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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죽은 너를 위하여
작가 : 예드니
작품등록일 : 2020.8.5

마교가 멸문당한 정사대전이 발발한지도 20년이 지났다.

"귀안을 갖은 자는 삿된 것에게 먹혀 귀문을 열고 만다."
귀신을 보는 청년 '우현'과 인형에 갇힌 여인 '천설화'. 그리고 외팔이 '장익삼'의 평생에 걸린 복수극.

 
16. 어금니를 보아하니 살쾡이
작성일 : 20-08-05 23:17     조회 : 252     추천 : 0     분량 : 4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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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어금니를 보아하니 살쾡이

 

 한껏 더럽혀진 채로 이리저리 찢긴 무복 안에는 거의 썩어 문드러진 사체가 있었다.

 

 제법 부패가 진행되어 있었는데 썩고 마르기를 얼마나 반복했는지, 그 흔한 구더기 한 마리 붙어있지 않았다.

 

 “이게, 이게 뭐야-! 뭐냐고요, 오라버니! 말 좀 해봐요!”

 “······.”

 “우리 삼호 아저씨가, 왜 여기에 이렇게! 파, 팔하고. 머리는! 머리는 어디 갔어?!”

 “소령아. 진정하거라.”

 “꼴이 이게······. 이게-! 우리 하북팽가가 겨우 이 정도였어요? 그런 거예요? 흐어어엉!”

 

 팽소령은 어린아이처럼 울어댔다. 그녀를 말리는 팽후영도 눈물만 흘러내리지 않았을 뿐, 눈시울이 시뻘겠다.

 

 “거지, 너!”

 “예, 소협.”

 “사체 훼손이 동물의 짓이라고 했겠다? 오라버니! 오라버니는 저 거지 말을 믿는 건 아니죠?!”

 “…….”

 “누가 알아요! 응? 우리 삼호 아저씨 온데간데없는 머리가, 사람이 먼저 손을 써서 이렇게 되었는지, 대체 누가 아느냐고요-!”

 

 결국, 통곡하는 팽소령의 악다구니에 그녀를 말리던 팽후영의 눈에서도 굵직한 눈물이 흘러내렸다.

 

 [우어어어---!]

 

 우현은 곽 아저씨의 목소리가 더욱 커진 것을 보며 침음했다.

 

 영체가 눈물을 흘릴 리가 없다는 것은 잘 알지만, 우현은 그도 분명 이들과 함께 울고 있는 것이라고 느껴졌다.

 

 “흐으윽! 사, 사, 삼호 아저씨-!”

 [우우우우…….]

 

 그때, 함께 통곡하고 있는 곽 아저씨가 애절한 눈빛을 우현에게 보냈다.

 

 죽을 당시의 모습을 간직하는 영체의 특성상 혀를 길게 빼물고 죽은 그는 말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우현은 금방 그의 눈빛을 읽었다.

 

 그의 눈빛에는 저를 대신하여 살아생전 제가 아끼던 아이들을 위로해 달라는 간절함이 담겨 있었다.

 

 “······저, 소협.”

 

 울부짖는 곽 아저씨가 저만 바라보고 있자 우현은 가만두고 볼 수가 없었다.

 

 슬픔이 가득한 두 남매 사이로 그가 조심스럽게 파고들었다.

 

 “사체를 보시면 여기 이곳과 이곳. 그리고 이곳에 이빨 자국 보이시지요? 이건 어금니를 보아하니 살쾡이가, 이쪽은 아래턱 힘이 센 것을 보니 곰 같고요.”

 “흐윽, 흐윽!”

 

 우현은 팽소령을 부축하고 있는 팽후영을, 아니, 팽후영 곁에 서서 저를 끓는 듯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곽 아저씨를 보며 말했다.

 

 “사라진 머리와 팔은 야생 동물의 소행이……. 분명합니다.”

 

 사실 우현도 잇자국을 보고 동물의 짓임을 파악하는 능력 따위 있지 않았다. 그저 그럴싸하게 말을 지어낸 것에 불과했다.

 

 [우- 우- ]

 

 머리와 팔이 없는 건 동물의 짓이 분명하다는 제 말에 곽 아저씨가 구슬프게 울었다.

 

 그렇게 우현은 동물의 소행이 아니었음을 직감했다.

 

 “너! 진짜야? 진짜 동물이 그런 게 확실하냐고!”

 

 덥석!

 

 팽후영의 부축을 받고 있던 팽소령이 쏜살같이 달려와 우현의 멱살을 쥐고 물었다.

 

 우현은 눈물로 엉망인 그녀의 얼굴을 보며 한 번 더 거짓을 고했다.

