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무협물
죽은 너를 위하여
작가 : 예드니
작품등록일 : 2020.8.5

마교가 멸문당한 정사대전이 발발한지도 20년이 지났다.

"귀안을 갖은 자는 삿된 것에게 먹혀 귀문을 열고 만다."
귀신을 보는 청년 '우현'과 인형에 갇힌 여인 '천설화'. 그리고 외팔이 '장익삼'의 평생에 걸린 복수극.

 
15. 들리지 않는 이유
작성일 : 20-08-05 23:17     조회 : 257     추천 : 0     분량 : 4813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15. 들리지 않는 이유

 

 “고작일 뿐이라지만……. 관아에서는 그마저도 해주지 않으니까요.”

 

 팽소령의 비난 때문인지 우현의 목소리가 씁쓸했다. 팽소령은 괜스레 제가 잘못한 것 같은 기분이 들자 오히려 큰소리를 쳤다.

 

 “흐, 흐응! 그, 그럼 네가 아니라 들짐승에게 삯을 줘야겠구나!”

 “네? 뭐라고 하셨습니까?”

 “아니, 야! 이 거지가 진짜! 너 나 무시하니? 왜 자꾸 사람 말귀를 못 알아들어!”

 

 그녀는 아까부터 말을 두 번씩 하게 만드는 우현이 무척이나 거슬렸다. 아까 개 패듯 맞을 때 귀를 잘못 맞은 모양이라며 혀를 찼다.

 

 “아, 죄송합니다. 소협. 다시 한번 말씀해 주시겠어요?”

 “네가 아니라-! 들짐승이 봉급을 받아야겠다고 했어-!”

 “예? 아! 헤헤. 그럼 참 조심하셔야겠습니다. 여기 들짐승들은 사람 고기 맛을 잘 알거든요. 은전을 내밀어도, 돈보다 손을 덥석 물어갈지도 모릅니다.”

 “뭐야? 흥! 재수 없는 소리 하긴! 너는 이 팽소령님께서 들짐승에 물릴 실력 같다, 이 말이니?!”

 “아이고! 아닙니다, 제가 어찌 감히!”

 

 팽소령은 더러운 거지가 아까부터 거슬렸다. 조금씩 까부는 모습에 묵묵히 앞에서 걷던 팽후영이 뒤를 돌아보지만 않았어도 따끔하게 한마디를 했을 것이다.

 

 “우현이라고 했느냐?”

 “예? 아, 예. 우현입니다, 대협.”

 

 커다란 덩치가 우현의 눈앞에서 멈췄다. 그러자 태산이 앞을 가로막고 서 있는 것만 같았다.

 

 팽후여은 굳이 살기를 싣지 않아도 외형만으로 과히 위협적인 사내였다.

 

 “네가 나를 도와 해주었으면 하는 일이 하나 있다.”

 “그러시군요. 대협. 신장(身長)이 몇 척이십니까?”

 “뭐라?”

 

 본론을 꺼내기도 전에 나온 맹랑한 질문에 팽후영이 뒤를 돌아 우현을 마주했다.

 

 “……네가 내 키를 알아서 어디에 쓰려 하느냐?”

 “아! 아니요, 대협. 그런 것이 아니오라.”

 “허면?”

 

 달을 등진 거대한 팽후영의 그림자가 우현을 모두 덮을 만큼 컸다. 그늘에 갇힌 우현은 하얀 눈알을 치켜뜨고서 거구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찾으시는 자의 신장과 입고 있었던 의복 상황을 알려주시면, 제가 찾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미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는 우현의 모습에 팽후영은 크게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감옥에 수감 되어 있던 저를 당일 밤에 꺼내올 정도로 급한 일이 아니셨습니까?”

 “네 놈…….”

 “걱정하지 마십시오. 실력은 미천하나 소인이 최선을 다하여 옥사에서 꺼내주신 대협의 은혜에 보답하겠습니다.”

 

 팽후영은 제게 허리를 숙여 예를 표하는 우현을 보며 말문이 막혔다.

