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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죽은 너를 위하여
작가 : 예드니
작품등록일 : 2020.8.5

마교가 멸문당한 정사대전이 발발한지도 20년이 지났다.

"귀안을 갖은 자는 삿된 것에게 먹혀 귀문을 열고 만다."
귀신을 보는 청년 '우현'과 인형에 갇힌 여인 '천설화'. 그리고 외팔이 '장익삼'의 평생에 걸린 복수극.

 
14. 천것의 무덤
작성일 : 20-08-05 23:16     조회 : 255     추천 : 0     분량 : 4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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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천것의 무덤

 

 “······네 놈이 지금-”

 “대협께서 원하시는 일은 신속히 도울 것이니, 제발 제 청을 들어주십시오!”

 

 우현이 넙죽 업드려 절을 올렸다. 그의 발언에 옥사 안에는 불편한 공기가 흘렀다.

 

 팽후영이 누구인가? 20년 전, 중원의 평화를 위해 사파와 전면전에서 힘이 약해진 구파일방을 대신하여 무림의 대세는 오대세가였다. 푸른 무복이 의미하는 하북팽가의 의미는 절대로 작지 않았다.

 

 그런데 감히 거지 주제에 오대세가 중 하나인 하북의 팽후영을 상대로 목숨을 건 도박을 하다니.

 

 옥문을 열어주었던 관병마저도 우현을 보며 저 거지가 단단히 실성한 모양이라며 긴장으로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러나 우현은 팽후영에게 제가 꼭 필요한 존재임을 진작에 눈치챘다.

 

 ‘이 늦은 시각에 저를 찾아 묘지기냐고 물은 순간, 필시 내게 원하는 것이 있는 거겠지.’

 

 비록 간이 배 밖으로 나온 행동에 팽후영으로부터 살기가 쭉 뻗어 나왔지만, 기에 짓눌려 몸을 으슬으슬 떨면서도 우현은 끝까지 제 할 말을 마쳤다.

 

 “부, 부디. 이렇게 비오니 이, 이자도 저와 함께 풀어주십시오!”

 

 우현은 이대로 혼자만 갈 수는 없었다. 그가 무인 앞에서 이렇게까지 무모하게 목숨을 걸어가며 버티는 이유였다.

 

 장익삼. 그는 장익삼을 이곳에 두고 혼자 나갈 수는 없었다.

 

 “······우, 현아.”

 “이 자는!”

 

 범인으로서 무인의 기운을 버티기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장익삼은 제 앞을 가로막고 넙죽 엎드려 절을 하는 우현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저도 함께 옥에서 풀어주기를 소원하는 우현의 모습에 장익삼은 조금 감동한 표정이었다.

 

 “이 치는 혼자서는 오줌도 못 가리는, 모자란 병신같은 놈이라서 제가 꼭 돌봐주어야 합니다.”

 “······헤헤, 헤.”

 

 그리곤 뒤늦게 나온 우현의 말에 추임새를 넣듯, 장익삼은 침을 흘리며 풀린 눈으로 웃으며 속으로 이를 갈았다. 개새끼, 두고 보자.

 

 ***

 

 구천을 떠도는 이들에게 혼백 공자라고 불리기 때문일까. 우현은 오히려 달이 뜬 밤이 낮보다 반가웠다.

 

 짐수레 위에 쪼그리고 앉아 이동 중인 그는 오늘은 작은 모습으로 세상에 나온 달을 올려다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장 아저씨는 걸음마저도 절뚝거리시던데.’

 

 둘이 함께 넝마에 싸여서는 관병에게 두들겨 맞은 게 조금 전이었다. 제법 오랜 시간을 두들겨 맞았음에도 우현은 그다지 아프지가 않았다.

 

 ‘이 정도면 삼일은 꼬박 앓아야 하는 게 맞을 텐데 말이야.’

 

 장익삼이 다친 연기를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물론 어린아이에게 매몰차기로 소문난 개방 거지 15년 차인 우현은 맷집 하나 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무공을 익히고 몸을 쓸 줄 아는 장익삼을 뛰어넘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이렇게 혼자 멀쩡하다니. 우현은 의아함에 고개를 갸웃했다.

 

 ‘이상한데. 이것 때문일까?’

 

 그가 허리에 감아 놓은 까만 끈 위로 배를 쓰다듬었다. 얼굴, 팔다리에는 타박상이 가득했으나 정확히 천으로 보호한 허리 주변만큼은 아프지가 않았다.

 

 그의 허리에는 단순히 허리띠가 헤져서 대신 매고 있었을 뿐인, 암영사가 매여 있었다.

 

 ‘거참 신기하구나.’

 

 암영사의 새로운 효능을 발견한 우현은 깊은 사색에 잠겼다. 아무래도 보통 물건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휴, 정말 가축보다 더한 냄새가 나네! 저런 거지하고 같이 가려니까 저는 비위 상해서 더는 같이 못 있겠어요, 오라버니.”

