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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죽은 너를 위하여
작가 : 예드니
작품등록일 : 2020.8.5

마교가 멸문당한 정사대전이 발발한지도 20년이 지났다.

"귀안을 갖은 자는 삿된 것에게 먹혀 귀문을 열고 만다."
귀신을 보는 청년 '우현'과 인형에 갇힌 여인 '천설화'. 그리고 외팔이 '장익삼'의 평생에 걸린 복수극.

 
19. 용하거나
작성일 : 20-08-05 23:18     조회 : 242     추천 : 0     분량 : 4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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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용하거나

 

 우현은 기다란 꼬챙이를 입에 넣고 굴리며 길거리를 구경하고 있었다. 떄마침 야시장이 열렸는지, 훤한 등불 아래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와. 맛있는게 너무 많잖아!”

 

 달곰한 말린 대추 다섯 알을 꿰어 졸인 설탕물을 입힌 꼬치가 유리알처럼 반짝반짝 빛났다. 달달한 맛을 음미하는 우현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그가 사는 동네에서는 볼 수 없던 것이었다.

 

 “한 개 1전밖에 안 하다니. 이리로 이사 올까.”

 

 수중에 1전이 남은 데다가 하나를 더 사 먹을 수 있다니!

 

 우현은 이번에는 대추 말고 1전짜리 취두부를 먹어볼까? 아니면 다른 꼬치를 도전해볼까? 하는 고민을 하며 행복에 젖었다.

 

 ‘이런 물가라면 거지에게 인심도 좋을 것 같은데. 에휴, 관두자. 이사한다고 그럼 영체들이 얼마나 난리를 피울까.’

 

 우현은 고개를 저으며 달달한 대추를 날름날름 핥아먹었다.

 

 그가 야시장의 끝머리 즈음 다다라서였다. 강변 근처에서 풍등을 띄우며 노는 사람들을 지났을 때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우현에게 어두운 굴다리 밑이 눈에 들어왔다.

 

 ‘눈비 피하고, 씻을 물도 있고! 소변도 저리 누면 되겠네! 저 정도면 명당이로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우현은 굴다리 밑이라는 최적의 조건을 가진 영광의 거지가 누구일까 궁금했다.

 

 저벅저벅.

 굴다리 밑을 지나는 척하며 그가 유심히 안쪽을 들여다보았다. 마침 그곳에 자리한 한 거지가 보였다.

 

 거지의 동냥 그릇에 얼마나 모였는지 확인해서 여차하면 영체들에게 다 같이 이사하자고 할 생각이었다. 물론 실현 가능한지는 모르겠다만.

 

 “한 푼만 줍……. 뭐, 뭐요?”

 

 우현이 지나가는 척 쓱 훑어보자 굴다리 밑 거지가 우현을 경계하며 제 밥그릇을 가렸다.

 

 우현은 머리를 긁적이며 갖고 있던 1전을 손에서 굴리며 줄까 말까 고민했다.

 

 “이보게. 젊은이.”

 

 그때, 동냥하는 거지의 바로 옆에 있던 쓰레기가 우현을 불렀다. 자세히 보니 그것은 더러운 차림새의 노파였다.

 

 “헛! 저 말씀이십니까?”

 “그래. 자네 말고 여기 또 누가 있는가?”

 “그렇네요.”

 “그나저나 말일쎄! 자네 인상이 예사롭지 않구먼!”

 

 슬그머니 동냥 그릇을 뒤로 숨기던 중인 거지가 노파가 우현에게 말을 거는 꼴을 보더니만, 취익-팽! 소리를 내며 코를 크게 풀었다. 손에 묻은 더러운 것을 대충 옷에 닦으며 구시렁거렸다.

 

 ‘와, 저 할망구. 또 순진한 사람 낚아서 돈 버는 것 좀 보라지!’

 

 다리 밑에서 거지와 함께 영업하는 노파는 장님 점쟁이였다.

 

 그녀는 대로변을 향하여 ‘이보게. 젊은이.’를 수도 없이 외쳐댔다. 걸려든 어떤 멍청한 놈이 ‘예? 저요?’ 하면서 다가오면, ‘자네 어깨에 원한이 붙어 있군!’ 혹은, ‘자네 조상이 큰 죄를 지었어!’ 하며 ‘내 봐줄 테니 손을 내밀어 보게!’ 했다.

 

 ‘지미, 나도 점쟁이나 하던가 해야지.’

 

 거지는 그 꼴을 보면 배알이 비틀렸다. 매일 앉아서 손을 싹싹 비비는 제가 구걸하는 것보다 벌이가 훨씬 좋은 노파를 보면서 전직을 해야 하는가 오늘도 고민했다.

 

 “자네 운수가 정말 사나우이! 손 좀 이리 줘 보시게!”

