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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죽은 너를 위하여
작가 : 예드니
작품등록일 : 2020.8.5

마교가 멸문당한 정사대전이 발발한지도 20년이 지났다.

"귀안을 갖은 자는 삿된 것에게 먹혀 귀문을 열고 만다."
귀신을 보는 청년 '우현'과 인형에 갇힌 여인 '천설화'. 그리고 외팔이 '장익삼'의 평생에 걸린 복수극.

 
13. 닭, 닭이라고
작성일 : 20-08-05 23:15     조회 : 256     추천 : 0     분량 : 4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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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닭, 닭이라고

 

 우현이 하는 말을 듣고만 있자니, 장익삼은 딱 환장할 노릇이었다.

 

 ‘뭐, 뭐라? 이 미친놈이?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아오, 우현이 저 놈을 그냥!’

 

 하지만 우현이 발언한 직후 모두의 눈이 저를 향하자, 장익삼은 침을 꿀꺽 삼키며 눈매에 스르르 힘을 풀었다.

 

 “헤, 헤헤. 헤······.”

 

 저 곤봉에 곤죽이 되기는 싫었다. 살고자 하는 본능이었다. 장익삼은 입을 헤 벌려 웃었다. 침 한 방울을 주룩 흘려 내보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저것 보십시오! 비록 그 순간에 배가 고픈 나머지 현위님의 담벼락을 함부로 넘었다지만-.”

 “담을 넘어?”

 “담을 넘었다고?”

 

 흠칫.

 

 깜짝 놀란 장익삼과 현위가 동시에 눈을 똥그랗게 떴다.

 

 순간 장익삼은 현위에게 진심어린 눈동자를 하고 자백을 주장하며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휙!

 

 “보세요, 아저씨! 제 말이 맞죠? 제가 잘 잡아 왔죠?”

 

 우현이 진상을 고하자 퍽 뿌듯해하는 팽소령이 현위에게 다가가 그의 소매를 붙잡고 흔들지만 않았어도, 고개를 돌리지 않은 현위는 장익삼의 진실한 표정을 보고서 믿어주었을지도 몰랐다.

 

 “외팔이의 지능이 어찌나 낮은지, 이 자는 제가 훔친 물건을 안고서 다시 담장을 넘으려는데, 담을 짚을 손이 없어 넘지 못하고 정문으로 걸어 나왔사옵니다! 그것이 병신이 아니라면, 대관절 무엇이 병신일 수 있단 말입니까!”

 ‘하! 이, 이 정신 나간 새끼가?!’

 

 장익삼은 우현이 제 죄를 대신하여 고할 때마다 분노로 치를 떨었다. 억울했다. 분명 저는 도둑질을 하지 않았으며 지능도 제대로였다.

 

 “히, 히히······. 히.”

 

 그러나 장익삼은 혼신의 연기를 펼쳤다. 입을 헤벌쭉 찢어 웃으며 모자란 자로 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뭐시라?! 담도 넘은 주제에, 감히 내 집에서 훔친 물건을 들고 달아나려 했단 말이냐!?”

 “송구하지만 그렇사옵니다, 현위 나으리. 외팔이는-.”

 “듣기 싫다!”

 

 탁!

 

 이야기를 잠자코 듣고 있던 현위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곁에서 아첨하던 팽소령이 에구머니! 하면서 뒤로 한 발짝 물러났다.

 

 “멀쩡한 거지 놈! 너는 그만 닥치거라! 아무리 팔 병신이라도 혀가 잘리지 않은 이상 말은 할 수 있겠지.”

 

 우현의 말을 끊은 현위는 노발대발하며 장익삼을 향해 걸어갔다. 그를 노려보는 눈매가 몹시도 매서웠다.

 

 “외팔이 놈! 어디 네가 직접 말해 보아라! 감히 무엇을 훔친 것이냐!”

 

 글쎄요. 그게 무얼까요?

 

 아무것도 모르겠는데 답을 강요당하는 장익삼의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 갔다. 하지만 모자란 사람의 흉내를 멈추는 미련한 짓은 하지 않았다.

 

 “히······.”

 

 그러자 이를 지켜보고 있던 팽소령이 답답했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현위를 거들었다.

 

 “야! 너 얼른 대답하지 못해? 아저씨 화나셨잖아! 아무리 모자라고 팔 병신이라 해도 네가 뭘 훔쳤는지는 기억 날 것 아니니?”

 ‘저, 저 찢어 죽일 년을!’

 

 장익삼은 아까부터 팽소령이 거슬려 견딜 수가 없었다. 이게 다 우현, 이 입만 살은 놈의 짓 같은데. 대체 자기가 뭘 훔쳤다고 하는 건지.

 

 “끄르륵!”