 

 ‘정신이 온전치 않은 동료를 돌보는 맘씨 좋은 거지, 넝마에 감싸여 흠씬 두들겨 맞던 모자란 놈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래. 네 이해가 빠르니 더욱 잘되었다.”

 

 팽후영은 첫인상과 크게 달라진 코흘리개 거지에 대한 평가를 정정하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너도 예상했다시피 나는 산서 여랑현 야산에 묻혔다는 한 시신을 찾고 있다.”

 “예? 무슨 소리예요, 오라버니? 잠이 안 와서 잠깐 나왔다면서요?!”

 

 그러자 옆에서 영문을 모르는 팽소령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역시 그러셨군요.”

 “그렇다. 현위에게 도움을 청하고 보니, 묘지를 돌보는 묘지기가 있다 하더구나. 그게 바로 너였다.”

 “예. 짐작은 하고 있었습니다.”

 “오라버니?”

 

 팽소령은 영문 모를 대화에 답답해했으나 두 남자는 이를 모른 척하며 계속 대화를 이어나갔다.

 

 “말이 통하니 다행이로군. 객잔 앞에서 마주친 너를 이렇게 다시 보게 되는 것을 보면, 이것도 인연이 아니겠느냐?”

 “어머, 오라버니! 거지랑 인연은 무슨 인연? 나는 빼 주세요!”

 “소령아. 너는 제발 조금만 조용히 해주면 어떻겠니.”

 

 우현은 속으로 팽소령의 싹수없음에 혀를 내둘렀으나 겉으로는 아이고, 맞습니다! 거지와 대협께서 인연이라니, 말도 안 됩니다. 하며 손사래를 쳤다.

 

 “네가 찾을 자는 외공을 연마한 자다.”

 “외공이라면.”

 “덩치가 나와 비슷할 게야. 무공의 특성상 오른손이 왼손보다 비약적으로 크지. 피부색은 누리끼리하며 진갈색 눈동자를 지녔고 또한 머리카락이-.”

 “어라? 오라버니. 꼭 삼호 아저씨 같네요. 친척분이라도 돌아가셨데요?”

 “…….”

 “왜 말을 못 해요? 삼호 아저씨 동생? 사촌? 누군데요?”

 

 죽은 이의 외양을 떠올리며 설명하던 팽후영은 도중에 입을 꾹 다물었다. 제 묘사를 귀신처럼 알아챈 팽소령이 삼호임을 지적하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저, 대협.”

 “왜 그러느냐?”

 “말씀 중에 죄송합니다만……. 저, 그것이.”

 

 우현은 둘의 대화에 끼어 곤란한 듯 숯이 묻은 뺨을 긁적거렸다.

 

 “살아생전에는 멀쩡했는지 몰라도, 이곳에 올 때는 본 모습을 고사하지 못한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렇……. 겠구나.”

 “오른손이 왼손보다 컸던 사람도 왼손이 머리통만 해져서 올 수도 있는 곳이 이름 없는 천것들의 묘지입니다.”

 “…….”

 ”눈동자는 진작에 냄새를 맡고 먼저 온 까마귀가 쪼아먹어 제가 볼 여력도 없고요.”

 

 우현의 일리 있는 말에 팽소령이 옳거니.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팽후영의 안색은 점차 어두워졌다.

 

 “사망한 날짜나 이곳에 당도한 날짜를 아신다면 말씀해 주시고, 행여나 옷차림을 알고 계신다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우현의 말에 팽후영은 팽소령의 눈치를 살폈다.

 

 “......죽은 지는 3주 전쯤일 것이다.”

 

 팽소령은 아직도 그가 삼호의 것으로 추정되는 시체를 찾으러 이곳에 왔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기에 팽후영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아마 이곳에 당도한 시간도 그쯤이 아닐까 싶은데. 그가 입었을 옷은 나와 같은 푸른 무복이지 않을까 예상한다만······.”

