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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검신 전설
작가 : 미친작가
작품등록일 : 2020.8.2

보잘 것 없고 나약한 소년이 트라우마와 수많은 모험과 어려움을 이겨내고
성장하는 성장 소설입니다.
독자로 하여금 힐링을 줄 수 있는 소설을 써보고자 애썼습니다.
세계관이 점점 넓어질 것입니다.
부디.제가 쓰는 이글이 독자님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주는 글이 되었으면 합니다.

 
암계
작성일 : 20-08-06 01:30     조회 : 271     추천 : 0     분량 : 106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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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파 무림의 세력들의 회합은 그렇게 끝났다.

 그리고 이제 천가장에도 혹독한 한겨울이 찾아왔다.

 천가장은 감숙성 성도 난주 서남 쪽 외곽 무산의 석회암 지대에 위치한다.

 천가장의 시종들은 월동준비를 거의 마무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월동 준비와는 다르게 천가장 수련동 앞의 널찍한 마당의 힘찬 기합소리는

 겨울을 무색케 했다.

 

 천가장 동쪽 무산(武山)의 석회암 지대에 사방 근 육십 장에 수련동이 위치한다.

 사방 동서북쪽이 거대한 석회함 절벽으로 둘러싸인 곳이다.

 대지에 쌓인 눈에도 불과하고 천가장의 제자들은 한겨울이건만 땀으로 젖어있다.

 차가운 대지위에 눈은 어느새 녹아 있었다.

 지금 천가장은 후학양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강호무림에서는 힘의 법칙이 통용되는 도산검림의 세계다. 당연히 장주인 천패선은 지금 천가장을 구파일방에 뒤지지 않는 세력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자신의 무위를 뿐만 아니라 천가장이란 조직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과거 정파무림은 개인의 무위와 협행을 중시했지만, 작금은 집단전의 양상을 띠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전술과 용병술이 요구되는 때였다.

  천패선 개인의 무공이 강력한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필요한 것은 그를 뒤 받침해줄 천가장의 조직의 힘이었다.

  그리고 그에 따라 한층 중요한 것은 앞으로 천가장의 동량이 되는 후학 양성이다. 모든 무림 문파가 후학양성을 중요시하지만 천가장의 입장으로서는 신흥 무림세력이기 때문에 후학 양성은 더욱 중요시 할 수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 천가장은 지부 무관을 통해 제자들을 받아들이는 것 외에도, 굶주림에 버려진 남자아이들 중 근골이 좋아 보이는 아이, 아니면 가난 때문에 돈 몇 푼을 주고 사온 아이, 전쟁에 부모를 잃은 고아 등을 데려와 천가장의 무사로 키우는 열을 올리고 있었다.

  물론 천가장의 정식 제자들은 지부 무관에 입관 절차를 거치고 근골과 재능이 좋아 보이는 품행도 바른 아이들 중에서 추려 제자를 삼고 있었다.

 천가장의 무사나 제자를 뽑고 키우는 일을 하는 조직은 천의각(天義閣)이다. 그리고 천의각의 당주는 당혁련.

  사실, 당혁련과 장주 천패선은 몇 년 전부터 서로 의견을 달리하고 있었다. 바로 다음 천가장을 이끌 장주를 뽑는데 서로 마찰이 있던 것이다.

  마찰이라고는 해도 천패선이나 당혁련은 워낙 사이좋은 의형제라 나쁜 감정은 없었고 서로의 의견이 달랐을 뿐이다.

 천패선은 무공의 자질이 뛰어나고 영민한 천유백을 소장주로 지금의 소장주인 천무진과 바꾸려고 하고 있었다.

  당혁련은 심성이 좋고 불가나 도가의 경전에 해박하고 비록 몸이 약하고 근골이 무림인의 평균 이하이나 무공의 이론과 이치에 밝은 무진을 계속 장주로 계속 유지할 것을 주장하는 것이다.

  천패선은 내심 어릴 때부터 자신을 따르고 뭐든 재주가 있고 기민한 유백을 생각해두고 있었는데 이것에 관해 당장로와의 의견에 차이가 아직 좁혀지지 않고 있었다.