 

 “예. 분명 사후에 얕게 묻힌 사체의 머리와 팔을 짐승이 물어간 게 확실합니다. 이건 제가……. 장담할 수 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우현은 이것 만은 확실했다. 영체는 죽는 순간의 모습을 간직한다. 곽 아저씨의 팔과 목을 누가 어찌했는지는 몰라도, 사후에 처리되었음은 분명했다.

 

 “그래······. 그렇구나. 그나마 다행이구나. 알려주어서 고맙다.”

 [우어어어어어-!]

 

 보라색 혀를 길게 내민 곽 아저씨는 뭐가 그렇게 분하고 억울한지, 야산이 떠나갈 정도로 처절하게 울부짖었다.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으려 했던 우현이었으나 산짐승의 울부짖음과도 같은 처절한 통곡에 그만 저도 모르게 울컥하여 고개를 얼른 숙였다.

 

 ***

 

 다그닥 다그닥.

 해도 뜨지 않은 시각, 현위의 저택에서 수레 한 대가 빠져나갔다. 이른 새벽부터 바삐 움직인 것 치고는 이동 속도가 퍽 느렸다.

 

 그도 그럴 것이 수레는 기다란 관 하나를 싣고 있었다. 사체에 흠이 날까, 수레를 끄는 말의 고삐를 잡은 팽후영은 한없이 느리고 또 조심스러웠다.

 

 하북팽가를 상징하는 푸른 천에 감싸인 관에는 주검으로 발견된 곽삼호가 있었다.

 

 관은 그의 체격에 맞게 짰으나 머리가 없을 줄은 몰라서 공간이 크게 비었다.

 

 팽소령이 무명천을 말아 빈 곳을 채우며 흘린 눈물이 말도 못 했다.

 

 “더, 더 천천히 가요, 오라버니.”

 “그러마.”

 

 제가 어렸을 때 권법을 알려주던 아저씨를 얼떨결에 모시게 된 팽후영은 말 엉덩이에 채찍질은 고사하고, 길이 조금이라도 경사가 있으면 멀리 있는 길로 돌아갔다. 수레가 조금이라도 흔들릴까 봐 노심초사했다.

 

 ‘아이고! 자네들이 이렇게 일찍 가면 가주님 얼굴을 내 어찌 본단 말인가.’

 

 현위는 새벽에 들어온 두 남매에게 눈이라도 붙이고 가라며 권유해 보았지만, 가까웠던 심복의 시체를 두고서 마음 편히 쉴 수 없었던 팽호연은 이른 새벽부터 길을 떠나는 것을 택했다.

 

 ‘감사했습니다, 현위님.’

 ‘아버지께 아무쪼록 안부 부탁하네.’

 

 현위는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어느새 절친한 친우가 돼버린 팽가의 가주 팽호연에게 안부의 인사를 건네며 저택의 문까지 나와 그들을 배웅했다.

 

 “오라버니.”

 “응.”

 “제게 언질이라도 미리 해주지 그러셨어요. 너무해요.”

 “······미안하다.”

 

 아무 생각 없이 달밤에 오라버니를 따라나섰다가 난데없는 아저씨의 시체를 발견한 팽소령은 아직도 눈가가 시뻘겠다.

 

 팽후영은 진심으로 그녀에게 사과했다. 이렇게 단박에 찾을 줄 알았다면, 그도 팽소령을 동행하지 않았을 것이다.

 

 “삼호 아저씨는 갑자기 왜 이렇게 되신 거죠? 분명······. 주령언니의 죽음에도 안 좋은 일이 있었던 게 틀림없는 거죠?”

 

 팽소령은 답지 않게 퍽 진중했다. 절친하던 아저씨의 시체를 싣고 본가로 향하는 길은 철없던 소녀를 한층 성숙하게 만들었다.

 

 “······소령아.”

 “오라버니. 또 뭐로 저를 놀라게 하려고 이렇게 말을 아끼세요?”

 “너는 아직 어려. 네가 알 필요가 없는 것들이다.”

 “오라버니-! 이 정도는 알려 주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주령언니와, 삼호 아저씨라고요!”

 

 팽후영은 그녀의 앙칼진 외침에도 묵묵히 앞만 보며 말을 몰았다.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동생을 아끼는 오라비의 마음에서라도 그녀가 몰랐으면 했다.

 

 “저도 이제 열여덟이에요. 다 큰 성인이라고요!”

 “그렇구나. 그러고 보니 이제 너도 이제 시집갈 나이가 다 되었구나.”

 “말 넘기지 말고요-!”

 

 팽후영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 조그맣던 아이가 벌써 열여덟 살이 되었다. 커다란 덩치로 내심 다정다감한 그는 그녀가 부디 큰누이처럼 허망한 인생을 살지 않기를 마음속으로 빌었다.

 

 “오라버니도 참. 시집이라니. 저는 평생 아버지랑 오라버니 곁에서 살······. 어라?”

