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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지오르고스의 일기
작가 : 현서랑
작품등록일 : 2020.7.31

J. 그녀는 그것을 지오르고스의 일기라 적었지. 모르탈 아이움, 그 옛 시대에 지오르고스가 일궈내어 셀 수 없는 시간을 지나온 그 신비의 역사를. 이젠 J라는 그 작은 여자아이의 이름이 우리들의 진실 위에 허구성과 함께 덮여질 테지. 인간들은 우리들의 존재를 믿으려하지 않아. 앞선 존재들. J는 우리를 그렇게 부르더군. 인퀴스토 디토스란 신들과 엄연히 구분되어야 함에도 말이야.

 
엘레노어 VI
작성일 : 20-08-06 12:09     조회 : 259     추천 : 0     분량 : 40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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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레노어19_

 

 - 셰펄드의 흔적이 칼로스 강까지 이어지다가 끊겼네.

 

 오늘 일찍이 홀몸으로 돌아온 뤼귀가 한 말이었다. 내가 놀랐던 이유는 궁내 마구간에 있던 그의 말 때문이었다. 그의 말은 어제부터 마구간을 벗어난 적이 없었다. 뤼귀 그는 두 발만으로 하룻밤 만에 포페타를 지나 칼로스 강둑에까지 다녀왔던 것이다. 제 아무리 뛰어난 기수가 전령의 말과 자격을 지녔다 할지라도 하룻밤 내에 다녀오지 못할 거리를 말이다.

 난 어제 내가 알게 된 사실을 뤼귀에게 들키지 않으려 애썼고 그는 날 의심하지 않았다. 그를 대면할 때마다 혹여나 그가 내 눈을 읽고 자신이 왕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알아냈느냐 물어 오진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다행히 그의 관심은 오직 셰펄드의 행적에만 쏠려 있었다.

 궁에 돌아온 뤼귀의 소식을 가장 먼저 찾은 사람은 리오르닌 여왕이었다. 우리 셋은 낮부터 알현실로 갔고 스왈로도 그 자리에 함께했다. 그 자리를 가장 불편해하던 이는 스왈로였다. 그가 뤼귀를 대할 때 보였던 머뭇거림은 나와 여왕의 눈에만 보였을 것이다.

 뤼귀는 셰펄드의 행적에 따라 변하게 될 린그노르의 형세에 대해 이야기했다. 지금 내가 참고하고 있는 나의 비망록엔 뤼귀의 머릿속에서 그려졌던 린그노르의 거시적 흐름이 모두 담겨있다. 난 그가 그 자리에서 이니스와 나의 존재를 개의치 않았던 것에 대해서 고맙게 생각한다. 그것은 점차 방대해질 내 서사를 위한 그의 배려였을 것이다.

 대화는 뤼귀의 질문으로 시작된다.

 

 - 셰펄드는 헤스판으로 향한 것 같습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여왕께선 아십니까?

 

 여왕이 침묵하자 스왈로가 대신 대답을 했다.

 

 - 뤼귀 선생. 저 또한 궁에 오래 있어 셰펄드 그 자에 대해서 알고 있습니다. 그는 선생께서 생각하시는 것만큼 무모한 자가 아닙니다.

 

 - 총독께선 그가 하려는 짓이 그에게 있어서 무모한 일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스왈로는 잠시 고민했고, 다음 목소리엔 자신이 없었다.

 

 - 아르도르의 국경은 그 어느 곳보다 경계가 삼엄한 곳입니다. 게다가 헤스판의 관문은 철통 요새와도 다름없다는 것을 선생께서도 아시잖습니까?

 

 그때까지만 해도 난 그들의 대화에 숨어있는 화제를 깨닫지 못했으나, 여왕의 말을 통해 그것을 깨닫게 됐다.

 

 - 그가 어르신의 예상대로 펄먼 왕을 시해하려한다면 그 결과엔 실패의 여지가 없습니다.

 

 뤼귀는 고개를 끄덕였다.