 “예? 그게 무슨 소리예요? 같은 푸른 무복이라뇨, 오라버니? 우리 가문의 심복이었나요?”

 

 말꼬리를 흐리며 난처한 표정을 짓던 팽후영이 덩치에 안 맞게 큰 손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아직 삼호인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녀를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 이상 알려줄 만한 정보가 없기도 했다.

 

 “미안하다. 내 정확한 정보도 없이 네게 찾아달라며 억지를 부리고 있구나.”

 

 우현은 자신 없는 목소리로 사과하는 팽후영에게 쌩긋 웃어주었다. 천것에게 사과할 줄 아는 이는 많지 않았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대협.”

 

 팽후영의 말이 맞았다. 공동묘지에서 시신을 찾기에는 단서가 너무나도 부족했었다.

 

 고작 저 정도의 정보만 가지고는 이 야산에 파묻힌 누군가의 시체를 찾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바늘구멍에 코끼리를 집어넣는 격이었다.

 

 그러나 그런데도 우현은 자신에 찬 목소리로 장담했다.

 

 “그 정도면 찾는 데 충분합니다.”

 “어머! 사실이니? 대체 어떻게? 얘! 거지야?”

 “네? 소협. 뭐라고 하셨습니까?”

 “아니, 얘는 아까부터 왜 내 말귀를 이렇게 못 알아 처먹어!”

 “죄, 죄송합니다.”

 

 우현은 재차 그녀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그도 어쩔 수가 없었다. 두 팽가 남매에게는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겠지만.

 

 [우어어어어어어-!]

 

 남매가 묘지 초입에 다다랐을 때부터 초록색 얼굴에 보라색 긴 혀를 빼문, 우현의 집에 새로 들어온 곽 아저씨의 영체가 버선발로 산에서 달려 나와 따라다녔다.

 

 대성통곡을 하며 우현의 귀와 마음을 먹먹하게 했다. 그 때문에 작은 여인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곽 아저씨…….’

 [우으, 으어어어어어어-!]

 

 그리고 곽 아저씨는 팽후영과 똑 닮은 푸른 무복을 입고 있었다.

 

 ***

 

 “이 길이 맞는 거야?”

 [우어어어어어?!]

 “이게, 이게! 쟤 또 못 말귀 알아듣네! 야!”

 “아? 네. 소협.”

 “너 뭘 좀 알고서 이 길로 가는 거냐고!”

 

 우현이 팽소령의 타박에 걸음을 멈췄다.

 

 그의 뒤를 따라 걷던 여인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경공도 못 쓰는 터라 느려 터지기만 한 거지의 뒤를 따라가려니, 온몸이 근질거리는 모양이었다.

 

 “예. 이 길이 분명합니다. 이쪽으로 조금만 더 가면 됩니다.”

 

 우현이 울부짖으며 길을 걷는 곽 아저씨의 뒤를 따르며 말했다.

 

 “넌 진짜! 아니기만 해봐!”

 

 팽후영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사사건건 우현에게 시비를 거는 팽소령을 보는 그에게서 혀 차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와~! 이제 좀 냄새가 가셨네!”

 

 일행이 산 중턱의 작은 동산에 올라왔을 때였다. 분지를 벗어나 바람이 살랑이는 곳에 오자 퀴퀴한 냄새가 많이 가셨다.

 

 팽소령이 맑은 공기를 크게 들이마시고는 만면에 미소를 지었다.

 

 “흐음~! 여기도 이렇게 올라와서 보니까 경치가 아주~!”

 

 언제나 담뿍 담고 있던 짜증을 쏙 뺀 그녀의 변화에 우현이 나섰다.

 

 “그렇죠? 이래 봬도 경치가 제법이지요?”

 

 저 불평불만 많은 계집이 드디어 표정이 폈다. 우현은 잽싸게 양손을 파리처럼 싹싹 비비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저기 침엽수림 보이십니까? 특히나 저 숲은 산서에서도 효용이 좋은 약초가 나기로 유명한-.”