 “응? 갑자기 왜 그러느냐?”

 “어, 어라라라라라?”

 

 평소 아무리 막고 싶어도 막을 수 없던, 팽소령의 말문이 뚝 끊겼다. 그러더니만 ‘어라라라라?’ 하는 괴상한 소리를 냈다.

 

 의아한 팽후영이 그녀를 바라보자 팽소령은 눈을 가늘게 뜨고선 저 멀리 가리켰다.

 

 “무슨 일인데 그러는 것이야?”

 “저, 저기요! 아니, 아니! 오라버니! 이쪽이요!”

 

 갑자기 팽소령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홱 하고 틀었다. 팽후영이 어디 어디? 하면서 답답하게 구는 모습에 팽소령이 그의 볼을 우악스럽게 잡서 강제로 방향을 맞췄다.

 

 팽후영은 볼이 잡혀 홀쭉해진 채로 그녀가 가리킨 곳을 가만 보다가 영문을 몰라 다시 물었다.

 

 “대체 뭐를 말하는 것이야?”

 “저, 저기-! 다리 위에 서 있는 소공자 말입니다!”

 “응? 소공자? 그게 왜?”

 “너, 너무 잘생기지 않았어요?”

 “뭐야? 허참! 너 방금 아버지랑 이 오라버니랑 평생 살겠다고 하지 않았-.”

 “아 좀 조용히 해봐요, 오라버니!”

 “······.”

 

 닥치라는 동생의 말에 그제야 팽후영은 길가 저편에 서 있는 청년을 유심히 살폈다.

 

 작은 강을 건너는 구름다리 위에 천민들이나 입는 투박한 옷을 입은 청년이 서 있었다.

 

 “네가 방금 소공자라 했느냐? 옷차림이 일찍부터 밭일 나가는 농사꾼 같은데, 뭘.”

 “오라버니도 참! 저 얼굴을 보라고요! 저런 얼굴이면 거지라도 데릴사위로 데려다 쓴다고요.”

 “허! 데릴사위 좋아하네! 농사일은커녕 밤일할 힘도 없게 생겼구먼!”

 “네? 밤일이요? 농사꾼이 밤에도 일을 한답니까?”

 “그, 그런 게 있다. 흠.”

 

 팽소령은 입을 샐쭉거렸다.

 

 제가 읽은 춘화첩만 하더라도 개수를 셀 수도 없었는데 아직도 정말 저를 어린애로 아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걸 아는 척해도 못나 보여서, 그녀는 그저 눈을 가늘게 뜨고 콧방귀를 끼고 말았다.

 

 “흥! 오라버니 설마, 저 잘생긴 공자에게 질투하는 건 아니겠죠?”

 “허? 질투라니? 계집애인지 사내인지도 헷갈리는 얼굴에? 이 내가? 대체 왜?”

 

 다그닥 다그닥.

 두 남매가 투덕거리는 사이 수레는 천천히 이동하여 청년이 서 있는 구름다리 근처까지 다가갔다.

 

 그러나 계집같이 생긴 남자에 대한 남매의 상반된 이견은 좀처럼 좁혀지지가 않았다.

 

 “남자는 자고로 근육이 있어야지! 근육의 멋짐도 모르는 너 같은 녀석은! 그러니까 아직도 애라는 거다.”

 “오, 오라버니! 무슨 그런 말을! 아, 입 좀 다물어봐요, 소공자가 듣겠어요!”

 “하, 너도 참.”

 “어머? 저 공자가 여기를 봤어요! 꺅! 이, 이리 오는 거 아냐? 어떡해, 난 몰라!”

 

 한편, 우현은 느릿하게 오는 수레를 기다리며 구름다리에 기대어 있었다.

 

 분명 자리에 누울 때는 어제 맞은 곳이 쑤시긴 했는데, 밤새 암영사를 덮고 잤더니만 이상하게도 온몸이 개운했다.

 

 일주일은 가야 했을 것이 분명한 얼굴의 상처마저도 온데간데없이 깨끗했다.

 

 ‘숯이 효과가 좋았나?’

 

 얼굴을 만지작거리던 우현은 암영사의 효용 덕일 것이라는 생각은 못 하고서는, 좋은 나무로 만든 숯을 얼굴에 치덕치덕 발랐더니만 상처에 효과가 있었나보다 하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 이제야 오는구나.”

 

 산서에서 하북을 향하려면 이 길을 꼭 지나야만 했다. 우현은 어제 본 그들의 반응이라면 새벽 일찍부터 길을 떠나지 않을까 예상하고는 여명이 밝아오기도 전부터 이곳에 나와 팽가 남매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이구, 곽 아저씨 때문에 나도, 참.’

 

 어젯밤 곽 아저씨가 얼마나 우현을 집요하게 괴롭혔는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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