 

 - 그렇습니다. 저흰 그가 일으킬 앞으로의 파장에 대비해야 합니다.

 

 장내엔 각자의 구상이 천장을 맴돌아 적막을 만들어냈다. 곧 자신의 생각을 가장 먼저 꺼낸 건 스왈로였다.

 

 - 뤼귀 선생께서 그를 막을 수는 없습니까? 왕을 잃은 아르도르의 분심은 분명 우리 루완에게로 향할 것입니다.

 

 - 어젯밤 그는 이미 제가 있던 곳에서 멀어져 있었습니다. 게다가 그 흔적마저 칼로스 서쪽 강변에서 끊어졌습니다. 제가 이번 일에서 자신을 막아내고 다그칠 것을 미리 알고 그 스스로 자신의 흔적을 지운 것입니다. 지금쯤이면 그가 이미 헤스판에 당도했을 수도 있습니다.

 

 기대했던 대답을 듣지 못한 스왈로는 실망했다. 뤼귀와의 대화는 여왕에게로 넘어갔다.

 

 - 어르신께선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 먼저 여왕께서 아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 그것이 무엇입니까?

 

 - 이틀 전 이 나라 전역에서 일어났던 일은 아르도르가 독자적으로 꾸민 일이 아니었습니다. 전 도어테일즈를 떠나기 전날 그곳 해안에서 루크룸의 야경전사들을 보았습니다. 그들은 제 존재를 의식한 나머지 그 자리에서 뱃머리를 돌려 루완 땅을 떠났습니다만 그들이 타고 왔던 배는 아르도르의 언더옥포드에서 온 배였고, 그때 그들의 태도 역시 수상해 내내 마음에 걸렸었지요. 바로 어제가 돼서야 그들이 그 날 왜 루완에 왔던 것인지를 알게 됐습니다. 그들은 아르도르 군사사절단이 일으키는 모반에 동참하기 위해 동쪽에서 보내졌던 것입니다. 아무래도 루크룸의 라귈라와 아르도르의 펄먼 아델리오 왕이 몰래 손을 잡은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가 놀랐으나 스왈로가 가장 크게 놀랐다.

 

 - 선생께선 그들이 서로 숙적임을 아시잖습니까? 대체 그들이 무슨 연유로 밀약을 맺었다는 말씀이십니까?

 

 - 펄먼 왕은 인간들 중에서도 특히 약고 악독한 자입니다. 그는 스스로 대왕 자리에 오른 뒤로 줄곧 록를린의 바론 2세와 마찰을 빚어왔습니다. 한 때 야경 첩자들이 퍼뜨렸던 소문을 아십니까? 펄먼 대왕이 린그노르 동방에서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 동족마저 경쟁상대로 여기고 있다는 소문 말입니다. 그것은 뜬소문이 아닙니다. 만약 아르도르가 루크룸의 야경 전사들에게 린그노르의 서방으로 돌아갈 수 있는 뱃길을 내어준다면 군력이 약한 린그노르의 서방국가들은 쉽게 무너질 것입니다. 잉코아 중앙 전선에 밀집해있던 린그노르 동방국가들의 군사력이 자연스레 서쪽으로 분산될 것이며, 그때 아르도르가 야경들의 편에 서게 된다면 현재의 잉코아 중앙 전선의 균형이 무너지게 됩니다. 그리고 머지않아 펄먼 왕은 인간의 가장 강한 왕으로서 린그노르를 점령한 야경 우두머리들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겠지요.

 

 스왈로와 여왕은 서로 눈을 마주쳤고 여왕은 스왈로에게 말했다.

 

 - 전 어르신의 추측에 믿음이 갑니다. 우리 루완은 테스미르미드와 함께 각자의 남해안을 주시해야 할 것 같습니다.

 

 뤼귀는 여왕의 말에 거들었다.

 

 - 그렇게 하심이 좋겠습니다. 그러나 셰펄드가 펄먼 왕을 시해한 후 린그노르의 정세가 또 어떻게 변하게 될 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그 점에 대해선 저도 대비를 해놓겠거니와 총독께서도 여러 준비를 갖춰놓으셔야 할 것입니다.