 “내 분명 오지 말라고 하지 않았느냐. 네 선택이었다.”

 “누가 몰라요? 오라버니는 참, 비위도 좋다니까.”

 “지금이라도 세워주랴?”

 “아, 이런 무덤가에서 저같이 연약한 여인 혼자 돌아가라고요?”

 “나는 분명 남으라고 경고했다. 이 이상의 불평불만은 걸어서 혼자 돌아가는 길에 마저 하거라.”

 “칫.”

 

 우현이 탄 수레의 앞에는 팽소령과 팽후영이 앉아 말을 끌고 있었다. 함께 옥을 빠져나온 장익삼은 시가지의 어느 골목에다 내려주어 이곳에는 우현 혼자였다.

 

 ‘자! 우리 익삼이, 또 밤늦게까지 또 엄마 놀이하지 말고! 오늘은 이불에 쉬하지 않고 예쁘게 잠들기다? 형이랑 약속~’

 ‘야...약속~.’

 

 그와 헤어지며 우현이 던진 인사에 장익삼은 똥 씹은 얼굴로 모자란 연기를 끝까지 해냈다.

 

 물론 옆에서 보던 팽소령은 저 나이 처먹고 엄마 놀이라니, 더럽다며 빽빽 소리를 질렀다.

 

 ‘너, 내일 보자.’

 

 장익삼은 팽가 남매의 이목을 의식했는지 멍청한 표정으로 헤헤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러다가 그들의 눈을 피해 검지로 목에 선을 그으며 우현을 노려보았다.

 

 ‘오늘 어디 가서 비명횡사하고 오는 게 나을 거야. 어차피 넌 내일 내 손에 끔찍하게 죽을 테니까.’

 

 장익삼의 입 모양을 읽은 우현은 살갗에 소름을 무시하며 천연덕스럽게 수레로 올라탔다.

 

 ***

 

 “오라버니! 어디 강이라도 나오면 멈췄다가 가요! 쟤 좀 어디다 담구고 와야지, 냄새나서 안 되겠어요!”

 

 이러나저러나 우현은 장익삼을 두고 온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상했지만, 팽소령의 입담이 거침없었다. 귀하게 큰 철없는 계집 티가 철철 났다. 장익삼이 있었다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그녀의 혀를 뽑아놨을 것이라고 우현은 장담할 수 있었다.

 

 “소령아! 물에 던져버려야 하는 건 되려 네가 아닐는지 내 고민이 다 들 정도다. 그 방정맞은 입 좀 고만 쉴 수는 없겠느냐?”

 “아이, 참! 오라버니도! 지독한 냄새가 난단 말이어욧!”

 

 저놈의 냄새 타령. 우현이 한숨을 푹 쉬었다.

 

 팽소령의 짜증에 잠자코 있던 팽후영까지 심기가 불편해지자 마침내 그가 나섰다.

 

 “소협. 아쉽게도 그 불쾌한 냄새는 제 몸에서 나는 것이 아닙니다.”

 “뭐야?!”

 

 팽소령이 뒤를 홱 돌아서 게슴츠레한 눈으로 우현을 째려보았다. 코를 킁킁거리다 인상을 찡그리며 고개를 젓는 모습이 참으로 무례했다.

 

 “아니기는! 네게서 이렇게 짙게 나는데!”

 “공동묘지 근처에 다다를수록 짙어지시지요? 아무래도 소협께서 무공이 출중하시어 후각 또한 예민하신 것이겠지요.”

 “뭐, 내가 한 무공 하긴 하는데.”

 

 새침한 팽소령도 저를 띄워주는 우현이 싫지 않은 모양인지 작게 웃으며 우쭐거렸다.

 

 “죽음의 향기랍니다.”

 “뭐, 뭐라고?”

 “사체가 썩을 때 나는 매캐한 냄새지요. 코와 입을 젖은 천이나 소맷부리로 단단히 막으시면 미약하게나마 도움이 되실 겁니다. 산으로 둘러져 있어 바람이 적습니다. 저 언덕만 넘어가면 괜찮아 질 겁니다.”

 “흐, 흥! 그, 그런 거야? 뭐. 코흘리개 주제에 묘지기가 맞긴 맞나보네.”

 

 코흘리개라니? 우현은 팽소령의 말에 코 밑을 쓱 닦았다. 그러자 새까만 숯이 소매에 묻어났다.

 

 ‘아, 아침에.’

 

 그제야 우현은 제 얼굴 위에다가 장익삼이 침을 발라 콧물 자국을 냈던 것을 기억해 냈다.

 

 ‘와, 종일 이러고 있었다니.’

 

 우현은 풀죽은 어깨를 하고 수레 구석으로 가 몸을 말았다.

 

 ***

 

 “위장군. 하북팽가 가주 팽호연이 아들 팽후영을 보내어 태악령 팽씨 종놈의 시체에 근접했다고 합니다.”

