눈엔 이미 높은 지체와 덕행이 드러나오.

 

 테스미르미드 왕의 눈썰미는 좋았다. 그는 우리에게 물을 말을 미리 준비해둔 상태였다.

 

 - 그대들이 가져온 소식을 듣기 전에 먼저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소.

 

 - 그것이 무엇이든 답해드리겠습니다.

 

 - 세간은 얼마 전 루완에서 일어났던 일을 알고 있소. 그대들의 여왕께서 굳이 이 시기에 우리 평화국가들의 단합을 다지려하는 이유가 무엇이오? 물론 그것이 나쁜 취지는 아니겠네만, 내 눈엔 루완에게 다른 목적이 생긴 것으로 보이오.

 

 - 아닙니다. 저희 루완의 뜻은 단지 동족간의 유대를 위함입니다.

 

 레흐 왕은 뤼귀의 대답을 수긍했으나 그 끄덕임이 마냥 명쾌하진 못했다.

 

 - 알겠소. 그럼 이제 그대들이 가져온 소식을 말해보시오.

 

 - 아르도르의 동족 배반이 의심됩니다.

 

 뤼귀는 짧고 직선적으로 말했다. 의외로 레흐 왕에게선 동요가 없었으며 그는 뤼귀의 주장의 이유에 대해서도 묻지 않았다.

 

 - 그래서, 그대들이 우리 테스미르미드에게 바라는 것은 무엇이오?

 

 - 아닙니다. 저흰 오히려 테스미르미드를 돕기 위하여 온 것입니다.

 

 - 어떻게 우릴 돕겠다는 말이오?

 

 - 왕께서 허락하신다면 제가 직접 폴로니아의 남해안과, 아르도르와 맞닿는 이 나라의 동쪽 국경지대를 조사해 아르도르의 배반 사실을 밝혀내도록 하겠습니다.

 

 레흐 왕은 뤼귀의 제안에 대해 잠시 고민했다. 오래는 아니었다.

 

 - 내 허락할 테니 어디 한 번 해보시오. 하지만 그대들은 펄먼 대왕을 얕잡아봐선 안 된다는 것을 명심하시오.

 

 - 감사합니다.

 

 이니스와 난 뤼귀를 따라 공손히 절을 올렸고 알현실을 빠져나왔다. 레흐 왕은 우리를 위해 조촐한 연회를 베풀었는데, 그 연회장에서 테스미르미드의 젊은 관료 한 명이 날 찾아왔다. 그는 글과 무예를 배운 참모였으며 자신을 뮈헨 로워드라 소개했다.

 

 - 전 당신이 기록을 멈추지 않는 걸 봤습니다. 루완의 서기는 모두 글 솜씨가 뛰어나다지요.

 

 난 말을 더듬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대답을 아꼈다.

 

 - 당신은 특사님과 어떤 관계입니까?

 

 난 뤼귀가 우리의 보호자라고 말했고, 그땐 말을 더듬는 것을 들킬 수밖에 없었다. 막상 그는 내 말더듬을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 보호자라……, 알겠습니다. 주군께서는 제게 당신들을 감시하라 하셨습니다. 그리고 전 그것을 당신들에게 굳이 숨기고 싶지 않습니다.

 

 그는 또 말했다.

 

 - 그러니 당신들의 조사도 저희에게 숨김이 없었으면 좋겠군요. 특사께도 그렇게 일러주시길 바랍니다.

 

 로워드 그가 왜 그런 이야기를 뤼귀가 아닌 날 불러서 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지금 우린 밤을 맞았다. 우리 셋은 여정을 떠나온 이래 처음으로 같은 방을 썼다. 목욕을 해 개운한 이슬을 머리에 매달은 이니스는 뤼귀에게 감사를 표했다.

 

 - 타국에 와 왕의 대접을 받다니요. 어르신 덕분에 저희가 호사를 누리는 것 같아요.

 

 -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구나. 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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