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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죽은 너를 위하여
작가 : 예드니
작품등록일 : 2020.8.5

마교가 멸문당한 정사대전이 발발한지도 20년이 지났다.

"귀안을 갖은 자는 삿된 것에게 먹혀 귀문을 열고 만다."
귀신을 보는 청년 '우현'과 인형에 갇힌 여인 '천설화'. 그리고 외팔이 '장익삼'의 평생에 걸린 복수극.

 
20. 아니거나
작성일 : 20-08-05 23:19     조회 : 255     추천 : 0     분량 : 4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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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아니거나

 

 “히익? 조, 종아리요? 무슨 운세 봐주는 사람이 이리 끔찍하답니까!?”

 “끔찍한 건 네놈 체질이겠지! 알려주는 본녀가 무슨 죄가 있느냐? 켈켈켈!”

 

 악담을 퍼붓는 점쟁이라니!

 

 우현은 갑자기 시무룩해졌다. 미래 운수가 어떨까, 연애 운이나 봐 달랄까 했던 그의 어깨가 시무룩하게 가라앉았다.

 

 그는 불현듯 종아리를 주무르며 앞으로 관리 잘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깟 종아리 걱정할 때가 아닐 텐데?”

 “예?”

 “이 정도로 몸이 약해 빠졌으니, 평소에 헛거를 종종 볼 테지!”

 

 흠칫.

 종아리를 주무르던 우현이 동작을 멈췄다.

 

 헛것이라면 아무래도 노파가 말한 체질과 제가 귀신을 보는 것이 연관이 있을 것만 같았다.

 

 “죽은 자와 가까이하면 죽음 냄새가 밴다! 네놈은 이러나저러나 단명할 팔자다, 살길이 보이지가 않는구나! 켈켈켈!”

 “허, 허으. 단명이라니요! 이제 약관을 막 넘겼을 뿐인데요!”

 

 악담을 듣고 있자니 갑자기 멀쩡하던 몸이 급격히 노쇠해진 기분이었다. 우현은 어깨를 으슬으슬 떨며 몸살 기운인가? 하고 중얼거렸다.

 

 “켈켈켈! 고것 참 재미있는 놈이로다!”

 

 우현은 손등을 들어 이마에 대었다. 그러자 평소보다 뜨거운 것도 같았다. 콜록콜록! 고작 재채기하는데 폐가 왜 이리 아픈지.

 

 우현은 신발을 냉큼 벗어 열 발가락을 확인했다. 발가락이 평소대로 잘 안 움직이는 것도 같고, 종아리가 욱신욱신한 것도 같았다.

 

 “헬헬헬! 네 놈이 살아날 방법이 없는 건 아니란다, 아가야!”

 

 갑자기 정말 병든 닭 마냥 핼쑥해진 우현을 구경하며 켈켈켈! 하고 웃던 노파가 말했다.

 

 “정말입니까?!”

 “본녀는 빈말은 안 한다!”

 

 그러자 우현이 후다닥 자세를 바로 했다. 약해 빠진 몸뚱이란 말을 들은 이후 시름시름 앓던 그가 급속도로 생기를 되찾았다.

 

 “제가 살아날 방법이 무엇인지 알고 계신단 말씀이시지요?”

 

 노파에게 공손하게 무릎을 꿇고 앉은 우현은 그녀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켈켈켈! 본녀가 아무리 사악하기로 서니, 단명하게 생긴 불쌍한 놈을 앞에 두고 농담 따먹기를 할 정도로 잔망스럽지는 않다!”

 

 척.

 노파는 호기롭게 말하며 손을 내밀어 우현에게 손바닥을 보여주었다. 쪼그라든 것처럼 작고 주름진 노파의 손이 허공에서 위아래로 꺼덕거렸다.

 

 “저는 손금을 볼 줄 모릅니다.”

 “헬헬헬! 요 귀여운 놈! 누가 본녀의 운세를 봐달라 했더냐? 복채를 내놓으란 말이다, 이것아!”

 “네? 거지한테 무슨 복채입니까?”

 “네놈, 거지였느냐? 팔자도 기구하구나! 크크크! 어쨌거나 앞으로 네놈이 살아날 방법을 이야기해 줄 텐데, 맨입으로 들을 생각이었더냐! 건방진 놈!”

 

 노파는 툭 치면 떨어질 것만 같은 새까맣게 삭은 손톱을 까닥거리며 우현에게 금전을 요구했다.

 

 남에게 구걸만 해봤지, 돈 달라는 소리는 생전 처음 듣는 우현이 눈썹을 찌푸렸다.

 

 노파는 기분 나쁜 웃음소리를 내며 우현을 기다렸다. 말라비틀어진 손가락을 계속해서 까닥까닥했다.

 

 “어떻게 생겨 먹은 복채가 운세를 듣기도 전에 줘야 한답니까?”

 “에잉, 영악한 놈!”