  천패선은 무진에 대해 자식으로서 나름 애정과 관심이 있기는 하지만 자신과는 닮지 않고 내성적인 무진이 맘에 안 들었다. 그는 의식적으로는 이 사실을 스스로 부정하겠지만 무의식적으로는 유백에 끌리고 더 애착이 가는 것이었다.

  정작 본인의 이런 무의식적 생각은 스스로 의식하지 못했지만, 그의 의동생 당혁련은 그것을 충분히 눈치 채고 있었고,

  당혁련이 본 무진은 성장이 더디고 무(武)에 대한 재능이 부족하지만, 어딘지 무진은 그릇이 커 보이고, 심성이 맑고 지혜로운 면이 언 듯 보여 아직은 무진을 소장주에서 밀어내는 것은 더 재고해 봐야할 사항이라고 장주를 설득하고 있었다.

  아직 판단은 최종적으로 내리는 것은 시기상조며 약관의 나이까지는 더 오래 판단을 해보고 평가해보자는 입장이다.

  모든 아버지는 아니겠지만 천패선은 자식의 약점을 너무 크게 보고, 참고 인내하기가 내심 지겹고 힘들었으리라. 그렇다. 부모들은 자신의 자식에 대해서만큼은 인내심이 부족했던 것이다.

 

 장문삼.

 천가장의 동량이다.

 녀석의 나이 16세.

 이곳 천가장에 온지 6년이 지났다. 나름 근골도 좋고, 힘도 좋아 그 무위는 성인 일급 무사와 맞먹는다. 여기 천가장은 총 3등급으로 무사를 나눈다.

 제일 하위의 외원 무사, 그다음이 내원 무사 그리고 천가장 당주들의 직속 특무단이다. 특히 여기 특무단에는 천가장의 혈육들로 구성되어 있고 그 중에서 우수한 제자를 추려내 장주의 직속 제자로 추천된다.

 

  가장 아래의 외원 무사는 강호무림의 일반적인 3류 무사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그렇지만, 요즘 천가장은 일반무사들의 무위를 높이기 위해 다른 무림방파보다 더욱 혹독한 수련을 해서 단순 삼류무사보다 조금 더 나은 편이다. 이들은 장원 가장 바깥의 외원을 감시하고 경계를 살핀다.

  외원에는 소작 농인들의 밭과 논 그리고 조그마한 언덕과 그들의 거처가 있다.

 그리고 외원 안쪽으로는 거대한 목초지와 널찍한 공터가 있는데 이곳은 외원 무사들의 수련장이었다.

 장원 더욱 안쪽에는 내원이 있는데 그곳은 외원과는 천양지차였다.

  가산과 여러 기화요초의 꽃과 희귀한 식물, 약초들이 있고 그중에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수령이 족히 300년은 되는 거대한 소나무가 그것들의 중심에 있었다. 그리고 곳곳에는 핵심 건물들이 밀집해있고 그 건물 중에 중심부에는 장주와 소장주의 거처. 그리고 장서각과 대회의실인 현무전, 무기고인 청룡각, 직계 제자와 상급 무사들의 거처인 용봉전과 의용전 등이 있다.

  문삼은 그 중에 무기고인 청룡각 건물 뒤편에 벌을 받고 있었다. 바로 머리를 단단한 바위 위에 박고 있는 벌이였다.

  문삼은 힘도 세고, 무재도 어느 정도 타고났고 성격도 시원시원한 그런 소년이었다. 거짓말을 못하고 직설적인 데, 눈치가 없는 게 흠이었다.

  원래 천가장의 무사들은 연초를 피우지 못하게 되었지만, 암암리 피운다. 장원에서는 당연히 눈감아 주고 있었다.

  종종 조장이 저잣거리로 나갈 때가 있는데, 나갈 때면 금와당의 당원들이 무사들에게 자질구레한 식비나 생활용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엽전을 몇 푼 쥐어 줄 때가 있었다.

 그런데 그만 무삼은 생필품을 구매하고 연초를 사오는 것을 잊었다.

