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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죽은 너를 위하여
작가 : 예드니
작품등록일 : 2020.8.5

마교가 멸문당한 정사대전이 발발한지도 20년이 지났다.

"귀안을 갖은 자는 삿된 것에게 먹혀 귀문을 열고 만다."
귀신을 보는 청년 '우현'과 인형에 갇힌 여인 '천설화'. 그리고 외팔이 '장익삼'의 평생에 걸린 복수극.

 
18. 빙혼흡마구
작성일 : 20-08-05 23:18     조회 : 259     추천 : 0     분량 : 4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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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빙혼흡마구

 

 평생을 지켜온 노인의 의지가 흔들리는 모습에 흰 무복의 사내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서 그를 회유했다.

 

 “잘 먹이고, 잘 입히고. 누구보다 부럽지 않게 키울 것을 내 약속하지.”

 “하, 할아, 할아버지.”

 “아무렴!” 배교 교주 빙혼사 노지강의 손녀인데, 내 딸처럼 키워주고말고.”

 

 흰 무복의 남자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다정한 동작이었으나 칼을 쥔 손으로 하는 것이라서 보는 이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어디있느냐, 노가야.”

 “…….”

 “빙혼흡마구. 그것만 순순히 내놓는다면 네 손녀의 목숨만은 무사할 것이다.”

 

 과연 그것만 내놓으면 손녀가 살 수 있을까.

 

 노인은 치미는 분노를 통제할 수가 없었다. 우드득, 그의 입안에서 기괴한 소리가 났다. 이를 갈던 그의 어금니가 끔찍한 소리를 내며 부러진 것이다.

 

 “……그래. 네 놈이 이겼다.”

 “크크큭. 노가 자네의 손녀 사랑이 대단하구만 그래.”

 

 노인은 입가에서 피를 한 움큼 뱉으며 눈을 감았다. 모든 것을 포기한 듯 그의 어깨가 밑으로 축 처져 있었다.

 

 “······여기 있으니, 가져가고 그만 민아를 놓아줘.”

 “훗. 이렇게 말이 통하니 좋군.”

 

 천천히 품속에 손을 넣은 노인은 무언가를 꺼내려는 동작을 취했다.

 

 사내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소녀의 멱살에서 손을 풀었다. 제 손으로 숨통을 조르던, 켈룩거리며 고통스러워하는 아이의 머리를 자상한 척 쓰다듬는 모습이 퍽 기괴했다.

 

 “꼬마야. 이 모두가 네 덕이 아니겠느냐? 네가 평소에 할아버지 말씀을 잘 들었나 보다. 저이가 너를 제법 아끼는 바람에 내 일이 수월하게 되었-.”

 “……가져가라! 이, 육시럴 놈아!”

 

 그때였다. 모든 것을 포기한 듯 했던 노인이 죽을 각오를 하고는 모든 힘을 짜냈다.

 

 “-!”

 

 이미 한차례의 전투로 내공을 모두 소진한 노인은 육체를 구성하는 진기를 끌어올렸다.

 

 쾅!

 

 발끝에서부터 시작하여 순식간에 노인의 온몸이 바싹 말라버렸다. 노인의 손끝에 모인 생명의 원천은 품에서 꺼낸 검지만 한 암기에 담겨 던져졌다.

 

 비록 왼손이었지만, 평생을 무인으로 살아온 노인이 발휘한 무서운 집중력은 목표를 향해 정확히 쏘아졌다.

 

 “하! 어리석은!”

 

 푹!

 

 노인은 암기를 날린 모습 그대로 동시에 들어온 여섯 자루의 칼과 창, 그리고 암기에 맞아 즉사했다.

 

 진기를 모두 꺼내 바싹 마른 노인의 몸은 꿰뚫리는 순간에도 피 한 방울 튀지 않았다.

 

 “끌끌. 미련하기는."

 

 생명을 짜낸 노인의 공격은 헛수고였던 걸까. 흰 무복의 사내는 상처 하나 없이 깨끗했다.

 

 눈도 감지 못하고 즉사한 노인이 이 참담한 결말을 보고 저승으로 갔는지는 모를 일이었다.

 

 “배교 교주 빙혼사 노지강의 방과 그의 몸을 샅샅이 뒤져라! 빙혼흡마구는 분명 이곳에 있을 것이다.”

 “예!”

 

 남자의 말에 도열해 있던 무사들이 일제히 흩어져 방을 부수기 시작했다. 천장, 바닥 할 것 없이 철퇴와 곤봉으로 분쇄되고 작살이 났다.

 

 “쯧쯧. 자네는 내가 그리도 못 미덥던가.”

 

 툭.

 흰 무복의 남자는 축 늘어진 미동 없는 아이의 몸을 구석으로 집어 던졌다.

 

 노인이 죽기 직전 던진 암기는 정확히 사내에게 붙잡혀 있던 아이의 목을 관통했다.