 “뭐가 이렇게 음침해? 쑥대밭이나 다름없네.”

 “…….”

 “얘, 거지야. 너는 생긴 것도 불쌍해 죽겠는데 이따위 곳이 평생 일터라니. 인생 한번 참 기구하다.”

 

 우현은 머쓱하여 코밑을 쓱쓱 문질렀다. 아무리 생각해도 팽소령은 친해질 수 없는 유형이었다.

 

 “다 왔습니다. 바로 이 자립니다.”

 [우우우우.]

 

 혀를 길게 내뺀 곽 아저씨 영체가 우현에게 손짓, 몸짓하며 자리를 알려주었다.

 

 우현은 바닥에 넙죽 엎드려 마른 나뭇잎을 치웠다. 이를 지켜보던 팽후영이 다가와 들고 있던 횃불을 가까이 대주었다.

 

 “헉! 이, 이게. 이게 대체 무슨!”

 

 그러자 싹수없는 여인에게도 중요한 사람이었는지, 반쯤 파묻힌 사체를 알아본 팽소령이 흐어엉! 하고 울음을 터트렸다.

 

 우현이 자리를 비켜주자 그 콧대 높던 여인이 허물어지듯 더러운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어, 어째서! 곽삼호 아저씨가 어째서 이 모양 이 꼴이란 말입니까!”

 

 팽소령은 많이 더러워졌으나 하북팽가를 상징하는 청량한 푸른색의 무복 조각을 부여잡고는 목을 놓아 통곡했다.

 

 의복에는 팽가 사람만이 알아볼 수 있는 상징과 이름이 적혀 있었는데, 그것을 그녀가 단박에 알아본 것이다.

 

 “······놈, 묘지기라더니. 과연 바로 찾아왔구나.”

 “······.”

 “내 네게 시켜놓고도 부디 아니기를 기도했건만.”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6 25. 코는 그린 거라서 2020 / 9 / 16 263 0 4775   
25 24. 수줍은 미미 2020 / 9 / 9 250 0 4878   
24 23. 내 이름은 미미 2020 / 8 / 31 255 0 4833   
23 22. 의외의 고수 장익삼 2020 / 8 / 30 262 0 4841   
22 21. 저주받은 인형 2020 / 8 / 26 256 0 4889   
21 20. 아니거나 2020 / 8 / 5 260 0 4879   
20 19. 용하거나 2020 / 8 / 5 249 0 4831   
19 18. 빙혼흡마구 2020 / 8 / 5 261 0 4920   
18 17. 녹색과 자색 2020 / 8 / 5 260 0 4845   
17 16. 어금니를 보아하니 살쾡이 2020 / 8 / 5 254 0 4826   
16 15. 들리지 않는 이유 2020 / 8 / 5 258 0 4813   
15 14. 천것의 무덤 2020 / 8 / 5 261 0 4989   
14 13. 닭, 닭이라고 2020 / 8 / 5 260 0 4805   
13 12. 내가 무얼 훔쳤을까 2020 / 8 / 5 255 0 4930   
12 11. 하북팽가의 두 남매 2020 / 8 / 5 270 0 4913   
11 10. 그놈의 돗자리 2020 / 8 / 5 268 0 4831   
10 9. 태악령 팽씨의 죽음 2020 / 8 / 5 248 0 4852   
9 8. 가죽신과 삼궤구고두 2020 / 8 / 5 244 0 4871   
8 7. 무관과 무인 2020 / 8 / 5 268 0 4858   
7 6. 밤 산책 2020 / 8 / 5 269 0 4856   
6 5. 암영사 2020 / 8 / 5 262 0 5102   
5 4. 숨바꼭질 2020 / 8 / 5 250 0 4921   
4 3. 아이 2020 / 8 / 5 257 0 4826   
3 2. 너머에는 무엇이 2020 / 8 / 5 257 0 5546   
2 1. 무공을 모른다는 것 2020 / 8 / 5 252 0 5867   
1 서문 (프롤로그) 2020 / 8 / 5 424 0 1710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