  아마 그 자신이 연초를 피지 않아서 깜박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조원들에게 옛날 자신의 몫으로 주어졌던 연초를 미안한 마음에 주었다. 헌데 자신의 고참 조원 두 명에게 연초가 못 돌아간 것이다.

  오늘 그 고참 조원인 조기태, 방원에게 벌을 받고 있다. 사실 기태, 방원은 문삼을 못 마땅해 하고 있었다.

  자신보다 5년이나 어린 녀석이 이제 곧 내원 무사로 승진된다고 하니 열불 나게 시기하던 참이었다, 게다가 문삼의 용력을 나찰부의 수장인 이문룡 장로가 보고, 뒷짐을 지고 왈,

 “ 너가 앞으로 성장하는 모습과 하는 일을 봐서 나중에 내 제자가 될 수도 있으니 열심히 수련하거라 ”

  그날이후 백인대 대장이 그를 따로 가르치고 따로 개별 수련시간을 두 시진이나 주었던 것이다. 이들은 얼마나 시샘이 나고 투기가 일었던지. 문삼의 꼬투리를 잡을 일만 찾고 다녔다. 그래서 이번에 어거지로 꼬투리를 잡아낸 것이다.

  벌써 두 시진 째.

  문삼의 인내력이 한계점에 가까워진다.

 엎드려 머리를 박고 있지만 콧김이 푹푹 나오기 시작한다. 눈에는 힘이 들어가서 인지 아니면 열불이 뻗쳐서 인지 붉게 물들어 있다.

 아~, 쓰벌 못 참겠네.

 그리고서는 벌떡 일어난다.

  “ 내가 연초를 가지고 오지 않은 게 복무사항을 어긴 것도 아니고 그나마 내가 가진 연초를 나누어 주다보니 고참 걸 못준 것 뿐 인데. 꼬투리를 잡아도 좀 될 만한 것을 갖고 잡으셔….”

 “ 이이… 녀석 봐라, 너! 고참에게 대드냐!”

 그리고 주먹이 날아들며 문삼의 아구를 가격한다.

 뻑어-억

 “……”

 “ 얼-라? 이것도 치는 거유?”

 “에-라이 이 더러운 놈들.”

 쿵-쾅쾅,

 뻑뻑-

 요란한 난투소리가 들려온다.

 기태와 방원은 스러져 있다. 호되게 맞아서 코에는 코피가 줄줄 흐르며 눈은 붇고 입술은 터지고 옷도 흙에 굴렀는지 엉망진창이다.

 "크-윽, 이-놈 문삼. 죽여버릴테다.“

 기태는 쓰러져 나뒹굴면서 주변에 떨어진 검을 쥐어 잡는다. 그리고 검을 뽑는다.

 이 광경에 문삼도 놀라 뒤로 물러서며 검집에 손을 얹는다.

 그때,

 “뭐하는 짓이냐? 사사로운 다툼에 같은 장원 내의 무사끼리 칼부림까지 하다니.”

 “소장주님……!!”

 셋 모두 깜짝 놀라고 말았다.

 “너희들은 한 식구다. 어째 한 식구끼리 다툴 수는 있어도, 서로의 생명을 해하려고까지 하느냐. 입이 있거든 변명이라도 해 보거라.”

 

  사실, 무진은 유백과의 일이 내내 마음이 쓰이고 장원내의 이상한 기류와 분위기에 마음을 삭일 겸 산책을 나온 참이었다.

  무진은 상급무사와 당주들 그리고 원로원이나 장로들에게 무시와 냉대를 보이지 않게 받고 있으나, 소작농들이나 3급 외원 무사들에게는 어질고 후덕하기로 소문이 났다.

 그렇다. 실력과 능력은 떨어질지언정 어질고 인덕이 있었다. 그래서 장원내의 힘들게 노동에 시달리는 소작인,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일하는 외당 무사들에게는 훌륭한 인품으로 칭송을 받았다. 참 대조적인 반응이었다.

 쩔그렁,

 기태는 검을 놓았다.

 “소장주님 제가 잘 못했습니다.”

 기태에 이어 방원도 칼을 떨구며 무릎 꿇는다.

 “ 저희 두 놈이 시기심에 눈이 어두웠나봅니다.”