 

 할아버지의 마지막 생명과 맞바꾼 노력 덕분에 고통 없는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저승길을 가는 노인이 사랑하는 손녀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었다.

 

 “그동안의 연을 봐서라도 자네 손녀만은 잘 키워주려고 했는데.”

 

 힘없이 내동댕이쳐진 아이의 품에서 무언가 떨어져 나왔다.

 

 아이가 가족들 앞에서 자랑하던 조잡한 고양이 인형이었다. 목에 작은 구멍이 뚫린 아이의 시체에서 흐른 피가 점차 고여 커다란 피 웅덩이를 만들었다. 인형 안을 꽉 채운 솜이 그것을 쭉 빨아들였다. 하얗던 것이 점차 피처럼 붉어졌다.

 

 “찾았습니다! 여기, 노지강의 옷 안에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버석 말라 죽은 노인의 품에서 흑목으로 만든 상자가 발견되었다.

 

 중년의 사내는 마침내 손에 얹은 상자를 쥐고서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달칵.

 “흠, 과연.”

 

 상자를 열자 희끄무레한 빛이 흘러나왔다. 안에는 작은 구슬이 검은 비단에 둘러싸여 있었다.

 

 달무리를 닮은 뿌연 빛을 내뿜는 구슬은 희미한 무언가가 안에서 꿈틀거리는 것도 같았다.

 

 “철수한다. 엽구 개새끼들이 냄새를 맡고 찾아와도 먹을 것이 없도록 불을 놓아라. 닷새 후 무림맹에서 보자.”

 “예, 맹주님!”

 

 흰 무복의 사내, 무림 맹주 남궁원의 말 한마디에 멸마단은 돌아다니며 집안 곳곳에 불을 놓았다.

 

 20년 전 피바람을 피해 달아난 쥐새끼를 마침내 잡은 무림 맹주 남궁원은 상자를 갈무리하며 한달음에 저택을 벗어났다.

 

 배교 교주 빙혼사 노지강.

 인형에 사람의 영혼을 집어넣어 사악한 주술을 쓴다는 이유로 무림맹에서 파견한 멸마단에 평생을 쫓겨 다닌 사파의 잔재.

 

 그 끈질긴 노인의 목숨이 오늘 명을 다했다. 그러나 손녀의 목숨을 고통스럽지 않게 손수 거두었다는 이유에서일까?

 

 어째서인지 사람의 영혼을 담을 수 있다는 배교의 보물, 빙혼흡마구를 남궁원에게 빼앗겼음에도 불구하고 죽은 노지강은 한쪽 입꼬리를 위로 비죽 올려 웃고 있었다.

 

 ***

 

 뜨겁고 맑은 국물 안에서 소면이 몸을 불리고 있었다. 잘게 썬 파가 동동 떠다니는 것을 보며 우현은 입맛을 다셨다.

 

 “그럼 두 분! 맛있게 드십시오-!”

 “네~!”

 

 젓가락을 쿡 찔러 넣고 면을 풀어헤치며 매운 장을 풀었다. 그리고 우현이 따끈한 소면 한 젓가락을 막 입안으로 넣던 참이었다.

 

 탁!

 “다 먹었으면 그만 일어나자.”

 “엥?”

 

 크게 벌린 입에 소면을 채 담지도 못한 우현의 두 눈이 장익삼을 바라보다가, 그의 비어 있는 그릇을 내려보다가. 마지막으로 장익삼의 어깨 너머에 종종걸음으로 되돌아가고 있는 점소이에게 닿았다.

 

 소면 두 그릇을 가져다준 그가 아직 쟁반을 들고 주방으로도 채 돌아가지도 못한 시각이었다.

 

 “냉차 시키셨었어요? 아저씨도 소면인 줄 알았는데.”

 

 후루룩.

 우현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소면을 맛깔난 소리를 내며 입안에 넣었다. 여러 번 후후 불었으나 여전히 뜨거웠다. 3초 만에 이 뜨거운 것을 마셔버린 장익삼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무공을 배우면 입안도 강철로 되는 건가? 내공을 잇몸에 운용해요?”

 “또 헛…….”

 

 장익삼은 잠시 말이 없었다. 표정을 보아하니 내공을 잇몸에 싣는 것을 시도하는 것 같았다.

 

 우현은 혼자서도 잘 노는 장익삼을 잠시 내버려 두고는 식사에 집중했다.

 

 “에잇! 될 리가! 아, 어서 가자니까! 뭘 아직도 처먹고 있는 게야!”

 “해가 지는데 나가긴 어디를 또 간단 말입니까? 오늘은 여기서 묶고 가요, 네? 어이쿠! 현위 댁에서 맞아 부러진 허리가 아직도 이렇게 아프네!"

 “엄살은. 쯧쯧. 그럼 내 이 근방 좀 둘러보고 올 터이니, 마저 처먹고 방 하나 잡아 쉬고 있거라.”