 “예? 제 운수가 말입니까?”

 “그래! 이 노파가 보니, 자네 팔자에 아주……! 귀가 잔뜩 끼어있구만 그래!”

 

 헉.

 우현은 꼬치에서 대추를 한 번에 왕창 뽑아 입에 넣고는 우물우물 씹으며 굴다리 안으로 들어갔다. 역한 하수구 냄새가 났지만, 당장에 제 운수가 궁금한 그에게 거리낌은 없었다.

 

 “사, 사실입니까? 제 운수에 귀가 잔뜩 끼었다는 것이?!”

 “그래! 아주 만나는 것마다 귀신인지, 사람인지. 헷갈릴 정도야!”

 

 우현이 노파 앞에 쭈그리고 앉았다. 그녀는 눈을 감고 있었는데, 다 감긴 것도 아니라서 흰자가 얼핏 보였다.

 

 “자, 자. 이리 가까이 앉게.”

 

 그러다가 노파의 검은 눈동자마저도 새하얀 것을 보고선 우현은 식겁하여 눈을 똥그랗게 떴다.

 

 “뭐하나? 손을 좀 줘 보래도.”

 “예? 아, 네.”

 

 그가 자리에 앉는 것을 보고 옆에서 구경하던 거지는 욕을 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자네. 손금이 안 좋구먼! 귀신을 부를 상이야! 조만간 큰 화가 들이닥칠 걸세!’ 하고 겁을 준 뒤에 노파는 말 몇 마디로 복채를 얻게 될 터였다.

 

 그런 노파를 보고 있자니 배가 아파 견딜 수가 없었다. 거지는 침을 퉷! 하고 하수에 뱉더니만, 어디론가로 사라졌다.

 

 “하이고. 본녀 손 떨어지겠구만. 운수 개같은 놈 손금 보기가 이렇게 어려워서야.”

 “여, 여기 있습니다.”

 

 훅!

 노파의 주름진 얼굴이 우물쭈물 내민 우현의 손 위로 바짝 다가왔다. 마치 입으로 물어버릴 것처럼 가까이에서 노파는 눈을 부릅뜨고서 이를 살폈다.

 

 꿀꺽.

 마른 침을 삼킨 우현이 노파에게 물었다.

 

 “어르신. 제 운수가 어떻습니까?”

 “……오호라!”

 “?!”

 

 더러운 누더기를 두른 노파가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눈을 감고 있던 노인이 눈을 번쩍 떴다. 흰 안구 중앙에 박힌, 역시나 흰색의 눈동자가 참으로 기이했다.

 

 홀린 듯 빨려 들어갈 것처럼 노파의 두 눈만을 바라보고 있는 우현의 얼굴을 보더니 노파가 입꼬리를 씩 올리며 말했다.

 

 “이거, 이거. 내가 보기 드문 빙음오행체를 만났구먼.”

 “빙……. 뭐요? 지금 욕하신 거예요?”

 

 께름칙한 느낌이 들었다. 희번들하게 눈알을 번뜩이는 노파에게서 잡힌 손을 빼려 했다. 하지만 근육 하나 붙어 있지 않은 노파의 힘이 어찌나 센지, 우현은 꿈쩍도 할 수 없었다.

 

 “자네 말일세.”

 “?”

 “평소에 손발이 자주 차고, 달이 뜨는 밤이면 멍하니 넋을 잃기 일쑤겠지. 육류를 먹으면 소화가 잘 안 되지 않던가?”

 

 증상을 읊어대는 노파의 말에 우현은 깜짝 놀라 엉덩방아를 찧었다. 벌어지는 입을 다물지 못하며 얼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요, 전혀.”

 

 우현은 단박에 의심의 눈초리를 드리웠다.

 

 언제나 초라한 거지 행색을 꾸미느라 제대로 입지 못하니 손과 발은 찰 수밖에 없고, 달밤에는 영체들이 괴롭히는 통에 바쁘기 그지없었다. 또한 육류는 없어서 못먹는데 이게 무슨 헛소리일까?

 

 우현은 완벽하게 저와 불일치하지 않는 증상을 이야기하는 노파에게서 약간 사짜의 느낌이 왔다.

 

 “그렇다면 역시! 빙음오행체가 확실하구먼!”

 “예? 그렇게 된다고요?”

 “그럼! 손발이 찼다면 그건 빙음오행체가 아니지!”

 “오호라! 그럴 수가!”

 “그렇다! 너는 빙음오행체가 확실하다!”

 

 그러나 의심의 싹이 막 움트기도 전에 우현은 노파의 언변에 다시 훅 끌려들어 갔다.

 

 우현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빙 뭐시기가 뭔지는 잘 몰라도, 자신이 조금 특별해 보이는 기분이 썩 나쁘지만은 않았다.