 “무삼, 너는 할 말이 없느냐? 너보다 장원 내에 선배이며 나이가 많은 윗사람이다.

 너는 네 행동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

 “제가 잘못 했습니다. 소장주님 저보다 훨씬 나이 많은 선배를 때렸습니다.

 죽을죄를 저질렀습니다. 처분에 맞깁니다. “

 한동안 사위가 조용해졌다.

 이윽고 무진이 차분히 말한다.

 “됐다 그만했으면 잘못을 서로 알았으면 그것으로 된 것이다.

 난 서로 화했으면 싶구나. “

 

 “잘못했습니다. 벌을 받겠습니다. 선배님들.”

 “아니다. 우리가 괜히 시기심에 꼬투리를 잡았다. 용서하려무나, 우리도 잘못했다.”

 

  어두운 등촉 아래에 두 부자(父子)가 앞에 차 한 잔을 두고 의미심장한 분위기 속에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지나가는 사람이 본다면 두 부자가 화기애애하게 덕담을 나누는 듯 보일 것이다.

  허나,

  그 이야기를 듣는다면 가히 섬뜩할 내용이라는 알고 놀라 자빠질 것이다.

 그 내용을 가만히 들어보자.

 “ 알 수가 없습니다. 백부는 형을 마땅치 않게 여기면서도 결정적일 때 감싸고돕니다.

 매몰차다가도 자애로울 때가 있습니다. 이대로 있다가는 장주자리를 내여 줄 수도 있겠습니다. 그는 분명 바보스러워 보이지만, 가끔 현기를 느낄 때도 있습니다. 그는 방심하면 결코 안 될 인물입니다. “

 “ 백아 네가 너무 예민한 것이 아니냐? 그런 녀석 따윌 경계하다니, 너답지 않게 지나치게 신중하구나.”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한 참 농번기일 때였다. 그 해에는 유난히 긴 가뭄이 왔었는데, 온통 농작물이 메말라 죽어가고 있었다.

  농민들이 대화를 나눈다.

 “이 일은 어쩐다? 올 농사는 다 망하게 생겼네. 소작료도 제때에 못내는 것은 물론 먹을 양식도 부족할 것 같구먼.”

 “ 허허 우리 같은 양민은 이제 어찌 산다는 말인가?”

  그때에 근처에 산책을 하다가 농민들의 이야기를 듣던 무진은 성큼성큼 그들에게 다가왔다.

 그러며 말을 꺼냈다.

 “제게 묘안이 있습니다.

  제가 있는 별채 옆에 작년 겨울부터 체력 단련 겸 땅을 파서 지하수를 발견했습니다. 지하수가 많지 않아 더 크게 파놓고 수시로 빗물을 받아 놓아서 가뭄인데도 물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그물을 끌어다 쓰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부족한 식량은 제 별채 곡간에 넉넉히 있으니 겨울철 식량 걱정은 붙들어 매시길 바랍니다.”

 그리고서는 무진은 농민들과 수로를 파는 등 함께 일했다.

 무진은 풍수지리에 능통하여 수맥을 찾아내고 풍년 시 곡식을 모아 놓았다가 흉년에 소작인들과 나누어 먹곤 했다.

 한 번은 여름 무더위 기승에 어느 장정이 쓰러졌는데, 적당한 약초와 음식으로 허한 기를 보충해주어 치료해 주었다. 의술에도 어느 정도 식견이 있는 듯했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유백이 입을 연다.

 

 “그는 농민들과 하위 무사들에게도, 신망과 인덕을 쌓고 있습니다.

  게다가 당혁련이 그의 후원자를 자청합니다. 내일 백부가 무림맹의 회맹에 가실 때가 기회입니다. 당혁련과 무진을 죽여야 합니다.”

 

  날은 더욱 어두워갔고, 그들의 이야기는 어둠 속에서 더욱 은밀해졌다.

 

  다음 날이 밝았다.

  무진은 아침 일찍 일어나 있었다. 간밤의 꿈이 예사롭지 않았다.