 

 야심한 시각. 부영은 머리를 늘어트리고 붓을 들어 서신을 쓰고 있었다. 무관임에도 문관 못지않게 글씨체가 유려했다. 그가 상황을 보고하는 이화에게 계속해 보라며 눈짓을 보냈다.

 

 “은밀하게 하북팽가에서 찾고 있는 자와 복식이 일치하는 시체가 여랑현에 있는 야산에 묻혀 있다는 소문을 흘렸고, 소식을 접한 하북팽가에서 산서의 현위에게 은밀히 사람을 보내어 연락한 모양입니다.”

 

 “잘 진행되고 있구나. 이화. 여기 네가 해야 할 일이 하나 더 있다.”

 “예, 위장군. 하명하소서.”

 

 부영은 쓰고 있던 서신을 접어 이화에게 넘겼다.

 

 “황후가 대체 태악령 팽씨에게 어떤 독을 쓴 건지 알아봐야겠다. 황후의 배후를 봐주는 자를 살펴보거라.”

 

 요 며칠 부영은 아주 바빴다. 황실 종친의 족보를 관리하는 종정 대인에게 접근하여 황후의 주변 인물과 그녀의 사돈에 팔촌까지 세 번이고 네 번이고 확인했다.

 

 그렇게 추려낸 목록을 이화에게 건넸다. 독과 요리, 혹은 의술. 황후의 주변인 중 독살에 관여했을 것으로 짐작이 갈 만한 이들의 이름을 모두 적은 것이다.

 

 물론 쌀 천 가마를 건네받은 종정 대인은 입을 꾹 다물 것임이 분명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무림인 두 명을 단방에 보내버린 독이라니. 심상치가 않으니 조심히 움직이거라.”

 “예, 위장군!”

 

 오대세가를 건드린 이상, 부영은 이번 사건과 황후를 낱낱이 파헤쳐 봐야 할 의무가 있었다.

 

 물론 황후를 고작 계집 교살 죄로 잡아드리겠다는 심상은 아니었다.

 

 만약 황후가 사건을 어설프게 덮어 놨다면, 제가 다시 흙을 덮고 발로 꾹꾹 다져놓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이 모든 것이 황실의 안위를 최우선으로 하는 위장군의 임무였다.

 

 ***

 

 “예! 거지야?”

 “······.”

 “야, 이 거지야! 너 나 무시하니?!”

 “예? 아, 네. 소협.”

 

 짙은 구름이 그믐달을 덮어 몹시도 어두운 밤이었다. 묘지를 침범한 인간을 향해 까마귀가 까악까악하고 울어댔다.

 

 팽후영과 팽소령은 무분별하게 만들어 놓은 봉분이 길을 방해하기 시작하자 수레를 멈춰 세우고선 걸어 올라갔다.

 

 우현은 수레 위에 준비된 망태기와 제법 길게 짜인 관을 보며 대충 제가 할 일이 무엇인지를 대강 알 것 같았다.

 

 “야! 너 가는 귀가 먹었니? 왜 이렇게 불러도 대답을 못 해?”

 “아, 주변이 조금 시끄러워서요.”

 “시끄럽다고? 까마귀 몇 마리 우는 게 단데, 너 지금 나 놀리니?”

 “아! 헤헤헤. 그, 그렇네요.”

 

 우현은 겸연쩍은 듯 헤픈 웃음을 지으며 어물쩍 넘어갔다.

 

 팽소령은 잠시 짜증을 냈지만, 곧 심심한지 곧 코와 입을 막고는 코맹맹이 소리를 내며 재차 말을 걸었다.

 

 “묘지기는 무슨 일을 하는 거냐고 물었어. 몇 번을 물어야 알려 줄 셈이니?”

 “아! 예. 묘지기 말씀이십니까? 딱히 하는 일은 없습니다.”

 “응? 하는 일이 없다니?”

 “날짐승이 많은 야산이라서요.”

 “그게 무슨 말이야? 설명 좀 제대로 해봐.”

 

 팽소령은 답답하다며 우현을 나무랐다.

 

 “저보다 놈들이 먼저 시체를 발견하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입니다. 이놈들도 배를 굶주린지라 시체가 뼈만 남기 일쑤거든요. 저는 그저 땅을 파 남은 잔해들이나 묻어주는 게 고작입니다.”

 

 묘지가 가까워졌는지, 근처에 다다르자 악취가 진동했다.

 

 팽소령과 팽후영은 우현의 말대로 소매로 입과 코를 막고 있었다. 그런데 우현은 입도, 코도 막지 않은 채였다.

 

 그를 신기하게 여기던 팽소령은 우현의 숯으로 칠한 얼굴 위로 콧물 자국이 허옇게 난 것을 보고 인상을 확 찡그리고는 고개를 돌렸다.

 

 “고작 그거 하면서 관아의 녹봉을 받아먹는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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