 

 - 알겠습니다. 선생.

 

 스왈로는 밖으로 나갔고, 여왕은 뤼귀와 셰펄드에 대한 걱정을 비쳤다.

 

 - 전 셰펄드가 저와 이 나라를 위해 행동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다만 그의 불같은 성격이 그 자신과 뤼귀 어르신께 해가 되진 않을까 걱정입니다.

 

 여왕의 말에 뤼귀는 근처에 있던 의자로 가 털썩 앉았다. 그 후 그가 꺼낸 이야기 속엔 그가 셰펄드를 쫓는 이유가 담겨 있었다.

 

 - 그는 스스로 정의라고 믿는 일이라면 어떻게든 실현시키는 독선가입니다. 그런 그의 기질을 제어하고자 제가 이렇게 그를 따라다닌 것도 오래군요. 제게 있어서 그 일은 가벼워 보이지만 사실은 굉장히 중요한 일입니다. 그롯테에선 인간애와 동족애가 맞부딪혀 내분이 활발한 시기입니다. 그 안에서 저희 레인웜만이 평화를 누리고 중립적인 위치를 지키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같은 시기에 셰펄드가 인간 왕을 시해한다면 동부의 야경 우두머리들은 셰펄드에게 레인웜의 대표성을 부여해 우리 레인웜의 중립적 입지를 흐리려 들 것입니다. 이는 레인웜의 야경들이 원치 않는 일입니다. 그렇다고 셰펄드 그에게 레인웜이라는 출신을 강탈하고 책임을 물리는 것은 그의 보호자임을 자처한 저로서는 내키지 않는 일입니다.

 

 - 어르신의 입장에 이해가 갑니다. 저도 그를 탓하고 싶진 않습니다. 우리 루완을 지키고자 하는 그의 마음이 죄는 아니지요.

 

 - 허나 다른 왕들의 생각은 저희와 다를 겁니다.

 

 셰펄드는 두 왕의 대화 속에서 마치 그들의 자식처럼 대해졌고, 또 그들은 부모처럼 그를 염려했다.

 

 - 우선 전 폴로니아로 가 테스미르미드의 왕을 만날 것입니다. 언더옥포드와 남해의 뱃길을 제가 직접 조사해보지요. 아르도르의 동족 배반이 밝혀지면 펄먼 왕의 죽음도 그 업으로 여겨지게 될지 모릅니다. 여왕께서는 서방국가들과의 단합을 두텁게 유지하고 계심이 좋을 것 같습니다.

 

 - 알겠습니다. 어르신.

 

 해는 졌고 이니스와 난 같은 방에서 짐을 꾸렸다. 이니스는 떠나야할 목적지가 정해진 것에 대해서 무덤덤해했다. 사실 나와 뤼귀에겐 이 여정에 대한 목적이 뚜렷했다. 그 점에서 그녀는 달랐다. 그녀는 단지 도어테일즈를 떠나 바깥세상을 구경해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 단순한 호기심은 나와 뤼귀가 이어나갈 긴 여정과는 사실 어울리지 않았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그것이 처음에 뤼귀가 이니스의 동행을 거절했던 이유였던 것 같기도 하다.

 

 방금 전 일이 있었다. 난 오늘의 서사를 위에서 마쳤었다. 그러나 모두 정리를 하고나자 이니스가 방에 찾아왔다. 그녀는 자신의 고민을 털어놨다. 도어테일즈의 집과 닷테일 여관이 그립단다. 그녀의 고백은 내 예상보다 일렀고, 난 준비되지 않은 상태였다. 단지 그녀의 얘길 들어주기만 했다. 이 일로 그녀와 더 가까워진 것도 같으나 마냥 좋지만은 않다. 여행길에 찾아온 향수를 견뎌낼 수 있는 법은 그보다 더한 그리움뿐이랬다. 그녀가 닷테일 집보다도 그리워할 게 우리 여정에 있기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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