 꿈속에서 자신은 장서각에서 경서를 읽으며 졸고 있었다. 그런데 꿈속에서 잠이 들려는 찰나에, 품에 흉흉하고 화려한 색깔의 뱀 한 마리가 자신의 겨드랑이 틈에 살며시 미끄러져 들어와 자신의 목을 문 것이 아닌가!! 창졸지간이었다.

 숨이 막히고 목 부위가 화끈해지며 머리에서 시작해 심장까지 열이 끌어 올랐다.

 잠결에 숨을 참기 힘들어 숨이 터짐과 동시에 잠에서 깬 것이었다.

  잠에서 깨니 때는 한 밤 중,

  아직도 몸에 열불이 난다. 아무래도 무진은 고뿔이 심하게 걸린 것 같았다.

 하도 불길하여 무진은 날이 밝을 때까지, 멍하니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마지막 꿈에서 깨기 직전 오른 손에 금강경을 손에 들고 있던 것이 인상 깊었다.

  밖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 소장주님 기침하셨습니까?”

 자신의 시종 구척이었다.

 “ 그래 깨었다. 오늘 장주님께서 무림맹에 가신다지?”

 “예 그렇습니다. 빨리 가셔서 문안 인사드리고 배웅 준비를 하셔야 합니다.”

 “그래.”

 준비해둔 따뜻한 물에 얼굴을 씻는다.

 씻는 김에 아예 받아놓은 물에 온 몸을 담궈본다.

 언 듯 꿈속의 일이 다시 생각난다. 아니 내내 꿈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불길하다.’

 

  무진은 어린 시절부터 몸이 병약했다. 겨울에는 추위에 약하고 여름은 여름대로 그 더위를 견디기가 힘든 몸이다. 내공이 모이지 않는 것 뿐 만아니라. 겨울에는 고뿔 여름에는 열사병, 빈혈도 있어 사람이 많은 곳에는 기절도 가끔 한다.

 그래서 무진은 무가의 자녀지만 개인시종을 따로 두고 있었다.

  단련하는 무인이 자기 몸 편하자고 어린 나이에 시종을 두는 것은 무가의 자녀로서는 있기 힘든 일이지만 말이다.

 

  무진은 몸을 단련하기 보다는 3년 전부터는 책을 보고 학문을 닦기를 힘썼다.

 그렇다고 과거 시험을 준비하는 것도 아니었다. 나중에 관직에 오른다하여도 기본적인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 번은 성도의 유명한 의원이 무진의 맥을 짚어보고,

 “ 이상하군요. 맥이 불규칙하고 음양의 기운이 몸내에서 질서 없이 헝클어져 있습니다.

 이정도면 열 살이 넘으면 죽을 것인데, 아직 살아있군요. 본 의원으로서는 체질적으로 전혀 이런 몸은 접해본 적이 없습니다. 내 지식 밖의 경우라서 뭐라 말씀드리기도 어렵습니다. “

 

 그 일이 있고는 무공수련은 받지 못했다. 집안에서 하나 있는 자식이 무공을 익히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체력이 좋은 것도 아니고, 책사로서의 역할을 할 만큼 영민해 보이지도 않았다.

  그러면서 무진의 아버지인 천패선은 더욱 유백에 대한 기대가 커갔고, 실제로도 유백은 무공에 관한 뛰어난 오성에 발군의 영민함은 물론 통솔력도 갖고 있어, 천패선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었다.

 

 아직은 이른 새벽시간.

 천패선이 당부하며 말한다.

 

  “태경, 태삼아 내가 달포정도 시간을 비울 테니. 장원을 잘 지키기 바란다. 그리고 유백아”

 “예 백부님”

 “ 너는 더욱 수련에 힘쓰거라. 그리고 네 형인 무진을 부탁한다.”

 그렇게 말을 맺으면서 호위무사 한당과 단촐히 무림맹이 있는 하남성을 향해 말고삐를 당긴다.

 무진에겐 아무 언급도 없이, 무심히 말고삐를 당기며 출발하는 천패선이였다.

 무진은 가만히 뒷모습만을 바라만 봐야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천가장은 어둠이 차츰 쌓이는데….

 

 한밤중 어느 은밀한 심처에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이 있다.