 

 장익삼은 숨을 씩씩 쉬었다. 들끓는 속을 달래며 우현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우현은 아직도 바닥에 넙죽 엎드린 채였다.

 

 “어허! 저놈이! 여봐라, 곤장을 준비해 저 미련한 놈이 제 죄를 불 때까지 매우 쳐라!”

 

 장익삼이 저를 보고 있다는 것을 아는지, 우현은 작게 ‘꼭······. 꼭꼭, 꼭’하며 괴상한 소리를 내면서 입으로 바닥을 쪼고 있었다. 온몸이 포박된 상태로 온몸으로 닭 흉내를 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자 실마리를 잡아낸 장익삼의 눈이 반짝 빛났다.

 

 “자 잠시만! 제가, 제가 훔친 것은-!”

 

 ***

 

 코피를 주룩 쏟으며 장익삼이 말했다.

 

 “이 미친 새끼.”

 

 닦고 싶었으나, 닦을 수가 없었다. 장익삼의 양발과 한 손에는 수갑이 채워진 채 벽에 묶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옥에 갇힌 그의 얼굴에는 생채기와 멍이 가득했다.

 

 그의 말에 울컥한 우현이 외쳤다.

 

 “미친 새끼요?”

 

 우현의 상황도 장익삼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저 장익삼 보다 매달려 있는 팔이 하나 더 있다는 것이 다를 뿐, 장익삼의 바로 옆에 옥사에 갇혀 묶여 있는 우현 또한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닭보고 곶감이라고 한 양반이 지금, 저보고 미쳤다고 하셨습니까? 허, 별 미친놈 다 보겠네.”

 

 우현은 장익삼에게 미안한 마음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현위에게 곶감이라는, 엉뚱한 것을 훔쳤다고 대답을 내놓는 바람에 일이 더욱 커졌다.

 

 ‘어머!? 나한테는 닭만 훔쳤다고 하지 않았어? 이놈들 이거 거지새끼가 아니라 아주 도둑 새끼였네?’

 

 팽소령의 부채질로 아무것도 훔치지 않은 장익삼의 절도죄는 첩첩산중으로 불어났다.

 

 ‘곶감에, 닭에! 다음은 뭐니? 보나 마나 금은보화일 거 아냐!’

 

 종국에 장익삼은 금은보화를 노리고 현위댁을 계획적으로 접근한 대 도둑놈이 되었다.

 

 장익삼과 우현은 딱 죽기 직전까지 매를 맞은 뒤 옥살이를 하게 되었다.

 

 “이 돌아 처먹은 새끼가! 네놈이 고개 처박고 ‘곶곶! 곶!’ 하고 있는데 그럼 곶감이지, 닭이 웬 말이냐!”

 “곶감이면 내가 곶감이라고 말했겠지, 이 무식한 양반아!”

 “무 무식? 아, 아니 이 새끼가! 네가 뭘 잘했다고 큰소리야! 야, 그렇게 따지면 네가 그냥 닭이라고 말하면 된 거 아니냐?!”

 “어?! 그러네?”

 “······그러네? 이 씹어먹어도 시원찮을-”

 

 철컹 철컹!

 

 화가 난 장익삼이 온몸으로 발악했다. 수갑을 부실 듯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유난을 떨던 그의 지랄은 시끄럽다는 경비의 한 소리를 듣고 난 후에야 진정되었다.

 

 하지만 그 후에도 씩씩거리며 우현을 죽일 듯이 쳐다보는 것은 멈추지 않았다. 온갖 동물의 새끼 이름을 거론하는 장익삼을 보며 우현은 휘파람을 불며 콧방귀를 뀌었다.

 

 ‘응?’

 

 그러다가 우현의 귀에 새액 새액 하는 고른 숨소리가 들렸다.

 

 장익삼이 갑자기 잠이 들었다고 하기에는 무척 어색한 상황이었기에 우현은 영문을 몰라 고개를 갸웃했다.

 

 ‘주무시나? 아저씨가 맞아서 머리가 돌아버리지 않은 이상에야, 화를 내다가 갑자기 잠을 자는 미친 짓을 할 리가 없는데.’

 

 장익삼의 숨소리가 다양하게 변했다. 길고 느리고, 어떨 때는 빠르다가 ?g-! 하고 들이마셨다.

 

 호흡에 변화를 주는 것이 우현은 도통 따라 해 보려 해도 그가 뭘 하는지 몰라서 흉내조차도 내기 어려웠다.

 

 ‘저게 그······. 운기 조식이라는 건가?’

 

 우현은 그것이 무림인들이 몸을 돌보는 데 사용하는 심법임을 감각적으로 알아차렸다.

 

 건드리면 주화입마에 걸린다는 그 위험한 것을 이런 곳에서 해도 되나 싶었다.