 

 우현은 소면을 쭈욱 흡입하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대뜸 장익삼에게 손바닥을 보여주었더니 그가 주머니를 뒤져 2전을 쥐여주었다. 2전이면 고기만두 한 접시를 시켜 먹을 수 있었다.

 

 장익삼이 식사하는 우현을 혼자 두고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러세요. 한 식경? 아니, 저는 그냥 방 잡아서 쉬고 있겠습니다.”

 

 그는 가끔 이렇게 새로운 지역에 들릴 때마다 홀로 빠져나가 한두 시진 씩 자리를 비우곤 했다.

 

 우현은 한 손으로 젓가락 질을 하면서도, 다른 손으로 장익삼에게서 받은 2전을 허공에 던지며 받기를 반복했다.

 

 우현이 만두 한 접시면 객잔에서 얌전히 기다린다는 것을 안 뒤로부터 장익삼은 이렇게 외출 전에 우현에게 꼭 2전을 쥐여주었다.

 

 “아, 오늘도 마찬가지로. 굳이 밤에 돌아오실 필요는 없습니다.”

 “……미친놈.”

 “물론 하실 수 있으시다면요. 그렇다고 납치나 무력행사는 안 됩니다.”

 

 후루룩.

 우현이 기다란 소면을 입에 물고서 말했다. 면이 제법 길어서 먹는지, 뱉는지 착시가 인 장익삼이 인상을 팩 쓰더니만 자리에서 일어섰다.

 

 “사고 치지 말고!”

 “예~ 예! 아저씨는 좀 치십시오!”

 “개새끼!”

 

 우현이 국물을 마시며 건성으로 대답하는 사이, 장익삼은 금방 눈앞에서 사라졌다.

 

 ‘이제 한 10일 되었던가? 에휴. 앞으로도 갈 길이 멀었네.’

 

 간만에 우현은 엽구 활동을 나왔다. 근래에 일이 없어 한자리에 앉아 구걸만 하느라 몸이 근질거리던 차에 잘되었구나! 싶던 것도 잠시, 자그마치 가는데 만 한 달, 오는데 만 한 달이 걸리는 긴 여정이었다.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계절이 바뀌어 있을지도 몰랐다.

 

 “여기요-!”

 “예이~! 갑니다요!”

 

 곰곰이 집을 떠나온 날짜를 세던 우현이 손을 번쩍 들었다. 장익삼에게 받은 2전을 허공에 던졌다가 받기를 반복하며 점소이를 기다렸다.

 

 “고기만두 한 접시요!”

 “고, 고기만두요? 아이고! 저, 손님.”

 “네? 왜 그러세요?”

 

 그러자 주문을 받으러 온 점소이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잰걸음으로 다가왔다.

 

 우현은 가져오라는 만두는 가지러 가지 않고 제 앞에 서서 우물쭈물하는 점소이를 보며 되물었다.

 

 “뭔데 그래요?”

 “저, 그, 그게.”

 

 두 손을 어찌할 줄 모르는 점소이가 갑자기 허리를 반으로 접으며 사과를 했다.

 

 “정말, 정말 죄송합니다. 손님!”

 “대체 뭐가 죄송한 건데 이러는 거에요?”

 “아까 일행분께서 나가시면서. 만두는 시켜도 절대 가져다주지 말라고 말씀하시는 바람에…….”

 

 하하. 점소이의 말에 우현이 어색하게 웃었다. 분명 웃는 얼굴인데 이마에 힘줄이 붉어져 있었다.

 

 “아하, 그거요? 난 또 뭐라고. 괜찮습니다. 그 아저씨가 원체 농담을 밥 처먹듯이 하는 호로새끼라서요. 이 돈도 그 아저씨가 만두 사 먹으라고 주고 간 건데요? 제가 계산하니까 걱정하지 말고 가져오세요.”

 

 탁!

 우현은 별일 아니라는 듯이 쌩긋 웃으며 손에 쥔 2전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그러자 점소이가 더욱 당황해하며 이마의 땀을 손등으로 콕콕 훔쳤다.

 

 “저, 그것이 조금 전 나가신 분께서 손님이 만두를 시켰을 때 주지 않으면, 그······. 3전을 쳐주겠다고 하셔서.”

 “······”

 “죄,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손님!”

 

 점소이의 말에 우현은 인상을 팍 찡그렸다. 어디선가 만두도 못 먹고 있을 제 꼴을 떠올리며 웃고 있을 장익삼의 얼굴이 그려졌다.

 

 입을 앞으로 쭉 내밀고 치사하다며 구시렁구시렁하던 우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참나. 2전으로 먹을 수 있는 게 만두밖에 없는 줄 아나!”

 

 씩씩거리며 문을 박차고 나가는 우현을 보며 점소이는 어찌할 줄 몰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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