 “ 준비는 되었는가? 태삼?”

 “ 끌끌끌 물론입니다. 형님, 그걸 들여오느라고 여간 힘든게 아니었습니다.

 그보다 댓가는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준비는 되셨는지요? “

 “ 훗, 엤다. 받아 보거라.”

 털썩

 “구양진경!!”

 “진본이 확실합니까? 어떻게 이 귀한 물건을 이리도 빨리 구해오신 겁니까?”

 “ 그건 묻지 마라. 때가 되면 알려줄 것이다. 그리고 구결대로 운기해보면 이것이 진품인지 아닌지는 네 스스로 알 것이다.”

 “먹고 체하는 물건은 아니겠지요?”

 “흐흐 의심도 많구나.”

 “맏형을 죽이려는 자를 뭘 믿고 믿겠습니까?”

 “넌 아직 내게 필요한 존재니, 내가 거짓 물건을 주지는 않는단다.

 그리고 당혁련을 도모하면 그 구양진경의 출처도 네게 말해주마.

 이제는 됐지? “

 “그럼 믿겠소.”

  천패선의 동생 천태경, 천태삼, 이들의 밀담이 한 밤중에 오가고 있었다. 그들은 음험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천태경은 오래전부터 장주이자 가주인 천패선을 시기해왔다.

 뛰어난 무공재질과 전대의 모든 진전을 이어받은 인정받는 맏아들인 패선을 그는 어린 시절부터 시기해온 것이다. 그것은 태삼에게도 마찬가지다.

 오직 맏이 되는 자에게만 전수한다던 천가무예의론,

  태경 자신은 천가장의 상단과 표국을 키워 그 금력으로 천가장을 반석위에 놓았지만, 가전의 절세신공을 전수받지 못하고 모든 공은 자신의 형인 패선에게만 돌아간 것이다.

 그 마음은 태삼도 역시 같다. 특히 태삼은 무공 광이었다. 누구나 호적수를 보면 비무를 청하는 용맹하고 투쟁심이 강한 무인이다.

 어쨌든 이 두 동생에게 있어 패선은 넘어야 할 벽이요. 불쾌한 존재였다.

 그런 면에서 둘의 연대는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천가장이 무가로서 우뚝 선 것은 무진의 조부 때부터다.

 천성문.

 그는 필생의 무의를 담은 수 십 년의 연공 끝에 천가무예의론란 비급을 만들어

 가전무예를 바탕부터 다시 쇄신해서 새로운 영역의 무예를 창안했다.

 하지만 사실 그 근간은 북명신공에 있었다.

 소수 무림인 사이에는 북명신공이 마교의 절세 무학으로 알고 있지만, 뿌리를 따지면 발해 왕조를 수호하는 수호신공이 마교로 흘러들어 세간에는 마교의 무공으로 알려졌다.

 이것이 어떻게 해서 천가장으로 흘러들었는지는 대대로 천가장의 장주에게만 전해 온 극비에 속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천가장의 가전무술이 마교의 실전된 절학인 북명신공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천가장에 피바람이 불지도 모를 일이었다.

 

  당혁련과 무봉당의 당주의 우봉 선생은 꾀나 친분이 두터운 사이였다.

 그런 우봉 선생이 당혁련과 자못 진지하고 심각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 천태경의 움직임이 요즘 심상치 않소이다. 장원내의 재산을 자신의 명의로 비밀리에 숨겨두고 있습니다. 금와당도 핵심 당원들도 그의 사람으로 의심되는 자로 교체되고 있습니다.

 아마도 지금 금와당은 그의 수중에 떨어 진거나 마찬가지 일겁니다. 금권이 그의 개인 소유로 이전 되고 있습니다.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 지 아시겠습니까? “

 

 “음- 아마도 그자들은 이 천가장을 자신의 것으로 장악하려 할 것입니다. 일단 금권을 장악하고, 다음은 무력 단체겠죠, 하지만 무력단체는 이 몸이 몸소 관리하는데, 그들은 더 이 상 어쩔 수 없을 겁니다. 더 확실한 증거가 잡히면 장주에게 알려야겠습니다. 아직은 장주가 그들이 친 혈육이라 믿고 있지만, 확실한 증좌를 잡으면 장주께서도 특단의 조치를 취할 것입니다,”

 

 “그랬으면 좋겠는데 장주는 천태경과 천태삼을 너무나 믿고 있어요, 장주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이러다가 소장주가 그들의 손에서 쫓겨나가는 건 시간문제가 될 것입니다.”