 

 “그렇군요! 그런데 방금 제가 아니라고 했을 때 조금 놀라신 것 같았는데요?”

 “내가? 본녀는 평생을 살면서 한번 놀라보는 게 소원인 늙은이라오. 헬헬헬헬.”

 

 괴상한 웃음소리를 흘리며 노파가 웃었다. 우현이 눈을 가늘게 뜨고 이를 미심쩍게 쳐다보자 ‘헤이헤이헬!’ 하며 더욱 소리 높여 웃어 보였다.

 

 “설마, 지금 거짓이 들통나서 민망하여 웃음으로 무마해 보려는 건 아니시겠죠?”

 “뭐? 이 내가? 본녀는 평생을 살면서 어디 한번 민망해 보는 게 소원인 늙은이인데?”

 “아, 알겠습니다. 그래서 그 빙행오행체가 대체 뭐란 말씀이십니까?”

 

 우현은 바닥에 털썩! 엉덩이를 깔고 앉아 양반다리를 했다.

 

 노파는 여전히 기분 나쁜 웃음을 흘렸다. 하얀 눈동자로 허공을 응시하고선 우현에게 말을 거는 모양새가 볼수록 기괴했다.

 

 “태양오행체는 들어봤더냐?”

 “예?! 그럼요!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다는 타고난 무골 아닙니까?”

 

 태양오행체라니! 전설에나 나오는 무인의 체질이 아닌가! 우현은 점쟁이에게 더욱 바싹 다가갔다.

 

 “그렇지! 정순한 양기를 타고나 오행의 이치를 몸에 담기에 수월한 그릇! 그게 바로 태양오행체다. 그리고 네가 바로…….”

 “그, 그럴 수가!”

 “네가 바로, 그에 정확히 상반되는. 빙음오행체인 것이다!”

 

 척!

 노파의 쭈글쭈글한 집게손가락이 정확히 우현을 가리켰다.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무골과 정확히 상반되는 기운을 지닌 자가 바로 나라니!’

 

 그러자 우현의 심장박동이 두근두근 널을 뛰었다. 주먹을 쥐니 ‘빙-’으로 시작하는 정체 모를 힘이 팔을 타고 찌릿찌릿하게 모여드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 그렇다는 것은!”

 

 우현은 저를 비웃던 장익삼의 코를 쳐 납작하게 뭉개는 상상을 했다.

 

 내 ‘빙’의 기운을 빌어 팔병신이 아니라 팔빙신으로 만들어 버려야지.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

 

 ‘아이고! 우현님! 살려주십시오!’

 ‘크크큭. 셋을 세겠다. 꺼져라, 외팔이!’

 

 우현이 저를 보며 덜덜 떠는 장익삼에게 앞으로 얼씬거리면 가만 안 두겠다며 사라지라고 손짓했다. 그러자 아저씨가 세 발로 기며 연신 감사하다고 머리를 조아렸다.

 

  우현의 상상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도망가던 그를 붙잡아 돌려 인중에 침을 묻혀 코를 흘린 자국까지 손수 그려주었다.

 

 “아니, 어르신! 제가 그런 희귀한 체질을 타고났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다니요! 저는 어쩌면 좋습니까! 이런 귀재가 무공 한번 배우지 못하고 성년이 되다니!

 “헬헬헬! 그리 좋으냐!”

 

 우현은 입꼬리를 길게 찢어 올리고는 기쁘게 웃으면서 통탄했다.

 

 “예, 제가 바로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빙- 그 뭐, 그거지 않습니까?”

 

 그러자 이를 잠자코 지켜보던 노파가 켈켈켈 웃으며 말했다.

 

 “그래, 맞다! 너는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참으로 형편없는 몸뚱이다!”

 “……예?”

 “켈켈켈! 보통 계집이 타고나는 체질인데, 참 고약하기도 하지!”

 “뭐, 뭐라고요!”

 

 노파의 말에 천국을 맛보던 우현의 기분은 단박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사내의 몸으로 타고 난 건 내 또 살다 살다 처음 보는구나! 켈켈켈! 무공을 배우면 수포가 될 것이요, 그냥 둬도 시름시름 앓다가 단명할 상이구나!”

 

 우현은 노파의 말이 낯설지가 않았다.

 

 ‘네 몸에다 무공을 가리키느니, 길 가던 개를 잡아다 무림 고수로 만드는 것이 더 빠르겠다.’

 

 설마 아저씨는 알고 계셨던 걸까? 장익삼이 무공을 알려달라고만 하면 제게 했던 악담과 노파의 말은 맥락이 닮아 있었다.

 

 “어디 그것뿐인 줄 아느냐? 감기에 걸리면 폐가 썩어버리고, 발가락을 다치면 종아리를 절단해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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