 “아, 됐습니다! 이러나저러나 저는 단명하면 고만이니. 저는 이만 단명하러 가보겠습니다!”

 “오호라. 네 놈이 아주 간땡이가 부었구나? 오래 살고 싶지 않은 게야?”

 “아니요! 오래 살고 싶습니다! 하지만 제가 지금 수중에 1전밖에 없어서 그럽니다.”

 

 우현은 대뜸 일어나 엉덩이를 툭툭 털었다.

 

 이런 엉터리 점쟁이한테 복채를 줄 이유가 없었다. 단명할 운명이라니!

 

 “고작 푼돈에 살고, 죽을 명줄이 결정된다면. 제 운명은 고작 1전 어치라는 소리 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제가 바꿔볼 만도 하겠지요!”

 “켈켈켈! 놈, 기고만장하게 굴러가는 머리 하나는 봐 줄만 하다.”

 

 자리를 뜨는 우현을 올려다보며 노파가 기괴한 소리를 내며 웃었다.

 

 “그럼 어르신. 건강히 계십쇼.”

 “치사하고 더러운 놈! 그거나 꼭 제대로 덥고 다녀라! 안 그러면 넌 제 명도 다 못 산다!”

 

 뚜벅.

 막 굴다리를 벗어나려던 우현이 노인의 말에 제 자리에 서서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굴다리 밑 어둑한 그늘에서 노파의 새하얀 두 눈이 번쩍였다.

 

 “예? 덥고 다니라니요? 뭐를 말씀이십니까?”

 “암영사 말이다, 암영사!”

 “암영사? 그게 뭐예요?”

 “……크학학학! 이름도 모르면서 잘도 배때기를 가리고 다녔구나! 기가 막힌 놈이로다! 크하하하!”

 “배때기? 아, 이거요?”

 

 우현은 제 허리춤을 붙잡았다. 바지 위로 칭칭 감아둔 검은 천이 만져졌다. 얇아서 겉으로는 티도 안 나는데, 노파는 어떻게 용케도 알아챘다.

 

 “이건 어떻게……. 응?”

 

 우현이 다시 굴다리를 봤을 때는 어둠 속에서 빛나던 하얀 두 눈동자가 사라진 상태였다.

 

 우현은 콧잔등을 긁적이며 객잔으로 향했다. 달이 중천에 떴는데도 강변에서는 여전히 풍등을 날리며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

 

 “여보게, 여보게. 저 미친놈 좀 보게.”

 “응? 뭐?”

 “저기 아까부터 멀쩡하게 생긴 어느 미친놈이, 굴다리 밑에서 혼자 중얼거리고 있지 않은가.”

 “뭐? 아이고! 오싹혀라. 저긴 작년에 갑자기 불어난 강물에 다리 밑에서 동냥하던 거지하고, 점으로 사기를 치던 할매가 휩쓸려간 그 자리 아닌가?”

 “그래! 그 물고기마저도 죽어 둥둥 떠다니고, 이상한 일만 일어난다는!”

 “그러니까 말이여! 어이쿠, 어서 가세. 갑자기 춥네 그래!”

 

 ***

 

 ‘암영사라……. 네 이름이 암영사였나 보구나.’

 

 우현은 객잔으로 돌아와서는 가장 허름한 방을 빌려 배를 깔고 누웠다. 양 문의 틈새가 한 뼘은 벌어져 있는 객실이었다. 같은 층의 밖에서 일하는 점소이가 코를 파는지, 파먹는지 다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맨바닥에서 구걸하며 평생을 살아온 우현에게는 이마저도 감지덕지했다. 길거리에서도 잘만 자는데 객잔의 소란쯤은 우스웠다.

 

 “내가 빙음오행체라니.”

 ‘너는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형편없는 몸뚱이다! 보통 계집이 타고나는 체질인데, 참 고약하기도 하지! 사내의 몸으로 타고 나타났으니! 켈켈켈! 무공을 배우면 무로 돌아가고, 평소에 잘 처먹지 않으면 단명할 운명이구나!’

 

 오늘 만났던 노파의 말을 떠올리자 조금 울적해진 우현이 암영사로 눈가를 콕콕 찍었다.

 

 퍽.

 “악! 아파요!”

 

 그러자 갑자기 등장한 장익삼이 우현의 등을 툭 쳤다. 살짝 친 건데도 소금에 닿은 지렁이처럼 우현은 침상 위를 굴러다녔다.

 

 “청승맞게 뭐 하고 있는 게야? 만두가 그렇게 먹고 싶더냐?”

 

 가뜩이나 나는 몸이 엄청나게 약한 체질인데, 이렇게 저를 막 대하는 장익삼이 우현은 무척 미워 보였다.

 

 게다가 오늘 아침에 만두를 못 사 먹게 점소이를 매수했던 일을 생각하니,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며 우현이 이를 갈았다.

 

 “아저씨! 전 평소에 잘 처먹지 않으면 단명할 운명이랍니다! 아시겠습니까?”