 

 "우리가 이럴수록 버티고 있어야죠, 우리가 있는 이상 그들도 더는 대담한 짓거리를 못할 겁니다. 그리고 지금은 장주가 출타 중인 때, 더 비밀리에 그들의 불온한 움직임에 대한 증거를 잡아 장주에게 알려야 합니다.

  우봉이 다짐하듯 다시 입을 연다.

 “우리가 충성하는 자는 어디까지나 지금의 소장주. 돌아가신 사모님과의 약조는 어떤 일이 있어도 지켜야 합니다. 우리는 어디까지나 돌아가신 사모님의 은혜로 살아있는 목숨. 그들의 뜻대로 절대 되게 할 수 없습니다.

 

  며칠이 지났다. 장주가 무림맹으로 떠난 지 열흘이 지나는 평온한 아늑한 밤이었다.

 그날도 무진은 장서각에서 독서가 한창이었다.

  무진의 옛날 9살 무렵 장서각에 처음 가게 되었을 때를 돌아가 보자.

  그 무렵 무진에게 책이라는 것은 수면제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나 점점 장원 내에서 자신의 입지가 좁아지고 갈 데가 없어진 무진은 어느 날 서가에서 무심결 어느 점서를 끄집어냈다. 그런데 그 책이 어렵고 난해하기 짝이 없는 정말이지 잠자기 용으로 딱 들어맞는 책이었다.

 ‘그래 책은 내게 안 맞아’

 그래도 가끔 장서각에 들렀는데, 그 이유는 아무짝에도 무가치한 자신이 그래도 책을 읽기라도 하면 아버지에게 꾸지람은 받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조용한 장서각은 다른 사람과 부딪기지 않을 수 있는 그의 유일한 공간이었다.

 그렇게 무료하고 무가치한 세월을 보내고 있던 무진.

 그런데 어느 날 자신의 시종이 다급히 뛰어오며 말하길

  “ 소장주님 장주님께서 오늘 비서각에 친히 들르신다 합니다.”

 그 말을 듣고 무진은 또 혼이 날까봐 자신의 베개를 보는 척이라도 할 겸 펴냈는데, 중간 쯤 펼 때 사람의 운명과 운세를 보는 장이 펼쳐졌다.

 역시 난해한 건 여전했다.

 그래도 마음 한편에서

 ‘심심한데 한 번 이 빌어먹을 팔자나 점쳐볼까?’

 그렇다, 무진은 평소에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왔다.

 게다가 어머니의 죽음 후

  소장주인 자신이 끝내 장원내 무사들에게 까지 무시를 받는 처지를 비관해 뚜껑이 열리다 못해 터질 지경까지 온 것이다.

 ‘좋아 한번 읽어보자’

 그날부터 무진은 매일 그 베개를 읽기 시작했다.

  헌데 그 내용을 보니 단순한 점서가 아니었다.

  우선 책을 내용을 읽기 위해서는 주역의 효나 음양오행에 그리고 농사철에 따른 절기나 별의 움직임 등 천문역학에도 어느 정도 조예가 있어야하고 뭔가 철학적 사색이 필요할뿐더러 무술과 기(氣), 의학에 관한 정말이지 알쏭달쏭하고 심오한 얘기들이 가득했다.

  그때부터 무진의 인생은 변하기 시작했다. 날마다 독서에 심취하고 자신이 모르는 내용의 다른 책이라도 배우고 익히길 즐기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처음 그가 베개로 삼았던 책의 이름은 선도(仙道)학 혹은 신설술 중에도 어렵기로 악명 높은 바로 주역참동계였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는 더욱 본격적으로 여러 분야의 책을 섭력하기 시작했다.

 그 뒤로 무진은 14세 인 지금까지 장서각의 장서들을 읽는 독서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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