 

 ‘역시. 입은 걸어도 믿는 건 저밖에 없는 거죠, 아저씨?’

 

 우현은 역시 장익삼이 말은 거칠어도 저를 굳게 믿고 있다며 내심 감동에 젖었다.

 

 물론 장익삼은 그저 졸고 있던 게 맞았다.

 

 ‘에휴. 뭐가 이렇게 꼬이는 건지.’

 

 하루를 돌이켜보던 우현은 조금 허탈한 마음이 들었다. 돗자리를 빌리려다 정도껏 둘러댄 이야기에 마침 진짜 현위의 집으로 향하는 일행이 튀어나올 줄이야.

 

 게다가 어디 장익삼 아저씨가 보통 거지인가? 나무로 만든 감옥 창살은 코딱지를 던져도 부실 수 있을 것이다.

 

 ‘괜스레 엽구인 것까지 발각되기라도 하면, 분명 일은 더 커질 테니 희생하고 있는 것일 텐데.’

 

 어쩔 수 없다지만, 정말 너무 꼬인 하루였다.

 

 “푸-웁!”

 

 게다가 느닷없이 매를 맞은 장익삼을 보고 있노라면. 애써 제 말에 맞추느라 모자란 연기를 하던 장익삼을 생각하면. 우현은 웃겨서 눈물이 핑 돌았다.

 

 웃음을 참아내느라 안면 근육이 꿈틀꿈틀했다.

 

 “왜 갑자기 웃고 지랄이냐? 개 패듯 처맞더니 실성한 게야?”

 

 키득거리는 우현 덕에 선잠에서 깬 장익삼은 다짜고짜 욕설을 날리며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우현이 넌 딱 기다리고 있거라. 내 아까 고놈의 팽소령인지 팽개령인지, 얄미운 년 딱밤을 한대 먹인 다음은 현이 네놈 차례가 될 터이니.”

 “아저씨의 바보 연기가 훌륭해서 이리 웃음이 나는 걸 저더러 어쩌란 말입니까?”

 “그래, 그렇겠지. 그러니까 차라리 지금 마음껏 웃어 두어라. 응? 맞고 나선 웃음을 멈추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평생 웃는 얼굴이 될 테니까.”

 

 철커덩.

 

 그때였다. 저 멀리서 둘이 갇혀 있는 옥으로 누군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끔찍한 말로 우현을 협박하던 장익삼이 말을 멈추고는 침을 급하게 모았다. 흐리멍덩한 눈빛을 만들며 입 밖으로 주륵 침을 입밖으로 흘렸다.

 

 그렇게 화를 내다가도 또 모자란 이의 연기에 집중하는 장익삼을 보고 소리를 내고 웃을 수 없는 우현이 어깨를 들썩였다.

 

 뚜벅뚜벅.

 

 누군가가 이리로 다가오고 있었다. 입구에 단 하나 있는 횃불이 거대한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그러자 가뜩이나 덩치가 호랑이만큼 큰 사람의 그림자가 집채만 하게 커졌다.

 

 “……네가 바로 관아에서 삯을 받고 일한다는 거지 묘지기였느냐.”

 

 옥의 창살 밖에 서 있는 남자가 우현을 바라보며 외쳤다.

 

 그는 우현과 장익삼에게도 무척이나 익은 얼굴이었다. 오대세가인 하북팽가의 후지기수, 패천일도 팽후영.

 

 오늘 달아나는 장익삼을 잡아냈던 남자이자 팽소령과 남매사이라던, 바로 그 덩치 큰 푸른 무복의 사내였다.

 

 “그렇습니다.”

 

 철컥!

 

 우현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팽후영의 손짓 한 번에 관병들이 문을 열고 들어와 우현의 수갑을 풀어주었다.

 

 “따라와라. 네가 해야 할 일이 있다.”

 

 그러자 우현은 제 할 말만 하고서 몸을 돌리려 길을 가던 팽후영을 다급하게 불러세웠다.

 

 “저, 대협!”

 

 풀어주면 얼싸 좋다고 감옥에서 나올 줄 알았던 팽후영은 옥에서 나오지 않는 우현을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내 너를 질질 끌어서 나오게 했어야만 하는 것이냐?”

 “그것이 아니오라, 감히 청이 있습니다.”

 “청?”

 

 팽후영은 기분 나쁘다는 듯이 몸을 휙 돌렸다.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 하는 게 네 처지다. 이곳에서 꺼내준 것만으로도 천운이 다 했거늘. 듣기 싫으니 잔말 말고 따라오너라.”

 

 털썩!

 

 하지만 우현은 그의 협박에도 요지부동이었다. 이를 악문 그가 제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천민들만 묻히는 산서성 야산의 묘지기는 저 하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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