 “모르겠다.”

 

 우현이 답답함에 가슴을 팍팍 쳤다.

 

 “제가 오늘 고기만두를 못 먹어서, 그래서 잘 못 먹는 바람에 죽어버리면! 책임지실 겁니까!”

 “이놈이? 또 어디서 무슨 개소리를 듣고 온 게야?”

 “그러면 어디, 아저씨는 만수무강할 줄 아십니까? 제가 귀신이 되어 아저씨 만두 먹을 때마다 훼방을 놓을 거라고요!”

 

 서러움이 북받친 우현이 흐엉! 하고 소리를 내어 울었다.

 

 “시끄럽다, 이놈아!”

 “흐-. 어억?”

 

 그러자 장익삼이 벌어진 우현의 입을 향해 공을 던졌다.

 

 우현은 에퉤퉤! 하며 제 입에 쏙 들어온 것을 뱉어냈다. 그것은 공이 아니라 고기만두였다.

 

 막 서러워 울려던 우현은 칭얼거리던 것도 까먹고서 입을 오물거렸다.

 

 “2전 주고 내가 사 먹으면 되는걸, 3전을 줘요?! 돈이 썩어나는 사람이 평소에 나랑 구걸하러 다닙니까?!”

 

 입안에 만두가 들어가니 억한 심정은 조금 가셨지만, 아직도 눈물을 그렁그렁 단 우현은 장익삼을 핀잔했다.

 

 “만두나 처먹거라.”

 

 장익삼은 그런 우현의 입에 다시 하나를 재차 던졌다. 이번에는 만두가 조금 세게 날아왔다. 닥치라는 무언의 협박이었다.

 

 “거지가, 흐, 거지가 돈 아까운 줄도 모르고.”

 

 우현이 만두를 아구아구 먹으며 말했다. 단명하면, 단명할 텐데. 장익삼은 그런 우현을 두고 맞은편 침상에 팔을 괴고 누워 눈을 감고는 금방 잠들어버렸다.

 

 ***

 

 “참 이상하네요. 이전번부터 자꾸 불을 놓고 가니. 예전에는 이렇게까지 하지 않았잖아요, 아저씨?”

 “흠.”

 

 우현과 장익삼은 산을 두 번 넘고 강을 세 번 건너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다. 놀랍게도 오늘은 해가 중천에 떠 있는 대낮이었다.

 

 엽구의 활동이라는 것이 뒤지고, 불태우는 게 임무인지라 남들 이목을 피해야 하는 밤에 주로 활동했다. 그러나 오늘의 목적지는 원체 숲이 우거진 밀림의 한 가운데 있었고 또 지도에도 없는 지역이다. 어차피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에 굳이 밤에 찾아올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일전에도 그렇고. 멸마단 어르신들이 왜 이렇게 갑자기 불놀이를 시작한 걸까요? 태우는 건 우리가 하는 일 아니었어요?”

 

 화약을 짊어지고 오느라 힘들었던 어깨를 두드리며 우현이 울상을 지었다.

 

 이미 잿더미가 된 터를 보니 억울함이 밀려왔다. 그을음만 남은 마을은 멀리서 온 노력이 무색하게 건질 것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잡설이 또 길어지는구나. 나는 피 냄새 하나 나지 않아서 좋다. 자, 받아라.”

 

 장익삼이 봇짐에서 녹슨 철판을 꺼냈다. 황새 주둥이 모양의 날을 양쪽으로 길게 낸 곡괭이 머리였다. 올 때 실한 나무를 하나 주워서 깎더니만, 거기에 곡괭이 머리를 꿰어 우현을 주었다.

 

 “이건 뭐 화전 일궈놓은 것 같아요. 주워 갈 것도 없어 보이는데요? 잿더미를 한 아름 챙겨가면 개방주님이 아저씨께 뭐라 하실까요?”

 

 잿더미를 챙겨가다니. 상상만으로도 아찔했다. 장익삼이 우현의 딱밤을 똑! 때리며 또 헛소리! 하며 경고했다.

 

 “어차피 방주님은 아저씨만 뵈니까 저야 아무 상관-! 악! 고만 때려요!”

 “너도 올해 약관이지 않으냐? 내 이참에 너를 특별히 소개해 줄 터이니 어디 이참에 네가 개방주 어르신 면전에 대고 재 한번 뿌려보거라.”

 “저는 괜찮습니다. 모든 공로는 아저씨가 챙기셔야죠. 헤헤.”

 

 끌끌끌. 장익삼은 또 장난질이나 일삼는 우현을 보며 혀를 찼다.

 

 “석 달에 걸쳐 밀림을 찾아가 잿더미를 가져왔습니다! 그러면 방주님이 ‘아이고, 우리 엽구 참 잘했다!’ 하시며 네 팔과 다리를 잘라 반대로 붙여 주실지도 모르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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